마영전 인벤 팬아트 팬픽 게시판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소설] 마비노기 영웅전 - 엑스트라 에피소드2 : 달콤한 죄악

아이콘 템페스트엔젤
댓글: 4 개
조회: 2329
추천: 3
2015-01-23 00:29:23

<짤은 이쁜 이비>


어... 전에 올린 '여명에서'와 마찬가지로 오리지날은 야설입니다.
그런데 컷씬이 좀 길고 내용이 이어지다보니 후반부는 뭉텅이로 빼고 전반부, 스토리의 주가되는 뼈대 부분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제목도 야설에 맞추다보니 달콤한 죄악이지만.. 음..




--------


달콤한 죄악





 따스한 햇볕이 폐허의 흔적을 부드럽게 훑었다. 과거 이름 모를 어느 종족이 이룩했던 문명은 흔적으로 남은 채 아직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인간들은 이곳을 '북쪽 폐허'라 불렀다. 
북쪽 폐허는 인간에게 우호적인 종족 놀이 터전을 꾸리고 있었는데, 이들은 종종 인간과 물물을 교환하기도 하며 공존을 이어왔다. 꽤 오랫동안 이어져온 공생 속에 두 집단 간의 경계는 많이 허물어져 있었다. 세간에 옆집 아무개의 친구 아무개의 동생이 놀들의 거처에서 하룻밤을 묶고 왔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일부 인간들은 이곳을 자유롭게 왕래하였는데, 주로 훈련을 목적으로 한 용병이나 약재료를 따기 위해 찾아오는 심마니들이 주를 이루었다.

"마ㅡ렉! 마렉!"

조용하던 폐허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작은 새들이 푸드득 날아올랐다. 잠시 후 신전의 흔적이라 생각되는 넓은 공터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수풀을 가르고 나온 그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남자는 묵색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갑옷은 두꺼비 기름이 칠해진듯 매끈거렸다. 꽤나 높은 직급의 기사인듯 그의 걸음걸이는 의식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절도가 있었다. 
곧 그가 헤치고 나왔던 수풀이 바스락 거리더니 두 명의 아이들이 튀어나왔다. 

"아빠!"

옅은 금발의 소녀가 남자에게 달려와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그러자 그 중년의 기사는 허허 하며 웃음을 터트리고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티이, 기다리지 않고 따라왔구나."
"응, 카단도!"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티이의 뒤를 따라온 검은색 머리카락의 소년이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을 받은 카단이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말릴 수가 있어야지요."

남자가 어색하게 웃었다. 자신의 딸, 티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던 사내가 다시 고개를 돌려 폐허를 스윽 훑어보았다. 그가 다시 한 번 크게 외쳤다.

"마렉!"

소년 카단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기사를 따라 목소리를 높였다.

"야, 마렉! 자빠져 자고 있지 말고 빨리 튀어나와!"

그때였다. 신전의 폐허 속에서 뭔가가 드르륵 끌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기사와 카단, 그리고 티이가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제법 보존이 잘된 신전의 안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움직였다. 티이가 입을 꾹 다문 채 슬며시 기사의 바짓자락을 잡았다.

"크륵."

이내 나타난 것은 거대한 덩치의 놀이었다. 한 손으로 자신의 어깨에 거대한 망치를 들쳐 맨 붉은 털의 놀이 그들을 발견하고는 서서히 다가왔다. 머리에는 정직한 모양의 투구를 얹은 놀이 그들을 훑어보았다. 카단이 침을 꼴깍 삼켰다.
이윽고 바로 앞까지 다가온 놀은 망치 자루를 쥐지 않은 손을 들어올려 그들에게 보였다. 기사가 말했다.

"고맙소. 크림슨 레이지."
"크륵."

붉은 털의 놀, 크림슨 레이지가 들어 올린 손에는 입을 크게 벌린 채 잠든 소년이 뒷덜미를 잡힌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소년은 크림슨 레이지와 비슷한 붉은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 카단이 고개를 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후우… 마렉…."

기사는 자신보다 두 배는 큰 크림슨 레이지의 앞으로 가 마렉을 받아 안았다. 물론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기사가 크림슨 레이지를 향해 말했다.

"항상 고맙소. 이 곳에만 오면 이 아이가 당신에게 민폐를 끼치는구려."

크림슨 레이지는 자신에게 무어라 말하는 인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잠들어 있는 마렉을 향해 손을 뻗었다. 기사는 작게 움찔 했지만 크림슨 레이지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크림슨 레이지가 자신의 털과 비슷한 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마렉의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렸다.

"크르르…."

이윽고 마렉을 내려다보던 크림슨 레이지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걸음을 옮겨 저 멀리 자신이 나타났던 폐허 속으로 사라졌다. 크림슨 레이지가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뒷모습을 바라보던 기사가 품에 안고 있던 마렉을 바닥에 눕혔다.

"야, 일어나."

어느새 마렉의 옆에 쭈그리고 앉은 카단이 나뭇가지로 마렉의 뺨을 톡톡 찔렀다. 티이 역시 마렉의 옆에 앉아서는 물끄러미 내려 보았다. 그러자 마렉이 끙끙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으악!"

잠들어 있던 마렉이 눈을 번쩍 뜨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기사에게로 달려가 펄쩍 뛰었다.

"아저씨, 아저씨! 진짜죠? 제가 로체스트로 가는 거죠?"

기사와 카단은 깬 채로 잠꼬대를 하는 마렉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기사가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마렉의 머리를 손으로 꾹 내리누르며 말했다.

"이 녀석아, 매일 훈련도 빼먹는 녀석이 기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으아! 그렇지만 분명히 아까 저로 정했다고…!"
"네 꿈속에서겠지. 이 녀석아!"
"거짓마알!"

버둥거리는 마렉의 머리를 꾹 누르고 있던 기사는 잠시 후 마렉이 잠잠해지자 손을 거두었다. 마렉이 볼을 퉁퉁 불리고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냥 나랑 카단, 둘 다 데려가면 안되요?"

기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딱 한 명만. 내 진급 기념으로 딱 한 명만 추천할 수 있는 거란다."
"으으, 그런 게 어디 있어!"

마렉이 투덜거리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보고 티이가 해맑게 웃음을 터트렸다. 기사가 카단과 마렉을 향해 말했다.

"자, 그럼 콜헨으로 돌아갈까? 벌써 해가 지고 있구나."

마렉이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석양이 내리고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제야 자신이 하루종일 잠들어 오늘 수련을 빼먹었다는 생각이 든 마렉이었다. 카단이 한심하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자 마렉이 흥 하며 고개를 돌렸다.
마렉과 카단, 그리고 티이와 기사는 어두워지기 전에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
.
.
.

 마을로 돌아온 마렉은 콜헨 여관의 뒤편에 등을 기대고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른 달 이웨카가 하늘 높이 떠 밤을 밝히고 있었다. 지난 일 년간의 훈련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곳, 콜헨 출신인 기사 님은 오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주 마을에 머물렀다. 
기사님이 자신에게 진급 기념으로 생도 추천장이 내려졌다는 사실을 그와 카단에게 말해준 것은 정확히 일 년전의 일이었다. 그 뒤로 카단과 마렉은 서로 경쟁하듯 훈련을 해왔다. 가끔은 기사 님이 직접 지도해주기도 했던 것이 떠오르자 마렉은 피식 웃었다. 그때였다.

"뭐가 우스워?"

마렉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카단이 서있었다. 그가 '읏차'하며 마렉의 옆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댔다. 카단이 하늘을 올려다보자 여전히 이웨카가 빛나고 있었다.

"내일이구나."
"흥."

카단이 고개를 돌려 마렉을 바라보았다.

"내일이면 우리 둘 중 하나는 로체스트로 가게 되겠지."
"…."
"무조건 기사가 되는 건 아니지만 일단 생도가 된다는 건 우리 같이 시골 출신의 아이들에겐 꿈만 같은 일이니까…."

마렉은 아무 말 없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카단이 말했다.

"그러면 좋을 거 같아?"
"…뭐?"

마렉이 고개를 돌려 카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카단이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카단이 머쓱한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뭐랄까… 너와 떨어지는 게 싫다랄까. 어쨌건 우리는 친구니까."
"…카단. 뭐 잘못 먹었냐?"

카단이 피식 웃었다. 그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웨카를 향해 말했다.

"난 역시 친구를 누르고 내 앞길을 찾아가는 짓 따위는 하지 못하겠어."
"…카단?"

카단이 흙바닥을 손으로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마렉을 내려 보며 웃으며 말했다.

"꼭 기사가 되길 빌어줄게."


.
.
.



 마렉은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아니, 제대로 눈을 붙이지도 못했다. 카단의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난 역시 친구를 누르고 내 앞길을 찾아가는 짓 따위는 하지 못하겠어.'
'꼭 기사가 되길 빌어줄게.'

자신을 위해 일 년간 노력해온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 뜻인가. 심란해진 마렉이 한숨을 푹 내쉬고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었다.

"에이씨… 이래서야… 내가 우정도 모르는 이기적인 놈이 된 것 같잖아!"

퍽! 마렉이 벽에 머리를 쿵 찧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더럽게 아프네."



.
.
.
.


시간은 흘렀다. 마렉과 카단, 두 소년은 로체스트로 떠날 준비를 끝낸 기사의 앞에 서 있었다. 기사의 옆에는 티이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또 일하러 가는 것이냐며 칭얼거렸다. 여관의 주인, 에른와스 씨가 달려나와 울음을 터트릴 듯한 티이를 달래느라 안간힘을 썼다. 
기사가 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 고개를 돌려 카단과 마렉을 바라보았다.

"그래, 일단… 나는 이미 데려갈 사람을 생각해두었다만… 우선 너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구나. 본인의 생각이 바뀌었을 수도 있으니."

마렉은 조심스럽게 카단을 바라보았다. 카단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왠지 카단답지 않은, 시무룩한 모습이었다. 그간의 노력을 모두 접어버린 듯 기가 죽어있었다. 마렉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는….
둘을 번갈아보던 기사가 두 사람의 대답이 없자 다시 입을 열었다.

"딱히 할 말이 없는 것이냐. 자신을 추천해달라던가…."

마렉이 눈을 질끈 감았다. 카단은 자신을 위해 그 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자신과의 우정을 위해. 결국 마렉이 입을 열었다.

"기사님."
"그래, 말해 보거라."

기사가 마렉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렉이 계속해서 말했다.

"저는 콜헨에 남겠습니다. 역시… 이곳이 더 좋은걸요."
"그런가…."

이번에는 기사가 카단을 바라보았다. 마렉이 카단을 바라보며 미소를 띠었다. 그와의 우정을 지켰다는, 자랑스러운 미소였다. 카단이 고개를 들어 올려 마렉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기사를 바라보았다. 그가 말했다.

"저는 당연히 따라가겠습니다. 마렉이 생각을 접어줄 줄이야…. 그렇다면 마렉의 몫까지 열심히 해 훌륭한 기사가 되어야겠지요."

마렉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차가운 물벼락을 머리부터 뒤집어쓴 것 마냥 전신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그가 카단을 바라보며 입을 벙긋거렸다. 그러자 카단이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카단이 말했다.

"마렉. 고맙다."

그가 자신의 허리춤에서 지금까지 써오던 자신의 검을 풀어 마렉에게 건넸다.

"이건 바로 우리 우정의, 약속의 검이다. 다시 돌아올 때는 네 몫까지 성공해서 돌아오도록 하지."

마렉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황에서 카단의 검을 받았다. 기사가 카단과 마렉을 바라보며 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가 마렉을 향해 말했다.

"외로울 내 딸, 티이를 잘 챙겨주렴. 앞으로는 마을에 자주 올 수 없을 것 같으니… 부탁한다. 마렉."

마렉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기사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가 걸음을 옮기자 카단이 그 뒤를 따라 걸어갔다. 마렉은 제 자리에 서서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마렉은 제자리에, 카단은 앞으로. 두 사람의 거리는 끊임없이 벌어졌다.

Lv74 템페스트엔젤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견적
  • 게임
  • IT
  • 유머
  •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