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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01-

세오닌
댓글: 2 개
조회: 741
2015-06-20 16:26:33

거대한 몸집의 하얀 거미는 거칠게 종탑의 벽을 타고 올랐다. 그 바람에 외벽이 허물어지며 돌덩이들이 떨어져 내렸다.

용병들은 그러한 돌덩이들 때문에 종탑에 섣불리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발리스타는 아직이냐! 어서어서 서두르라고!"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헬름을 눌러쓴 용병하나가 악을 썼다. 용병의 곁에는 중후한 인상의 사내가 굳은 표정으로 종탑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사내의 입을 비집고 탄식이 흘러나왔다.

 

"벤샤르트......대체 무슨 일이냐."

 

그 때, 멀리에서 용병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블론드색 머리에, 허리의 양쪽으로 검을 하나씩 차고 있는 쾌활한 인상의 청년이었다. 청년을 보고 헬름을 쓴 용병이 다급하게 물었다.

 

"어이, 리시타! 발리스타는?"

 

그 물음에 리시타라고 불린 청년이 숨을 고르고는 대답했다.

 

"헉, 허억. 그, 기사단이 차출을 거부했어. 그래서, 우리 창고에 있는 걸 꺼내러 애들을 보..."

 

"빌어먹을 기사단 놈들!"

 

리시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헬름을 쓴 용병은 발을 구르며 욕을 내뱉었다. '마렉'이라는 이름의 용병은 애초에 왕국 기사단을 탐탁치 않아하고 있었다. 그러한 그를 진정시킨 것은 중년 사내였다.

 

"진정해라, 마렉. 우리 창고의 발리스타도 그리 멀리 있지는 않으니 금새 올거다."

 

"아이단 단장님. 하지만 창고에는 살상용 창밖에 없단 말입니다. 벤샤르트를 죽이실 생각이십니까?"

 

마렉의 말에, 아이단이라 불린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단장으로 있는 '칼브람 용병단'은 작은 마을인 '콜헨'에 주둔 중이었다. 아까부터 이들이 벤샤르트, 라고 부르는 거대한 하얀 거미는 칼브람 용병단과 함께 콜헨 마을을 지키고 있는 마을의 수호신이었다. -이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단장님."

 

다시 한번 마렉이 부르자, 아이단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그만, 마렉.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잊어서는 안된다."

 

단호한 아이단의 말에 마렉은 속으로 말을 삼켰다. 그 옆에서 리시타는 어두운 표정으로 종탑을 오르고 있는 거미를 올려다보았다. -벤샤르트. 고귀한 거대 거미의 일족. 그리고 리시타의 친구이기도 했다.

 

"벤샤르트......"

 

 

 

마족의 지휘관 샤이닝 샤칼이 이끄는 본대가 포벨로 평원에 진출해 있는 지금, 평원에 가장 인접한 도시 로체스트가 전략적으로 가지는 의미는 컸다. 원래부터 로체스트는 포벨로 평원의 방어를 위해 지어진 요새도시였고, '아율른'이 무너진 지금 왕국에서는 제일 큰 도시이기도 했다.

왕성 타라타의 왕족들이 어느 날 실종되고, 국왕은 은신해버린 지금 왕국을 이끌고 있는 것은 법황 휘하의 법황청이었다. 법황청의 명에 따라 왕국 기사단은 그 주력을 로체스트에 주둔시키고 있었다. 왕국 기사단장인 카단과 그 부단장인 루더렉 역시 로체스트에 머물고 있었다.

기사단장 카단을 제외하면 샤이닝 샤칼을 막을 자가 없었기 때문에 카단은 보통 포벨로 평원에 직접 나가있는 경우가 잦았다. 자연스럽게 성내의 치안은 부단장인 루더렉이 맡게 되었다. 루더렉은 치안을 맡은 이후로 특히나 선착장의 경계를 강화했다.

포벨로 평원에서 수로를 통해 온다면 로체스트의 선착장으로 잠입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루더렉은 선착장에 상주하는 병력을 늘리고 검문을 강화했다. 때문에 배에서 내린 사람들이 신원확인과 방문 목적을 기록하고 심사받기 위해 길게 늘어서는 것은 이제 로체스트 선착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이름."

 

병사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앞에는 많은 이들이 로체스트에 온 이유와 자신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투구의 가리개 사이로 늘어선 사람들을 힐끗 쳐다본 병사는 오늘도 밥을 제시간에 먹기는 글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음."

 

자신의 앞에 선 사내에게 작성한 통행증을 넘겨준 병사는 기계적으로 말했다. 통행증을 받아든 사람이 옆으로 비켜나자, 병사의 앞에 선 것은 로브를 두르고 후드를 눌러쓴 이였다. 후드를 깊게 눌러쓴 나머지 얼굴의 반 이상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보통 이렇게 꽁꽁 싸매고 다니는 사람들은 경계 대상이었기 때문에 병사는 순간적으로 상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검을 가지고 있군.'

 

병사의 눈은 상대의 허리 춤에서 멈추었다. 로브로 가려져 있긴 했지만, 불룩 튀어나온 모양새는 틀림없는 검이었다. 무장을 하고 자신의 얼굴을 가린 승객. 더더욱 수상했다.

병사는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선착장의 치안을 위해 파견된 다른 병사들도 경계를 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비록 출입심사나 하고 있다고는 해도 이들 역시 왕국 기사단의 병사들이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한 대비는 모두 하고 있었다.

 

"......이름."

 

무슨 일이 있다면 자신도 언제라도 검을 빼들 채비를 마친 병사는 천천히 상대에게 물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상대에게서 흘러나온 대답에 병사는 자신도 모르게 힘이 살짝 풀리는 것을 느꼈다.

 

"피오나."

 

목소리가 여성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낮게 깔긴 했지만, 확실히 여성의 것이었다. 병사가 이름을 적지 않고 있자 상대가 다시 한번 말했다.

 

"피오나. F로 시작하는 피오나에요."

 

"아, 아아......그래, 피오나 씨. 어디서 왔소."

 

상대의 말에 정신을 차린 병사는 다시금 긴장하면서 상대의 이름을 적었다. 무기를 가지고 다니는 여자는 더욱 흔치 않다. 잠시 멍하긴 했지만, 오히려 경계 레벨은 조금 전보다 더욱 올라가 있었다.

 

"남부에서 왔습니다."

 

"남부? 정확한 지명을 말하시오."

 

병사의 물음에 피오나는 잠시 멈칫한 기색이었다. 여성, 무장, 출신을 모호하게 밝힘. 이 얼마나 수상한 조합인가.

그러나 병사의 기대와는 달리 피오나는 이내 입을 열어 대답했다.

 

"라인스터에서 왔습니다."

 

"......라인스터라고? 라인스터라면 붉은 기사단이 있는 곳일텐데.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왔소."

 

라인스터의 붉은 기사단은 꽤나 유명한 기사단이었다. 상당수가 여성으로 이루어진 그들은 한손검과 방패를 이용한 전투가 특기로, 특히 그들의 방패 방어술은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뚫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적으로 마족을 방어하고 있는 몇 안되는 지방이기도 했다.

 

"용병......일을 찾으러 왔어요."

 

살짝 망설이는가 싶었지만, 피오나의 대답에는 수상한 점이 없었다. 병사는 안도의 의미가 담긴 한숨을 살짝 내쉬며 그녀의 사항을 기록했다. 아직 완전히 경계를 푼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확인하고 기록해야할 사항이 있었다.

 

"후드를 벗어주시오. 당신의 생김새를 기록해야만 출입증 작성이 끝나니까."

 

불시 검문에서 출입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체포. 출입증을 가지고 있다해도 적힌 것과 생김새를 비롯한 인적 사항이 다르다면 체포. 그것을 위해서는 생김새를 대강이나마 기록할 필요가 있었다.

 

"그, 그런가요."

 

"그렇소."

 

병사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피오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결심한 듯 후드를 벗기 위해 로브를 걷었다.

그녀의 왼팔에는 둥근 방패가 매달려 있었다. 왕국 기사단에서는 보기 힘든 형식의 방패였다. 몸을 완전히 가리도록 크게 제작된 기사단의 방패와는 다르게 작고 가벼운 모양새였다. 저러한 방패는 오직 라인스터 지방에서만 만들고 있었고, 그 지방의 방패 방어술에 특화된 형식이었다.

그것을 보고 병사는 확실히 피오나가 라인스터에서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알아볼 사람도 없겠지......"

 

"음? 뭐라고 했소?"

 

"아니, 아니에요."

 

병사는 무언가 들은 듯 했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피오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후드를 벗었다. 그러자 후드에 가려져 있던 금발과, 그녀의 벽안이 드러났다. 상당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병사는 살짝 놀랐다. 솔직히 말하면 검과 방패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러면 되나요?"

 

"아, 아아. 잠시만 기다리시오."

 

피오나는 멍해있는 병사에게 물었고, 병사는 황급히 그녀의 생김새를 적었다.

 

'금발, 벽안, 미인. 검과 방패를 소지하고 있다.'

 

속으로 자신이 작성한 것을 읊은 병사는 완성된 출입증에 기사단의 인장을 찍고는 피오나에게 건넸다.

 

"받으시오. 출입증이니 이것을 가지고 있으면 로체스트에 드나들 수 있을 거요."

 

"감사합니다."

 

피오나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출입증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나서 옆으로 비켜서려는데 병사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아, 잠깐. 아까 용병일을 찾고 있다고 그랬는데."

 

"네, 맞아요."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피오나에게 병사는 짐짓 선심을 쓰는 척 말했다.

 

"멀지 않은 곳에 콜헨이라는 마을이 있소. 그 곳에 가면 용병단을 하나 찾을 수 있을 거요. 칼브람 용병단이라고 근방에서는 꽤나 유명하지. 출신, 성별 가리지 않는다고 들었으니 한번 들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거요."

 

"아, 감사합니다."

 

"아니오. 그럼. 다음."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인사하는 피오나에게 손사래를 친 병사는 다시 앞을 보며 다음 상대를 불렀다. 그리고 한창 상대의 인적 사항과 출신지를 캐묻는 도중, 병사의 머리 속에 한 가지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쪽은 지금 통제되고 있을 텐데......"

Lv25 세오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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