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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03-

세오닌
조회: 1012
2015-06-22 20:06:05

"흠."

 

살짝 한숨을 내쉬며 피오나는 눈 앞의 상황에 대해 생각했다. 우선, 성문은 굳게 닫혀있고 병사들이 그 앞을 가로막고 서있다. 보아하니 지금은 성문을 개방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애원하고 있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금발의 여인이 한 명. 옷의 장식으로 보아하니 여인은 법황청의 무녀임이 틀림없었다. 그 세가 약하다고는 해도 라인스터에도 모리안을 모시는 신전이 있었고, 그를 관리하는 무녀도 있었기에 바로 알 수 있었다.

 

"제발, 내보내주세요."

"안됩니다, 무녀님. 지금은 성문을 열어드릴 수 없습니다."

 

투구로 가려져 병사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병사는 분명 왕국 기사단 소속일 것이다. 현 시국에서 기사단은 법황청을 따르고 있다. 무녀라 하는 존재는 법황청에서도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는 이들이다. 오직 무녀들만이 여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존재를 막아서는 것이 일개 병사에게 쉬운일은 아닐 터였다.

 

'그럼에도 저토록 막는 걸 보면, 상당히 높은 곳에서 내려온 명령인가......흠. 곤란한걸.'

 

피오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들고 나온 여비는 배삯으로 대부분 써버렸다. 수중에는 당장 오늘 밤을 지샐 돈도 없었다. 한 시라도 빨리 콜헨 마을인지 어딘지로 가려고 했는데 시작부터 막혀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병사들이 막고 있는 성문을 힘으로 뚫고 나가는 것도 좋은 생각은 아니다. 범죄자 취급을 받아서야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결국 피오나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만일 병사가 무녀의 부탁을 못이기고 문을 열어준다면 슬쩍 같이 나가는 것이고, 끝까지 문을 안열어준다면 뭐, 오늘은 노숙이라도 하면 될 것이다.

 

"제발요, 저는 그 아이에게 가봐야 해요."

"아, 참......무녀님. 저는 아무것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이건 부단장님께서 직접......"

 

한 동안 병사와 무녀의 실랑이는 같은 곳을 돌고 돌았다. 그것을 지켜보던 피오나는 아무래도 글렀다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 그 때, 성의 안쪽에서부터 한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잠깐 멈춰서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기사의 시선이 피오나에게서 잠시 머물렀다가 이내 병사와 무녀에게로 옮겨갔다. 병사와 무녀의 실랑이를 본 기사는 무슨 일인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병사. 무슨 일인가."

'어라, 여자야?'

 

기사가 병사에게 묻는 목소리를 듣자, 피오나의 눈이 살짝 커졌다. 잘생긴 남자라고 생각했더니만,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여성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놀랍다는 생각을 하던 피오나는 피식 웃었다. 생각해보니, 피오나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이었다.

 

"아, 드윈 님. 어쩐 일로 성문까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어째서 무녀를 막고 있는 거지?"

"용병단의 일로 루더렉 님이 성문의 출입을 통제하라고 하셨습니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고 하시기에....."

 

병사의 대답을 들은 기사, 아마도 드윈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기사는 무녀를 돌아보았다.

 

"분명, 콜헨 마을의......"

"티이, 티이에요. 기사님. 제발 저를 보내주세요."

 

무녀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눈빛으로 기사를 올려다보며 애원하듯 말했다. 기사는 끙, 하는 소리를 내고는 시선을 돌렸다.

 

"그, 밖은 상당히 위험하다. 알고 있겠지만, 콜헨 마을의 거대 거미가 종탑을 부수며 난동을 부리고 있는데 무녀를 함부로 밖으로 내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래도 그 기사는 기사단 내에서도 상당한 위치에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녀에게 하대를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피오나는 완전히 생각을 굳혔다. 저 정도 위치의 사람이 와서 길을 막는데야 무녀라고 해도 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좋은 잠자리를 찾아보는게 나을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성문으로 오던 길에 거지 한 명을 봤는데, 거기라면 밤이슬도 피하면서 하룻밤 자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을 굳힌 피오나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려는데, 뒤에서 기사의 목소리가 그녀를 붙잡았다.

 

"그 쪽의 용병. 이쪽으로 와보도록."

 

피오나는 고개를 갸웃, 하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친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피오나를 부른 것이 확실해 보였다. 피오나는 뭔가 내키지 않았지만 기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기사의 앞에 서면서 피오나는 힐끗, 무녀를 보았다. 피오나와 같은 금발을 가진 무녀는 여전히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문득, 무녀의 시선이 피오나의 시선과 마주쳤다. 순간, 피오나는 화들짝 놀라며 시선을 돌렸다.

 

'......뭐지, 이 느낌은...'

 

마치 함부로 마주할 수 없는 존재와 눈이 마주친 것 같은 기이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시 무녀를 보았을 때는 그러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피오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한 생각을 길게 할 수는 없었다. 기사가 그녀를 불렀기 때문이었다.

 

"용병이 맞나?"

"......뭐. 용병이죠."

 

자기가 그렇게 불러놓고서는, 이라고 속으로 삼킨 피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기사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작은 주머니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잘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돈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기사는 주머니를 피오나의 손에 쥐어주며,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무녀를 데리고, 거지의 앞에서 보도록 하지."

"......?"

 

뭐라고 대답할 사이도 없이 기사는 피오나와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말했다.

 

"개인적인 의뢰가 하나 있다. 이 무녀를 대성당까지 호위하도록."

"......아니, 이봐요. 대성당은 바로 저긴데....."

 

피오나는 여기까지 오며 보았던 기억을 더듬어 대꾸하려고 했지만, 기사는 무녀를 피오나쪽으로 툭, 하고 밀었다. 무녀가 순순히 오는걸 보니, 아무래도 무녀에게도 무언가 언질을 던진 모양이었다. 아마 피오나가 뒤로 돌아선 그 때겠지.

 

"부탁드려요. 용병 님."

 

무녀는 작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나 확실하게 말했다. 피오나는 끙, 하며 기사에게서 받은 주머니를 챙겼다. 어쨌든 돈이 필요했던 참이고, 곤란해보이는 무녀를 어떻게든 도울 수 있을 것 같으니 어울려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가시죠."

"네."

 

무녀는 걸음이 그다지 빠르지 않았기에 피오나는 천천히 걸어야 했다. 거지가 있던 곳까지는 성문과 먼 거리가 아니었으나, 무녀의 걸음이 느린 탓에 꽤나 오래 걸어야 했다. 이내 거지가 있는 곳에 도착한 피오나와 무녀는 기사를 기다렸다.

 

"한 푼 줍쇼."

 

거지가 무녀의 앞으로 텅 빈 그릇을 내밀며 불쌍하게 말했다. 무녀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녀의 복장에는 무언가를 보관할 만한 주머니는 없어보였다. 그렇다고 무녀가 가방을 메고 있는 것도 아니니 아마 무녀는 한 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리안을 모시는 무녀이니 거지에게 무언가를 해주고는 싶을 테지.

 

"......하하."

 

피오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곤란한 표정을 짓던 무녀가 애원하는 눈길로 피오나를 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돈이 없다고 할 수도 없는게, 저 무녀는 이미 피오나가 기사에게 돈을 받는 것을 봐버렸던 것이다.

결국 피오나는 살짝 한 숨을 쉬며 동전 몇개를 거지의 그릇에 넣어주었다.

 

"고맙습니다, 용병 나리."

 

거지는 고개를 숙이며 연신 감사를 표한뒤 자신의 자리로 물러났다. 피오나는 한층 가벼워진 주머니의 무게를 느끼며 속으로 혀를 찼다.

 

"감사합니다. 저, 제 이름은 티이라고 해요."

 

무녀가 곁에 다가와 서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이름을 알려달라는 의미 같았다.

 

"아, 피오나라고 부르세요. 무녀님."

"후후, 그렇게 딱딱하게 구실 필요 없어요. 그냥 티이라고 부르셔도 되요."

"......생각해보겠습니다."

"피오나 님은 용병이신가요?"

"아, 뭐. 일단은......이랄까요."

 

피오나의 말에 무녀, 티이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미소가 왠지 기분 좋아서 피오나는 그녀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아, 거기 있었군."

 

그 때, 예의 기사가 둘을 향해 다가왔다. 기사는 가까이오자마자 거지에게 돈을 몇 푼 쥐어주며 무어라고 말했다. 직후에 거지가 주섬주섬 짐을 챙겨 어디론가 가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자리를 비켜달라고 한 듯 했다. 거지가 사라진 뒤, 주변을 둘러본 기사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잘 들어라. 별로 시간이 없다. 가까운 곳에 지하수로가 있다. 수로는 콜헨의 선착장과 연결되어 있다. 헤메지만 않는 다면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콜헨에 도착하면 무녀를 종탑으로 데려가라. 종탑은 매우 크니까 멀리서도 잘 보일거다."

"자, 자, 잠깐. 그러니까 지금 이 무녀님을 밖으로 빼돌리려는 생각입니까? 이봐요. 그런 짓 하다가 걸리면 나는 어쩌란 말이에요?"

"걸릴 생각은 안해도 된다. 수로는 현재 폐쇄되어 있고,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니까. 어쨌든, 시간이 없다. 칼브람 용병단이 발리스타를 차출하러 왔다가 돌아간지 시간이 꽤 되었다. 우리가 주지 않았으니 자신들의 창고로 가지러 갔겠지. 그들의 창고가 거리가 조금 있다고는 해도 지금쯤이면 종탑을 향해 출발했을 거다."

 

기사의 말에 티이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벤샤르트......"

 

누군가의 이름을 웅얼거리던 티이는 피오나의 팔을 잡고 애원하듯 말했다.

 

"피오나 씨. 도와주세요. 제발. 저는 그 아이에게 가봐야해요."

"......아이?"

 

중얼거리듯 물은 말에 대답한 것은 기사였다.

 

"벤샤르트라는 거대 거미다. 콜헨 마을의 수호신과 같은 존재지. 덕분에 기사단도 콜헨 쪽에는 병력을 증파하지 않았어도 되었었다. 하지만 지금 그 거미가 날뛰고 있어. 성문의 통제도 그 때문이다. 듣기로 무녀는 그 거미가 어렸을 때부터 키워왔다고 하더군. 그 거미는 중요한 전력이기도 하니까, 무녀가 가서 진정시킬 수 있다면 기사단으로써도 나쁠게 없지."

"그런 이유에서 무녀를 보내주는 겁니까?"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잠시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기사는 별 다른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뭔가 더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피오나는 더 묻지 않았다. 피오나는 기사와 티이의 얼굴을 번갈에 쳐다보다가 이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끄응, 뭐 좋아요. 그래. 한 번 해보죠. 지하수로의 입구는 어딥니까?"

 

그 말에 티이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이내 기사는 허름한 문 앞에 멈춰섰다. 단단해 보이는 자물쇠로 잠긴 문 밑으로 물이 조금씩 새어나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문을 열어주지. 콜헨으로 가는 길은 일직선이다. 다른 곳으로 새지만 않는다면 금방 도착할 거다."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낸 기사는 자물쇠를 열었다. 오랫동안 잠겨있었기 때문인지 문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어서 가도록."

 

피오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그 때, 뒤에서 기사가 불러세웠다.

 

"잠깐, 용병. 이름을 알고 싶군."

 

피오나는 뒤를 돌아보며 짧게 대답했다.

 

"피오나. F의 피오나."

"피오나라......내 이름은 드윈이다. 기억해 두도록. 머지않아 만나게 될 거 같으니."

 

그렇게 말하는 기사의 표정은 어딘가 씁쓸해 보였지만, 금새 얼굴에서 사라져버렸다. 피오나는 잠시 드윈이라는 그 기사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어느새 티이는 저 만큼 앞서나가고 있었다.

 

"기다려요, 무녀님! 아니,아니, 티이!"

 

다급하게 티이를 따라잡는 피오나의 뒤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Lv25 세오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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