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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Ep.1 고독한 폐허. 2

그락란라우
조회: 904
2015-10-31 01:26:04
여러분의 소중한 댓글은 힘이 된답니다.

기다리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요 몇 주는 바빠서 좀 늦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분량이 디게 쪼끔이예요. 봐주세엽 ^ㅅ^;





  용병단의 문을 열고 들어온 리시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발에 차이는 서류뭉치를 집었다. 허리를 피며 사무실을 둘러본 그는 다시금 한숨을 내뱉었다. 용병단 사무실은 너무 지저분했다. 리시타는 서류뭉치를 쓰레기 버리듯 집어던졌다. 그러자 뒤따라오던 셀브림이 한마디 던졌다.


  “미친. 돼지우리냐, 아니면 사람 사는 곳이냐?”


  리시타는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리시타는 아무리 정리를 안 하는 사람이라도 이렇게까지 어질러 놓으면 거들떠보지는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셀브림을 쳐다보았다. 셀브림은 휘파람을 불며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리시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적어도 지금 사무실의 상태는 저번 임시 지휘막사에서 보던 것보다는 나았다.


  ‘아직은……, 적어도.’


  바닥에 널브러진 서류를 발로 차며 걸어가던 리시타는 눈살을 찌푸렸다. 더러운 건 둘째 치더라도 벌레가 있는 건 참을 수 없었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리시타와 셀브림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리시타는 사라지라는 듯 손짓했다. 하지만 바퀴벌레는 움직이지 않았다. 리시타가 짜증 가득한 얼굴로 이를 갈았다. 셀브림은 바퀴벌레와 눈싸움을 하고 있는 리시타를 버리고 탁자로 추정되는 서류가 한가득 쌓여 있는 곳으로 갔다. 


  마치 구릉처럼 수북이 쌓여있는 서류더미를 보며 셀브림은 역정을 냈다. 정확하게는 서류더미 위에서 꿈틀거리던 거미가 그의 신경을 긁었다. 그는 먼젓번의 거대거미가 생각난다는 듯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거미가 깔고 앉은 서류뭉치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마침 바퀴벌레를 발로 짓이긴 리시타가 셀브림의 행동을 보며 말했다. 


  “지랄한다. 지랄해. 치우진 못할망정 또 어지럽히냐?”


  “남말 할 처지는 아니지, 아저씨.”


  입꼬리를 말아 올린 셀브림은 쌓인 서류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리시타도 셀브림 곁으로 다가와 힘을 보탰다. 두 사내는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으며 사무실을 어지럽혔다. 어차피 그들이 치울 생각은 없었다. 리시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행동할 예정이었고, 셀브림은 병사들에게 시키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한참을 뒤적이던 리시타가 말했다.


  “오늘 안에 찾을 수 있냐?”


  셀브림이 멈칫하며 리시타를 쳐다보았다. 그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 장담 못하겠는데.” 


  “잠깐 쉬자. 이제 힘들다.”


  서류더미에서 손을 놓아버린 리시타를 셀브림은 기가 찬다는 얼굴로 마주보았다. 


  “뭐 얼마나 찾았다고? 야, 좀만 더 찾아봐. 여기 어디 있다니까?”


  “이 정신병자 새끼야…… 찾았으면 들고 있어야지 그걸 왜 여기다 둬? 이렇게 될 거 뻔히 알면서. 아, 못해먹겠네. 너 혼자 찾아.”


  리시타는 배 째라는 시늉을 해보이고는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청소를 안 했다는 걸 자랑하듯 먼지가 피어올랐다. 셀브림은 리시타의 폭군 같은 행동에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러고는 리시타의 몸을 발로 걷어찼다. 리시타는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는 것으로 폭력에 대한 답을 대신했다. 셀브림은 울상을 지었다. 그리고 일부러 리시타의 얼굴을 조준하여 서류를 떨어뜨렸다. 셀브림의 소심한 복수에 리시타는 몸을 뒹굴어 자리를 피하는 것으로 대항했다. “이 새끼가…….” “소심한 새끼.”


  셀브림은 서류 낙하로는 피해를 줄 수 없자 투척하는 것으로 방법을 바꿨다. 한숨 자려고 준비하던 리시타는 셀브림이 집어던진 서류를 피해 몸을 돌렸다. 셀브림에게 그대로 되돌려주기 위해 서류 하나를 집어든 리시타는 서명인의 이름에 ‘허크’라 적혀있자 흥미를 가졌다. 회피자세를 취해보이던 셀브림은 리시타가 서류를 던지지 않자 멋쩍은 듯 헛기침했다. 서류를 빠르게 훑어보던 리시타가 벌떡 일어났다. 그는 눈살을 찌푸린 채 서류를 노려보고 있었다. 셀브림은 리시타의 급작스러운 행동에 움찔했다. 


  “놀랬잖아. 뭐야?”


  “읽어.”


  셀브림은 리시타가 던져 준 서류를 붙잡았다.


  “줄려면 곱게 주지, 왜 구겨? 구기긴…….”


  투덜대며 서류를 읽던 셀브림의 눈동자가 커졌다. 셀브림은 서류의 날짜를 확인하고 리시타를 돌아보았다. 그가 서류뭉치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들며 말했다.


  “믿을 수 있는 구라냐?”


  “믿을 수 있는 구라가 세상에 어디 있어? 일단 넌 남아서 보고해라. 난 먼저 출발할 테니까.”


  “네가 남아. 너 말 못 타잖아.”


  “아쉽군.”


  셀브림은 리시타에게 서류를 돌려주었다. 그는 곧장 용병단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리시타는 서류를 재차 읽은 뒤 아이단을 찾아 사무실을 나섰다.


  용병단 사무실의 문을 열자 겨울바람이 서늘했다. 리시타는 외투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는 으슬으슬 떨리는 몸을 추슬렀다. 그러고는 곧장 아이단이 있을 장소를 추리해보았다. 문득 마구간에서 말 한 마리가 내뱉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리시타가 고개를 돌려 마구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새 말에 올라탄 셀브림이 리시타를 향해 달려오며 소리쳤다. 


  “대장간!”


  리시타는 빠르게 지나가는 셀브림의 행색을 살폈다. 용병단 사무실을 어지럽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복장이었다. 오래된 외투와 검은 셔츠,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있다. 달라진 건 몇몇 물품이 추가되었다는 것뿐이다. 셀브림은 여행용 배낭을 메고, 허리춤에는 칼 한 자루를 걸고 있었다. 


  셀브림은 리시타가 머리 위로 손을 흔드는 모습에 싱긋 웃었다. 그는 그대로 전력질주하기 위해 몸을 숙이며 속삭였다. “달리자, 질풍!” 뜻을 알아들은 셀브림의 애마는 콧김을 내뿜더니 온 힘을 다해 땅을 박찼다.


  바람을 몰고 가는 듯했다. 리시타는 편자 자국이 그대로 찍힌 지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는 이참에 승마 기술을 배워볼까 생각하며 대장간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장간은 소란스러웠다. 시끄러울 리가 없는 대장간에 웬 소란이냐는 얼굴을 한 리시타는 문을 두드렸다. 


  반응이 없었다.


  리시타는 헛기침을 하고 다시 문을 두드렸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람이 나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안쪽이 더욱 소란스러워졌을 뿐이었다. 의아해하며 리시타가 대장간 문을 열었다.


  “술 처먹고 일을 하니까 이 따위 꼬라지가 되는 거 아닙니까, 예?”


  용광로가 만들어내는 열기는 겨울의 찬 공기를 순식간에 밀어냈다. 그리고 그런 열기와 마주하기 무섭게 날 선 아실의 외침이 들려왔다. 리시타는 대장간 안으로 상체를 슬쩍 들이밀어 소란의 주범을 바라보았다.


  “진정하게, 아실! 퍼거스 씨도 다…….”


  “지랄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단장님이라도 이번만은 그냥 못 넘어갑니다!”


  아실은 작렬하는 용광로의 불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유리처럼 깨졌다는 표현이 어울릴 부러진 칼을 들고 살의를 내뿜고 있었다. 그의 살의에 용광로의 불길이 겁을 먹고 움츠러들었다. 분노하는 아실 앞에서 용병단장 아이단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를 막고 있었다. 그리고 사태를 이렇게까지 악화시킨ㄴ 자는 술에 잔뜩 절어 공구와 함께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상황을 파악한 리시타가 그들 곁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거둬라. 그러다 진짜 누구 하나 죽겠다.”


  리시타가 대장간의 문을 두드릴 때부터 그의 존재를 눈치 채고 있던 아실이 으르렁거렸다. 그는 아무리 리시타라도 간섭하려 한다면 곱게는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네가 네 칼이 부러져봐야 내 기분을 이해하는 건 아니지! 전장에서 명예롭게 수명이 다한 게 아니라 대장장이 잘못 만나서 남은 수명을 채우지도 못하고 부러졌어. 저 인간이 술만 안 취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고!”


  아실의 격렬한 반응에 리시타는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실을 더 자극하지 않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아이단을 쳐다보았다. 아이단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진득하게 묻어났다. 하지만 리시타는 아이단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 아이단은 리시타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실, 자네의 기분은 이해하네. 하지만 오늘이 생애 한 번 있을 제대로 똥 밟은 날이라고 생각해줄 순 없는 겐가?”


  아실은 살의를 내비치면서도 아이단의 말을 경청했다. 리시타는 아이단이 저렇게 아실을 달래고 자신이 데리고 나간다면 별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술 냄새를 풍기며 누워있던 퍼거스가 아실의 임계점을 넘겨버렸다.


  “한 잔 더……, 음냐.”


  “죽여버리겠어!”


  아실의 살의가 한순간 사라졌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 아실이 부러진 칼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리시타는 반응하지 못한 아이단을 대신해 아실을 막기 위해 뛰어들었다. 칼자루에서 잠깐 손을 뗀 아실은 다시 그것을 붙잡았다. 리시타는 급하게 철 부지깽이를 잡고, 아실의 거합을 견제하기 위해 휘둘렀다. 


  칼이 칼집에서 빠져나오는 찰나 리시타의 부지깽이가 아실의 공격 궤도를 틀어막았다. 아실은 방금 전까지 분노하던 인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냉철함으로 목을 노리고 들어오는 부지깽이를 향해 칼을 뽑았다. 


  부지깽이가 잘려나갔다. 그리고 칼의 궤적은 그대로 대장간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아실은 겨울을 얼려버릴 것 같은 차가운 얼굴로 리시타를 노려보았다. 


  “경고는, 언제나 한 번이다. 방해마라, 검마(劍魔).”


  지붕의 파편을 피하며 리시타는 아실의 시선을 받았다. 이명(異名)에 맞지 않게 그의 두 눈은 한없이 고요했고, 마음에는 평정이 가득했다. 


  “민간인을 상대로 폭력이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나? 정신 차려라, 아실. 전장의 반려가 반쪼가리가 돼서 화나는 건 이해한다만, 애초에 대장장이의 실력을 알아보는 것도 우리가 해야 되는 일 아니었나? 무턱대고 맡긴 네 실수다. 그만 분노를 거두고 납병식이나 하러 가라. 함께한 시간이 긴 무기를 그대로 놔둘 생각은 아니겠지? 납병식 이후에도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면 상대해주마.”


  아실은 너무나도 고요한 리시타의 눈을 차갑고 냉철하게 노려보았다. 그는 부러진 칼을 칼집에 되돌리며 등을 돌렸다. 그가 대장간을 나가며 말했다.


  “납병식 이후에 선착장 공터에서 보자.”


  아실의 목소리에 살의는 없었다. 하지만 대장간은 얼어붙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아실이 대장간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용광로의 불길이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아이단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얼굴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자네가 와서 다행이네.”


  “똥 밟았습니다. 저놈, 저거 한번 눈 까뒤집으면 장난 아니란 말입니다. 진짜 재수없으면 오늘 둘 중 하나는 죽을 겁니다.”


  “미안하네…….”


  “됐습니다. 그건 그렇고 허크가 지원요청을 해왔습니다.”


  아이단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얼굴을 해보였다. 얼마나 난처한 상황이기에 허크가 지원을 요청해왔는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리시타는 아이단에게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길을 택했다. 리시타가 건네준 서류를 받아든 아이단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아이단이 이마를 짚었다. 그의 현재 심정을 대변하듯 반으로 잘린 대장간이 소란스럽게 떨기 시작했다. 아이단이 말했다.


  “놀이라……, 파견은 어떻게 됐나?”


  “셀브림이 갔습니다. 용병단을 움직일 수는 없으니까 취한 조치입니다.”


  “자네들 판단이야 의심할 여지조차 없지.”


  리시타는 아이단이 보내는 무한한 신뢰가 부담스러웠는지 손사래 쳤다. 그 모습에 아이단은 입가에 미소가 걸리는 걸 참기 힘들었다. 리시타는 점차 요란스럽게 변하는 대장간을 둘러보다가 말했다. 


  “아실이 축(軸) 까지 잘라버렸나 봅니다.”


  “그러니 그가 신검(神劍)이라 불리는 게지.”


  “틀린 말은 아니군요. 아, 단장님.”


  “뭔가?”


  리시타는 아이단의 가슴팍에 시선을 고정했다.


  “구멍난 데는 괜찮으십니까?”


  아이단은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되물으려다 리시타가 종탑에서의 일을 언급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피식 웃더니 리시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급소에 맞은 건 없네. 거기다 이비가 있잖은가? 걱정할 게 뭐 있겠나?”


  “같이 투입됐던 애들 말로는…….”


  “자, 일단 나가지. 축이 베여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곳 아닌가?”


  아이단은 널브러져 있던 퍼거스를 둘러멨다. 앞서가는 아이단의 뒷모습을 리시타는 아실을 바라볼 때처럼 고요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갈라진 대장간의 지붕으로 눈꽃이 스며들고 있었다. 

  

*



추가본이 과연 언제 올라올까요? 

헿..



  디게 짧죠? 원래 더 내용이 있는데, 뭐 그건 다음에 올 때 붙여넣기로 하고!


  

Lv36 그락란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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