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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템] 학생 프로젝트에서 스팀 얼리액세스까지,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지난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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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803
추천: 6
2017-06-19 22:14:20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은 과거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SCP 재단' 시리즈, 그리고 호러 영화 '캐빈 인 더 우즈'를 연상시키는 스타일의 게임이다. 다양한 괴물들을 관리하는 시설을 경영하는 것이 유저들의 주요 임무로, 관리를 부적절하게 할 경우 괴물이 탈출해 직원들을 죽이게 된다. 탈출한 괴물들을 제압하고, 괴물들에 대한 적절한 관리법을 찾아가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다. 

게임을 개발한 '프로젝트 문'의 김지훈 디렉터는 학생 프로젝트부터 시작한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이' 스팀 얼리액세스로 출시되기까지 2년 동안의 시간을 공유하기 위해 이번 NDC 2017 강단에 올랐다. 

▲ 프로젝트 문 김지훈 디렉터


■ 시즌 1 (2015년 1월 ~ 2015년 10월) - 팀의 결속력을 다시는 시간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개발 과정, 그 첫 시작은 이렇다. 2012년에 대학교에 입학하여, 매년 게임개발을 위한 팀을 만들어왔으나 매번 실패를 겪어왔다. 그렇게 2014년 12월에는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마음가짐이 들었다. 게임 동아리를 통해 알고 지내던 친구 세명을 모아 넷이서 팀을 결성했고, 졸업 전에 하나라도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어 보자는 일념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처음 인디게임이라고 하면 ‘브레이드’나 ‘림보’ 등과 같이 감성적인 스타일의 플랫폼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당시에는 그런 유의 게임들이 인기를 끌기도 했기 때문에, 감동적인 세계관과 아트 스타일을 가진 플랫포머 게임을 시도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네 명의 팀원중에는 기획자가 세 명에 프로그래머가 한 명이었다. 말하자면 상황에 맞지 않은 게임을 기획했던 것이다. 이후에는 아티스트가 없는 팀의 상황을 고려해 그래픽 리소스가 거의 들지 않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했다. 

당시 때마침 SCP 재단이나 영화 ‘캐빈 인 더 우즈’등의 콘텐츠에 빠져있었는데, 이러한 콘셉트에 맞게 괴물들을 관리하는 게임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주 타이쿤’이나 ‘용사 주제에 건방지다’ 처럼 유사한 콘셉트의 게임을 발견했지만, 괴물을 관리하는 게임은 찾을 수 없었고, 다양한 괴물들을 관찰하고, 관리하면서 이 괴물들이 탈출할 경우 제압할 수 있는 요소를 가진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게 된 것이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개발의 시작이었다. 


이후 개발을 계속 진행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어떤 게임을 만들든 ‘아트’가 없다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께 개발을 할 아티스트를 찾기 위해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아주대와 계원예대가 연계하는 창업캠프에 참가도 해봤지만 그곳에는 게임과 관련 없는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같은 조원의 지인을 통해 게임에 관심 있는 분을 알게 되었고, 지금 배경과 UI를 담당하고 있는 아티스트를 그렇게 만날 수 있었다. 

배경과 UI 아트가 추가되었지만 아직도 부족함이 느껴지던 때, 우연의 일치로 학교 축제 기간에 어느 만화 동아리 부스를 지나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한 창의 그림을 발견했고, 보자마자 첫눈에 반하듯 ‘이거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에는 일단 사진부터 찍어두고, 더 이상 아트를 추가하는 것을 미룰 수 없다고 느꼈을 때 그 그림을 그린 분의 연락처를 수소문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현재 괴물들과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있는 아티스트를 영입할 수 있었다. 참고로 학교 축제에서 본 괴물 그림은 게임 내에서도 등장한다. 


6월 이후로도 개발을 계속됐다. 그렇게 8월이 되자 지구력 고갈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학생 프로젝트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보는데, 프로젝트가 끝나긴 하는지, 또는 스펙을 위해 이 프로젝트가 시간을 쏟을 가치가 있는지 등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외부로부터 얻는 피드백이 거의 없다 보니 첫음 게임을 기획할 때 있었던 자신감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때 내렸던 결론은 검증할 수단을 찾는 것이었다. 만일 검증이 되지 않을 경우 프로젝트를 끝내자는 생각으로 9월부터 11월까지는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텀블벅을 통해 모금을 진행했다. 당시 200만원이라는 목표로 진행했던 텀블벅은 목표 금액의 716%를 달성했고, 총 407분이 후원을 해주셨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도 이런 류의 게임을 기대하는 분이 많다고 생각하게 됐고, 지금까지 우리가 틀린 길로 오지는 않았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텀블벅은 정말 많은 것을 바꾸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프로의식은 없고 그저 '만들자'는 느낌이었다면, 텀블벅 이후 프로의식과 함께 후원자들에게 대한 책임감도 생겼다. 끝낼 만한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라는 것을 모두가 느끼던 순간이었다. 


시즌 1 키워드 

1. 학생 개발의 어려움
- 학생 개발의 어려움으로는 대체적으로 장기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불안과 막막함, 그리고 개발을 위한 공간과 개발 시간에 대한 팀원 간 합의가 없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서로 아는 학생들이 모여 개발을 할 경우 공과 사의 구분이 모호할 경우가 있을 때 또한 어려움이 될 수 있다. 사적인 분위기의 장점을 살려 작업실에서 즐겁게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서로 존중받고 싶어 하는 부분을 배려해주고, 일정 부분에 대한 합의하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2. 팀장의 역할
- 팀을 모으고, 아이디어를 제시한 쪽이 게임에 대한 마음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개발을 진행해 오면서 팀원들을 봤을 때 문득 ‘자신만큼 게임에 대한 열정을 가지지 않은 것 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모두 게임이 성공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믿고 프로젝트를 유지하는 것이 팀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한 명 만큼은 끝까지 유지하고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도록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3. 공간과 시간
-학생의 경우 팀원이 모두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개발을 하는 것이 힘들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업무 효율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서로의 노력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면에서 장점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러 학생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것을 보기도 했다.

4. 검증 수단을 찾는 것이 중요
- 텀블벅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상황에 맞게 검증 수단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당시 팀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가시적인 결과를 원했기 때문에 크라우드 펀딩을 택했지만, 그밖에 많은 검증 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시즌 2 (2015년 11월 ~ 2016년 12월) - 본격적인 개발의 시작!


이후,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다. 텀블벅을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그전까지 팀원을 구할 때 의기소침하던 것이 없어졌는데, 이를 통해 한 명의 프로그래머를 더 영입할 수 있었다. 

2015년 12월에는 지금까지 개발한 게임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당시 내린 결론은 ‘이 정도 퀄리티로는 도저히 안 된다’는 것. 텀블벅을 통해 후원해주신 분들과 게임을 기대하고 있는 유저들을 위해 시스템과 그래픽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Puppet2D를 사용해 그래픽을 전체적으로 개편하면서, 기존에 사각형 형태로 디자인한 캐릭터들을 모두 원형으로 개편하게 되었다.

게임플레이 면에서는 관리 시스템을 간략하게 만들고, 대신 탈출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재설정했다. 처음 아이디어를 생각했을 당시에도 관리에 실패한 괴물들이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매력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또한 본격적으로 스팀에 입주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던 것도 이 즈음이다. 스팀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직접 스팀에 연락하거나 퍼블리셔와 함께하는 방법, 그리고 그린라이트 시스템을 들 수 있다. 당시에는 그 세 가지 방법 중 그린라이트만이 스팀에 입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이 해외에 인지도가 없었기 때문에, 킥스타터(Kickstarter)와 함께 병행해 이름을 알리자고 결정했다. 킥스타터와 그린라이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법은 많은 해외 인디 개발자들도 추천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이후 2016년 2월 한 달은 킥스타터를 준비하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하고 말았다. 영어가 안돼서 피드백이 잘 전달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콘셉트 영상에 구체적인 게임플레이 설명이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린라이트도 마찬가지 이유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간신히 통과하는데 성공했다. 이후에는 데모 버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데모 버전을 출시하기 위한 개발을 계속해나갔지만, 예정했던 기간을 한참 넘어 8월이 되어서야 공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데모 버전을 공개한 이후에도 상당히 버그가 많아 수정판을 네 번은 올렸던 것 같다. 많은 피드백을 받았고, 가혹한 댓글도 있었다. 마음은 아프더라도 도움이 되는 피드백들이었고, 이를 통해 버그를 고치고 콘텐츠를 더욱 늘리면 되겠다는 행복 회로를 가동할 수 있었다. 일단, 게임의 기본적인 콘셉트를 전달하는 데는 성공한 것 같았으니까. 


9월에는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2016)에 참가해 오프라인으로는 처음 게임을 공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저들을 실제로 만나 플레이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어떤 부분에서 어려워하는지 체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11월부터 12월에는 본격적으로 스팀에 입점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11월에 프로젝트 문(Project Moon)법인을 설립했고, 그린라이트 통과 이후에도 남아잇는 서류 작업, 그리고 개발과 수정의 연속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12월 17일 스팀을 통해 얼리액세스 게임으로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을 출시하게 되었다. 



시즌 2 키워드 

1. 킥스타터
- 해외에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을 알릴 수 있었던 계기였고, 그린라이트와 병행해 시너지를 의도했다. 하지만 영어실력의 부족으로 업데이트 및 지속적인 피드백 확인, 홍보가 진행되지 않았고, 해외 홍보에는 구체적인 게임플레이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 협업/ 커뮤니케이션
- 여러 가지 협업 툴을 사용해보면서 최적의 작업 방식을 찾아야 했다. 기능 구현과 회의 시간, 작업 시간, 심지어 점심 메뉴까지 사소한 모든 것들이 팀 작업이다. 각각 팀원마다 적합한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작업 방식이 존재하고, 이것을 서로 알아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3. 스팀 출시
- 그린라이트 통과가 무조건 입점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서류 작업이 필요하다. 그린라이트를 통과했다면, 이후 게임을 출시하고 싶은 날짜부터 약 두 달 전부터 준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관련된 각종 자료들이 있지만, 스팀 측과 비밀 유지 계약이 있어 인터넷을 통해서는 찾는 것이 힘들 수 있다. 

4. 피드백 
- 각 시기마다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며, 받을 수 있는 피드백의 종류도 다르다. 예를 들면 데모 버전을 공개했을 당시 피드백은 “이런 게임이구나”라는 반응을 주로 얻을 수 있었으며, 오프라인 테스트를 통해서는 유저들을 직접 관찰하며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체크하는 것이 가능했다. 또, 스팀 출시 이후에는 유저들의 댓글과 함께 플레이타임이 표기되는 등, 다양한 부분에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 시즌 3 (2017년 1월 ~ 현재) - "우리는 이렇게 배워가고 있다"


2017년 1월부터 지금까지, 시즌 3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스팀 얼리액세스로 게임을 출시한 이후 고민하게 된 것은 ‘마케팅’이었다. 실제로 출시 이후 여러 스트리머들로부터 리뷰 제의가 들어왔고, 500여 개 이상의 리뷰 코드를 만들어 배포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중 1/10정도만 리뷰 혹은 스트리밍을 게시해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1월 초기에는 유튜브에 관련 영상이 적었지만, 어느 날 유명 유튜버가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플레이를 생중계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jacksepticeye’라는 이름의 해외 유튜버가 약 20분 동안 게임을 플레이했을 뿐인데, 조회수는 무려 170만에 달했다. 게다가 그가 스트리밍을 한 이후 약 4,700장이 판매되었다. 

유명 스트리머가 플레이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여러 스트리머들이 연쇄적으로 방송을 진행하기 시작하는 것을 알게 됐다. 덕분에 1월 매출로 이후 3, 4월 운영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얼리액세스 게임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얼리액세스 출시는 개인적으로도 (얼리액세스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비시즈’나 ‘돈스타브’, ‘서브노티카’ 등 얼리액세스를 통해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면서 공부를 계속했다. 해외 웹진인 가마수트라 등에서 올라오는 얼리액세스 게임들의 성공사례를 분석하는 것이 도움이 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꾸준한 업데이트와 눈에 보이는 퀄리티 향상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3월부터는 지속적인 외부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작년 BIC에 참가한 이후 PAX EAST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다녀왔으며, 올 5월에는 교토에서 개최되는 BitSummit 2017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번 돈으로 작업실로 이사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최종 목표는 10월 내 정식 출시를 달성하는 것이고, 10개의 부서와 100여 종의 환상체, 부서 별 기능 등을 구현할 예정이다. 또한, 텀블벅 진행 시 후원자들과 했던 약속도 꼭 지켜나갈 계획이다.

팀 내부적인 목표로는 게임의 완성 이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다른 게임의 개발을 이어나가고 싶다.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이 속한 세계관을 확장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대중성과 인디적 도전성 모두를 가진 게임을 개발하고자 한다. 마블 유니버스처럼 각각의 독립된 작품이 아닌, 하나의 세계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프로젝트 문 만의 IP를 확립해나가자는 생각이다. 


시즌 3 키워드 

1. 얼리액세스
- 라이브한 개발과 피드백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여러 성공한 사례들과 게임 개발자들의 포스트모템, 분석 글을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2. 피드백
-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한 의견을 어떻게 답하고, 게임에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유저들은 대부분 맞는 말들을 보내주신다. 하지만, 현실적인 요소를 고려할 경우에는 앞서 말했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3. 업데이트
- 지속적인 업데이트 또한 버그 수정에 더 높은 비중을 둘 것이지, 아니면 콘텐츠 추가를 위주로 할지, 밸런싱 작업을 할지 등 어떠한 특정 요소에 높은 비중을 둘 것인가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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