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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잭스X소나 팬픽-가로등과 별 47화

아이콘 강철안개 | 조회: 479 |


***

 그날 밤.

 레스타라 부벨르 부인의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

 “마님, 아드리아나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가씨 일행이 방금 떠나셨다는군요.”

 하녀장이 소식을 전하자 레스타라 부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아, 이 분위기. 소나가 화를 낼 때와 쏙 빼닮은 그 모습은 두 사람이 모녀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입양된’이라는 딱지가 무색하리만큼 말이다.

 “그 아이가 지금까지 거기에 갔던 시간을 전부 합해도 오늘만 못하겠군요.” 레스타라 부인이 놀람 반, 비꼼 반의 의미를 담아 말했다. “그래, 어디 어떻게 꾸며 내 앞으로 데려올지 한번 두고 봅시다. 연회 준비는 완벽한가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합니다.”
 “좋아요. 어쨌든 내 딸이 생전 처음으로……. 그래요, 친구들(그녀는 이 단어를 내뱉을 때 약간 망설였다)을 데려오는 거니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해놔야 합니다. 음식은 물론이고, 장소, 시간까지 모든 게 완벽해야 해요.”

 당연한 얘기지만 부인의 입에서 음악을 문제 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소나가 있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하며 풍경과 계절까지 연주에 담아낼 수 있는 그녀의 연주는 완벽 그 이상이었다.

 부인은 안락의자에 잠깐 몸을 기대며 한숨을 푹 쉬었다. 애써 치장한 장식이나 머리가 좀 흐트러졌지만 지금 부인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마음 같아선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푸념을 늘어놓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참고 있는데 이 정도가 무슨 대수겠는가. 그녀의 마음속엔 소나가 데려온다는 ‘친구’ 생각뿐이었다.

 물론 레오나는 아니었다. 레오나와 솔라리 사제단은 문제될 것이 전혀, 한 톨만큼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런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과 친구가 된 소나를 얼싸 안고 칭찬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 폐쇄적이라는 솔라리의 고위 인사와(레오나는 솔라리를 대표하는 단 둘뿐인 챔피언이었다) 연줄을 만들어 놓은 것은 가문의 입장에서 봐도 엄청난 이득이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솔라리에서 ‘오래 전부터 있어 온 부벨르 가문과의 친분 때문에 사제단을 파견했다’라고 데마시아 쪽에 공식 입장을 전해 부벨르 가문의 이름은 거의 하늘을 찌를 듯 높아져 있었다. 럭산나, 그리고 샤우나의 치료로 애를 먹던 크라운가드 가문과 베인 가문에서 공식적으로 감사를 표한 걸 덤 취급해도 될 정도로 말이다.

 문제는 ‘왜’ 일이 그렇게 흘러갔는지 그 전말을 알고 있는 레스타라 부인의 입맛이 썩 개운치 않다는 점이었다. 그녀의 뇌리에 다시 한 번 며칠 전 레오나와 나눴던 대화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부인, 저희들이 여기에 온 건 순전히 루암 잭스 때문입니다.]

 깊은 밤 비밀스럽게 만남을 요청하기에 뭔가 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첫마디였다.

 [잭스? 그 챔피언이 솔라리와 관련 있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그럼 다른 챔피언들을 치료해주신 건요?]
 [겸사겸사입니다. 사실상 핑계에 가깝습니다.]

 딱 잘라 말하는 레오나의 태도에 부인은 적잖이 놀랐다. 진심으로, 이때까지만 해도 레스타라 부인은 잭스를 그저 그 협곡에서 소나를 구해 준 은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소나가 그를 저택에 초대한 것도 레오나와 여사제들을 초대하는 겸, 은혜를 갚을 겸, 저녁이나 한번 대접하려고 그러는 줄 알았고 말이다. 솔라리 사제단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 용병까지 저택에서 묵게 한 건 너무 과하지 않냐고 할 수도 있었지만, 사랑스러운 딸이 어찌나 기뻐하던지 굳이 그런 말을 꺼내진 않았다. 뭐, 부인도 솔직히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그 건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말이다. 

 그런데 레오나의 이야기는 그녀가 전혀, 조금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특별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루암’은 스승님이라는 뜻의 솔라리 고어입니다. 그분은 제 스승님이십니다.] 
 [어머나, 정말 몰랐습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로군요.]
 [당연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말씀드린 적이 없으니까요. 저희는 외부인에게 함부로 솔라리의 호칭을 붙이지도, 알려드리지도 않습니다. 솔라리의 호칭은 오직 솔라리의 일원들에게만 붙습니다. 즉 그분께선 이미 솔라리의 일원이나 마찬가지이십니다. 본인은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으시지만 말입니다.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부인. 부디 부벨르 가문의 힘을 빌려주십시오. 루암께선 이번 사건을 해결하시는 데에 앞장을 서셨으면 섰지, 뒤로 빼거나 음험한 짓을 하실 분이 아닙니다.]

 레스타라 부인이 알 리가 없겠지만 솔라리 고어를 남에게 함부로 알려준다는 건 금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레오나는 이리저리 재거나 말을 돌리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레오나의 태도는 옳았다. 실제로 상황이 꽤 다급했으니 말이다. 아무리 지금은 직접적인 힘이 없다 해도 부벨르 가문은 그 크라운가드 가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마시아 최고 귀족이었다. 잭스를 한 달하고 조금 전에 있었던 ‘협곡 습격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찍혔단 소식을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부인의 태도는 시큰둥했다. 딸의 은인은 은인이고 혐의는 혐의였다. 가문의 힘까지 써서 그를 도울 의무는 없었다.

 [당신은 그를 신뢰하고 있을지 몰라도 제겐 그저 일면식도 없는 리그의 챔피언일 뿐입니다. 정말 그가 이번 사건의 용의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선…….]
 [태양께 맹세코, 그분은 죄가 없으십니다. 제가, 아니 솔라리가 보증하겠습니다. 그분께서 정말 사건의 용의자시라면, 그래서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으신 거라면, 제 목을 걸겠습니다. 그러니…….]

 부인이 뭐라 하기도 전에, 레오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루암을 도와주십시오.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아무리 솔라리에 대해 몰라도 그들이 태양을 걸고 하는 맹세가 가벼울 리 없다는 것쯤은 부인도 알고 있는 바였다. 거기에 놀랐고, 솔라리 전체의 이름을 거는 것엔 더 놀랐고, 목숨까지 걸면서 저자세로 나오는 것엔 엄청나게 놀랐다. 바로 그 기세에 놀라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인 것이었다.


 여기까지가 그날 밤의 회상. 
 그렇다. 바로 그 용병이 문제였다. 레스타라 부인의 눈썹이 확 역 팔(八)자로 돌아섰다.

 “그러니까 그 애를 구해준 게 그 용병이란 말이죠?”
 “네, 마님. 아가씨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이 순간까지 거의 수십 번을 되풀이했을 그 문답의 시작을, 하녀장은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대체 무슨 수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전쟁학회에서 내 딸이 거기 있다고 연락 왔던 것도 그 용병 때문이었고요.”
 “네, 마님. 그것도 아가씨께서 말씀하셨죠.”

 레스타라 부인은 신이 나서 수화를 하던 소나의 모습을 애써 기억 한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사랑스런 딸의 웃는 얼굴만 봐도 모든 안 좋은 기분이 풀어지는 부인이었지만, 지금은 그 안 좋은 기분을 유지해야 될 때였으니 말이다.

 그땐 정말 얼마나 놀랐던가. 혹여 귀하디귀한 딸에게 뭔가 이상이라도 생겼을까 싶어 왕립 병원에서 검사란 검사, 치료란 치료는 모조리 다 받게 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한 기분이 드는 레스타라 부인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는(소나는 에트왈에 대해서만큼은 잭스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몰라도 일단 딸에게 별 이상이 없다고 해서 넘어갔던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 그때 그 용병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소나가 병원에 다니면서 어떤 의사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다더라 하는 헛다리도 짚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더욱 기분이 나빠지는 레스타라 부인이었다.

 그녀는 발딱 일어나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며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체통과 신분을 생각한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지금 부인에게 중요한 건 체통 따위가 아니었다. 하녀장은 이미 익숙한 일인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또 병원에 그토록 자주 갔던 거랑, 열흘 전인가에는 병원에서 아예 그곳에서 하룻밤을 샜던 것도 전부…….”
 “그건 아가씨께서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정황상 그분 때문이었겠죠.”
 “압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레스타라 부인이 차마 그 다음 말을 못하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아가씨께서 그분에게 마음이 있다는 거겠죠.”
 “엠마!” 

 레스타라 부인이 하녀장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아주 화가 났을 때를 빼면. 하지만 부벨르 저택에서 누구보다 오랫동안 부인을 모셔 온 사용인이자, 친구인 엠마 보바리 부인은 그런 경고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실입니다, 마님.”
 “난 인정할 수 없습니다!”

 레스타라 부인은 현실을 직시하고 싶지 않은 듯 씩씩거리다 결국 제풀에 다시 의자에 앉고 말았다. 그녀도 알았다. 아무리, 몇 십, 몇 백번을 생각해도 똑같은 결론밖에 안 나온다는 것을.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하긴 누군들 안 그러겠는가. 이제 갓 스물이 된 공작가 영애가 못해도 중년 이상, 심지어 근본도 없는 용병에게 마음을 줬다니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이던가. 문자 그대로 지나가던 꼬맹이를 붙잡고 물어봐도 코웃음을 칠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아가씨께서 다른 행실 나쁜 영애들처럼 밤 유희를 위해 몰래 나갔던 것도 아니잖습니까. 정황상 밤을 샌 것도 아마 그분의 간호 때문일 텐데. 일단 그것만으로도 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난 다행이라 생각 안 합니다, 엠마. 이 이상 내 화를 돋우지 마세요. 만약, 만약에 조금이라도 그 자식이 딸에게 더러운 수작을 부린 흔적이 나오기라도 한다면,” 레스타라 부인이 칼날처럼 서늘하게 말했다. “내 손으로 직접 죽여 버릴 겁니다.”
 “그럼 지금까지 그분이 살아 있다는 건 아가씨의 순결을 증명하는 ‘살아 있는 증거’ 그 자체가 되겠군요.”
 “…….”

 레스타라 부인이 마침내 할 말을 잃고 침묵했다. 하녀장의 승리였다.
 
 엠마 보바리가 레스타라 부인의 전속 시녀 겸 하녀장, 그리고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레스타라 부인의 성질이 불같다면, 엠마 보바리는 녹지 않는 얼음처럼 그 불을 식혀주는 역할이었으니 말이다. 소나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물론 레스타라 부인 못지않지만,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바른말을 하는 게 그녀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형태로 둘은 꽤 친하게 지내왔다. 누가 보면 뭐 하나 집어 던질 것 같은 이 험악한 분위기도 그녀들 입장에선 꽤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마침내 레스타라 부인이 화장대 앞으로 가 앉았다. 화를 낼 이유가 사라졌으니 말이다. 이제 대화를 할 차례였다. 하녀장이 능숙하게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를 만져주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모든 건 소나의 것입니다. 지금은 아이가 아직 어리니 내가 맡고 있지만, 언젠가 전부 그 아이의 것이 되겠지요.”
 “아직 그런 소리를 할 나이는 아니시지 않습니까, 부인?”

 하녀장이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이긴 했다. 인생의 중년기를 좀 넘기긴 했지만,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잘 잡혀 있는 부인의 모습은 적어도 10년은 젊어 보였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언젠가라는 겁니다, 언젠가.” 부인이 작게 투덜거렸다. “그 아이가 가장 이상적인, 가장 안정적인 형태로 물려받을 수 있도록 내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 아이를 괴롭힐 주변 시선 따윈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런 시선 따윈 신경 쓸 일말의 가치조차 못 느끼게끔 말입니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지는 법. 소나 부벨르를 흠모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시기하는 사람들 역시 많았다. 그들의 주요 공격 포인트는 역시나 두 가지였다. 말을 못 한다는 사실과, 입양되었다는 사실. 물론 함부로 그 사실을 말하는 사람 따윈 없었다. 소나가 에트왈로 그만큼 풍부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한다 해도 그 두 가지는 레스타라 부인의 역린(逆鱗)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소나가 어릴 때 그 사실을 함부로 언급했다가 작위마저 빼앗기고 비참하게 몰락한 마우리 남작가의 일화는 데마시아 사교계의 공공연한 전설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내 힘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어쨌든 내 딸은 신랑감(그녀는 이 단어를 매우 불쾌하게 말했다)을 찾을 나이고, 나도 그 아이를 평생 홀로 지내게 할 생각 따윈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내가 어미 되는 자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은…….”
 “아가씨께 어울리는 최고의 신랑감을 찾아 드리는 거겠지요. 저도 압니다, 부인.”
 하녀장이 부인의 말을 받아 노래하듯 말했다. 사실 이 말도 레스타라 부인의 입버릇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익숙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건지도 모를 그런 말 뼈다귀 같은, 분수도 모르고 교양도 없고 천박한 용병 따위에게 내 딸을 줄 순 없습니다!” 레스타라 부인이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그 아이는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억지로라도 사교계에 보내서 사람들을 만나게 했어야 하는데, 너무 오냐오냐해줬습니다. 마지막 타협안으로 본 게 데마시아 대표 리그 챔피언으로 나가는 거였는데, 그게 하필 이런 결과로 돌아올 줄이야…….”

 굳이 공격과 방어를 따진다면 소나가 공격 쪽이고 잭스가 그에 쩔쩔매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레스타라 부인이 그걸 알 리도 없었고 설령 알았다 해도 똑같은 말이 나왔을 터였다. 어쨌든 지금은 잭스가 다 나쁜 거였다. 걷는 거부터 숨 쉬는 거, 물 한 모금 먹는 거까지 전부 다. 그는 부인에게 있어 거의 존재 자체가 죄악이나 마찬가지였다.

 “아가씨께서 사람 고르는 눈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안 합니다, 누구 딸인데! 하지만 그 아이는 마음이 너무 여려요. 만났던 기간으로 보나, 신분으로 보나 그 어느 것 하나도 내 딸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런 관계에서 어줍잖게 다가갔다간 마음 여린 그 아이만 다칠 뿐이에요. 그러니 내가 끊어 주겠습니다.”
 “아가씨께서 슬퍼하실 텐데요.”
 “잘못된 선택으로 평생 눈물 흘릴 거리를 만드느니, 차라리 잠깐 눈물을 흘리는 게 낫습니다.”

 하녀장은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닫았다. 사실 그녀도 소나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잭스의 편을 들어주는 형국이었지, 그에게 호감이나 친분이 있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니기 때문이었다. 

 따지고 보면 레스타라 부인의 태도는 너무 당연한 거였다. 아니, 오히려 그나마 딸과의 관계를 고려라도 해줬다는 점에서 여느 귀족들보다 훨씬 성숙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리그의 원로 챔피언이라는 점 빼곤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용병. 
 심지어 나이까지 많다.
 얌전하고 교양 있으며,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운 공작가의 영애. 
 챔피언이란 직함은 장식에 불과하다.

 빈말로라도 어울린다고 볼 수 없는 관계였다. 실제로 부인의 말대로 만난 기간도 최대한 많이 쳐줘서 두 달 정도로 길지 않았으니 말이다.
 
 허나 그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소나가 그를 통해 느끼고, 보고, 그리고 겪은 일들을 생각한다면 결코 가볍진 않은 시간이었던 것은 맞았다. 불행히도 그 사실을 아는 건 극소수의 인물들뿐이라는 점이 문제긴 했지만 말이다. 

 뭐, 어쨌든.

 결론적으로 잭스의 연애 행보는 드넓은 가시밭길이 예약된 셈이었다. 그 끝이 뭐든 간에 말이다.

 그때 방문 바깥에서 다른 하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님, 아가씨 일행이 도착하셨습니다. 정원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세요!” 레스타라 부인이 무슨 출정하는 장군처럼 말했다. “가죠, 하녀장. 완벽하게 퇴치…아니, 완벽한 밤을 만들어 줍시다.”
 “네, 마님.”
 머리손질을 마친 하녀장이 공손하게 인사하자, 레스타라 부인이 기운차게 일어나 문을 나섰다. 하녀장이 그 뒤를 따랐다. 부인에게 보이지 않겠지만, 하녀장의 얼굴엔 조금 미소가 걸려있었다.



 하긴 그렇지 않겠는가, 신분에 나이 차까지 나는데 부모까지 반대하는 사랑이라니.



 당사자야 어떨지 몰라도, 옆에서 보기엔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없을 테니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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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옆에서 보고 있는 우리들은 재밌어 죽겠어요 낄낄

아, 에필로그가 너무 길어지는 거 같아서 그냥 회차로 올립니다. 

Lv73 강철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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