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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잭스X소나 팬픽-가로등과 별 51화

아이콘 강철안개
댓글: 3 개
조회: 1287
2020-05-16 10:45:17

***

 

 -잭스 님.

“!”

 상념에 너무 깊게 잠겨 있던 탓일까, 그는 소나가 가만히 다가와 소매를 잡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고 계세요? 밤바람도 쌀쌀할 텐데.

“아, 저, 정원을 좀 보고 있었소. 보면 볼수록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해서 말이지, 하하.”

 그는 본능적으로 소나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천에 하나라도, 정말 만에 하나라도 이상한 분위기가 될 꼬투리조차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는 소매 너머로 느껴지는 그녀의 손길과, 아스라이 느껴지는 향기에 신경을 끄려 노력했다.

 -정원은 아까 실컷 보셨잖아요.

“…….”

 하지만 소나는 그런 그의 노력을 간단하게 무너뜨렸다. 사실 핑곗거리가 영 시원찮긴 했다. 뭐 얼마나 그쪽으로 조예가 깊다고 정원 타령이겠는가. 결국 말주변이 바닥을 기는 잭스가 할 수 있는 저항이라곤 어물거리며 딴청을 부리는 것뿐이었다.

 물론 잭스 조련(?)에 이골이 난 소나에게 그런 사소한 저항이 먹힐 리는 만무했다. 그녀에겐 굳이 꼬집거나 하지 않아도 잭스의 고개를 돌릴 방법 따윈 적어도 네 가지는 있었다. 소나는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잭스의 팔에서 손을 뗐다. 일종의 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였다.

 -그러고 보니 잭스 님의 퇴원 축하 인사도 못 했네요.

“퇴원 축하는 무슨, 뭐 좋은 일이라고 축하를 하겠소.”

 잭스는 겉으로는 툴툴거려도 소나의 손길이 떠난 것에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나가 그의 머릿속을 유리알 들여다보듯 거의 생각을 읽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그녀의 화사한 목소리가 다시금 그의 머릿속을 울렸다.

 -어머, 그러시면 안 돼요. 데마시아에선 전장에서 무사히 돌아오는 걸 무엇보다 귀중하게 여기거든요. 퇴원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래서 이런 축하 자리에선 가장 좋은 와인을 따는 게 관례에요.

 관례까진 아니었지만 말이다. 어째 잭스와 관련된 일에서만큼은 소악마를 연상케 할 정도로 영악해지는 소나였다.

 와인! 그 한 마디가 잭스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솔직히 아까 레스타라 부인과 한 병 마시긴 했지만 그게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그럴 분위기에서 술맛을 느낀다는 게 말이 될 리가 없었다.

 솔직히 좀 마음의 여유를 찾고 나니 그 한 병이 내심 아까운 잭스였다. 병원에 입원해있을 때도 그랬고 여러 이유로 근 한 달여 간 술 한 방울 입에 못 댔는데, 하필 처음 마신 술이 그렇게 끝나버렸으니 술꾼인 그의 입장에선 감질이 날 만도 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정확하게 짚어낸 소나는, 아예 쐐기를 박을 작정인지 일부러 뭔가를 티 테이블 위에 탁 올렸다. 잭스의 귀가 토끼처럼 쫑긋 세워진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깜찍해라! 소나는 그런 그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아야 했다.

 -그래서 아까 잭스 님이 씻고 계실 때 와인 셀러에서 한 병 가져왔어요. 그런데…제가 부끄럽게도 와인을 잘 몰라서, 일단 하나 들고 왔는데 이게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거짓말이었다. 그가 읽던 술 관련 잡지까지 구독해서 봤던 소나였다. 잭스만큼이야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가 들으면 좋아할 비싼 술이 뭔지 정도는 알았다.

“험, 내가 그쪽은 좀 아니 어디 이름이라도 들어봅시다.”

- 아, ‘붉은 달의 아리아’라고 적혀 있…….

“붉은!” 잭스가 거의 비명 지르다시피 하며 몸을 돌렸다. “붉은 달의 아리아라니! 그, 그그 왕실에만 헌납한다는 그 와인 말이오? 분명 몇 년 전 왕실 경매 말곤 외부로 나온 적이 없었는데! 설마!”

 그가 달려와 와인을 무슨 성유물 다루듯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그리고 라벨을 확인하는 둥, 촛불에 병 밑을 비춰보는 둥 부산을 떨었다. 소나가 약간 깬다는 표정을 짓건 말건, 그는 진품임을 확인하자마자 흥분을 감출 수 없는지 감탄을 연발했다.

“오오, 정말이로군! 진품이야! 그것도 CLE 0년도의 빈티지라니! 허어, 이런 보물을 내가 살아생전에 보는 날이 있을 줄이야! 그라가스 녀석이 알면 질투로 죽으려고 하겠구먼, 하하!”

 -…….

 아까와는 달리 진심으로 웃는 잭스의 모습에서, 소나는 분명 푸른 안개로 싸여 안 보일 텐데도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그의 얼굴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일단 그의 등을 자기 쪽으로 돌리는 건 성공이었다. 미끼가 미끼였으니 말이다. 문제는 미끼의 효과가 너무 지나치게 좋았던 건지 정작 그녀는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남자는 아무리 커도 애야!’라고 언젠가 들었던 어머니의 말을 뼈가 시릴 정도로 체감하고 있었다.

 -…저, 와인에게 질투심을 느낀 건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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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술은 심각함을 덜어주는 장치로 넣었습니다. 
2. 술이란 요소도 없으면 무거워져서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야스각이 서더라고요.
3. 요즘 딴짓좀 했습니다. '용 아가씨와 무명의 영웅'이란 주제로 단편을 썼거든요.
4. 근데 또 버릇 도져서 장편 될 거 같아서 접었습니다.
5. 쓰던 거도 못 끝낸 주제에 무슨 다른 거에...
6. 시즌2가 끝날락 말락 하네요.
7. 댓글 관심 먹고 살지요~

Lv74 강철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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