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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잭스X소나 팬픽-가로등과 별 69화

아이콘 강철안개 | 조회: 1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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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역시 식후의 커피 한 잔은 최고라니까요. 하아, 따뜻해……. 이대로 목욕 한번 싹 하고 한숨 푹 자고 싶다…….”

 베사리아가 노곤하게 말하며 소파에 등을 기댔다. 두꺼운 머그컵을 양손으로 꼭 쥔 채 다리를 오므리고 있는 그녀는 세상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좀 전까지 야채 먹기 싫다고 징징거리던 사람과는 도저히 동일 인물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소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징징거림을 있는 그대로 받아야만 했던 잭스의 목소리에선 심술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주 팔자 늘어졌군. 누가 보면 당신이 손님인 줄 알겠소.”
 “저번에 당신이 가만히 있어 주는 게 도와주는 거라면서요…….”
 “내 말은, 좀 태도라도 보여줄 수 없겠냐 이 말이오.”
 “차 마실 물 끓여줬잖아요……. 자요, 또 끓여줄게요.” 베사리아가 고개도 들지 않고 손가락을 딱 튕기자 한쪽에 있던 주전자가 김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한 잔만 더 타줘요.”
 “빌어먹을, 아주 좋을 대로 부려먹는군.”

 잭스가 잔뜩 골이 났으면서도 얌전히 커피를 타주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어쨌든 베사리아에게도 목숨을 빚지긴 했고, 일단 무슨 일이 있으니 없는 시간 쪼개서 불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어리광을 들어주는 건 이번뿐이었다. 정말로. 잭스는 도합 세 번째의 커피를 타오며 결심에 또 결심을 다지고 다졌다. 그런 잭스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베사리아는 그에게서 머그잔을 건네받으며 다시 순둥순둥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하아……. 이제 좀 정신이 맑아지네요. 소나 양, 그거 어때요? 잘 되는 것 같아요? 저번에 보여줬던 거 조금 더 손본 건데.”

 베사리아가 좀 맑아진 목소리로 소나에게 물었다. 좀 전까지 아기 머리통만한 수정 구슬을 요리조리 만지고 있던 그녀는 부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구슬을 들어올렸다. 예전에 베사리아가 그녀에게 한번 건냈던 그 수정구엔 깔끔한 필체로 써진 문구가 하나 떠올라 있었다. 꼭 소나를 연상케 하는 유려하면서도 예스러운 글씨였다.

 [잘 되는 거 같아요.]
 “호호, 좋아요. 단어 선별도 잘 되는 거 같고, 문장 구성도 나쁘지 않네요. 혹시 생각한 문구랑 시간차가 좀 심한 거 같아요?”

 베사리아가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말하자 소나는 수정구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이것저것 단어들을 머리에 떠올려봤다. ‘에트왈’, ‘와인’, ‘밤’, ‘정원’, 그리고 ‘잭스’. 차례로 단어들이 둥실둥실 떠올랐다. 강렬했던 그날 밤의 파편들……. 소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로 고개를 붕붕 저었다. 수정구는 잘 작동했다.

 …너무 잘 작동해서 탈이었다.

 [자, 잘 작동하는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베사리아 님.]
 “단어들 조합이 좀 수상쩍네요. 잭스, 설마 부벨르 저택에 있으면서 간 크게 엄한 짓 한 거 아니죠?”
 “아, 안 했소.”
 “흐으으응.”

 베사리아의 눈매가 가늘어지자 잭스가 재빨리 부정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수상쩍기 마련이었다.

 “뭐 당신이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하진 않으니까 넘어갈게요. 어쨌든 수정구는 잘 작동하는 거 같네요. 이전부터 서로 어떻게 얘기할지 고민이었는데 훨씬 편해졌어요. 당신이야 소나 양과 소통에 문제가 없긴 하지만, 저나 다른 사람들은 문제가 많으니까요. 아, 그거 가져도 돼요, 소나 양. 선물이에요.”
 [이걸요? 이런 걸 받아도 될까요?]

 소나가 눈을 휘둥그레 뜨자 베사리아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 순진한 모습이 귀여운 것 같았다.

 “그렇게 일일이 놀라면 이쪽이 곤란해져요. 얘기하기 편하게 겸사겸사 만든 거니까 부담 가질 필요 전혀 없어요.”
 […고맙습니다, 베사리아 님. 정말로요. 소중히 쓸게요.]

 소나가 수정구를 꼭 끌어안으며 베사리아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물론 그녀가 의사소통에 있어 일상에서 불편함을 겪고 있는 건 아니었다. 소나는 그녀만의 특별한 수화에 일반적인 수화까지 두루 알고 있었고, 에트왈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말이라는 소통방식에 동경하게 되는 법이었다. 비록 스스로의 입으로 말하는 건 아니지만, 이것만으로도 그녀에게 있어선 커다란 도약이나 마찬가지였다.

 “베사리아, 설마 그거 하나 주려고 일부러 부른 건 아닐 테고. 무슨 일로 부른 거요?”

 옆에서 잠자코 있던 잭스가 조용히 물었다. 사실 그랬다. 겨우 수정구 하나 주자고 일부러 둘을 부를 필욘 없었으니까. 베사리아는 눈을 또록또록 굴렸다. 생각을 정리할 때 나오는 그녀의 오랜 버릇이었다. 오랜 버릇이라고 해봤자 알고 있는 건 잭스나 맨드레이크 정도가 전부였지만.

 “음, 뭐부터 말해야 할까요……. 우선 레스타라 부인께 항의 서한이 왔어요. 아주 정중하고, 굉장히 화가 난 내용으로. 잭스, 소나 양과 정신 연결된 거 부인께 말한 거죠?”
 “…안 말할 수가 없었소.”
 -네?! 잭스 님, 그런 말씀 없으셨잖아요!
 [네?! 잭스 님, 그런 말씀 없으셨잖아요!]
 “컥. 소나, 제발 목소리 좀…….”

 베사리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나의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가 잭스의 머릿속을 쑤셨다. 수정구에 똑같은 내용의 문구가 뜨는 건 덤이었다. 정말 이럴 때마다 그에겐 소나의 고음이 죽을 맛이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거라면 귀라도 막을 텐데, 안에서 들려오는 거니 어쩌지도 못할 노릇이었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 본 베사리아는 한심하단 투로 한숨을 푹 쉬었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소나 양과 당신이 어떻게 대화하는지 대충 알겠네요. 이런 느낌이군요? 그러게 말이라도 좀 해주지 그랬어요, 잭스. 또 혼자서만 끙끙 앓으려고 말 안 한 것 좀 봐. 어휴, 얄미워.”
 “그, 부인께 연을 끊어달라고 들었다고 말하지 않았소?”
 -그 말과 이 말이 같아요? 그런 말을 해버리시면 어떡해요?
 “진정해요, 소나 양. 중요한 부분만큼은 상의 없이 해버리는 게 잭스 스타일이니까……. 그야 정신이 서로 통했다는 거 알리긴 싫겠죠. 이해해요. 그건 잭스가 부인의 마음에 든다 안 든다와는 다른 문제일 테니까. 그냥……. 그냥 잭스가 바보짓 했다고 쳐요. 이미 엎질러진 물 주워 담을 수도 없고.”

 구태여 수정구 따윌 보지 않아도 소나의 우거지상이 된 얼굴만으로도 충분했다. 베사리아는 한숨을 쉬며 소나의 어깨를 위로 삼아 토닥였다. 하여간 잭스는 이게 문제였다. 꼭 이상하다 싶어서 찔러 보면 아니나 다를까 예상이 맞다는 거 말이다. 불길한 예감은 적중할 확률이 크다는 옛말은 잭스 한정으론 그 확률이 한 300%정도 된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소나의 대답은 베사리아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순간 베사리아는 그녀가 잘못 들었나 했지만, 소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 있었다. 그녀 자신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마치 화려하게 피어난 꽃 속에서 잘 벼린 칼날이 고개를 디밀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건 제가 말했어야 했어요. 제가 말하고, 제가 어머니께 인정받아야 할 문제였어요. 누군가에게 제 목소리를 들려드릴 수 있어서 기쁘고, 그게 잭스 님이 상대라 더 좋다고 말씀드렸어야 했어요. 어머니가 걱정하시는 바는 알겠지만, 이 문제는 제가 해결하겠다고, 그렇게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단지, 단지…….]

 소나가 분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청문회 건도 있고 해서 일이 좀 진정된 뒤에 말씀드리려 했는데, 이미 잭스 님께서 말씀드리셨을 줄은 몰랐어요. 제 불찰이에요, 잭스 님. 죄송해요.]
 “아, 아니오. 베사리아 말대로 내가 멋대로 행동한 것도 있고……. 하지만 애초에 그날 밤에 부인께 모든 걸 털어놓을 생각이었소.”

 그 말을 듣는 소나의 얼굴엔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쓴웃음이 걸려 있었다.

 [후후, 그렇죠. 잭스 님은 그런 일을 질질 끄시는 분이 아니니까요. 옳다고 생각한다면 하시는 분이죠. 그게 자신에게 불리하게 되더라도요. 하지만, 그래도 그 일에 대해선 말씀해주실 수도 있었잖아요?]
 “…미처 생각 못 했소. 그건 내 사과하리다.”
 [네, 다음엔 그러시지 않을 거라 믿을게요.]

 이번엔 소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잭스를 바라봤다. 그 미소엔 그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겨 있었지만, 동시에 꺾을 수 없는 단호한 의지 역시 담겨 있었다. 

 그녀는, 잭스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 기분만큼은 분명했다. 분명했기에, 그녀는 그가 스스로에게 함부로 상처 주는 행위를 하길 원치 않았다. 그녀가 모르는 곳에서 상처를 다 떠안고, 잘못을 책임지고 조용히 서있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상처가 상처인 줄도 모르는 것 역시 원치 않았고, 아파하는 법도 모른 채 살아가는 모습 따윈 더더욱 원치 않았다.
 소나는 잭스를 사랑하는 만큼, 그 역시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렇기에 그녀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

 그러나 베사리아는 미소 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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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1. 말씀드렸던 대로 가벼움과 무거움을 적절하게 섞은...

2. 베사리아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캐릭터성이 있는데, 잘 전달되었음 하네요. 단순하다곤 할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마냥 선인도 아니죠. 베사리아라는 인물이 잭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3. 잭스, 소나, 베사리아. 이 셋의 캐릭터성이 초기 설정과는 좀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지금이 좀 더 나은 거 같아요.

4. 음, 어쨌든 베사리아 파트 쓸 때는 재밌어요. 어디에 넣어도 케미가 살아난다는 느낌이죠. 그런 점에선 확실히 소나라는 캐릭터보단 보편성이 좀 더 낫네요.

5. 하지만 소나 역시 성장하는 캐릭터성을 모티프로 잡아놨으니, 뒤를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6. 댓글 감사하고...의견 있으시면 기탄 없이 말해주세요!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관심 먹고 사는 게 글쟁이 아니겠습니까 ㅋㅋ

7. 뭔가 각이다 싶어 여기서 잘랐습니다. 이후 내용도 곧 올라올 겁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Lv74 강철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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