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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잭스X소나 팬픽-가로등과 별 76화

아이콘 강철안개 | 댓글: 1 개 | 조회: 1154 | 추천: 2 |

 소나는 자기도 모르게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이유는 달랐지만 그건 베사리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표정엔 피곤과 짜증이 묻어있었다.

 “…이성으론 이해가 안 가는데 소나 양이 거짓말 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니 참 심란스럽네요.”
 “종류가 다른 마법이라 생각하면 되면 그만 아니오?”

 베사리아가 미간을 꾹꾹 누르며 중얼거리자 잭스가 뭐 어려울 거 있냐는 듯 조심스레 말했다. 딴에는 그녀를 배려하는 마음에 최대한 상냥하게 말한 거였지만, 역효과는 고사하고 베사리아는 그의 말에 아예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설명할 가치조차 없단 뜻이었다.

 “…….”

 차라리 핀잔이라도 줬으면 덜 무안했을 것을. 소나의 애틋한 눈길을 받으며 잭스는 그렇게 소리없이 찌그러져야 했다.

 “솔직히 이걸 파괴하는 건 아무런 문제도 안 돼요. 강도야 별 거 없으니까.” 잭스를 깔끔하게 무시한 베사리아는 오르골을 째려보며 중얼거렸다. “문제는 이거랑, 이거에 조종당하는 사람들을 찾는 게 고역이란 거죠. 소나 양, 혹시 이거 어떻게 찾는 방법 좀 없을까요? 정말 찾는 문제만 해결된다면 나머진 일도 아닌데, 후우.”
 [한번 해볼게요.]

 소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에트왈의 현을 튕겼다. 윙 하는, 뭔가 특정한 음이라고 하기보단 공기가 기묘하게 진동하는 듯한 소리가 방을 울렸다. 소나는 그렇게 현을 튕기기도 해보고, 오르골을 잠시 노려보기도 하고, 다시 현을 몇 차례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몇 분쯤 지났을까, 길다면 길 수도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시간 끝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수정구를 들어올렸다.

 [감지가 되긴 돼요. 되는데…….]
 “되는데?”
 [이렇게 정돈된 환경이 아니라면 저도 좀 힘들 것 같아요. 바깥에서라면 이렇게 가느다란 소리를, 그것도 특정 음만 골라서 찾을 수는 없을 거예요.]

 결국 요점은 베사리아가 환호성을 지를 만한 탐지 능력은 없다는 뜻이었다. 잔뜩 기대했던 베사리아의 표정에서 일순간 그늘이 졌지만 그녀는 금방 회복하고선 미소를 지었다. 아무렴 도와준다고 나서주는 사람이 있는 것만 해도 어디겠는가? 그녀가 지금껏 헤쳐 온 길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주 양호한 편이었다.

 “너무 신경 쓸 것 없어요, 소나 양. 이 오르골의 구조를 알려 준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수확이었는데요. 제가 물어본 건 그냥 겸사겸사 도와달라는 정도였으니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렇소. 그대에겐 더 중요한 일이 있지 않소. 이런 건 베사리아 보고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둬도 되오.” 잭스가 툴툴거리며 말을 이었다. “말한다고 다 받아줄 필요 없소. 해야 할 일 귀찮아서 징징거리는 어린애 투정 같은 거니까. 누구 찾는 거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맡겨 놓으면 어련히 알아서 잘 할거요.”
 “지금 나 욕하는 거예요, 아니면 믿는다는 거예요?”
 “알아서 생각하시오.”
 “얄밉게 자꾸 그럴래요?!”

 베사리아가 잭스의 팔뚝을 꼬집으려 달려들었지만 그는 그녀의 습격을 한 손으로 막아내며 코방귀도 뀌지 않았다. 어떻게든 소나만큼은 베사리아의 마수에 걸려들게 하지 말아야 했다. 휘둘리는 건 자기 하나면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러나 잭스는 알까? 베사리아가 이렇게 막 대하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베사리아에게 특별한 남자였다. 친구로서도, 동료로서도, 그 외 여러 가지 의미로도 말이다. 베사리아 쪽에서 자신의 마음을 말하지 않는 이상 그는 영원히 모를 터였다. 그리고 베사리아에겐 그럴 마음이 없다는 걸, 소나는 잘 알고 있었다. 

 감정 따위를 들어서가 아니었다. 여자의 감이었다. 그래서 소나는 그런 베사리아에게 애틋한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저도 남말 할 처지가 아니긴 한데, 베사리아 님도 참 고생이 많으시네요.]
 “괜찮아요. 이런 일은 고생 축에도 안 끼니까.” 베사리아는 바람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무튼, 잭스 말이 밉긴 해도 틀리진 않았어요. 지금 소나 양은 에트왈을 다시 깨우는 데에 집중해주세요. 잭스는 회복하는 거에 집중해주고요, 알겠죠?”
 “알겠소.”
 “쓸데없는 일에 머리 들이밀지 말란 뜻이에요.” 베사리아가 잭스를 똑바로 바라보며 딱딱거렸다. “당신은 위험한 일에 발부터 들이미는 게 아니라 머리부터 들이미니까 항상 문제라고요. 가서 무슨 일 생겨도 참견하지 말란 말은 안 할게요. 어차피 안 들을 테니까. 대신 몸 사리고, 나한테 연락하기 전까진 움직이지 마요. 알겠죠?”
 “거, 어린애 강가에 보내는 것도 아니고 뭔…….”
 “알겠냐고요.”

 베사리아가 잭스의 말을 맞받아치지도 않고서 말했다. 드문 일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걱정 반, 짜증 반으로 굳어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소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 입장에선 잭스가 반쯤 으깨진 감자 꼴을 하고 돌아온 게 이번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이번이 유독 심했다는 것을. 따라갈 수 없는 이상, 적어도 대답만이라도 딱 부러지게 듣고 싶다는 그 마음을 소나는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맘을 알아챈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얼굴을 굳히면서까지 진지하게 말하는데 그걸 농담삼아 넘길 정도로 잭스는 눈치가 없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그런 일 생기면 먼저 연락부터 하고 움직이리다.”
 “제발,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상황만 살피겠다’고 말할 순 없어요?”

 죽어도 ‘그러겠다’라고는 안 말하는 잭스가 얄미워 죽겠는지 베사리아의 목소리는 유독 신경질적이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초조해하는 건 당연했다. 아이오니아는 에스트렐 일족의 본거지가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었고 잭스는 지금 겉만 멀쩡하지 속은 엉망으로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게다가 자신은 따라갈 수도 없으니, 베사리아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지지 않는 게 이상했다.

 “…….”

 하지만 잭스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도, 이해하면서도 끝까지 베사리아가 원하는 대답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그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베사리아도 그걸 알고 있기에 그가 스스로 말하길 재촉하는 것이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이……!”
 [제가 그러지 않도록 할게요.]

 그리고 베사리아가 터지기 일보 직전에 소나가 조용히 끼어들었다. 그녀는 베사리아를 이해하고 있었고, 잭스의 내면도 이해하고 있었다. 둘은 오래된 인연인 만큼 서로에게 익숙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 입히는 것도 익숙했고, 그 상처를 어떻게 해야 마음속에서 삭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소나는 그게 싫었다.

 [이전엔 잭스 님이 절 지켜주셨어요. 이번엔 제가 잭스 님을 지켜드릴 차례에요. 잭스 님이 몸을 요양하실 동안 반드시 에트왈을 깨울 방법을 찾아내겠어요. 그리고 에스트렐 쪽의 위협이 있다면, 제가 반드시 막아낼 거예요. 그러니…….]

 소나는 잭스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의 머릿속에 울리는 유려한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호한 의지가 깃들어있었다. 그녀는 가만히 잭스의 눈을 바라봤다. 가면 뒤에서, 푸른 안개에 파묻혀 보일 리 없는 그의 눈을 봤다. 그녀는 그와 같은 전사가 아니었다. 하물며 베사리아처럼 막강한 힘을 가진 마법사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건 소나 자신이 더더욱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소나는 잭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믿어주길 바랐다.

 [그러니 이번엔 절, 믿어주세요.]

 더 이상 지켜주는 존재로 남아있기 싫다는 것을, 알아주길 간절히 바랐다.

 “…알겠소.” 잭스가 항복이라도 하는 것처럼 두 손을 들며 말했다. “알겠다니까. 얌전이 있으리다. 이제 됐소?”
 [네, 잭스 님. 고마워요.]
 “고마우면 그런 눈으로 안 봐줬으면 좋겠소.” 잭스가 푹 한숨을 쉬며 말했다. “차라리 베사리아처럼 틱틱대기라도 하던가. 툭 건드리면 울 것 같은 눈을 하고 있으니, 이거 원 고집을 부릴 수도 없고…….”
 “어머, 소나 양이 이렇게 해결해줄 줄은 몰랐네요. 엄청 효과 좋은데요? 앞으로 종종 부탁드릴게요.”

 물론 잭스가 투덜거리건 말건 일단 대답은 받아냈으니 베사리아는 그야말로 하늘을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소나를 향해 엄지를 척 세울 뿐이었다. 그런 베사리아를 향해 소나도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웃지 않는 건 잭스뿐이었다. 베사리아에게 휘둘리는 것도 골치가 아픈데 어째 모양새가 점점 소나에게도 휘둘려지는 꼴이 되어 가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소나가 자신을 다루는 법에 대해 하루가 다르게 터득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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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공백이 길었군요. 다시 올라갑니다.

1. 공백 대비 분량이나 퀄리티는 그저 그렇군요 0<-<



Lv74 강철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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