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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잭스X소나 팬픽-가로등과 별 58화

아이콘 강철안개
댓글: 2 개
조회: 1260
추천: 1
2020-08-05 16:59:11

***

 구태의연하게 다시 말해 무얼 하겠냐마는, 그래도 다시 한번 말하자면 소나와 잭스는 굉장히 이질적인 조합이었다. 잭스 본인이 코웃음을 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거기에 레오나를 끼워 넣은 뒤 두 아리따운 여성이 꾀죄죄한 용병을 옹호하고 있는 상황을 첨가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겠는가? 아마 모르긴 몰라도 주변 사람들의 말문과 생각을 틀어막을 게 뻔했다. 

 “에우테르페(Euterpe, 음악의 여신들) 극장의 오너이자 데마시아 국립 관현악단의 에트왈 비아튜오즈(virtuose, 거장), 오베론 예술 대학 명예 교수, 그리고 부벨르 가문의 정통 계승자이자 전쟁학회의 용병 잭스의 후견인인 소나 루알레 이브리테 드 부벨르 영애입니다!”

  그들 주변에 있던 귀족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청문회에서, 그것도 왕족이 주최한 청문회에서 저렇게까지 자기 가문을 내세우는 건 좋게 말해서 도전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오만방자한 짓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소나는 가만히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단아하면서도 정갈한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놀람, 비웃음, 감탄 등 다채로운 감정이 주변을 휘몰아치며 그녀의 귀를 두드리고 있었다. 놀라는 건 꼭 심벌즈를 힘차게 치는 듯 들려왔고 비웃음은 꼭 빈정거리며 비올라 현을 뜯는 것처럼 간드러지고 불쾌하게만 들려왔다. 소나는 향수와 악취가 가득 찬 방에 들어선 것만 같은 낯설고도 익숙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연주회나 리그 챔피언 등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이런 자리는 피해왔으니,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불쾌감이었다.

 ‘괜찮아.’

 소나는 스스로에게 속삭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예전 같았으면 그 감정의 소리들에 휘말려 익사하듯 정신을 잃거나 제풀에 지쳐 울어버렸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의 소나는 달랐다. 그녀에겐 지켜야 할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겉으로는 거칠지만 누구보다도 상냥한 사람.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고, 죽음을 각오했던 사람.
 정의롭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한계에 번민하면서도, 그래도 노력하는 사람.
 상처가 많은 사람. 그럼에도 자신을 아끼는 법을 모르는 사람.
 가엾은, 사람.

 잭스. 그 이름의 울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주위의 모든 소란이 가라앉는 것처럼 마음이 잔잔해졌다. 아름다운 감정들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찰랑거리며 솟아오르고 있었다. 강인한, 하지만 한편으로는 쌉싸름한 협주곡이 그녀의 마음을 울렸다. 사랑스러운 음색이었다.

 소나는 옆에 서 있는 그의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담담하고 의연한, 어떻게 보면 여유까지 느껴지는 감정 속에 적잖이 당황하는 듯한 감정이 들려왔다. 담담한 거랑 여유로운 건 살아온 경험이 풍부하다 치고……. 당황? 그녀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잭스의 감정이 향한 곳은 주변에 있는 귀족들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이었다. 소나의 마음속에선 의문이 몽글몽글 솟아올랐다. 굳이 여기서 자신에게 당황할 이유가 없었다.

 “솔라리의 일곱 번째 솔 헤로스(Sol`Heroes, 태양 전사)이자 솔레아(Sol`Lea, 태양의 암사자) 치유 사제단의 1급 사제, 그리고 전쟁학회의 용병 잭스의 신분을 보증하는 솔라리의 대리자, 레오나 사제입니다!”

 이번엔 레오나 쪽으로 시선이 몰렸다. 그녀의 모습은 꼭 고결한 대리석 석상같이 느껴져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절로 숭고한 마음이 들게 했다. 개중엔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는 사람들도 있었다.

 소나가 그런 시선을 부드럽게 흘려보냈다면 레오나는 그런 시선 따윈 일말의 신경 쓸 가치조차 없다는 듯 의연한 자세로 서 있었다. 장신구라 해봤자 황금 목걸이 하나가 전부인 하얀 사제복은 아무래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레오나의 매력을 가리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소나와 레오나의 차림새는 묘한 대비를 일으켜 화려함과 우아함, 정갈함과 강인함의 가치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었다. 정말 완벽한 그림이었다.

 물론 둘 사이에 있는 저 흙 묻은 돌멩이 같은 차림새의 용병만 뺀다면 말이다. 

 귀족들의 생각도 전당 앞에 있었던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건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차갑기 그지없었다. 비유를 하자면 적의로 똘똘 뭉친 끈적한 진흙 덩어리랄까, 그런 느낌으로 말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레오나보다 몇 배는 더 신경이 굵고 말 그대로 얼굴에 철판을 깐 그는 ‘그따위’ 시선들을 코딱지만큼도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그를 당황스럽게 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 때문이었다.

 “…큼.”

 잭스는 불편한 듯 다시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결국 곁에 있는 소나와 레오나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아주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둘 다 젊은 나이에 대단들 하시구려.” 

 기운 없이 이죽거리는 그 말투엔 ‘내가 졌다’는 것처럼 질렸다는 감정이 물씬 배어있었다. 아무래도 잭스는 둘을 좀 얕잡아 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니면 그를 지켜주겠다는 말을 어린 아가씨들의 치기 정도로 봤거나. 소나는 그제서야 잭스가 왜 그랬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잭스가 투덜거리는 건 미안하고 머쓱하단 뜻이었다. 
 더 간단히 말하면 부끄럽다는 거였다.

 ‘풉.’

 소나는 잭스의 그런 모습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려는 걸 가까스로 막으며 자연스러운 미소처럼 보이게 애를 써야만 했다. 시선을 돌릴 수 없어 볼 순 없지만 레오나도 아마 자기랑 비슷한 모양이었다. 그녀에게선 인형극을 보는 어린아이의 발랄한 웃음소리 같은 감정이 들려오고 있었다.

 ‘귀여우셔라!’

 소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약간 있었던 불안감과 긴장감도 봄날 얼음 녹듯 어느새 스르르 사라져 있었다. 주변의 귀족들도, 심지어 단상 위에서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는 자르반도 전혀 문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어쩜 이렇게 귀여우실 수 있을까? 아, 정말 잭스는 툴툴거릴 때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본인은 질색하겠지만 말이다.

 “그럼 전쟁학회의 용병, 잭스의 청문회를 개최하겠습니다!”

 시종장의 외침과 함께 소나는 눈을 떴다. 데마시아의 청문회란 특정 안건에 대해 고위 귀족들이 심문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보통은 그 자리에서 가장 높은 귀족이 먼저 심문하는 걸로 시작했지만, 왕족이 껴있을 경우엔 왕족이 먼저 입을 여는 게 관례였다. 

 소나는 시선을 들었다. 허공에서 자르반과 그녀의 시선이 마주쳤다. 위엄 있고 강인한, 내려다보는 것에 익숙한 왕족의 시선이었다. 무례하다는 걸 알면서도 소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다른 귀족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일종의 아집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머?’

 고개를 다시 한번 갸우뚱거릴 뻔한 걸 가까스로 참으며 소나는 자르반에게 귀를 기울였다. 자기 귀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솔직히 자르반에게서 들려오는 감정에 너무 당황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의 표정이나 눈빛은 엄청 진지하고 근엄한데, 들려오는 감정은 마치 장난 한번 뻥 터트리려고 작정하는 악동처럼 경쾌하기 그지없었다.

 보통 아무리 감정을 잘 숨기는 사람이라 해도 눈빛이나 표정에서 그 감정이 묻어나오기 마련이었다. 적어도 소나가 지금껏 겪어본 귀족들은 전부 그랬다. 만약 그녀의 귀가 틀린 게 아니라면, 자르반 왕자는 지금껏 소나가 봐왔던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표정 연기에 능숙한 사람임이 틀림없었다. 

 이 자리가 평범한 무도회나 만찬이었다면 그냥 그런 사람인가보다 하고 넘어갔었겠지만 지금은 얘기가 달랐다. 하필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의중을 파악할 수 없는 상대를 만났단 사실은 그녀를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자기 자랑 같겠지만 소나는 타인의 감정을 듣는 자신의 능력에 나름대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그녀는 이 능력이 여기서  매우 요긴하게 쓰일 거라고 나름대로 기대를 한 면도 없잖아 있었다. 좀 더 정확히는 잭스에게로 오는 모든 공격을 능숙하게 막아내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 앞에서 콧대 좀 높여보려는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자르반의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이상 그녀도 그가 대체 속으로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건지 파악할 수 없었다. 워낙 감이 날카롭다보니 본인도 착각하는 점이었는데, 그녀의 능력은 감정을 들을 수 있는 거였지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침내 자르반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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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내용은 생각한 대로 나오는데 어째 묘사나 전개가 영 맘에 안 드는군요.
1. 아 일단 끝맺고 생각해야겠습니다.
2. 계속 쓰고있습니다. 댓글은 늘 읽고 있습니다.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Lv74 강철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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