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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잭스X소나 팬픽-가로등과 별 65화

아이콘 강철안개
조회: 1178
2020-09-25 14:01:35

#. 전쟁학회

 삼일 후, 전쟁학회의 한 복도.

 -더 있으셔도 되는데…….
 “그 얘기 벌써 다섯 번째요.”
 -‘겨우’ 다섯 번째겠죠, 흥!
 “…….”

 아침부터 실랑이가 계속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한껏 토라진 소나와 난감하게 헛기침을 하는 잭스. 며칠 전과 비교해본다면 놀랄 정도로 화목한 광경이었다.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세는 게 과연 의미가 있나 싶지만, 어쨌든 잭스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도합 서른네 번째 한숨을 쉬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않소. 아이오니아로 가는 것도 미룰 수 없고, 레오나도 어제 떠났으니 말이오.”

 그 말을 할 때의 잭스의 목소리엔 섭섭함과 미안함이 실려 있었다. 고생시킨 것도 미안한데 솔라리의 이름까지 빌렸다는 신세까지 진 모양새가 되어버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레오나나 그 여사제들은 하나같이 뭐 그게 대수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대신 언제고 좋으니 꼭 솔라리에 들러달라는 말만 연이어 할 뿐이었다. 정말 솔라리에 가면 장작 패고 물이라도 길어줘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한 잭스였다. 아무리 선의라 해도, 갚을 수 없는 빚은 역시 괴로운 법이었다.

 하지만 그건 언제가 됐든 나중 문제였다. 지금은 눈앞에서 도끼눈을 뜨고 있는 소나가 더 급했다.

 -저택에서 머물다가 떠나시면 되잖아요. 꼭 오늘 이렇게 가셔야 해요?
 “험, 나도 챙겨야 할 개인적인 물건이라는 게 있는지라…….” 
 -잭스 님, 저도 핑계랑 진짜 이유 정돈 구별할 줄 알아요.

 소나가 찌릿 흘겨보자 그는 애써 딴청을 피웠다. 

 그녀는 절대 녹록한 상대가 아니었다. 차라리 그가 입을 닫고 있다면 모를까, 이렇게 되도 않는 변명으로 넘어가려는 건 절대 봐주지 않았다. 한번 마음속에 들어갔다 온(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이후로 잭스에 대한 소나의 이해도는 적어도 두 단계 이상 높아져 있었다. 우선 잭스가 이렇게 되도 않는 핑계를 댄다는 건 켕기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었다. 

 “미스 부벨르.”
 -이름으로.
 “이름?”

 소나는 걸음을 잠깐 멈추더니 가만히 잭스를 바라봤다.

 -단둘이 있을 땐 적어도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
 -…그날 밤처럼요.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끼면서도 소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부끄러움과 기대로 심장이 요동을 치고 있었다. 그건 잭스의 심장 소리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부끄럽겠지. 가면 속의, 그리고 푸른 안개 속에 숨겨진 그의 얼굴이 달군 쇠만큼이나 벌개져 있을 광경을 소나는 그리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잭스는 여자에게 약했고, 밀어붙이는 여자에겐 더 약했으며, 이렇게 대놓고 밀어붙이는 그녀에겐 속수무책이었다.

 “…소나.” 
 -네, 잭스 님.

 마침내 소나의 입가에 한 떨기 꽃과도 같은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꽃잎 같은 그 입술에 시선이 미치자 잭스는 꾹 눈을 감아야 했다. 그날 밤의 그 짜릿하고도 달콤한 기억이 금빛 꿀처럼 흘러내리는 듯했다. 그는 꾹 참고 간신히 입을 열었다. 뭘 꾹 참았는지는 그밖에 모를 일이었다.

 “부인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도 당신을 무척 아끼고 있소. 청문회도 끝났고 솔라리 사제단도 떠났는데 내가 엉거주춤 붙어있으면 그건 그대에게 민폐가 되지 않겠소.”
 -또 제 평판이 문제가 되는군요, 그렇죠?
 “그렇소.” 

 소나는 살짝 신랄한 투로 말했지만, 이번만큼은 잭스도 딱 잘라 답했다. 잠깐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험악한 기색은 아니었지만, 둘 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가 분명했다. 이 부분만큼은 늘 의견이 맞지 않는 그들이었다.

 “난 혹여나 나 때문에 그대의 평판이 잘못되길 원치 않소. 귀족 사회라는 게 창칼만 안 들었지 전쟁터보다 더하다는 건 아무리 나라도 알고 있단 말이오.”
 -그 바보 같은 귀족 사회는 아무래도 좋아요! 왜 잭스 님이 얼굴도 모르는 그들 시선을 신경 쓰시는 건데요?
 “그야 그대 말처럼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대가 무시 받는 게 싫으니 그렇지 않겠소!”

 잭스는 정말 오랜만에 소나에게 조금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목소릴 높이는 순간 아차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한마디에 소나의 반응이 이색적이었다. 그녀는 울먹이거나 풀이 죽는 대신 그를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었다.

 -진짜요?
 “다, 당연한 거 아니겠소.”

 소나의 목소리가 분홍빛에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서 열기가 전해지는 듯해서, 잭스는 무의식적으로 움찔 몸을 떨 정도였다.

 -왜요?
 “좀 전에 말했잖소.”
 -잊어버렸어요.
 “아니 말이 되는 얘길 좀…….”
 -어머, 정말 잊어버린 걸요?

 어느새 잭스는 한 걸음씩 다가오는 소나에게 밀려 한쪽 벽에 바짝 붙어야만 했다. 곰 같은 덩치가 가녀린 소녀에게 밀리는 광경은 참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었다. 

 -왜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 받는 게 싫으신 건데요?
 “그야…….”

 물론 잭스는 자기 꼴이 우스꽝스럽건 뭐건 간에 비지땀과 식은땀만 삐질삐질 흘릴 뿐이었다. 혹시나 저 모퉁이에서 사람이 튀어나오면 어쩔까 속이 바짝바짝 말랐다. 그런 잭스를 소나는 여유로우면서도 감미로운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미 그녀는 그 뛰어난 귀로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걸 이미 확인한 상태였다. 

 그녀는 즐기고 있었다.

Lv74 강철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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