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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앙겔라 치글러 박사의 안타까운 나날들(4)

아이콘 강철안개
댓글: 7 개
조회: 4032
추천: 21
2017-10-06 05:25:45

 #. 후일담
 
 “친애하는 블랙워치 동지 여러분, 오늘 긴급히 논의할 사항이 있다.”

 작전이 끝나고 일주일 후, 으레 그렇듯 비밀임무만 없으면 할 일이 더럽게 없는 블랙워치 요원들의 고개가 움직였다. 늘어져 있는 꼴이 거의 널브러진 빨래 수준이었다. 발언자는 맥크리. 혹시라도 누가 말했는지 확인하고자 돌렸던 그들의 고개가 다시 돌아갔다.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야, 부대장님이 또 바람 피다 걸렸다에 10달러.”
 “난 20.”
 “난 30. 반대는 없냐? 내기가 안 되잖아.”
 “결과가 뻔한데 누가 내기 같은 걸 하냐?”

 요원들 사이에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맥크리가 이를 빠득 갈았다.

 “시끄러! 내가 고작 그런 걸 말하려고 긴급하다고 한 줄 알아?”
 “그럼 아닙니까?”
 “맞긴 한데 오늘 말할 건 그게 아냐.”

 요원들에게 중요한 건 ‘맞긴 하다’였지 그 나머지는 알 바가 아니었다. 가벼운 야유와 함께 킥킥거리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개중에선 이번엔 ‘맥크리가 본부 내에서 뺨 맞을지 안 맞을지’에 대해 내기를 흥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누가 이들을 보고 정예 특수부대라고 하겠냐마는, 어쨌든 이게 평소 때 블랙워치의 일상이었다. 어디까지나 레예스가 없을 때 한정이긴 했지만 말이다.

 “실은 우리 대장님의 연애 행보에 중대한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그 순간, 공기가 멈췄다.

 침묵에 침묵이 감돌고, 맥크리가 어라 하는 표정으로 천장이 돌아간다고 느꼈을 때, 그는 이미 대원들에게 멱살이 잡혀 의자에 반 강제로 앉혀진 뒤였다.

 “좀 자세히 말씀해보시죠, 부대장님.”
 “경우에 따라선 즉결 처분이 될 수도 있고요. ‘사랑의 전도사’인 부대장님이 대장님 연애 문제는 다 맡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런 식의 소식은 좀 섭하죠.”
 “아니, 나는…….”

 맥크리는 어리둥절한 가운데서도 어느 샌가 자기 주위에 벽을 만들듯 서 있는 블랙워치 요원들을 볼 수 있었다. 모두들 한 덩치 하는 친구들이 죄다 내려다보고 있으니 그 위압감은 가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맥크리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과장 않고 말하건대, 입 한 번 잘못 놀렸다간 그대로 쥐어 터질 분위기였다.

 “부대장님, 부대장님이 우리에게 가져오실 소식은 딱 두 가지입니다. 하나, 그 두 분께서 거사를 치뤘다. 둘, 곧 장래를 약속한다. 그 두 가지 대답 외에 다른 대답은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그의 어깨에 갑자기 손이 턱 하고 얹혀졌다. “그런데 중대한 문제라뇨. 아마도 부대장 교체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야! 너네 정말 이러기야? 아니 사람 일에 굴곡이 좀 있을 수도 있지!”
 “굴곡? 야, 창고에 있는 라디오 펜치 좀 가져와 봐. 우리 부대장님께서 몸에 굴곡이 좀 생기고 싶으신가 보다.”
 “잠깐만! 일단 얘기나 좀 하자! 해결책도 있어! 진짜로! 저번에 놀이공원 보낸 것도 나쁘지 않았잖아! 이번엔 진짜라니까! 한 방에 만리장성까지, 기정사실까지 오케이라고!”

 맥크리가 여자 꼬실 때 이상으로 머리를 열심히 굴리며 혀를 놀리자 그의 어깨를 짓누르던 손이 약간 힘을 뺐다. 이것들이 진짜……. 맥크리는 속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았지만 꾹 참았다. 그는 다시 한 번 예의 ‘그 작전’을 맡겠다고 큰소리 탕탕 친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었다.

 가칭 ‘악마는 천사와 춤춘다.’ 작전.

 네이밍 센스도 참 더럽게 없는 이 작전의 입안자는 바로 그 자신, 맥크리였다. 몇 달 전 레예스에게 앙겔라 박사가 살갑게 구는 걸 보고 하필 그날 저녁에 있었던 술자리에서 그 얘길 꺼낸 게 화근이었다.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깨닫고 보니 그는 ‘앙겔라 치글러 박사와 가브리엘 레예스 대장을 이어준’다는 말도 안 되는 비공식 임무를 맡은 몸이 되어 버렸던 것이었다.

 그가 이 말을 꺼냈을 때 다른 대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하긴 그도 그럴 만한 것이, 가브리엘 레예스가 앙겔라 박사와 친하게 지낸 이후로 눈에 띄게 물렁해졌기 때문이었다. 본인도, 그리고 블랙워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변화였지만 그들은 알 수 있었다. 단적인 예로 매일 있는 체력 단련(을 빙자한 전투 훈련)을 무려 5분이나 일찍 끝내주는 것이 있었다. 겨우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러냐는 말은 모르는 사람들이나 가능한 말이었다. 그들은 알았다, 레예스라는 인간이 훈련 때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기로는 옴닉 저리가라 할 정도라는 것을…….

 하여간 이대로 그 둘의 관계가 진전된다면 분명히 레예스의 성격도 좀 더 원만해질 터였고, 그러면 블랙워치 요원 전체도 한결 생활하기가 편해질 것은 분명했다. 개중에는 아예 지금의 미적지근한 관계를 넘어 기정사실을 만들기를 바라는 요원도 있었다. 가령 결혼이라든가, 결혼이라든가, 이도저도 아니라면 결혼이라든가! 가뜩이나 레예스의 나이도 나이였기 때문에(다른 건 다 포장한다 치더라도 나이는 어쩔 수 없이 않던가) 앙겔라 치글러 박사는 그들에게 있어 지옥에 내려온 처음이자 마지막 구명줄이나 마찬가지인 존재였다. 그런 소중한 구명줄에게 문제가 생겼다니, 이들이 맥크리를 삶아 먹으려고 벼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래서 뭡니까? 그 대단하신 해결책이.”
 “기정사실에 만리장성까지 쌓을 수 있는?”
 뒤에서 어떤 여성 요원의 목소리가 넉살 좋게 말을 받자 킬킬거리는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새어 나왔다. 주거니 받거니 아주 쿵짝이 잘 맞는 모습들이었다.
 “그야 분위기 잡기에 가장 좋은 건…….” 맥크리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로 여행 아니겠어?”
 “여행요?”
 “그래, 여행. 봐, 내가 이렇게 계획까지 좍 짜 놨다고. 우리 칙칙한 대장님 성격을 고려해서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스위스 쪽으로 말이야. 생각해 봐, 탁 트인 자연 경관에 단 둘이서 모닥불 피우고 앉아 있는 낭만적인 밤을 말이야. 그럼 이렇게 저렇게 마음 속에 숨겨 둔 얘기 하나 둘쯤은 꺼낼 거고, 그렇게 가까워지는 거지. 말은 별로 안 해도 돼. 자고로 여자는 분위기에 약한 법이니까.”

 ‘아주 여자 꼬시는 데엔 도가 텄구만…….’

 신이 나서 나불거리는 맥크리를 보며 대원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떠오른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다. 어쨌든 그가 휘적휘적 휘두르는 태블릿 PC에는 무려 6박 7일의 꽤나 상세한 여행 일정이 짜여 있었다.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쳐도 상당히 괜찮은 루트로 말이다. 여자 대원 하나가 꽤나 감명 받았다는 얼굴로 감탄의 말을 내뱉었다.

 “와, 진짜 계획 잘 짜시네요. 그런데 왜 그렇게 만날 차이는 거예요?”
 “그야 사랑은 움직이는 거니까!”
 “아무렴요.” 말을 꺼낸 여자 대원은 넌더리가 난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런데 부대장님?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요.”
 “왜? 뭐가 문젠데? 일정은 완벽하다고. 우리 대장님도 앙겔라 박사도 일 중독자들이어서 휴가가 밀렸으면 밀렸지 모자라지도 않을 텐데 말이야.”
 “바로 그거에요. 우리 대장님, 일 중독이셔서 이번 작전 사후처리로 몇 주는 끙끙거리실 텐데요. 그럼 이거 물거품 되는 거 아니에요?”
 “…….”

 그 점은 생각 못했던 것인지 맥크리의 누런 얼굴이 순식간에 죽은 오징어처럼 허옇게 변했다. 그를 바라보는 요원들의 마음속에 다시금 불만이 이스트 넣은 찐빵처럼 부풀기 시작한 건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럼 그렇지. 어째 잘 나간다 했다. 야, 아까 펜치 가져온 사람?”
 “잠깐! 잠까안! 내가 해결할게! 내가 해결한다고!”
 “뭘 어떻게 해결하시게요?”
 “내가 끝낼게! 대장님 업무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여행 시작 전까지 끝낼게! 진짜야!”
 “와, 그거야말로 내기감인데. 누구 내기할 사람?”
 “난 삼일 째에 다 때려 치고 잠수 탄다에 10달러.”
 “음, 난 그래도 할 것 같은데? 난 한다에 10달러 걸지.”
 “못한다에 20달러!”
 “…….”

 무슨 내기하다 죽은 귀신에 씌기라도 한 모양인지 또 그의 성공여부를 두고 내기판이 벌어졌다. 어쨌든 그가 하겠다고 했으므로 그는 더 이상 그들의 흥밋거리가 되는 꼴은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맥크리는 알 수 있었다, 이게 한 말에 책임을 지라는 무언의 압박이란 것을……. 그는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주머니를 뒤지더니 뭔가를 테이블에 탕 하고 올려놨다. 지갑이었다.

 “내가 성공한다에 내 지갑 전부! 아니, 다음 달 월급 전부!”
 “이야, 그래야 남자지! 우리 멋진 부대장님께 박수!”
 “시끄러, 이것들아! 이런 놈들도 부하라고, 빌어먹을!”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재빨리 걷기 시작했다. 등 뒤로 야유인지 응원인지 모를 함성 소리를 배경 삼아서 말이다. 상당히 기분이 꿀꿀했다. 괜히 월급을 건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왜냐하면 바로 그야말로 이 블랙워치 요원들 중에서 가장 레예스가 순해지길 바라마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예스의 분노에 가장 가까이 노출된 건 다름 아닌 부대장인 바로 자신이었기에…….

 ‘내가 기필코 성공해서 저놈들 코를 뭉개버려야지.’

 동기야 어쨌든 맥크리는 할 의지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과연 그가 성공하더라도 좋은 결과로 끝날 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었지만 말이다.












잡담

0. 추석 잘 보내세요

1. 전 내일부터 일 나갑시다 흐흐 화이팅

2. 감상 써주시면 감사.

Lv74 강철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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