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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마르시
댓글: 8 개
조회: 29095
추천: 4
비공감: 9
2017-09-22 13:32:15

몇몇 파시스트 같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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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은 두 권짜리인데, 1권은 플라톤의 철학을, 제2권은 헤겔과 마르크스 철학을 비판하고 있다. 칼 포퍼가 이 책에서 생각하는 열린사회의 적들은 바로 플라톤과 헤겔, 그리고 마르크스를 가르킨다.

아니,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처럼 위대한 철학자들을 열린사회의 적들로 비판하다니, 무슨 이유에서일까? 그것은 이들이 전체주의를 정당화하는 철학을 제공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포퍼는 이들이 위대한 사상가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서문에서 자신의 의도가 그들을 헐뜯고자 함이 아니라며 이해를 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비판하는 것은 ‘우리의 문명이 살아남으려면 위대한 인물에 대한 맹종하는 습관을 타파해야 한다는 확신 때문’이라고 말한다.

플라톤의 혐의는 바로 전체주의의 주창자. 포퍼는 플라톤의 정치철학, 즉 철인정치론은 전체주의와 독재자를 옹호하는 철학이라고 규정한다. 히틀러의 나치가 플라톤의 철학을 뒷배로 여겼다는 사실은 의심할 바 없다.

특히 플라톤의 철학은 유토피아주의를 반영하고 있는데, 그의 이상국가론이 대표적이다. 유토피아주의는 이상국가에 대한 완벽한 청사진을 설계한 후 이 설계도에 따라 사회 전체를 변혁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유토피아주의의 기본적인 특성은 비타협적인 급진주의다. 이것은 사회악을 뿌리 채 뽑아 버려야 된다는 확신이다. 유토피아주의자들은 이상을 실현한다는 미명 하에 폭력을 긍정하게 되고 급기야는 폭력을 찬양하게 된다. 나치가 유대인 학살을 태연하게 자행한 것은 이 같은 유토피아주의 주문에 걸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 전체주의와 유토피아주의를 지탱하는 철학은 역사주의다. 역사주의를 거칠게 정의하면, 세상의 모든 사실과 현상은 물론 그 가치와 진리도 역사의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는 입장이다. 칼 포퍼는 이 같은 역사의 법칙은 반증가능하지 않은 까닭에 참된 과학적 법칙일 수 없다며 비판했다. 역사란 현재 살아 있는 인간들의 자유로운 행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아직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예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포퍼의 입장이다.

플라톤은 역사가 진행될수록 필연적으로 타락하는 것이며, 종국에는 일인 독재정치인 참주제라는 자멸적인 형태가 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상국가로 표현되는 국가에서 타락의 진행을 멈출 실마리를 찾는다. 즉 국민은 계급으로 분리되어야 하며, 지배계급은 피지배계급을 ‘사육’하는 수준으로까지 통치해야 하고, 지배계급인 수호자 계급에는 철저한 공산주의를 도입함으로써 국가를 보전하고 타락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칼 포퍼는 이 같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당연히 전체주의로 규정했고, 플라톤을 고대 세계의 역사주의 대변자라며 비판했던 것이다.

칼 마르크스칼 마르크스

헤겔과 마르크스의 혐의 역시 역사주의 철학이다. 포퍼는 헤겔과 마르크스를 근대 세계의 대표적인 두 역사주의자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잘 알듯이 헤겔과 마르크스는 ‘인간의 역사란 역사의 법칙에 의해 진행된다’고 주장했지 않은가.

역사주의자들이 어째서 ‘열린사회’의 적이 되는 것일까? 역사주의는 존재하지도 않는 어떤 필연적 법칙이나 운명의 틀을 인간에게 뒤집어씌움으로써 인간의 자유와 이성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열린사회’가 추구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이성에 대한 반역을 의미한다.

열린사회와 대척점에 있는 전체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은 민족이나 국가와 같은 전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이념을 바탕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고 정부나 지도자의 권위를 절대화하는 정치사상 및 정치 체제’이다. 대통령이 ‘비상시국’을 입에 달고 다니며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청와대와 고위층에 대한 국민의 합리적인 의혹 제기를 원천봉쇄하는 박근혜 정부야말로 전체주의와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니 이들을 열린사회의 적들이라고 할 수밖에.


http://www.injurytime.kr/archives/1794

Lv19 마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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