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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기돌] 여초회사보고서 : 달의 자매편

gayfish
댓글: 35 개
조회: 5672
추천: 87
2017-09-26 11:58:55
"늘 성급하구나, 카스파리안"



이번 주도 어김없이 살무를 돌던 게이피시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부하라도 이거 좀... 무례한 말 아닌가?'



자고로 사적인관계가 아닌 공적인 관계에서는 항상 말을 조심해야하는 법. 
그 자리가 타인의 앞에서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자리가 어떠하던 간에 말 한마디에서 그 사람의 인격이 드러나는 법이고, 나이차가 있건 없건, 직위의 차이가 있던간에 말을 함부러하는 사람에겐 좋은 인상을 가지지 못한다. 그렇기에 대장 야타이의 첫 마디에서 약간의 불편함과 위화감을 느낀 것이다.



"꾸물거리지마, 카스파리안. 승리는 내 거야!"



전투가 진행되는 도중. 날카로운 야타이의 목소리가 또 다시 귓잔등을 건드렸다.
윗 대사는 카스파리안의 체력이 70%가 되어 대장 야타이와 교대하면서 나오는 말인데.. 어째 이건 지시를 내린다기보다 아랫사람을 하대하는 느낌? 물론 야타이는 '대장' 이란 칭호를 갖고있고, '여사냥꾼' 카스파리안과는 상하관계가 뚜렷한건 맞다. 사실 성격이 퉁명스러울 뿐 딱히 못할말은 아니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말은 그정도면 됐어, 그냥 처치해!"



전투중 다시 한번 카스파리안의 말을 끊는 대장 야타이의 목소리를 듣자, 
곱씹어보니 아무리봐도 이건 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흠...


역시 거슬리는건 거슬리다.
개인적인 사내경험이 떠올라서 그런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야타이는 대장으로서의 자질이 부적절하단 생각이 들었다.


명색이 '대장'이라는 직위를 달고 있음에도 '다음 번엔 내가 먼저 공격하겠어 ' 같이 개인적인 욕심이 드러나는 발언을 일삼으며, 카스파리안이 [글레이브 폭풍]으로 적을 처치하자  '효율적이진 않지만, 효과적이야.' 라고 하는등. 그녀의 언행은 '리더' 라기엔 많이 동떨어져 있었다.
 

분명 객관적으로 카스파리안이 시전하는 [글레이브 폭풍]은 효율적인 기술이 아니긴 하다. 단순히 화면을 횡단하는 거대한 글레이브를 던져 랜덤하게 흩뿌릴 뿐. 설정상 수많은 전투를 겪어온 백전노장의 플레이어들에겐 이정도는 눈 감고도 피할 잔기술밖에 되지 않기에, 이 어설픈 기술을 힐책하는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실전에선 가장 위협적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위화감을 느낀 것은 그녀의 언행뿐만이 아니었다.


대장 야타이. 그녀는 카스파리안의 이름을 몇번씩이나 불러 갈궜으면서, 
왜 다른 한명의 달의 자매. 루나스파이어에겐 일언반구도 없는걸까? 
사실 마음에 걸린 것은 이쪽이였다.


생각해보니 살게라스의 무덤을 3달 가까이 꼬박꼬박 돌면서, 야타이의 히스테릭한 언행이 루나스파이어에게 향한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장의 눈엔 단순히 카스파리안만 거슬렸던 걸까?







의문이 생긴 본인은 던전도감과 와우피디아에 접속하여 이 자매들의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녀들의 배경설정, 달의 신전에 위치하게 된 이유 등... 관련된 자료를 읽자, 그간 느꼈던 궁금증이 해소되는 동시에 의외의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단, 공통적으로는 달의 자매들의 대사는 자신들을 '자매들'. 대명사로 지칭하는 대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로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부르는 상호작용은 생각보다 거의 없었고, 예를 들면 "잘했다 자매들이여" 처럼 누구 한명의 이름을 부르기보다는 이득을 보면 자매들 전체의 공으로 치하했다. 즉 카스파리안을 언급하는 야타이의 대사가 이례적인 것이였다.


그리고 새로운 의문점도 생겼다.
달의 자매 개개인을 한명씩 살펴보니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녀들의 대사에 착안하여 세부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1. 대장 야타이 문스트라이크의 경우


예상대로 야타이는 카스파리안에게 여러차례 츳코미(태클)를 걸지만, 
루나스파이어에겐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다음 번엔 내가 먼저 공격하겠어"
(선두로 나간 카스파리안에게 언짢은투로)


"효율적이진 않지만, 효과적이야."
(카스파리안의 글레이브 폭풍으로 적군이 사망시)


"말은 그정도면 됐어, 그냥 처치해!"

"시간을 너무 낭비하는구나, 놈들을 없애버려!"
(카스파리안이 "글레이브가 노래할 시간이다" 라고 허세부리자)




2. 여사제 루나스파이어의 경우


대사의 비중은 셋 다 비슷하지만,
루나스파이어는 엘룬을 찬양하는등 뜬구름 잡는 대사가 대부분이고
화자가 엘룬 or 모험가에 맞춰져 있다. 나머지 둘과 상당히 이질적이다.


"믿음이 없는 자의 최후다!"

"어머니 달께서 우릴 승리로 이끄셨다."

"엘룬의 빛이 천상에 닿노라!"

"여신이시여, 믿지 않는 자를 불태우소서!"

"그 분의 영광을 보아라!"

"이단의 대가를 치뤄라!"

"어머니 달이시여, 저들의 죄를 드러내소서!"


특이하게도 야타이는 루나스파이어에게 무응답이지만,
반대로 루나스파이어는 야타이의 이름을 언급한다(반말로)


"이 이교도들은 내가 제거하겠어, 야타이!"
(야타이 체력 40%. 루나스파이어와 태그. 3페이즈 돌입) 





3. 사냥꾼 카스파리안의 경우


카스파리안의 경우 전투내내 꾸준히 태클을 넣는 야타이에게 
부정적인 대응을 단 한번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두 자매가 성과를 올렸을 때 
소리내어 칭찬하는 등 자매들 간 상호작용이 충실한 편이다. 인싸기질이 다분하다.



"어머니 달께서 기뻐하신다, 루나스파이어"
(루나스파이어가 [월식의 포옹]으로 모험가를 터뜨렸을 때)


"정확하게 맞췄구나, 자매여."
(야타이의 [신속사격]이 적을 벌집으로 만들었을 때)


"날카롭게 베어라."
(달글레이브를 던지며)


"사원은 안전하다, 잘싸웠다 자매들이여.."
(전투 종료. 승전보를 올리며 자매들의 공을 치하)





각 대사들을 토대로 대충 이런식으로 정리가 가능하다.






생각보다 의외였던건 세 자매의 관계가 생각보다 평등하다는 것이였다.


카스파리안은 '대장' 인 야타이에게 존칭을 쓰지 않고, 처음 모험가를 상대할 때도 명령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선두에 나선다. 이는 카스파리안의 전투개시 대사 "첫 제물은 내꺼다 자매들이여" 와 야타이가 자신이 선봉이 되지 못한것에 대해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점에서 유추할 수 있으며, 카스파리안의 대사 "자매들이여 준비해라!" 같이 두 자매를 어우르는 대사는 이들의 관계가 수직적이 아니고 의외로 수평적인 관계라는 걸 드러내고 있다.



※ 정리

- 대장 야타이와 여사제 루나스파이어는 친밀한 관계가 아니며(상호언급 최소), 야타이는 카스파리안과 많이 친해 보인다.

즉, 야타이가 시시콜콜 카스파리안에게 간섭하는건 악의가 있다기 보단 반대로 친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태클이다.

- 여사제 루나스파이어는 엘룬만 부르짖는등 다른 둘과 전반적으로 대사의 느낌이 다르다. 즉 겉도는 느낌이 있다.

- 셋의 관계는 수평적이다. 야타이가 명목상 '대장' 임에도 나머지 둘은 그녀에게 존칭을 쓰거나, 깍듯히 대하지 않는다. 



이쯤에서 지금껏 느꼈던 위화감의 실체를 알 수 있었다.


"왜 야타이는 대장으로서의 위엄이 없는걸까?" 가 그것이다.


사실 달의 자매가 속한 나이트엘프 센티넬은 위계질서가 뚜렷한 집단이다.
게임 내적으로도 부관 센티넬, 엘리트 센티넬같이 직위체계가 확립되어있으며, 많이 알려진 워크래프트 영웅 '부관 나이샤' 가 마이에브에게 깍듯히 충성을 다하는 것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나이샤는 마이에브를 Mistress(주인님)이라 부른다)


하지만 지금 정리된 달의 자매들의 대사를 봤을 땐 이들에게 위계질서란 없어보인다.
과연 무엇 때문일까? 이쯤에서 그녀들의 배경설정을 다시한번 검토해 보았다.
 


<던전도감 : 달의 자매>

달의 자매는 살게라스의 화신이 사원 아래에 묻히기 오래 전부터 이곳을 지키는 감시관이었습니다. 죽음을 맞이한 후에도 자매는 경계 임무를 계속 수행하였지만, 수천 년에 걸친 임무 끝에 무언가 그들에게서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능력을 뒤틀어 놓았습니다. 자매의 광기는 서서히 서로를 좀먹었고, 이제 그들은 신성한 전당에 침입하는 자들을 모두 처치하는 일에만 전념합니다.


단편적인 배경설정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수천년] 이란 단어였다.


까놓고 말해서 나 대장. 너 쫄개. 짬밥타령 하는것도 10~20년이지...
대한민국의 육군병장만 해도 병장끼리 서로 고생했다며 말년에 말을 놓는게 관습화 되어있는데. 얘들은 오죽했으랴? 수천년동안 같이 있었다면 서로 몽고반점이 어딨는지도 알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그 좁은 신전안에서 수 천년동안 함께했다면 더더욱 말이다.


그렇기에 명목상 야타이가 '대장'이지만 나머지 둘에게 말을 트는 정도는 용납하지 않았을까? 까지 생각이 미쳤다. 일단 서로 말은 놓았지만 루나스파이어는 야타이와 여전히 서먹한 상태. 그 감정의 골이 수천년동안 쌓여 지금의 상호작용이 된 게 아닐까?


대충 여기까지 생각이 정리되자,
지금까지의 생각을 지인 B모씨에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뜻밖의 의견을 듣게 되었다.




"일단 이러저러한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확실히... 루나스파이어는 겉돌고 있네요"

"그런경우가 종종있죠. 왕따는 아니고 동료긴 한데.. 왠지 어색한 사이." 

"흠... 한편으로는 사냥꾼계급과 사제계급의 
어떤 미묘한 갈등때문일거란생각도 갑자기 드는데요"

"무슨 뜻이죠"

"야타이와 루나의 분파가 애초에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 이질감일 수도 있죠."

"어?"

"계급서열에서 루나스파이어가 야타이와 계급이 동등하기 때문에 개길수도 있겠죠"

"흠... 인터레스팅..."

"애초에 그 헌트리스는 실무자고, 여사제는 관료느낌 아닌가요"

"여사제와 헌트리스. 사무직과 현장직간 관계랑 비슷한느낌일까요"

"제 생각은 원래 야타이-카스파리안 2인조에서 루나스파이어가 파견을 온거죠."

"카스<야타이=<루나? 흠...이거 상당히...."

"아예 직속부하는 아니고, 약간 아래인듯하면서 대하기 어려운..."

"소속이 다르니까 건드리기 껄끄럽다는거네요"

"그렇죠"

"아~"



지금까지 크게 착각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달의 자매 세명은 같은 '센티넬' 로 묶여져 있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기술이나 성질이 각양각색이었다.


예를들어 [대장 야타이 문스트라이크]
- 무형의 사격 / - 황혼연사 / - 어둠의 화살 / - 신속사격
같이 W3의 아쳐(archer)를 연상시키는 스킬들을 사용했으며,


[사냥꾼 카스파리안]
- 황혼 글레이브 / - 달 글레이브 / - 글레이브 폭풍
과 같이, 전형적인 W3 헌트리스(Huntress)를 유추시키는 스킬셋을 가지고 있다.


[여사제 루나스파이어] 는 어떠한가.
- 달의 화마 / - 달의 징표 / - 월식의 포옹
W3 프리스티스 오브 더 문(Priestess of the Moon)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쯤에서 본인의 머릿속엔
역사적인 워크래프트 영웅. 티란데와 마이에브간의 갈등이 불현듯 떠올랐다.



마이에브... (馬李愛夫)

지금은 감시자(warden)지만,
소싯적엔 데자나라는 스승에게 사제의 가르침을 받던 그녀의 지난날.
그리고 후임이자 연적인 티란데에게 '대사제' 칭호를 뺏기고, 짝사랑 일리단까지 뺏겼던 애달픈 story...


센티넬 내 사제와 사냥꾼의 미묘한 갈등은 생각보다 뿌리 깊었던 것이 아닐까?

갑자기 아련한 감정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 계속 -



Lv75 gay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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