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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괴담]하동군 손각시

아이콘 킬라킬 | 댓글: 8 개 | 조회: 3625 | 추천: 2 |


때는 70년대 초반,

경남 하동의 조그마한 마을에 덕배라는 아이가 살았습니다.

덕배는 마을에서 제일가는 효자라고 소문이 났습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를 도우며, 동생까지 돌보는...

가족밖에 모르는 아이였습니다.

거기에 머리까지 명석해서, 공부도 굉장히 잘하는 우등생이었습니다.





늘 학교를 마치면, 시장으로 가서 생선을 파는 어머니를 도왔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힘들까봐 동생을 집으로 데려와서 씻기고 재우고 했습니다.

말이 쉬워서 학교 갔다, 시장 갔다가지...

학교에서 시장까지 약 3km 정도, 다시 시장에서 집까지 약 5km 정도를 걸었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지요. 70년대 시골이지 않습니까?

그런 먼 거리에도 불평불만이 없는 덕배는

‘어떻게 하면 어머니가 가진 마음의 짐을 덜까?’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고 합니다.

여느 때처럼 동생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덕배는 갑자기 소변이 마려웠습니다.

“미숙아, 오빠야 오줌 좀 쌀게. 옆에 단디 있으레이(꼭 붙어 있으렴)”

덕배는 오줌을 누면서도, 동생에게 눈을 때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안개가 싸아~ 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하얀 안개가 눈앞을 뒤덮었습니다.





아뿔싸...

바로 옆에 있던 동생 미숙이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덕배는 까무러칠 정도로 놀라서, 안개를 해치며 동생을 찾았습니다.





“미숙아!!!!! 어뎃노(어디 있니)???”





안개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좀 전까지 옆에 있던 미숙이가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쭈그려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덕배는 쏜살같이 달렸습니다. 미숙은 덕배를 보며 천진난만하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야이 가스나야!!!! 어떻게 된그고?(어떻게 된 거니)”





미숙은 해맑은 표정으로 뭔가를 자랑하듯이 흔들었습니다.





“가스나야.. 이기 뭐꼬?”





“몰랑~ 주웠당~ 이쁘제? 히히”





흔히 산딸기라고 하나요? 복분자 모양의 붉은 머리핀이었습니다.

덕배의 눈에는 머리핀 따위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동생을 잃어버리는 줄 알고, 기겁을 했기 때문입니다 .

그래도 동생을 찾아서 어찌나 고마운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도했습니다.





“고마 빨리 가자!”





“응...”





집으로 도착한 덕배는 동생을 씻기고, 어머니가 돌아오시기 전에 밥을 지었습니다.

꽤나 먼 거리를 걸어왔던 터라, 시장에서 먹은 밥이 소화가 된지 오래였습니다.





“오빠야.. 배고프당”





“배고프다고? 조금만 기다리 봐라, 고구마 줄게”





그렇게 씻고, 이것저것 준비를 해온 덕배는 동생에게 고구마를 먹이고 누웠습니다.

동생은 고구마를 먹으며, 아까 주운 머리핀이 마음에 드는지 요리조리 머리에 꽂아 보았습니다.





“오빠야, 내 이쁘젱? 히히”





“어 이쁘넹? 아까 거기서 주슨그가(주운거니)?”





“응.. 오빠얀 줄 알고 누구 따라갔는데... 오빠야가 아니라서...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다가 땅에서 주섰당”





“어? 뭐라고?”





덕배는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그 길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덕배와 미순이가 몇 백번을 오간 길이었지만, 사람을 만난 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물론 그 날도 덕배와 미순이 외에는 사림이 없었지요.

만약에 누군가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같은 마을 사람이겠지요.

그래서 동생이 자신과 누군가를 착각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덕배는 동생이 어려서 이상한 소릴 하나? 하고 그냥 넘겼습니다.





바로 그때,

누군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쾅쾅쾅!!!!”





미순이는 “엄마다!!!!”라고 문을 열어주려 달려 나갔습니다.

그런데, 지금 오시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생각한 덕배는 동생을 붙잡았습니다.

분명 엄마라면 문을 열고 들어 올 건데...

하다못해, 마을 사람이라고 해도 통성명하고 왕래하던 사이인지라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순간, 불안한 예감이 든 덕배는 동생의 입을 막고 조용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동생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파야... 왜?”





“미순아, 잘 들어레이... 지금 어무이 올 시간이 아니데이... 그리고 이 시간에 우리집에 올 사람이 없데이...”





그런데 갑자기... 문 밖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덕배야~ 미순아~ 문 좀 열어도~ 엄마가 팔을 다쳤다”





그제야 덕배와 미순이 안심을 하고 문 앞으로 가려는 순간,

덕배는 대문 아래에 보이는 신발이 어머니의 신이 아닌 걸 발견했습니다.

어머니는 낡은 고무신을 신으셨는데,

대문 밑의 다리는 붉은 천에 꽃모양의 수를 놓은 신발이었습니다.

다시 덕배는 미순을 잡고 멈추었습니다.





“왜? 오빠야...”





덕배는 조용히 손가락질로 대문 밑을 가리켰습니다.

미순이도 어머니의 신이 아닌 걸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미순아~ 덕배야~ 어서 문 좀 열어도!!!”





덕배는 침착하게 말했습니다.





“저.. 우리 어무이 아니잖아요. 우리 어무이 신발이 아닌데요?”





그제야 문을 두드리던 소리는 그쳤습니다.

덕배와 미순이는 대문 밑만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대문 밑으로 보이던 다리가, 서서히 앉는 것이 아니겠어요?

두 남매는 겁이 났습니다.

덕배는 동생을 데리고, 방안으로 향했습니다.

바로 그때, 흰 얼굴에 소름끼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여자가 낄낄대며 웃는 것이었습니다.





“낄낄.... 덕배야~ 미순아~ 문 좀 열어 달라니깐~ 낄낄낄...”





덕배는 순간, 저건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방안으로 들어가 있는 네네, 여자의 웃음소리가 대문 밖으로 들렸습니다.

미순은 무서워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낄낄.. 덕배야~ 미순아~ 문 좀 열어 달라니깐~ 낄낄낄... 낄낄낄...”





마치 고양이가 우는 듯, 날카로운 목소리로 여자는 남매를 불렀습니다.

동생은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덕배도 무서운 건 마찬가지였지요.

그래도 오빠인지라 동생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순아, 걱정 말그레이... 어무이가 대문에 붙인 부적 때문에 절대 집 안까지는 못 들어 올거레이...”





미순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게 요망한 것의 울음소리가 들리던 때,





“이 요망한 년아, 어데 사람 사는데 찾아와서 울어삣샀노(울어 데냐)?”





마을 사람들과 어머니가 누군가를 혼내는 소리가 났습니다.

우당탕 소리가 요란하게 났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이 이윽고 집에 도착했습니다.

어머니는 덕배와 미순이가 걱정이 되었는지 한 걸음에 방문을 열었습니다.

덕배와 미순이가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걱정 말그라.. 손각시년, 이 어무이가 물리쳤다...”





덕배의 어머니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누군가 문 앞에서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들며 낄낄대는 여자를 발견 한 것이었습니다.

한 눈에도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동네에 친한 ‘무당 할머니’를 모셔왔습니다.

무당 할머니는 한 눈에 ‘손각시’라면서, 애들을 해칠 거라고 빨리 마을에 건장한 남자들을 불러 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무당 할머니와 마을의 사내들과 함께 손각시를 쫓아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덕배는 매우 놀랐습니다.

오늘일이야 어머니가 빨리 발견을 해서 마을사람들과 물리쳤다고 하지만

완전히 내쫓은 것이 아니기에,

‘혹여나 또 나타나면 어쩌나’하는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덕배는 문틈으로 봤습니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괴상한 표정의 여자가

덩실덩실 리듬을 타며 문 앞에 서있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데 소름끼치는 건 피부가 그렇게 새하얀데

손톱이 피 칠갑을 한 것처럼 새빨갛고 뾰족 한 것이었습니다.





덕배는 기억을 다듬었습니다.

자신이 미순이 나이였을 때, 고모가 해주던 이야기를요.

고모는 안개가 심한 날은 귀신이 활동하기 가장 좋은 날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밖을 나가면 처녀귀신이 잡아간다고 했지요.

실제로 시골에서는 그런 날에 아이를 잃어버리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주로 처녀귀신 같은 요물들이 결혼을 못한 한이나,

아이를 낳지 못한 한 때문에 아이를 잡아간다며...

그런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덕배는 두려운 마음에 미순이를 재우는 어머니에게 말을 했습니다.





“어무이, 진짜 그기 요물이면 또 우리집에 오는 거 아니에요?”





어머니는 이제 더 이상 걱정을 말라는 듯,





“어데? 그 요망한 기, 이제 집에 못 올끼라.

무당 할매한테 부적 좋은 거 써 달라 해서 대문 앞에 붙였다.

그기 이젠 얼씬도 못 할끼라.

그리고 덕배 니도 아나, 이거 받으라“





웬 나뭇가지 하나를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그것이 복숭아 나뭇가지라고 하셨습니다.

귀신이나 요망한 것들을 쫓아줄 것이라며 말이지요.





“그 요망한기 또 느그 앞에 나타나면 이걸로 냅다 후려치거라.”





하지만 덕배는 겁이 났습니다.

그럴 용기도 없었고, 다시는 그런 요물을 보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도 걱정이 되셨는지,

한동안 이른 새벽에 덕배와 미순이를 깨워 같이 시장에 나갔다가

퇴근 할 때도 같이 집에 오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명절이 찾아왔습니다.

대목이라 어머니는 엄청 바쁜 날을 맞이했습니다.

할 수 없이 덕배와 미순이는 예전처럼

단 둘이서 3km를 걸어 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안개가 심하게 몰아쳤습니다.

덕배는 순간, 그때의 생각이 나서 미순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오빠야, 아프다.. 와이리 손을 쎄게 잡는데?”





오빠의 마음도 모르고 푸념만 늘어놓는 미순이였습니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덕배는 느꼈습니다.

‘오늘 그 요망한 것을 만날 수도 있겠다’

‘내가 미순이를 지켜야 한다’

‘복숭아 나뭇가지가 책가방에 있는데 어떡하지?’

오만가지의 불안감이 밀려왔습니다.





“미순아, 빨리 걸어서 집에 가야한데이.

안 그러면 그때처럼... 요상한기 나타날지도 모른다.”





빠르게 걸어, 나중에는 덕배가 미순이를 안고 냅다 뛰었습니다.

다행히 귀신을 만나지 않고 집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덕배는 서둘러 대문을 잠갔습니다.





그런데...

덕배는 보았습니다.

문틈 사이로 그때 그 여자가 걸어오고 있는 것을 말입니다.

더욱 오싹하게 만든 것은 그것이 요상한 웃음소리를 내뱉으며

호랑이처럼 네 발로 걸어오는데, 그 모습에 겁을 먹어버렸습니다.

덕배는 눈을 땔 수 없었습니다.





마치 그 요물은 덕배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치라도 챈 듯,

순식간에 빠르게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불쑥 대문 밑으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덕배는 요물과 눈이 마주치자,

온 몸이 경직이 되었습니다.





찢어진 눈은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무섭게 덕배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어서, 문 열어라. 덕배야... 끼룩끼룩”





덕배는 너무 무섭지만, 미순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마당에 있는 큰 돌을 요물의 얼굴에 던졌습니다.

돌에 맞은 요물은 ‘끼룩끼룩’ 소리와 함께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요물은 화가 단단히 났는지,

머리로 대문을 들이 받으며 말했습니다.





“어서 열어라, 어서 열어, 어서 열어 란 말이다! 끼룩끼룩.”





덕배는 무서웠지만

동생인 미순을 지켜야겠다는 일념에 방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덕배는 경악을 하고 말았습니다.

동생 미순이 식칼로 방에 붙어 있는 부적들을 마구 벗기는 것이었습니다.

덕배는 미순이를 부여잡고 흔들었습니다.





“미순아, 정신 차리라. 이게 뭐하는 기고?”





덕배의 눈에는 미순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어머니의 화장품을 찍어 발랐는지,

얼굴은 새하얗게 분칠을 하고, 입술은 새빨갛게 뭔가 발랐습니다.

옷은 어머니의 치마를 둘러 입고, 머리에는 주운 머리핀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매서운 눈으로 덕배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덕배는 제발 정신 좀 차리라며, 세차게 미순을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미순은 무섭게 웃으며 밖에 있는 요물과 같은 소리를 냈습니다.





“끼룩끼룩, 끼룩끼룩”





덕배는 너무 놀랐지만, 혹시나 미순이가 잘 못될까봐

꽉 껴안고 울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순은 덕배를 밀치고 대문을 향해 뛰어나갔습니다.

그리고 대문을 활짝 열어버렸습니다.





덕배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요물과 미순이가 어슬렁어슬렁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물은 앙칼지지만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습니다.





“덕배야, 너도 이 누나 따라가자..”





요물이 말을 할 때마다,

몸을 꿀렁였고 얼굴이 일그러졌습니다.

덕배는 사시나무 떨 듯 떨었지만,

동생을 구하지 못하면 홀어머니를 볼 면목이 없을 것 같아서

책가방에서 복숭아 나뭇가지를 꺼내 들었습니다.

요물이 그것을 보고 조심스레 마당 앞을 어슬렁거렸습니다.

덕배도 요물과의 대치 상황에서 지지 않으려고 안간 힘으로 버텼습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서로를 쳐다만 보다가

요물은 순식간에 동생인 미순이를 잡아채 빠르게 도망갔습니다.





그 모습을 본 덕배는 크게 놀랐고,

미순이를 잡아가는 요물을 보며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재빨리 덕배는 나뭇가지를 집어들고 무당할매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덕배는 울먹이며 무당할매를 찾았습니다.



“할매, 무당할매... 미순이가.. 요물년한테 잡혀갔십니더!

어떡해요. 우리 미순이.. 그거한테 죽으면 엉엉..”



무당할매는 마치 덕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복숭아 나뭇가지를 엮고 있었습니다.



“안다. 그 요망한 년, 내 올 줄 알았어.

어찌나 한이 서려있던지... 장군님 심기가 불편 할 정도다.

덕배야, 할매는 요망한 년한테 한 시 빨리 가봐야겠다.

니는 마을 사람들 데리고 오니라.

요망한 년 멀리 못 갔을 기다. 이 할매가 꽹과리 칠 때니까

소리 듣고 잘 찾아와야 한데이..“



덕배는 마을에 있는 건장한 사내들을 불렀습니다.

마을 이장이 소식을 듣고 사내들과 함께 각종 연장과 횃불을 들고

할매가 내는 꽹과리 소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덕배야, 단디 쫓아 오니라.

할매 꽹과리 소리 요란한 거 보이, 퍼떡 가야긋다.“



무당할매는 요망한 것의 뒤를 냉큼 쫓았습니다.

그것이 어찌나 신이 나며 들판을 기었던지,

발자국이 매우 불규칙적으로 나있었습니다.



“요망할 년, 내 무당짓 40년 동안 이런 년은 처음봤데이...”



서둘러 발자국을 쫓아갔습니다.

그리고 미순이를 땅에 내려놓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요망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손각시 또한 춤을 추다가 무당할매의 기척을 느끼고

길게 목을 뺀 채, 할매를 노려봤습니다.

무당할매는 꽹과리를 치며, 요망한 것이 싫어하는 주문 같은 걸 읊었습니다.

꽹과리의 요란한 소리와, 할매의 염불이 손각시를 경직시켰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요망한 것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굉음을 냈습니다.



“이 미친 할망구야, 그만해. 그만해.. 으히히.. 으헤헤헤헤.. 끼룩끼룩”



무당할매는 고통스러워하는 손각시를 보며, 더욱 집중했습니다.

때마침 요란스런 소리를 들은 미순이가 일어났습니다.

미순이는 눈앞에 이목구비가 일그러진 손각시의 모습을 보자,

겁에 질려 무당할매에게 달려갔습니다.

그것을 본 요망한 손각시는 팔을 길게 뻗어 미순이의 다리를 잡았습니다.



“어딜 도망가! 끼룩끼룩... 어떻게 잡은 먹잇감인데... 으헤헤헤”



손각시의 광기어린 모습에 미순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바로 그때, 덕배와 마을사람들이 올라왔습니다.

덕배는 손각시의 손이 미순이의 다리를 잡고 있는 광경을 보자,

동생을 지키려는 마음에 복숭아 나뭇가지로 엮은 뭉치를

손각시의 손에 세게 내려쳤습니다.



순간 ‘팟’소리와 함께 요물의 손에서 불꽃이 튀었습니다.

요물은 고통스러운지 더욱 거세게 울어댔습니다.



“끼룩끼룩... 덕배, 네 이놈... 내가 네놈만은 용서 안 한다. 끼룩끼룩...”



무당할매는 복숭아 나뭇가지 엮은 뭉치를 손각시에게 세게 내려쳤습니다.



그러자 요물의 몸에 연기가 피어올랐고,

이윽고 사람의 형체가 벗어나 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것은 거대한 살쾡이였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들킨 살쾡이는 재빠르게 도망을 갔습니다.

어찌나 빠른지, 사람이 쫓아 갈 수 없을 정도로 뒷산으로 멀리 달아났습니다.

사람들이 쫓으려고 하자, 무당할매는 손으로 가로 막았습니다.



“함부로 쫓아가면, 우리가 더 위험 하데이...

저거 진짜 위험한 요물인기라.”



마을이장이 무당할매에게 물었습니다.



“할매 와 그란데예? 저거 고작 사람으로 둔갑한 살쾡이 아입니꺼?”



무당할매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덕배야, 미순아... 느그들은 운이 좋았데이.

저런 요물한테 홀리는 날에는 뼈도 못 추리지.

영물이 한 많은 인간의 시체를 먹으면 요물이 되는기라.

아(애) 못 낳는다고 남편에게 소박 받은 여인네가

갈 곳이 없어가, 벌벌 떨다가 산에서 요절했고만...

살쾡이가 여인네 시체를 뜯어먹고 빙의 된기라, 빙의“



무당할매는 미순이에게 다가왔습니다다.

그리고 미순이 머리에 꽂힌 산딸기 모양의 머리핀을 보았습니다.



“이거다.

미순아, 이 할매가 새 머리핀 사줄 테니까, 그거 할매한테 도라(줄래?)..”



미순은 처음에는 할매가 머리핀을 빼앗는 줄 알고 손으로 감췄지만

덕배가 설득하여 간신히 내려놓았습니다.

무당할매는 머리핀을 보더니, 그 여인네의 한이 너무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한 맺힌 물건은 함부로 가져오는 기(것이) 아이다.

그 요망한 것이 이걸로 미순이를 꼬셨어.

애초에 미순이를 잡아가려고 계획을 세웠던기야.

참 요망한 것...쯧쯧...“



덕배와 미순이가 집으로 돌아가던 길,

요물은 자신이 죽던 날 꽂고 있던 머리핀을 미끼로

미순이를 홀렸던 것이었습니다.

아이를 낳지 못해 소박맞았다는 집념과

살쾡이가 맛본 인간에 대한 집념이 미순이를 노린 것이지요.



뒤늦게 찾아온 어머니는 무사한 덕배와 미순이를 보고

부둥켜안으며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이 후, 덕배네는 시장 가까이에 집을 얻어 이사를 갔습니다.

어머니는 먹고사는 문제보다 두 자식이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대학생이 된 덕배는 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왔습니다.

자신이 살았던 마을에 친구들을 보러 놀러 온 것이었죠.



우연히 옛 생각이 나서, 어릴 적 살던 집터에 갔습니다.

그런데...



지붕을 바라보니, 그 시절에 봤던 요망한 것이

마치 덕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앉아서 빼꼼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무심코 덕배는 한참을 그것을 바라보았다고 합니다.

요망한 것도 덕배를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끼룩끼룩’소리를 내며 뒷산으로

기어갔습니다.



이후 덕배는 그것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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