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영전 팬픽&카툰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소설] -00-

세오닌
댓글: 1 개
조회: 1068
추천: 1
2015-06-20 13:38:43
울컥, 하고 핏덩이가 목을 타고 넘어왔다. 입 밖으로 뱉어낸 피는 검게 죽어있었다.
시야는 흐릿하고, 손은 떨렸다. 더 이상 검을 쥘 기운도 남아있지 않았다. 
힘겹게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쓰러진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흘린 피가 낙원의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낙원.

-이 곳이 정말로 낙원인가?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이러한 곳에 도달하여, 이러한 결말을 위해 달려왔던가? 
본디 낙원에는 어떠한 슬픔도, 고통토, 외로움도-모든 부정한 것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이 곳은 지금 슬픔과, 고통과, 사무치게 아픈 외로움으로 가득하다. 이 곳이 과연 낙원인가?

[그를, 그를 구해주세요. 리시타. 제발.]

머릿속으로 올리는 목소리에, 그는 자신에게 묻기를 멈췄다. 나뒹굴고 있는 자신의 검을 다시금 손에 쥐고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켰다. 갑옷 사이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옴에도 그는 몸을 일으켰다. 양 손에 한 자루씩, 날이 빠지고 무뎌진 검일지라도 그것을 강하게 움켜쥐고 그는 일어섰다.

-나는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녀의 마지막 부탁이라도 들어주지 않으면 나는 죽어서 벤샤르트를 볼 면목이 없다.

"나에게, 힘을. 모리안. 눈 앞의 이들을 지킬 수 있는 굳센 방패와 같은 힘을 내게. 에린이 오늘 그 날까지 내가 지킬 수 있는 모든 이를 지킬 수 있는 힘을 내게. 낙원까지의 길을 피로 그리는 동료들의 곁에서, 나는 그 길을 빛으로 그릴 수 있도록, 그러한 힘을 내게."

바짝 말라버린 입술 사이로 맹세를 읊었다. 지금 이 순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맹세를 읊는 것 뿐이었다. 그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

"-티이."

맹세의 끝에-그가 읊조린 것은 여신의 이름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신은 그러한 그의 부탁에 응했다.
눈부시게 하얀 빛이 그의 몸 안에서부터 폭발하듯 뿜어졌다. 모든 색이 죽어있는 것 처럼 느껴지는 이 곳에서 오직 그의 빛만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윽고, 그 빛이 사그라들자 보인 것은 새하얀 백색의 갑주. 불과 몇 초전까지 피를 흘리며 서있는 것이 고작이던 그의 몸을 백색의 갑주가 단단히 붙잡아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몸이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조금씩이지만 백색의 갑주 사이로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알고 있었다. 이 힘은 오래가지 않는다. 이 힘으로도 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해야만 했다.
그것이 '팔라딘'. 내가 보는 앞에서 그 누구의 희생도 용납할 수 없다. 비록 그로 인해 낙원으로 가는 길이 멀어지고, 험해질지라도 모두를 지키며 다 함께 낙원으로 가는 길을 그린다. 그것이, 그가 택한 맹세.

백색의 갑주, 팔라딘의 갑옷을 두른 그와 마주한 것은 검은 갑주의 기사였다. 모순이라는 이름의 검을 바닥에 늘어뜨리고 기사는 그를 바라보았다. 붉게 빛나는 안광에는 무엇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 눈빛은 참으로 공허했다.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카단."

그는 나지막히 기사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하지만 미동조차 없다. 이미 타락은 기사의 이지마저 앗아가버렸다.
문득, 기사가 그에게 말했다.

"너도, 나를 방해할 생각이냐?"

그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기사의 말에, 그는 가슴이 미어졌다. 

"나를 막지마라. 나를......"

기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검이 바닥에 끌리며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불꽃을 튀겼다. 
그는 검을 잡은 양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구하리라. 그도, 그녀도.

"카단!"

기사의 이름을 외치며, 그는 낙원의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이것이 모두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 티이?"

Lv25 세오닌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마영전
  • 게임
  • IT
  • 유머
  •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