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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다시 쓰는 마영전]별의 불꽃. 2

그락란라우
조회: 406
추천: 4
2014-11-24 19:59:51

  “찾았다!”
  청명한 목소리가 어두컴컴한 강산 내부에 울린다. 목소리에는 기쁨이 가득하다. 목소리의 주인은 아직 앳된 소녀였다. 성인인지 아닌지는 나이를 물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듯했다.
  환희에 가득 찬 소녀를 향해 우락부락한 몸집을 가진 사내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드디어 원하는 물건을 찾았수?”
  “네! 감사합니다. 이게 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활기찬 소녀의 목소리에 광산에서 작업하던 광부들은 하나같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광부들을 대표하는 듯한 우락부락한 체구의 사내는 머리를 보고하고 있던 철모를 슬며시 들어올려 이마를 드러냈다. 사내가 말했다.
  “감사는 우리가 해야지. 그렘린 놈들이 빼앗은 이 광산을 되찾게 도와준 은인 아닌가?”
  소녀는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녀는 흑갈색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긴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묶어 올린 소녀는 축하해주는 광부들에게 허리를 숙여가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녀는 두 손으로 꼭 쥐고 있던 은은한 빛의 결정에 눈길을 주었다.
  지금껏 찾아다니던 물건 중 하나를 드디어 찾았다. 그녀는 날아갈 것처럼 기쁘다는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감사의 의미에서 어두운 광산을 환하게 비추기로 했다.
  어린 소녀가 공손이 두 손을 모으는 것을 보며 광부들은 또 어떤 것을 보여줄지 기대했다. 소녀는 공손히 모았던 두 손을 펼쳤다. 그러자 광산 내부 곳곳에 하얀 구체가 떠올랐다. 그리고 하얀 구체들은 곳곳에서 광선 전체에 드리워진 어둠을 모조리 찬연한 빛으로 바꿔버렸다. 경이로운 광명 속에서 우락부락한 체구의 사내가 말했다.
  “이야……, 이게 그 돌에서 끌어낸 힘이라는 거지?”
  “네. 지금은 익숙하지 않아서 이 정도 밖에 못하지만요.”
  “이 정도……, 허허.”
  사내는 소녀가 그렘린들을 쫓아낼 또 보여주었던 ‘압도적인 힘’을 떠올렸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왜 그렇게 법황청에서 마법사용을 금지하고 법황청 소속이 아닌 마법사들을 ‘이단’이라 칭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저 어린 소녀는 법황청의 마법사가 아니다. 법황청의 마법사들은 왕국의 기사들 못지않게 성정이 괴팍한 자들이다. 이런 외진 곳의 광산 따위에 인력을 낭비할 정도로 인심 좋은 자들은 절대 아니다. 사내는 피식 웃었다. 그녀가 그렘린들을 쫓아내며 했던 말이 생각나서였다.
  “부디 못 본 채 해주세요.”
  사내는 그녀의 바람대로 못 본 채할 것이다. 물론 다른 자들의 입단속도 확실하게.
  소녀는 광산의 광부들에게 인사했다. 광부들은 어느 누구도 빠짐없이 밖으로 나와 떠나는 소녀를 배웅했다. 광부들은 온 몸에 묻은 검댕이를 낚아내며 어떻게든 소녀와 악수를 해보려 했다. 하지만 우락부락한 체구의 사내는 그들을 통제했다. 사내들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의 한 마디에 모두 조용해졌다.
  “이 자식들아. 만약 너희가 여자였다면 네놈들 같이 허벌나게 생긴 놈들이 달려들어 악수하자고 하면 할 거냐?”
  광부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실소를 터트렸다. 그들을 지켜보던 소녀도 해맑게 웃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래. ……아, 잠깐. 아까 자네한테 편지가 하나 왔어.”
  “편지요?”
  사내는 뒤쪽에 서 있던 광부에게 손을 내밀었다. 뒤에서 편지를 가지고 있던 광부는 사내에게 편지를 넘겼다. 우락부락한 사내는 편지봉투에 검댕이가 묻지 않게 조심하며 편지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소녀는 의아한 얼굴로 편지를 받아들고 발신인의 이름을 확인했다. 그녀는 피식 웃었다.
  “조금만 있다가 가려고 했는데…….”
  그녀는 배시시 웃더니 편지를 뜯어보았다. 편지의 내용을 훑어 본 소녀는 다 읽은 편지를 곱게 접어 봉투 안에 넣었다. 그녀는 광부들을 향해 발했다.
  “빨리 오라고 성화네요. 다들 감사했어요. 안녕히 계세요!”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소녀를 향해 광부들도 우왕좌왕 허리를 숙여 답례했다. 우락부락한 사내는 손을 흔드는 것으로 답했다.
  “조심해서 돌아가, 이비 양.”
 
  육포가 질기다.
  씹기도 힘든데 잘 넘어가지도 않는다. 덕분에 목이 메었다. 사내는 가져왔던 우유를 한 모금 들이켰다. 우유와 함께 육포를 삼킨 사내는 하늘을 물들인 석양을 지우는 먼지구름에 주목했다.
  오늘 저녁식사는 다했다. 먹은 것이라곤 기껏해야 잘 씹히지도 않는 싸구려 육포 몇 조각과 우유 한 잔. 사내는 허기를 달래기도 전에 찾아오는 먼지구름에 맞서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와 손가락 몇 마디 정도 더 넓은 어깨가 눈에 띄는 사내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앞을 주시했다.
  시체의 벌판이었다. 코를 찌르는 피 비린내가 진동하고 있다. 비위가 약한 병사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토악질을 해대고 있다. 비위가 제법 강한 병사들은 현기증을 유발하는 피 냄새에 코끝을 부여잡는다. 피 냄새를 풍겨대며 썩고 있는 시체들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다.
  병사들의 눈에 거구의 사내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병사들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무겁고 날카로운 것으로 두 동강이 난 마족의 시체 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저녁식사를 하던 저 거구의 사내는, 이 시체들의 벌판을 만든 장본인이다. 오늘 아침을 먹고 난 뒤 방금 저녁을 먹기 전까지 수 시간, 사내는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것 같은 모습으로 전장을 휩쓸고 다녔다. 마족의 피로 온몸을 물들이며 전장을 누비는 사내의 모습은 같은 인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병사들은 사내가 두려웠다. 사내의 크고 강인한 손이 그의 신장만한 대검의 칼자루를 움켜쥔다.
  땅에 몸의 일부를 박아 넣고 있던 대검이 사내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이끌려 빠져 나왔다. 병사들은 그 모습이 마치 거인이 아름드리 나무를 뿌리째 뽑아내는 것 같다고 느꼈다.
  대검의 전체 길이는 얼핏 보기에도 3미터를 넘는다. 드는 것도 벅차 보이는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검. 대체 무슨 목적을 위해 저렇게까지 커다랗고 두꺼운지 이유를 알기 힘들다. 저런 무기를 다룰 수는 없다. 몇 번 휘두를 수 있다 해도 그뿐이다. 금방 지쳐 쓰러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무기를 사내는 어린애가 장난감을 다루듯 가볍게 휘두른다. 그러니 병사들이 두려워하는 것도 당연하다.
  사내는 무게가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대검을 한쪽 어깨에 걸쳐놓았다.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석양빛에 물든 부분부분 새빨간 황금빛 머리카락이 눈을 아프게 한다. 지친 모습이 역력한 병사들이 무기를 쥐며 자세를 바로하고 있다. 그들을 훑어보던 금발의 사내가 말했다.
  “밥들 먹었나? 그럼 다시 전쟁을 시작하자고.”
  사내는 한마디를 툭 내뱉고는 다가오는 먼지구름을 향해 느릿한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지쳐 널브러져 있던 병사들은 지치거나 힘든 기색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사내의 넓은 등을 바라보며 하나둘 그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마치 뭔가에 홀린 것처럼 대검을 든 사내를 뒤따랐다.
  처음에는 천천히 걸었다. 그러더니 조금 후에는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내의 행동은 모든 병사들에게 전염되듯 퍼져나갔다.
  가장 선두에 서서 달려가던 사내의 눈에 먼지구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내는 입매를 일그러뜨렸다.
  ‘선두는 고블린. 오거는 보이지 않는군. 그렇다면……, 처음부터 힘을 뺄 필요는 없지!’
  일그러진 입매가 벌어졌다. 그리고 사내는 목청껏 괴성을 내뱉었다.
  난데없이 괴성을 내지른 사내가 어깨에 걸쳐두었던 대검을 바닥에 내렸다. 대검의 무겁고 날카로운 칼날은 대지에 상처를 만들며 사내의 손길을 따라갔다. 대지는 비명을 질렀지만 사내는 당연한 것처럼 비명소리를 무시했다.
  석양의 붉은 빛이 사내의 황금색 눈동자를 새빨갛게 물들인다.
  사내가 내지른 괴성은 인간의 목소리라기엔 너무 컸다. 그렇기에 그의 커다란 목소리는 뒤따라오는 병사들의 사기를 최대치까지 끌어올렸다. 병사들은 사내처럼 괴성을 내지르고, 악을 쓰며 내달렸다. 그리고 서로를 완벽한 파멸로 이끌기 위해 굳은 의지와 광기로 무장한 인간과 마족이 격돌했다.
  먼지구름이 피어오른다. 석양은 언제나처럼 말없이 대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편지?”
  핏물로 붉게 물든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사내가 되물었다. 병사는 2미터가 넘는 사내의 키에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애써 태연함을 가장했다. 사내는 병사가 건네는 편지를 받았다. 그는 피식 웃었다.
  누가 보낸 건지 추측할 수 있었고, 발신인의 이름을 본 후에는 실소를 터트렸다. 사내는 편지를 뜯었다. 구구절절한 내용 따위는 없었다. 휘갈겨 쓴 글씨로 짧은 문장이 적혀있을 뿐이었다.
  ‘일 바쁜가? 이쪽 일도 바쁘네. 복귀하게.’
  겨우 이 짧은 문장을 쓰기 위해 이 많은 여백을 남긴 사람을 향해 종이가 아깝다는 한마디를 해준 사내는 시선을 돌렸다.
  “나 참. 지금 한창 바쁠 시긴데, 됐어. 지금 못 가.”
  사내는 편지의 내용에 대한 답변을 정리했다. 그는 피로 얼룩진 대검을 기름을 잔뜩 먹인 헝겊으로 조심스럽게 닦았다. 몸이 일부를 다루듯 대검에 묻은 피를 닦던 사내는 숨을 헐떡이며 자신을 찾아오는 병사가 있다는 것에 짜증이 가득한 숨을 내쉬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자신을 찾아온 병사를 쳐다봤다.
  “허크 씨……, 지금……!”
  허크는 손질하던 대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지평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라져가는 태양이 마지막으로 흩뿌린 빛 속에서 다가오는 것들이 보인다. 피부가 감전 된 것처럼 찌릿찌릿하다.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허크는 씩 웃었다.
  “아무래도, 하루가 끝나려면 멀었나본데?”
 
  “이거란 말이죠?”
  “완벽하지. 먹기만 하면 끝이야.”
  “믿어보죠.”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인은 마셔보면 안다는 듯 눈앞의 여인에게 그녀의 머리색 같은 진홍색 액체가 담긴 작은 유리병을 내밀었다. 진홍색으로 물든 단풍잎을 보는 듯한 여인의 머리카락이 가슴 앞으로 흘러내렸다.
  제법 긴 머리였다. 단정하게 뒤로 묶었지만 미처 묶이지 않은 뒷머리가 어깨를 타고 넘어와 흘러내린다. 그녀의 진홍색 머리카락은 반듯하지 않았다. 이마를 가린 앞머리와 뒤로 묶은 머리카락의 끝부분은 구불구불했다. 추임을 넣은 것처럼 아름답게 굴곡이 진 머리카락은 여인의 도도한 얼굴과 무척 잘 어울린다. 그녀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그런 뒤 유리병에 담겨 있던 붉은 액체를 마셨다.
  노인은 붉은 액체를 마신 여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녀는 보석의 진귀함과 아름다운 광택을 지닌 붉은 눈동자를 굴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눈꺼풀이 수차례 깜박인다. 노인은 기대에 찬 눈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어떤가? 뭔가 입질이…….”
  잠시 머뭇거리던 여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던 노인은 부들부들 떨리는 두 손을 깍지 껴 붙잡았다. 지금까지 사용한 재료와 공들인 시간을 생각하면 반드시 성공해야한다. 노인은 그녀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다.
  “떠오르는 게…… 없네요, 알베로.”
  알베로라 불린 노인은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섬뜩한 쿵 소리와 함께 책상을 가득 채우고 있던 형형색색의 각종 액체가 담긴 유리병이 쓰러졌다. 그녀는 병이 깨지진 않았을까 걱정하며 노인을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더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알베로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책상에 머리를 처박았던 알베로는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 알베로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알베로의 짙은 회갈색 눈동자에서 연민을 발견했다. 여인이 말했다.
  “왜 그렇게 슬퍼해요? 아저씨 일도 아닌데.”
  “널 하루 이틀 안 것도 아니잖냐? 너 그렇게 안간힘 쓰는 걸 보면 내가 어떻게든 해주고 싶은데 능력이 따라주질 않으니 어찌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어?” 
  “걱정도 팔자시네. 됐고, 다음에 만나면 나한테 필요한 거나 보여줘요.”
  “다음에? 네가 재료를 모아줘야 빠를 텐데…….”
  여인은 알베로를 향해 봉인이 뜯어진 편지를 보여주었다. 알베로는 편지에 적힌 발신인의 이름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봉투를 몇 번 흔들더니 이내 그것을 다시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녀가 말했다.
  “급한 일인지 자꾸 부르네요. 일단 가긴 해야 할 거 같아서. 그럼 알아서 잘 해줄 거라 믿고, 갈게요.”
  여인은 알베로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어깨 너머로 손을 흔들며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알베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문을 열고 나가는 여인에게 말했다.
  “다음엔 언제쯤 올 건데, 벨라?”
  벨라는 알베로를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갔다. 알베로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방금 전 미소는 언제 돌아올지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알베로는 책이 빼곡하게 들어찬 책장을 기웃거렸다. 그는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책의 제목은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알베로는 바쁘게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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