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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뻐구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어느 이상한 환자에 관한 이야기)★

아이콘 라이티01
조회: 1612
2019-11-28 20:52:52
 


제가 고2때, 저희 반에 저희들보다 아마도 3-4살이 많은, 다 큰 성인이 전학을 와서, 제 옆자리를 배정받아 같이 공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형은 일상적인 대화는 되지만, 긴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많이 어리기에 말상대로 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가끔씩 이유없이 땀을 뻘뻘 흘리는 경우가 있어서, 약간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토요일에, 그 형이 자기가 어디를 가는 데 행선지는 묻지 말고 같이 좀 가자고 해서, 별 생각없이 따라간 곳이 그 병원입니다.  시내의 어느 건물에 한개 층을 사용하는 데, 들어가면서 정신 병원이라고 된 간판은 보지 못했기에, 아마도 신경정신과인 것입니다.  사실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흐릿합니다. 

하나의 건물을 통째로 쓰는 정신병원이었다면, 겁이 나서라도 따라 들어가지 못했겠지만, 따라 들어가서 응접실에 앉고 나서야 그 곳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치료 받으러 오는 곳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형은 대인 공포증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그곳에서 상담을 받고 약을 타먹고 있었나 봅니다.  

한데, 그 응접실(대기실)에는 3-4명의 환자들이 있었는 데, 제 나이또래도 있었고, 그 형만큼 나이가 든 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형이 그들에게 저를 소개했고, 모두 저를 반갑게 대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얼떨결에 그들의 대화에 제가 참여하게 되었는 데, 그 내용은 각자의 고민에 대한 것입니다.  서로 자신의 문제를 털어 놓고, 고민을 나누는 것도 일종의 치료 과정으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 세세한 내용들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중 한 환자의 얘기가 아주 특별해서 그것만이 평생 제 뇌리를 떠나지 못합니다.  

그 환자는, 버스를 탈 때마다 겪는 문제로 인해서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는 1983년으로 버스에는 안내양(안내원)이 있었고, 타고 내릴 때에 안내양이 문을 열고 닫아 주었습니다.  또 지금과는 달리 버스 요금이 후불제로 버스를 내릴 때에 안내양에게 주고 내렸습니다.  그 환자는 일종의 강박증으로, 매번 버스를 타면서 안내양에게 요금을 내고, 내릴 때는 왜 또 달라고 하냐며 싸우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지만, 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매번 그렇게 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돈을 빨리 내야 한다는 강박증인 것입니다.  투정을 부리는 것 같기도 하지요.  

한데, 그 1-2년 쯤 후에, 그 환자가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시스템이 바뀌어서, 버스 앞뒤로 문이 달리고, 안내양이 없이도 문이 벌컥 벌컥 열리며, 무었보다 요금을 버스를 타면서 내는 선불제 방식으로 바뀌어 버린 것입니다.  그 환자를 그날 이후에는 만난 적이 없기에, 그렇게 되서 강박증이 해결되었는 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또 이런 재미있는 상상도 해봅니다.  그 환자가,
더 이상 그런 식으로는 투정을 부릴 수 없게 되자, 그 이후에는 
버스를 갈아탈 때마다, 앞차에서 벌써 요금을 지불했는 데, 왜 또 요금을 달라고 하냐며, 
다가오는 이명박 시대의 새로운 교통카드 시스템을 기대하며, 새로운 투정 방식을 개발했을 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말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 시스템에 따라, 우리를 환자로 만들기도 하고, 또 정상인처럼 보이게도 합니다.  누구는 그 이상한 환자처럼 투정을 부리지만, 대부분은 그냥 적응하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실상은 이 세상이 정신병동이고, 그 옛날에 제가 들렸던 그 신경정신과(정신병원)는 몇 안남은 정상인들의 모임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정말 이상한 시스템에 제가 투정을 좀 부려 보겠습니다.  그건 주택 가격 결정 시스템입니다. 

저는 왜 국가가 주택 가격에 깊이 관여하는 지를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왜 잡지도 못할 가격이 상승하면 큰일 난다고 소란을 피울까요?  

자유시장경제의 핵심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따른 가격 결정입니다.  지금처럼, 부자들이 부동산 투자로 실제 자신들의 필요량을 초과하는 과수요를 발생시키면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평생 지켜본 시스템은, 그 과수요를 억제시켜서 집값을 하향안정되면, 더 이상 부자들이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온갖 정책 수단을 동원해도 결코 그 과수요는 억제되지 않았습니다.  단, 경제 위기가 오면, 정부의 정책이 하나도 없어도, 그게 가능합니다.    

그 이상한 환자가 이렇게 투정을 부릴 것 같습니다.  
이미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필요(소용)없이 주택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면, 과수요가 발생하지 않으니, 정부에서 필요한 수요 만큼만 공급해 주면, 가격은 더 오르지 않을 것인 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구요.

버스를 탈 때에 요금을 냈는 데, 왜 내릴 때도 요금을 달라고 해서 사람을 괴롭게 하느냐구요.  안내양은 이제 그만 내리게 하고, 앞뒤로 문을 달아 자동으로 벌컥 벌컥 열어 주고, 요금은 선불로 받아서, 제발 사람을 좀 헤깔리지 말게 해달라구요.  제발.....


Lv22 라이티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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