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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자작 라노벨] 겨울나기 - 1

나나나나난알
댓글: 2 개
조회: 3444
추천: 6
2017-03-23 06:20:55

(히타기쨩 좋아요 오홍홍)

전편 :


---


1.

보이는 것을 맹신하지 마라.


겨울나기라는 게임이 있었다.
풀다이브 형태의 VR을 토대로 한 게임으로, 현실과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의 높은 재현율이 화제가 되어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은 작품이었다.
분야는 생존 서바이벌로, 우리나라에서는 마이너에 속하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첫 베타 테스트에서 신청자 삼십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를 끌어 모으며 또 한 번 대세임을 증명해 보였다.
그리고 그중에서 실제로 테스터가 되어 게임 세계를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은 1%에 불과한 3천명의 베타테스터 당첨자였다.
마침내 서버 오픈 당일 날, 게임 속 광장에 한데 모인 3천여 명의 사람들은 이 모든 사건들의 시작을 목격했다.
어둡게 물든 하늘 사이로, 거대한 악마가 내려왔다.
그것이 입을 열어 말했다.

ㅡ서로를 죽여라.

처음엔, 모두가 단지 무언가의 이벤트일 거라고 생각했다.
로그아웃이 불가능한 것도 실제와 같은 상황을 연출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처음 한 사람이 죽고 나서야, 모두에게 게임은 현실이 되었다.

그제야 비로소 실감했던 것이다.
이것은 생존 서바이벌임을.
먼저 죽인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악몽을 꾼 기분이었다.
정확히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그러한 기억이 없기 때문이고 둘째 그럼에도 속이 매스껍고 기분이 나쁘기 때문이고 셋째 뚜렷한 이유를 모르니 추측할 수밖에 없으나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였다.
“어두워...”
사방이 암흑으로 둘러싸여 눈을 뜨고 있으나 감은 것과 다를 게 없는 지경이었다.
예린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양팔이 무언가에 묶인 탓에 제대로 균형을 잡을 수가 없었다. 살에 닿는 감촉으로 보아 아마 억센 끈 같은 게 아닐까 싶었다.
“묶여 있어...?”
구속당했다는 사실에 위화감을 느낀 것도 잠시, 근처에서 발소리가 들려와 예린은 그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동굴 바깥쪽에서부터 등불을 든 소년이 이쪽으로 걸어왔다.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예린은 그제야 정신을 잃기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너...!”
“타이밍 좋게 깨어났네. 마침 저녁을 먹던 참이었거든.”
소년은 그렇게 말하면서 등불과 또 다른 한손에 든 스프가 담긴 접시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예린은 음식을 눈앞에 두자 크게 허기를 느꼈으나 애써 그것으로부터 시선을 돌려 소년을 노려보았다.
“먹어. 내 몫은 따로 있으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됐거든.”
“허세는 부리지 않는 게 좋아. 거기서 더 굶으면 나중에는 죽을 수도 있어.”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꼭 그렇지만은 않아. 난 네가 살아남기를 바라거든.”
“그럼 더더욱 먹을 이유가 없네.”
예린이 끝까지 고집을 피우자 소년이 쓴웃음을 지었다.
“네가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강제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어. 널 도로 기절시키고 입 안에 떠 넣는다거나...”
소년은 나이프를 꺼내 한손에 쥐면서 말을 이었다.
“배를 가른 다음에 안에 스프를 흘려 넣고 회복제를 투여해도 이 게임 안에선 먹은 걸로 인정이 돼. HP가 원상복구 되면 상처도 말끔하게 사라지니까 뒤탈도 없지.”
가벼운 어조였으나 농담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말이었다. 예린은 혐오감이 역력한 눈초리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다만 소년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먹어. 죽기 싫으면.”
다소 강압적인 요구였으나 거부하기란 불가능했다. 더 이상 자존심을 세우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었기에. 끔찍이도 인정하기 싫지만, 소년의 말이 옳았다. 그는 그러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강제적인 수단을 취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또한 앞서 있었던 일이 소년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인간임을 증명했다.
예린은 천천히 손을 뻗어 스프 그릇을 잡았다. 비참함에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예린은 수저가 없어 그냥 그것을 입으로 떠 마셨다.
스프는 막 끓여 따뜻했고, 또 맛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예린은 오랜만에 입에 대는 괜찮은 음식에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괜찮지?”
소년이 순진하게 물었다. 예린은 그의 태도 변화에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었다. 상냥한 것 같으면서도 한순간에 잔혹하게 돌변하는 모습은 정신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아니, 확실히 정상은 아닐 것이다.
“...날 어쩔 셈이야?”
예린은 빈 그릇을 내려놓곤 소년을 곁눈질 하며 물었다. 아까보다는 상당히 누그러진 태도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지금 한손에 무기를 들고 있었다.
“별로. 아무것도 안 해.”
소년의 말에 예린은 어이가 없어 하 하고 헛웃음을 터트리더니 말했다.
“날 이렇게 묶어 두고서, 아무런 생각도 없다는 거야?”
“네가 깨어나자마자 또 공격을 해 오면 곤란하니까.”
“알았어. 더는 널 노리지도, 네 근처에도 오지 않을게. 그러니까 이걸 풀어줘.”
“그건 곤란해.”
“또 왜.”
“혼자가 되면, 넌 금방 죽어 버릴 테니까.”
적어도 그게 너랑 이대로 쭉 같이 있는 것보단 나아. 그런 말이 예린의 목구멍 안쪽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실제로 말할 수 없는 건, 그 말을 들은 소년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알 수 없어서였다.
소년은 괴물이었다. 적어도 예린이 보기에는, 그러했다. 그녀가 앞서 필사적으로 싸워 죽였던 그 몬스터보다 더욱 끔찍하고 영악한 종류의 악몽인 것이다. 고로 함부로 자극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이미 예린은 몬스터가 날뛰면 어떻게 되는지, 가까웠던 한 사람의 죽음을 통해 뼈저리게 본보기를 경험한 바였다.
“그러니까 네가 널 지켜 줄게.”
소년은 그리 말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악수라도 하자는 것일까. 예린은 한참을 주저한 끝에 질색인 표정을 한 채로 손을 마주잡았다. 그러나 묶인 채라 멀리 뻗을 수 없어 바싹 다가가 붙잡아야만 했다.
잇따라 따끔한 감촉이 손바닥에서부터 전해졌다.
“앗.”
“이걸로 됐어.”
놀라서 손바닥을 들여다보자 살가죽이 붉게 그을려 있었다.
“너, 나한테 뭘 한 거야?”
“별로, 아무것도 아냐. 너한테 추적 기술을 건 것뿐. 혹시라도 떨어져서 너를 놓치면 곤란하잖아?”
추적. 그것은 표식을 새긴 대상으로 하여금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지도에 띄워 주는 기술이었다. 따라서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찾아갈 수 있으며 발자국을 지운다거나 행적을 감추는 식으로도 결코 표식을 발동시킨 자를 따돌릴 수 없는, 말하자면 반영구적인 결속이었다.
푸는 방법은 오직 하나, 표식을 건 자를 죽이는 것뿐.
“그리고 그 표식이 존재하는 한은, 너는 플레이어를 죽이더라도 이 게임에서 나갈 수 없어.”
“...거짓말이지?”
게임에서 탈출하는 걸 막는 기술이라니, 예린은 여태껏 그런 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레벨이 높아지면 배우는 상급 기술들 중에서 게임 시스템 자체에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 몇몇 있다고는 들었으나 게임이 시작되고부터 이제 막 몇 주가 지났을 뿐이다. 눈앞의 소년이 그 정도까지 도달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아니, 저 소년이 아니더라도 누구나가 그럴 것이다.
“아니. 내가 한 말은 진실이야. 이 게임은 언뜻 정교해 보이지만 그래도 여러 군데 시스템적으로 구멍이 존재하거든. 그 추적 기술은 그런 면에서 일종의 꼼수라 봐도 돼. 그 기술이 걸려있는 한은 넌 언제나 전투 상태로 취급되고, 게임의 룰 상 로그아웃은 비전투 상태에서만 가능하니까.”
“...넌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어?”
로그아웃에 대한 정보는 베타테스터에게 사전에 지급된 매뉴얼에도 나와 있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을 끄는 방법 따위, 모르는 플레이어가 있는 게 더 이상하기 때문이다. UI창을 불러내어 로그아웃 버튼을 누르는 게 다인 행동을 어느 게임에서 매뉴얼에 싣겠는가.
더군다나 이 게임은, 게임 시작과 함께 시스템 자체가 큰 변화를 겪었다. 로그아웃이 사라지고 그곳에 소울 수집이라는 극악무도한 PKㅡ그러나 실제 목숨을 전제로 두는ㅡ시스템이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당연히도 이것 또한 매뉴얼에서 관련된 한 글자도 찾아볼 수 없고 모두들 그 악마의 말에 의해 플레이어를 죽이면 얻을 수 있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즉 비전투 상태에서 로그아웃이 불가능하단 걸 알려면 직접 그러한 상황에 놓여 봤어야 하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 각 플레이어가 가지고 있는 정보란, 곧 그들이 겪은 경험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난 이 게임에 관련된 거라면 대부분 알아.”
소년은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그렇게 돌려 말했다.
“...그럼 사람을 죽이지 않고 이 게임을 탈출하는 방법도 알겠네?”
예린은 아직도 소년이 말했었던 불살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 소년의 본성은 폭력적이었고 잔혹했다. 그런 그가 양심에서 비롯되어 사람을 죽이기를 거부한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그건 불가능해. 정확히 말하자면, 그 악마가 게임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는 거라면 그의 허용 없이는 이 세계를 탈출할 수 없거든. 나도 이 분야에 대해서는 어려워서 잘 알지 못하지만, 풀다이브가 이루어진 후 인간의 몸은 고도로 지능화된 AI가 대신 제어해. 그리고 이 AI는 보통 서버 쪽에서 제공하는 게 일반적이지. 이 서버의 주인은 곧 이 게임을 관리하는 운영자라 보는 게 일반적이고, 그 운영자는 네가 알다시피... 모두가 악마라고 부르는 존재야.”
소년은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런 꺼림칙한 말을 하면서도, 여전히 그는 태연한 모습이었다.
“사실 탈출이라 부르는 행위도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 없어. 그 악마가 플레이어를 죽이고 사라진 사람들을 정말로 현실로 되돌려 보냈는지 알 길이 없으니까.”
그렇다면 구조가 늦는 이유도 설명이 된다. 이 게임을 만들고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자들이 3천명의 사람들을 인질로 잡아 협박하고 있다면 국가가 나서더라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의문이 하나 더 생긴다. 인질로 잡을 거라면 어째서 서로를 죽이게 하는가. 차라리 무의식으로 만들고 협상을 진행하는 쪽이 좀 더 그들에게 유리할 텐데도. 머릿수가 줄어들수록 납치범 쪽에 부담이 실리는 건 자명한 이치일 텐데도.
“넌... 그런데도 아무도 죽이지 않는다는 거야?”
“나에게 이건 게임이니까. 그리고.”
소년은 입 끝을 가늘게 하더니 말했다.
“난 이 상황이 썩 싫지는 않아.”
갑작스레 추워진 기분이었다.

밤이 깊어지자 소년은 좀 더 자두라면서 등불과 빈 그릇을 들고 가버렸다. 예린은 어둠 속에 웅크려 누운 채로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동굴 안쪽으로 스며드는 바람이 매서웠다. 냉혹한 세상이었다. 추위와 배고픔, 고통밖에 없는. 그에 비하면 자신이 살았던 현실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뒤늦게 깨달은 것이 너무나 후회되었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게임 따윈 처음부터 하지도 않았을 텐데.
자신은 무슨 죄를 지어 이런 곳에 갇히게 되었나. 오래 전부터 곱씹고 또 곱씹던 의문은 오늘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원망스러웠다. 그러한 감정이 어디를 향해있는지도 모르면서.
“집에 가고 싶어...”

이튿날 잠에서 깨 눈을 뜨자 근처에 갈아입을 옷이 놓여 있는 게 보였다. 어느새 양팔을 묶은 줄도 풀려 있었다.
저쪽의 의도에 따른다는 점이 거슬리긴 했으나 소년이 놓고 간 옷은 털과 가죽으로 되어있어 추위를 막기에 좋아 보였다. 예린은 어쩔 수 없이 갈아입기를 택했다. 원래 입고 있었던 천으로 된 허름한 옷을 벗고 털옷으로 갈아입으니 한결 몸이 따뜻해졌다. 옷은 입기 전과는 달리 예린의 몸에 딱 맞았다. 아마 시스템이 알아서 디자인을 바꿔 준 것이리라.
동굴 바깥으로 나가자 근처 언덕에 소년이 뒤돌아 서있었다. 발소리를 듣고 알아차린 것인지 그는 천천히 예린을 향해 돌아보더니, 이내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잘 어울리네. 다행이야.”
“조금도 기쁘지 않거든.”
예린은 정말로 기분 나쁜 투로 대꾸했다. 소년은 바닥에 내려 두었던 샷건ㅡ저 꺼림칙한 물건을 다시 보니 예린은 기분이 더 가라앉는 느낌이었다.ㅡ을 도로 등에 매더니 말했다.
“우린 이제부터 이동해야 돼. 다시 눈이 내리기 전에 쉴 장소를 찾지 못하면 많이 곤란해질 거야.”
그리고 아닌 게 아니라, 구태여 우리라고 표현한 걸 보면 저 말에는 따라오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예린은 속으론 꺼림칙함을 느꼈지만 어쨌거나 소년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손에 새겨진 이 표식이 그대로인 이상은, 설령 도주하는 데에 성공하더라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진 못하니까 말이다.
예린이 소년의 근처로 가 서자 그는 기쁜 듯이 말했다.
“따라 줘서 고마워.”
“아니면 강제로 그렇게 만들 거잖아?”
“응.”
부정하지 않는다는 게 더는 놀랍지 않았다.
“우리의 목적지는 여기야. 이곳에 내가 만든 피난처가 있거든.”
소년은 지도를 불러내어 둘이 있는 곳에서 좀 더 아래쪽을 가리켰다. 지도를 본 예린은 그가 벌써 설산의 북쪽 지역을 대부분 밝혀 놓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정도로 들쑤시고 다녔다면 분명 몬스터나 플레이어도 다수 마주쳤을 것이다. 따라서 도망만 다닌 게 아니라면 소년의 레벨은 상당히 높다고 봐도 무방했다.
허나 실제로 그런지는 또 모른다. 인터페이스 창에 표시되는 타인의 정보는 HP가 다니까. 또 물어본다고 해도 이 소년이 진실을 말해 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소년은 하나부터 열까지 믿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 출발을... 참, 깜빡했네. 너 이름이 뭐야?”
“...임예린.”
“난 이태진. 앞으로 잘 부탁해.”
딱히 안 궁금한데.
태진이 내민 손을 예린은 고개를 돌려버리는 것으로 거절했다. 태진은 내민 손을 거두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시간이 지나면 너도 날 이해해 줄 거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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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그렇지만

자작 소설을 어딘가에 올릴 땐 떨리면서도 무섭습니다.

그래서 어제 쓰고도 오늘에서야 올리게 되었네요.


Lv0 나나나나난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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