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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좀비 랜드 사가 1화 리뷰: 좀비물과 아이돌물, 두 장르의 클리셰 비틀기

아이콘 냥마루
조회: 4745
2018-10-12 01:59:07


 <좀비 랜드 사가>는 따끈따끈한 2018년 4분기 신작 애니메이션입니다. 따로 원작이 존재하지 않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자아를 가진 ‘좀비’가 평범한 일상의 ‘아이돌’이 되어서 무대에 서고, 세상(사가 지역)을 구한다는 내용의 좀비 아이돌 개그 애니메이션이죠.

 아주 시작부터 단단히 낚았습니다. 포스터와 제목에서 뿜어져 나오던 의미심장한 분위기에 유명 영화 <좀비 랜드>를 연상하고 덥석 물었지만, 그것은 단순한 미끼. 방금 말한 내용에서 보이다시피 실상은 정반대였죠.

 바람대로 좀비가 등장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자아를 완전히 잃지도,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도 않고, 주인공들이 의지 투합해서 살아가지만 목적의 방향이 다르며, 긴박한 액션도 없죠. 심지어 세상 사람들은 좀비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설상가상 제거 대상에 해당하는 ‘좀비’는 우리의 주인공. 좀비 작품 하면 떠오르는 대중적인 요소 어느 것도 <좀비 랜드 사가>에는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예상치 못했던 좀비 아이돌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설정은 머리에 알딸딸한 충격을 선사해줬다는 겁니다.



▲<좀비 랜드 사가> 포스터와 필자가 바랐던 거.



▲그리고 정작 나왔던 거.........





 클리셰 비틀기.
 과연 이게 좀비물을 비튼 건지, 아이돌물을 비튼 건지........


 <좀비 랜드 사가>는 일명 클리셰 비틀기입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진부한 소재를 조금(?) 비틀어서 참신함을 가져다주는 거죠. 특히나, 대중에게 여러 방법으로도 널리 알려진 좀비물이기에 새로운 클리셰 비틀기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여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좀비 랜드 사가>는 비틀어도 너무 비틀었습니다. 무슨 걸레짝 비틀어버리듯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태클 걸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전부 다 어처구니없고 기가 막혀서 보이는 족족 태클 걸고 싶어질 지경이었죠. 대략 멍해진다는 개념이 여기서는 통용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기가 막혔던 곳은 <좀비 랜드 사가>가 억지와도 같은 아이돌 무늬의 좀비이면서 전형적인 아이돌 애니메이션의 구색을 제대로 갖췄다는 겁니다. 좀비 주제에 고스펙을 하고 있는 6명의 좀비와 평범 그 자체인 좀비 주인공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은 쉽게 볼 수 있는 아이돌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구성입니다. 주변의 압도적인 능력에 주인공의 노력과 갈등을 돋보이게 해주면서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전형적인 아이돌 애니메이션의 형태. 그다지 특별한 게 없는 진부한 구색이죠. 하지만, 웃기게도 여기에 상극과도 같은 좀비라는 향신료가 첨가되면서 이러한 평범한 구색이 독특하게 느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신데렐라 걸즈>도 이러한 형태를 띄우고 있지만, 좀비가 이와 확실한 차별화해줬다.


 게다가 좀비의 특성과 아이돌이라는 목표를 적절히 배합해내면서 아이돌로서의 고민과 좀비로서의 고민이 공존하고, 두 개의 소재를 엮어낸 코믹 요소는 작품만의 특색까지 제대로 살려냈죠.

 이쯤 되면 이게 좀비물이나 아이돌물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한 게 아니라, 그냥 두 개를 같이 비틀고 합치는 바람에 형태를 알 수 없는 혼종을 제작한 게 아닌가 의아해졌습니다. 너무 강렬한 인상에 대략 머리가 멍해지죠. 그래도 일단은 과격하게 비튼 거 치고는 참신하면서도 스토리의 방향을 찾고 녹아들기 쉬웠다는 점은 정말 좋았다고 말하고 싶네요.

 다만, 아직 1화까지만 나온 상태라서 이 참신함을 언제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막말로 2화부터 참신함을 잃어버릴 수도 있죠. 그리고 아이돌이 돼야 하는 정당성이나 좀비를 탄생시킨 이유 등 아직 풀어내지 않은 숙제가 많다는 점과 설정의 구멍이 벌써 조금 보이려고 한다는 것도 불안을 가중시킵니다.

 그래도 일단은 1화에서 두 개의 소재를 잘 섞어낸 상태에서 <좀비 랜드 사가>를 시작했다는 점, 이미 충분히 병맛스러운 설정이었기에 다소간의 스토리 이탈은 어느정도 수긍될 거라는 점 덕분에 아마도 당분간은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소 실성한 듯 싶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스토리가 어떻게 산으로 흘러갈지를 지켜보는 것도 <좀비 랜드 사가>를 보는 소소한 재미이지 않을까 싶네요.






 연출로 시청자의 감정을 조종하다.




 클리셰를 비틀어서 탄생시킨 혁신적인 소재는 참신함을 제조하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일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은 도리어 시청자에게 당혹감과 의문의 소지를 제공하면서 집중력을 떨구는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하죠. 

 그런 의미로 <좀비 랜드 사가>를 보면서 가장 감탄한 건 진부함을 참신함으로 탈바꿈시킨 연출이었습니다. 시청자의 몰입을 꾸준히 조절하고, 캐릭터의 감정에 동화시켰죠. 그리고 몰입을 방해하는 당혹감을 불식시켰습니다. 그 정도로 <좀비 랜드 사가>의 연출은 보는 맛이 났습니다. 

 <좀비 랜드 사가>의 매력적인 연출에는 색 반전, 장면전환, 불협화음 같으면서 너무나도 어울리는 OST 배치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당연하게도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 충격적인 반전 요소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몰입감을 극대화하지만 스포성이 적은 두 개의 연출을 예로 들고자 합니다. 



▲인물의 표정을 보여주고, 인물과 시선을 같이하면서 불안감을 동조시켜준다.


 처음에 보자마자 탄사를 내뱉은 연출 장면입니다. 검은색과 하얀색의 색상 조합으로 인물을 더욱 뚜렷하게 해줍니다. 특히, 인물의 얼굴이 밝은 톤을 띄우면서 인물의 표정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냈죠. 그러면서 시청자가 인물의 불안한 감정에 온전히 집중하게 됩니다. 게다가 인물이 보는 시선에서 사물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인물이 느끼는 불안한 감정에 동조하게 유도하며 상황에 몰입시켰죠. 

 여기에는 빗소리의 효과음과 으스스한 BGM의 교묘한 바턴 터치도 큰 역할을 합니다. 스크린샷이라서 소리가 들리지는 않는 게 참으로 아쉽네요. 첫 장면에서는 빗소리와 천둥 치는 소리가 불길한 기류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시청자가 인물의 시선을 따라서 방 안을 둘러보는 순간, 빗소리는 서서히 작아지고, 으스스한 BGM이 스멀스멀 엄습하죠. 이런 교묘한 바턴 터치는 시청자가 방 안에 갇힌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속이고, 인물의 감정에 동조를 도우면서 긴장감은 배로 늘려주게 되죠. 


▲인물의 감정에 동조된 뒤 인물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감정을 더욱 멋들어지게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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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선과 주변 배경을 흐려지게 함으로써 인물의 역동성을 살려준다.


 이 연출은 굵은 선을 그려주면서 인물의 역동성을 살려주는 장면입니다만, 이렇게 멈춰있는 스크린샷으로 보는 재미는 상당히 떨어질 거라고 생각됩니다. 몰입감을 살려주는 요소 중 하나인 건 맞지만, 사실 그렇게 특별한 연출은 아니기 때문이죠. 

 이 연출을 고른 이유는, <좀비 랜드 사가>의 감독인 사카이 무네히사의 특징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사카이 무네히사는 이전에 <원피스 1기>, <프리큐어 시리즈>, <DAYS> 등의 작품 연출을 맡은 바가 있는데. 하나같이 격렬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필수로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 덕분인지 <좀비 랜드 사가>에는 스포츠나 액션 신에서 볼 수 있는 투박한 선이나 슬로우 모션을 이용한 연출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별 거 아닌 움직임 같은데도, 이상할 정도로 긴장감 있고 역동적인 괴상한 상황을 연출해냈고, 신선한 재미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또 20년이 넘게 업계에 종사한 풍부한 경험은 연출의 퀄리티에 힘을 실어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해줍니다. 다만, 연출에서 세월의 흔적이 약간 엿보인다는 게 흠이지었지만 말이죠........ 


▲그런데 굵은 선은 약간 고리타분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좀비 랜드 사가>에서 주의해야 할 것.



 <좀비 랜드 사가>에서 주의해야 하는 건 총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그로테스크한 표현입니다. <좀비 랜드 사가>가 아무리 좀비의 탈을 쓴 아이돌물이라고 할지라도, 엄연히 좀비의 특성이 그대로 묻어있습니다. 무엇에 찔려도 멀쩡하고, 흉측한 몰골을 하고 있죠. 애니메이션의 좀비 비주얼이 대부분의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순화시켜주지만, 무언가에 박혔을 때의 맛깔나는 효과음은 이를 다시금 되살려주고 있죠. 1화에서는 그렇게까지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별로 없었지만, 좀비를 소재로 한 이상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니 그로테스크한 묘사에 아예 면역력이 없으신 분이라면 <좀비 랜드 사가>는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죠.

 그리고 두 번째는 개그 코드입니다. <좀비 랜드 사가>의 개그는 동작이 커다란 슬랩스틱 코미디를 방불케 합니다. 리액션이 과하고, 분위기가 왔다 갔다, 이랬다저랬다 정신없죠. 그렇기에 그런 개그 코드와 맞지 않으신 분이라면 일단 시청은 해보지만, 3~4화까지 나온 다음 천천히 감상하시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계속 같은 흐름, 같은 개그 템포를 유지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죠.



▲이때의 살이 터지는 생생한 효과음은 그로테스크에 면역력이 없는 사람에겐 다소 힘들 수 있죠.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품.



 아직 1화까지밖에 방영되지 않았기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1화에서 보여준 연출은 기대감을 드러내도 될 거 같다는 느낌을 줬습니다. 시청자의 감정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조종할 줄 알았고, 진부함을 참신함으로 바꿀 줄도 알았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상 결말이 나올 때까지 스토리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 떠안고 가야 하지만,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걸즈 앤 판처>처럼 연출의 맛을 더할 줄 알고 있다는 느낌은 앞으로 <좀비 랜드 사가>는 기대하고 보셔도 될 거 같다는 맹목적인 믿음을 받기엔 충분했네요.




▲갈 길이 머네요....

 PS. 도입부의 연출에 대해서는 되도록 언급해주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쓰고 싶은 욕구가 강했지만, 아무래도 1화는 무슨 작품인지 대충 파악하려고 읽는 분도 계실 거 같아서 스포를자제했거든요. 때문에 스토리에 대한 얘기도 자중했죠. 다음 2화부터는 스토리에 실망한 점이 있다면 스포 상관없이 그냥 두서없이 적도록 할게요.





 네이버 블로그 링크: https://blog.naver.com/zkdlsk1/221375755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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