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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LA 글래디에이터즈와의 경기 관람

아이콘 Naeri
댓글: 17 개
조회: 4418
추천: 6
2018-02-06 17:37:31



저는 취재를 위해 동행한 사진기자와 함께 로스앤젤레스 램즈의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를 보러 로스앤젤레스 메모리얼 콜리시움으로 향하는 들뜬 관중들의 대열에 합류하며, 문득 e스포츠도 이 정도 규모의 행복한 혼란을 일으키려면 얼마나 걸릴까 궁금해졌습니다.

미국에서 인기 스포츠 종목 행사가 열리면 엄청나게 요란하며 실로 흥청망청하는 장관이 벌어집니다. 흉하면서도 아름다운 광경이죠. 오버워치 리그는 e스포츠가 이 세상을 장악하기 위한 다음 단계인 것일까요?

28번 게이트 앞에서 LA 글래디에이터즈 선수들을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보라색 옷을 입은 사람들은 이 선수들뿐이었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램즈 팀의 파란색, 금색과 흰색을 입었거나 원정팀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에 대한 충심을 나타내는 선명한 빨간색 옷을 입었습니다. 오늘 자리해준 선수들은 Lane “Surefour” Roberts, Jonas “Shaz” Suovaara, Benjamin “BigGoose” Isohanni와 Joao Pedro “Hydration” Goes Telles, 이렇게 네 명입니다. 이들은 우리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프닝 위크를 코앞에 둔 막바지 준비 상황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장에 입장하기 전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선수들이 도무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혹시 미식축구 팬이냐고 물었습니다. 아니랍니다. Surefour는 캐나다, BigGoose와 Shaz는 핀란드, 그리고 Hydration은 브라질 출신입니다. 이 중 미식축구가 인기인 나라는 없습니다. 저는 선수들의 지식 수준을 테스트해보았습니다. 점수가 몇 점 나야 터치다운일까요?

"2점 아니면 3점?" Surefour가 넘겨짚습니다. (정답은 6점입니다.)



VIP 대접

저희는 VIP용 특별 출입구를 통과하여 경기장과 같은 높이에, 엔드존 바로 뒤의 명당자리인 사이드라인 쪽 관객석으로 향했습니다. 글래디에이터즈의 공동 소유주 겸 램즈 구단주인 Stan Kroenke가 배려해준 덕분입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글래디에이터즈 선수들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사이드라인으로 걸어 나가 내리쬐는 태양 아래 구부정한 자세로 어슬렁댑니다. 덩치 큰 포티나이너스 선수들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의 엔드존에서 워밍업에 한창입니다. 글래디에이터즈 선수들은 아무도 특히 흥분한 것 같지 않습니다.

Surefour는 관객석으로 돌아가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 원래 평생 스타를 좋아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 타입이 아니라서요. 이런 상황에서 경외감도 뭣도 아무 느낌이 안 들어요."

알고 보니 Surefour는 종류와 관계없이 강렬한 감정에 휩싸이는 일이 드문 사람이었습니다. 지난 10년간 딱 한 번 울었다는군요(나루토를 보다가).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가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지는 않는답니다. 그의 무던한 심장을 미친 듯이 뛰게 하는 것은 비디오 게임 대회가 유일합니다. 팀의 운명이 그의 성적에 달린 그 순간 말입니다.

나머지 선수들도 그와 비슷하게 침착해 보입니다. BigGoose는 정말로 화를 낸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합니다. 물론 등급전 팀원들에게 약간의 불만은 있었던 적 있지만요.

그는 "전 보통 다들 진정하라고 말리는 타입이에요."라고 말합니다.

선수들의 무미건조한 태도가 말이 되는 것 같네요. LA 램즈 선수들을 데리고 오버워치 경기를 관람하러 가도 아마 비슷하게 행동할 것 같습니다. 물론 예의 바르고 존중하는 태도는 갖추지만, 그다지 압도당했다거나 지나치게 감상적이지는 않겠죠. 박스석에 도착한 글래디에이터즈 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Riley Jamison처럼 말입니다. ("세상에", Riley는 양손으로 머리를 엉망으로 헝클어 놓으며 앞뒤로 분주하게 뛰어다니면서 외칩니다. "이건 말도 안 돼요! 이건 진짜 말도 안 돼요!") 글래디에이터즈는 맡은 종목에서의 프로들입니다. 이 모든 상황에 익숙한 편이죠. 규모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종류는 비슷하니까요.

충분한 수분 보충

글래디에이터즈 소개 동영상에서 Surefour는 Hydration이 마치 "위도우메이커 같아요. 아무 감정 없는 냉정하고 말 없는 킬러"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받은 인상과는 사뭇 다르군요. Hydration은 끊임없이 농담을 던집니다. 미소를 지을 때면 원래 활짝 웃을 수 있지만 지금 억누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데, 보조개와 눈꼬리에서 감출 수 없는 미소가 비어져 나오네요. 그는 까다로운 편식쟁이이기도 합니다.

그는 "저는 고기, 빵, 치즈랑 쌀 외에 아무것도 먹지 않아요. 과일이랑 채소는 사절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모두들 박스에 담긴 케이터링 서비스 음식에 기대가 큽니다. 팀 수석 코치인 David Pei가 핫도그 번을 하나 들고 철제 케이터링 트레이로 달려갔습니다. 뚜껑을 열었는데 - 아뿔싸, 아직 핫도그는 없고 끓는 물뿐이네요.

"낚였어요!"하고 Pei가 외쳤습니다.

모두 그를 지나쳐가지만, Hydration만 이미 차려진 얼마 되지 않는 음식들을 우울한 얼굴로 꼼꼼히 둘러봅니다.

제가 핫도그 번을 가리키면서 "저기요, 이것도 빵이잖아요. 빵은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특유의 조용하고 반쯤 억누른 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번을 하나 집어 들고 제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맛이 어때요?" 저는 그의 답변을 받아 적으려고 작정하고 물었습니다.

그는 한 입을 더 먹더니 무덤덤한 척하려는 연기에 실패하고 입을 가리며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Hydration은 브라질 중부의 산업도시인 몬치스클라루스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은 그가 태어나기 전에 이혼하셨다고 합니다. 그는 7살 때 어머니와 의붓아버지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의붓아버지는 Hydration이 10살 되던 해 다시 가족을 데리고 해외 발령지에 부임했습니다. 그는 중국의 국제 학교에 다니게 되었는데, 전교생의 44%가 한국인이었습니다. 그는 자기 인생의 그 시기를 "온통 스타크래프트" 시절로 기억합니다. 요즘에는 Hydration에게 오버워치 외에 다른 게임을 할 시간이 없습니다.

"첫 시즌이 어떻게 흘러갈 것 같아요?"라고 제가 물었습니다.

Hydration은 "저희가 다 밟아버릴 거예요."라고 엄숙하게 말합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저는 핀란드 지원가 듀오인 BigGoose와 Shaz 옆에 앉았습니다. 두 사람은 선블록 크림을 잔뜩 바르고 나와 램즈의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를 관람하고 있습니다. Shaz는 어디서 램즈 모자를 얻어왔는데, 사이즈가 머리 크기에 비해 너무 작습니다. ("머리가 크면 뇌도 크고, 똑똑하다는 얘기죠."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2쿼터 종료를 1분 앞둔 시점에, 램즈에게는 험난한 앞길이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포티나이너스가 이미 20 대 3으로 앞서 있었거든요.

램즈 치어리더 두 명이 기념사진을 찍으러 찾아왔습니다. 글래디에이터즈 선수들은 처음에는 좀 걱정되는 듯한 얼굴이었지만, 결국은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중에야 Shaz는 이런 것들이 불편하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사진을 찍으려고 포즈를 취하는 것도, 자신이 아닌 무엇인가인 '척' 연기하는 것도 싫답니다.

"저는 그냥 오버워치를 하는 게 좋을 뿐이에요."라고 그는 털어놓았습니다.



Shaz는 핀란드의 대도시 중 한 곳인 이위배스퀼래 출신입니다. 실업계 학교를 나왔는데 처음에는 정보 기술 전공이었다가 나중에는 공조 시스템 설치로 전향했지만, 어느 쪽도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오버워치 선수로서의 커리어가 이렇게 잘 풀렸다는 것에 당혹스러운 눈치입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실력이 좋아졌는지 본인조차 모르겠다는군요.

그는 "게임에서 이기면 이길수록 계속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LAN 이벤트에서 첫 승을 거둔 것은 2016년 8월 Multiplay Insomnia 58 행사였습니다. 당시에는 닉네임 "Shazardous"로 Reason Gaming 팀에서 활동하고 있었죠. 그 뒤로는 일약 성공대로를 걸어 유럽 오버워치계의 최강자로 떠올랐습니다. 그는 BigGoose와 함께 Team Gigantti에서 활동한 적도 있습니다. 두 사람이 속한 이 팀이 오버워치 컨텐더스 유럽 시즌 1에서 우승했죠. 바로 이때가 돌파구였습니다. 이 팀 소속 선수 네 명이 그 후 오버워치 리그 프로 선수로 영입되었거든요.

BigGoose는 해안가 도시인 코콜라에서 자랐습니다. 요리사가 되려고 공부하던 중에 정규직 프로 게이머라는 꿈을 따라가기로 결정했죠. 그는 Shaz보다 외향적이고, 잘 웃고 두 볼이 발그레합니다. 그의 머리카락은 심한 곱슬머리입니다. Shaz와 마찬가지로 BigGoose도 자신의 성공에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모든 게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거든요. 그는 고작 세 시즌 만에 유럽 상위 50위권 내에 들었습니다. 이제는 오버워치 리그 소속 선수로, 처음에 이름을 날렸던 소규모 토너먼트 대회와는 차원이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죠. 말로는 여기나 거기나 크게 차이가 없고, 평상시와 다름없다고 하지만 첫 시즌에 대해 질문하자 입이 굳어졌습니다. 딱히 걱정되어서라기보다는 강렬하고 온 신경을 쏟아부어야 하는 굳은 결심 때문이라고 해야겠네요.

대화를 나누다가 점보트론에서 글래디에이터즈에 관한 영상이 나오는 바람에 맥이 끊겼습니다. 화면에 "로스앤젤레스, 여러분의 새 오버워치 스포츠 팀을 만나보세요."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몽타주 화면이 이어졌습니다. 팬들은 어리둥절해서 조용해졌습니다. 영상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뜨문뜨문 박수가 나옵니다.



잠시 후 Jamison이 달려왔습니다.

그는 "대성공이에요. 관중들이 엄청나게 환호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바로 이렇게 적으세요."

물론 농담이지만, 사실 이만큼 커다란 화면에 오버워치 리그에 관한 영상을 내보냈다는 것 자체가 관객의 반응과 관계없이 성취감이 느껴지는 일이었습니다. 방금 수천 명의 풋볼 팬들에게 오버워치 e스포츠라는 장르를 소개했습니다. 대다수의 e스포츠 팬이 기존 스포츠 팬이기도 하고, 그 반대로 스포츠 팬이 e스포츠 팬이기도 하므로 바로 이 순간 여기에서 약 수백 명의 오버워치 리그 팬들이(어쩌면 글래디에이터즈 팬도) 탄생했다고 상상해도 크게 무리는 아닙니다.

아무 일요일이나

램즈는 시즌 초반부에 포티나이너스를 꺾은 전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반전에서 전세를 역전하지 못하고 고전했습니다. 저희 관람석에서는 선수들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케이터링 음식을 양껏 먹으며 경기를 관람하면서 수다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램즈 팀의 마스코트인 램피지(Rampage)가 관람석 쪽으로 와서 모두와 악수를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날 램즈의 경기에서는 "실드업" 전략이 효과가 없었고, 경기는 34 대 13으로 포티나이너스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현재 오버워치 리그 순위만 보면 LA 글래디에이터즈의 앞길도 험난할 것으로 보입니다. 열심히 싸웠지만 첫 시즌을 다소 실망스럽게 시작했거든요. 하지만 팀원들에게는 리그에 적응할 시간도 충분하고, 어쩌면 새 선수를 영입하거나 트레이드를 할지도 모릅니다. 결과적으로 승패 기록이 이 팀에 유리한 쪽으로 뒤집힐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오버워치 리그 첫 시즌이 풋볼 시합이었다면 아직 1쿼터도 채 끝나지 않은 시점일 뿐입니다.

Lv83 Na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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