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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블리자드에 보내는 편지

Dotger
댓글: 24 개
조회: 4251
추천: 68
2019-06-14 22:12:49

1월에 업로드되어 와우 레딧 역대 최고 수치인 5만 추천(upvote)을 받은 글을 번역해봤습니다.

원문링크는 아래에 있습니다.

https://www.reddit.com/r/wow/comments/a7rrmy/a_letter_to_blizzard_entertainment/


 

 

친애하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귀하,



게임플레이가 최우선이다.



그게 당신들의 이념이었습니다. 당신들의 설립 이념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그걸 저버렸습니다.



저는 괴팍한 41세 남성입니다. 냉소적이고 회의적이죠. 전 마케팅 쪽에서 일하는데, 장사질을 혐오합니다. 개소리 씹소리밖에 없더군요. 장사의 핵심은 고객으로 하여금 회사에 충성하게 해서 회사와 소통하고 친밀감을 갖게 만들라는 둥 말도 안되는 헛소리만 가득합니다. 전 제가 사는 물건을 만드는 회사에 조금도 관심이 없습니다. 전 코카콜라 회사와 친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전 타이드(*1) 팬 페이지에 들어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전 리바이스 박람회에 가려고 돈을 내려는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전 그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물건을 원합니다.

 

 

*1 세제 회사



저는 덴버 브롱코스(*2)의 팬이지만, 그런 식으로 회사의 팬이 되지는 않습니다. 케이스 키넘(*3)이 미스 패스를 할때 전 소리를 지르지만, 뿅뿅같은 맥도날드 광고를 볼 때까지 그러진 않습니다. 전 나이키와 구글에 감정적으로 과몰입하지 않습니다. 밴스 조셉(*4)이 브롱코스를 말아먹으면 당장 짤려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나이키나 맥도날드의 경영진이 일을 말아먹었을때 똑같이 짤려야 된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2 미식축구팀 *3 브롱코스의 선수 *4 브롱코스의 감독

 

 


왜 이런 걸까요? 그건 제가 브롱코스에 감정적으로 애착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전 그 팀을 사랑해요. 브롱코스가 슈퍼볼 50에서 우승했을 때, 전 울었습니다. 비이성적이죠, 저도 압니다. 스포츠 팀이 이기거나 지거나 제 개인적인 삶엔 아무런 영향도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전 응원하고 또 야유합니다.


 

 

다행스럽게도, 물건을 파는 회사들에게까지 이런 식으로 몰입하진 않습니다.




딱 한 회사만 빼고요.




20년 넘는 기간동안 블리자드, 당신들은 제가 정말 재밌게 플레이한 여러 게임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제가 그 게임을 더럽게 못했을지라도 전 여전히 플레이 했습니다. 전 블리자드가 해당 장르에서 최고의 게임을 만들거라 믿었습니다. 전 스타크래프트를 전혀 잘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플레이했습니다.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캠페인을 겨우 깰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어쨌든간에 플레이했습니다. 전 디아블로를 정말 좋아했지만, 하드코어 모드나 고단 균열은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왜 이 게임들을 했을까요? 게임이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게임 도중 친구 몇몇을 사귀기도 했습니다 - 아직까지 블리자드 게임을 같이 하는 친구들 말이죠. 하지만 2004년 제가 처음 던 모로에 발을 디뎠을 때, 전 진정으로 블리자드를 사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아이언포지를 처음 보기 위해 눈위를 걷고 언덕을 오르던 때를 절대 잊지 못할겁니다. 그 이후로 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당신들 블리자드)를 쭉 사랑해왔습니다.

 


오리지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박스에 들어있던 캔버스 포스터가 제 벽에 붙어있습니다. 조그만한 아서스 피규어는 제 책상을 지켜줍니다. 제 옷장에는 블리자드 브랜드 티셔츠가 브롱코스 팀 저지 옆에 걸려있습니다. 다른 물건들을 사는것과, 블리자드의 굿즈를 사는것은 저에겐 전혀 다릅니다. 전 블리자드의 팬이니까요. 전 블리즈컨을 가기위해 돈을 냅니다. 브롱코스가 성공하길 바라는 것처럼, 블리자드가 성공하길 원합니다. 하지만 지금, 벽에 포스터를 볼 때나 블리자드 티셔츠를 입을때, 마치 브롱코스 경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과거엔 위대했지만 더 이상은 그렇지 않은 팀을 응원하는 듯한 느낌이요. 그래도 전 여전히 지켜봅니다. 진성 팬들은 그러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면서 발전하는 날이 오길 바라는 거죠.


 

 

2011년에 공개된 블리자드 회고록 다큐멘터리에서, 밥 데이비슨(*5)은 "블리자드가 하고 싶은걸 하게 놔두는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작업이 아니고 농땡이를 피우는게 아닌 이상." 라고 했었습니다.


 

*5 데이비슨&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후에 블리자드의 전신인 실리콘&시냅스를 인수함.

 


블리자드, 당신네들이 지금 하고 있는것은 전혀 작업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어쩌면 당신들은 이걸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게 회사 내에서 권력 투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당신들은 "게임플레이가 최우선이다"라는 자부심이 있었던 회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기엔 너무 먼 길을 왔을 지도 모릅니다. 블리자드 게이머들이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는 훌륭한 게임 플레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훌륭한 게임 플레이란건 어렵습니다. 훌륭한 게임플레이를 위해선 수 년간의 테스팅이 반복되어야 합니다. 거기에 돈도 많이 듭니다. 블리자드는 특유의 개발기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금방." 많이 듣던 말입니다. "금방 개발이 완료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당신들이 만드는 멋지고 아름다운 그 무언가가, 약간의 흠은 있을지라도, 재밌을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금방"은 대개 기다릴 가치가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더 이상 그런 게임을 만들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그런 게임을 다시 만들게 될 것인가라는 의문에도 회의감이 듭니다.




제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처음 몇 년간 날마다 접속했던 이유를 아시나요? 그건 15분동안 시체끄는게 재밌어서가 아니었습니다. 흑마법사로 영혼의 조각을 모으고 싶어서나 혈투의 전장에서 5시간동안 헤맬 걸 대비해서 사냥꾼으로 마을까지 되돌아가서 화살을 사두고 싶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종족 공용 탈것을 사려고 구리 주괴를 만들거나 룬무늬 옷감을 모으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전리품 상자를 얻거나 사기 위해 접속을 한 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던전을 클리어하고 막보스가 내가 먹고 싶었던 템을 주는 수준을 넘어서, 티탄벼림까지 떠서 먹고 싶었던 템의 짱 세진 버전을 드랍하는걸 바라지 않았습니다. 저는 막대기를 채우려고 접속한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결국 뭔 고블린 광부가 새로운 되도 않는 힘의 원천을 찾자마자 쓸모도 없이 사라져버릴 되도 않는 힘의 원천을 모으기 위해 게임을 한 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던전을 허겁지겁 클리어하거나 날마다 끼고 있는 장비보다 미세하게 좋은(혹은 나쁜) 장비로 갈아입기 위해 게임에 들어온 게 아니었습니다.




사실 돌이켜보자면 저는 오리지널 와우동안 똑같은 의복을 2년동안 입었습니다. 불타는 성전이 나오고 나서야 장비를 바꿨죠. 저는 올바른 특성을 찍었는지, 올바른 장비를 입었는지 확인하거나 제가 끼고있는 장비로 숫자 시뮬레이션을 하는 제 3의 웹사이트에 들어가기 위해 게임에 들어온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의 파티에 참여하기 위한 요구 조건인 제 3 사이트의 되도 않는 점수를 따기 위해 한달에 19800원을 낸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플레이 한 이유는 소수의 친구들과 아제로스에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요즘 사람들처럼 "만렙부터 시작인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까봐 허겁지겁 레벨업 하지 않았습니다. 퀘스트를 하다 PvP로 방해를 받건(시체끌고) 던전을 가건(시체끌고), 제 레벨에 좀 버거운 몬스터들이 우글거라는 지역을 탐험하건(더 시체끌고) 간에 그걸로 족했습니다. 왜냐면 아제로스 - 멋진 생명체들과 숨겨진 요소로 가득한 거대한 세계 - 를 탐험하는건 정말 재밌었기 때문입니다.




클래식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저런 요소들을 다시 불러올거라 생각한다면 당신들은 큰 착각을 하고 있는겁니다. 절대 그렇지 않을겁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10살짜리 아이가 디즈니랜드를 처음 갔을때의 느낌을 성인이 되어 디즈니랜드를 간다고 다시 느낄 수 없듯이, 그러한 경험은 다시 경험하는게 불가능합니다. 오늘날에 우리가 플레이하는 게임은 게임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하루하루 유저들의 행동과 습관을 수집하는 정보 수집 프로그램에 불과합니다. 와우는 더러운 마케팅 인간들이 인게임 상점에서 뭘 팔건지, 여우 탈것에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게임 런쳐에 어떤 광고를 넣을지 결정하는걸 돕기 위한 실험 도구에 불과합니다. 당신들은 더 이상 우리를 손님으로 보지 않고, 돈님으로 봅니다.




현재 와우의 새로운 요소들은 평판 막대와 시간이라는 장벽 뒤에 가려져 있거나 아예 게임에 있지도 않습니다. 잔달라 트롤은 격전의 아제로스에서 우리에게 소개된 첫 번째 요소였습니다. 그런데도 잔달라 트롤은 인게임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잔달라 트롤은... "금방" 나올겁니다. 당신들은 스토리텔링을 방패로 잔달라 트롤이 없었던 걸 정당화했지만, 비겁한 변명이었습니다. 8.1 패치는 12월 11일에 나왔습니다. 다자알로 전투는 1월 22일까지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편리하게도 8.1을 맞춰 복귀한 누군가가 계정비를 내기 시작한지 30일이 조금 지나서였죠.






단언컨대, 와우에서 할 거리는 역대 최고로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예전에 접속하던 것 만큼 자주 와우에 접속하지 않습니다. 더 최악인건, 예전처럼 플레이 하게 될거라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저는 제 친구들이 플레이 하고 있는지 보기 위해 접속합니다. 만약에 친구들이 플레이하고 있다면, 몇 명 모여서 같이 전리품 상자나 얻고 허겁지겁 던전이나 돌면서 다시 재밌게 게임을 하고 있는 척이나 해보려고요.




당신들은 MMORPG를 만드는걸 수 년전에 관뒀습니다. 대신, 당신들은 와우를 정교한 판타지 테마의 짝퉁 카지노로 만들었습니다. 이건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약을 갈구하는 약쟁이처럼 만들게 디자인된 3인칭 파밍 슈터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당신들의 다른 게임 타이틀들은 그저 전리품 상자를 까는 중간중간에 심심하지 말라고 미니게임을 달아둔 쇼핑 카트에 불과합니다.



블리자드 게임은 아름답기에 이건 굉장히 슬픈 사실입니다. 당신들의 아티스트들은 업계의 최고입니다. 그들의 작업물들이 더러운 장사치의 실험과 조잡한 게임플레이 디자인으로 망쳐진다는 사실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왜 이안 해지코스타스가 아직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게임 디렉터인 것입니까? 이안은 Q&A에서 하는 말들이 대체 말인지 당나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그리고 제이 알렌 브랙)의 지도 하에서, 게임은 점점 후퇴했습니다. 이안의 따까리, 조쉬 "로어" 앨런 - 당신들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공식적 얼굴 마담으로 삼기 위해 고용했던 - 은 우리를 "징징이들"이라 부르며 자신의 개인적 브랜드를 구축하는데나 관심이 있지 당신들이 그에게 돈을 주면서까지 하길 바라는 일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이 헛소리하는 동료들의 꾐에 넘어간건지, 의욕을 잃은건지, 정말로 와우와 와우저들을 무시해서 그러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창의적이고 열정으로 넘치는 사람들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디자인 계획 분야에서 일 할수 있기나 한 겁니까? 아니면 게임을 알고리즘과 데이터에 기반해서 통계만 중시하는 씹새가 디자인하고 있는겁니까? 무언가 재밌는지 아닌지는 사람들이 판단하는거지, 컴퓨터가 하는게 아닙니다. 




블리자드, 우리는 당신의 적이 아닙니다. 우린 당신의 충성스러운 지지자입니다. 어중간하고 미적지근한 팬들은 이미 떠났고 다신 돌아오지 않을겁니다. 우리가 당신들이 가진 전부란 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MMORPG에 있어서는, 당신들이 우리의 유일한 선택지입니다. 제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그만 말아먹어주세요. KPI나 MAU, 아니면 다른 마케팅 씹것들에 따라 디자인하는걸 멈춰주세요. 이젠 위의 인간들을 "알려지지 않은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 시킬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게임플레이가 최우선이다"가 무슨 뜻인지 상기시키거나요.




저는 블리자드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액티비전에서 경영 압력을 넣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릅니다. 마이크 모하임이 왜 떠났는지도 모릅니다. 회사의 사기가 낮은지 높은지도 모릅니다. 왜 당신들이 재능있는 개발자들을 모바일 프로젝트(당신들의 고객들은 이에 관심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블리자드의 설립자들처럼, PC게임을 하고 자란 중년 성인이기 때문이죠.)에 참여시키는게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일생의 절반을 응원한 회사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전 블리자드 게임에 대해선 잘 압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최근에 만드는게 무엇이 됐건간에, 블리자드 게임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문제가 무엇이건 간에, 고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금방" 고쳐질 거라 믿습니다.





아제로스를 위하여



기다릴 줄 아는 자, Lightcap이

Lv20 Dot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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