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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16Lab의 AR소대. 그리고 S09 지역 지휘부.txt

티코이
댓글: 10 개
조회: 3178
추천: 12
2018-01-24 03:08:11

 

 

한 때는 1제대 리더였지만 엘리트 전술인형들이 서서히 늘어남에 따라 3등급 RF SV-98 자신은 자연스레 출동 나갈 일이 없었다. 기껏 해봐야 급하게 자원이 필요할 때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장기간의 군수지원이 전부. 근래에 들어선 그 마저도 대민관계를 위해 좀 더 예쁘고, 목소리가 좋은 인형들로 편성되었다. 그 덕분에 할 일이 없다보니 느는 건 병영 도서관에서 가끔 꺼내보는 책 속의 얄팍한 지식들뿐이었다. 자신만 알고 있으면 좋을 정도의 지식, 누군가에게 으스대고 있다면 그에 관한 전문가가 친절하게 비웃어 줄 정도 수준이지만 할 일 없는 일상에서 책은 좋은 친구가 된다. 가끔 맘에 드는 문구를 수첩에 적어놓기도 하고, 날씨 좋은 날 다른 인형들이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멀찍이서 흐뭇하게 바라볼 수 도 있는 여유로운 나날. 세계가 무너지고, 인류 모두가 혼란스러워할 시기에 평화로운 전술인형이라니. 아이러니에 실소가 지어질 정도지만 NTW-40에게 들었던 말처럼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가장 좋은 것'. 그건 자신이 군수지원을 나가지 않아도 지휘부의 자원은 넉넉하다는 반증이었고 그 만큼 평화롭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월급만 축내고 있을 때 즈음 지휘관에게 새로운 지시가 내려왔다.

 

인간은 의심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자신과 다른 존재에 위협을 느끼고 두려워한다는 건 고대 시대 때 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한다. 그런 속성을 갖고 있는 인간이 어떻게 자신과 같이 외관상으론 인간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한 인형을 만들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언젠가 인형이 인간을 대체하지 않을까? 라는 물음은 인형들에겐 금기시 되는 주제였지만 모두가 은연중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약한 살과 뼈로 이루어진 존재가 언제까지 살아 있을 수 있을지. 지휘관의 말을 듣고 있던 중 답지 않게 조금 집중력이 흐트러져선 중간의 부분은 조금 흘려들었지만 임무의 내용은 확실히 인지하고선, 경례 후 집무실에서 나왔다.

 

[M4A1에 대해서 특이사항을 조사하고 보고할 것, 기간은 무기한.]

 

늘 느끼는 부분이지만 우리 지휘관은 거짓말을 정말 못한다고 생각한다. 기왕 비밀스럽게 불러냈다면야 좀 더 노골적으로 '16Lab 소속의 인형은 신뢰할 수 없다! 밀착해서 감시할 것! 언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수상쩍은 일들은 모두 보고해!' 라고 해도 되는걸 빙빙 돌려서 말해주는 덕에 처음 목적을 눈치챘을 때의 받았던 충격은 거의 사라지고, 집무실에서 조금은 반쯤은 허탈감도 있었다. 16Lab의 체면과 상부의 지시, 그리고 인형들과의 불화를 생각하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만큼은 솔직하게 말 해주어도 좋을텐데. M4A1을 비롯한 Anti Rain 소대. 통칭 AR소대가 구출되어 지휘부에 배속된 것은 제법 시간이 지났다. 본 주인인 16Lab에서도 유심히 주시는 하고 있지만 인형의 취급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론 지휘관의 권한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다른 4등급 인형들처럼 가차 없이 해체도 지시할 수 있고, 원칙대로라면 반대의사 없이 제 손으로 무장을 해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자신이라도 예외가 아니고 모든 인형들에게 포함되는 사항. 그렇지만 AR소대의 특수성과 정식으로 인가된 지휘부 소속이 아닌 파견 나온 16Lab 소속이라는 애매한 관계들이 맞물려 단독 작전을 펼치는 것으로 모자라 지휘관에게 당연하다는 듯 무리한 요구의 지원을 요청하는 모습은 솔직히 말해서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좀 더 중요한 임무가 있다.' 라는 뜻은 반대로 말하자면 '너희들의 임무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사선을 넘나들고 있는 와중에 그런 뉘앙스를 내뿜고 있는 조직이 곁에 있다면 좋아할리가. 실제로도 병영내에서 AR소대원들은 그런 이유로 다른 인형들 사이에서 묘하게 겉돌고 있었다.

 

소대. 언젠가 자신도 정식으로 편성된 소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언제나 곁에서 의지할 수 있는 진정한 동료. 생각해보면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비즈니스적 마인드로 뭉친 톰슨 소대처럼 모든 소대가 그런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단점이라면 역시 끼리끼리 논다는 인상이 강하다는 것일까. AR소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느슨해 보이면서도 일정한 선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 M16, 대인관계에는 관심도 없는 ST AR-15, 웃는 얼굴이지만 다가가고 싶지 않은 M4SOPMOD, 그리고 존재하고 있는지 얼굴 보기도 힘든 M4A1. 구성원 모두가 지휘부의 인형과 어떠한 관계도 만들고 싶지 않아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AR소대에 대한 불신과 배척이 서서히 늘어가고 있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지휘관조차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자신에게 맡겼다는 건 티나지 않게 행동해달라는 뜻. 즉 비공식적으로 조용하게. 지휘관이 사람을, 아니 인형을 다루는 법을 잘 알고 있다는 부분은 이런 점에서 드러난다. 언젠가 군수지역에서 특정 문서를 빼와달라는 지시에 '너는 정말로 평범하게 보이기 때문에 무슨 일을 벌여도 의심을 사지 않을 거다.' 라고. 그 말을 면전 앞에서 했을 땐 스스로가 몰개성하다는 말처럼 들려 굉장히 충격을 받았었지만 이내 실소를 지으며 납득해버렸었다. 명령에는 언제나 군말 없이 성실히 따라주고 언제나 모범적인 SV-98. 그렇게 지휘관은 자신을 보고 있었고, 애석하게도 그 평가는 크게 틀리지 않았다.

 

"안에 계신가요? 지휘관님이 부탁한 물건이 있는데요."

 

숙소는 새로 증축된 제 5 숙소에 AR소대의 방이 있었다. 한 건물에 각자 다른 방. 어쩌면 알고 있는 것보다 서로가 그렇게 친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M4의 방문을 두드렸고 금방 문이 반쯤 열리면서 얼굴을 드러내는 M4에게 미리 연습해둔 자연스런 웃음을 지어냈다. 첫인상은 의문과 경계가 희미하게 섞인 분위기. 아마 누군가가 찾아온다는 것이 정말로 의외라는 느낌이었다.

 

"이전 작전 때의 성과가 좋아서 지휘관님이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딸기치즈케이크랑 사탕 같은 감미품, 그리고 술도 한 병 있는데. , 이건 비공식적인거니까요. 술만큼은 다른 인형들에게 들키지 말라고 하셨어요."

 

케이크와 잭 다니엘이 들어있는 상자의 뚜껑을 열어보여주었다. 이번엔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부럽고, 아쉽다는 감정이 비쳐보였을 것 같았다. 들고 있는 기호품들이 탐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이 정도 포상을 받기 위해선 적진 한 가운데로 뛰어들어갈 인형도 분명히 있다. 다른 5등급 인형들은 심심치 않게 받던 케이크는 정말 초기에 아무것도 모르던 지휘관이 주었던 몇 개 이후론 전혀 기회가 없었기도 했고.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지만, 그 땐 정말로 행복했다는 감정은 아직도 마인드맵 한 구석에 선명하게 기록되어있었다.

 

"......지휘관에겐 고맙다고 전해주시겠나요? 딱히 이런 걸 바란 건 아니었는데..."

 

수줍어하는 얼굴은 꽤 귀엽게 보였다. 진심으로 기뻐하는건지, 묘하게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건지 애매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내색을 하지 못할 뿐 전자로 보였다. 진짜로 소심한 성격이라면 사양하다 못해 받는 구도로 갈 테니 말이다. 이런 사치품을 대뜸 받겠다고는 못하지 않을까? 가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소대의 소대장이라면 소대원들의 사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마카로프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잠깐 M4A1의 얼굴에 마카로프의 얼굴, 톰슨의 얼굴을 겹쳐보았지만 특수임무소대의 소대장이라는 분위기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AR소대의 능력은 모두가 알고 있으니 좀 더 자부심 가져도 좋을텐데요. 부대 생활은 어떤가요? 혹시 불편한 점이나 건의사항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저 이렇게 보여도 예전엔 부관업무도 했었거든요. 건의사항이 있으시다면 지휘관님에게 이야기해볼테니."

 

선물을 건내고서도 능청스레 말을 걸면서 발을 떼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 할 시간이 필요했다.

 

"모두가 저희들에게 잘 해줘서 딱히 불만사항 같은 건 없습니다만..., 혹시 지휘관에게 다음 작전의 일자를...조정해달라고 전해주시겠습니까? 이전의 일시로 해주면 된다고..."

 

잠깐 눈을 깜박이고선 웃는 고개를 끄덕여보이며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중간에 날짜를 말하려다 입을 다문 건 보안에 신경쓴다는 뜻이겠지. 아무렴. 그녀들은 우리보다 중요한 임무를 갖고 있는 소대였으니까. 몸을 돌려 복도로 돌아가려다 고개들 돌려 돌아보았다.

 

"좋은 친구들은 많이 사귀었나요? M4?"

 

그 말의 뜻을 여러가지로 생각하고 있었던건지 수줍어보이던 M4의 얼굴에서 물음표가 그려졌다가 이내 실없는 웃음을 지어내며 입을 열었다.

 

". 다들 친절하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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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1. 지휘관 '' 호칭에 대해선 의도적으로?

2. 소속감의 상태? 지휘관님은 그저 목적 달성의 수단?

3. [잭 다니엘]의 가격을 알아 볼 것. 나도 케이크 먹고 싶다

4. 친구? 누구와? 진짜 있긴 한 걸까?

5. 엄청 소극적인 성격. 그런데 소대장을? 전투시에는 성격이 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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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이후 억지로, 적극적으로 마주쳤다. 훈련장에서 계속 눈길을 주고 있으면, 우연치 않게 한 번 마주친 것처럼 헤실 웃어주고, 식당에서 잘 보이는 두 어칸 떨어진 맞은편에서 힐끗 바라보는 정도. 감이 좋다면야 스토킹 당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겠지만 적어도 현 상황에서의 문제는 없었다. 가끔은 인사도 건네고, 그 때마다 어색한 화답뿐이었지만. 특별한 것은 없다. 매번 지휘관에게 정기보고에는 그렇게 말 할 뿐이었다. 다른 인형과 있는 건 지휘관 임의로 편성된 제대에서의 관계정도. 안 좋은 의미로 조용한 수준이었다. 간혹 SOPMOD와 같이 있거나 M16도 같이 있는 모습이 보이지만 그 때에도 먼저 입을 여는 경우를 찾기 힘들었다.

 

"지루하네."

 

차라리 군수지원이 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M4의 일상은 한결 같았다. 훈련, , 훈련, 산책, . 저 사이에 식당이 들어있는 정도. 대체 방에 뭘 꽁꽁 숨겨놓은 걸까 싶을 정도로 밖으로 잘 나오는 편은 아니기에 산책하는 시간대를 놓치면 곤란하다. 이번에도 슬슬 산책 나올 시간이라 스카프를 목에 동여매고서 밖으로 나왔을 땐 먼저 나온 M4를 볼 수 있었다. 플라타너스에 손을 대고서 가지를 올려다보는 모습. 아무리 봐도 그런 소녀스런 모습과 해골의 입이 그려진 발라클라바는 역시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뭘 보고 계신가요? M4."

 

바스락거리며 다가갔을 때 아. 하고 작게 소릴 내며 이쪽으로 돌아보았다. 무언가를 깊게 고민하고 있는 얼굴. 나무 앞에서조차 작전을 뛰던 얼굴과 비슷하게 웃음기가 별로 없는 사뭇 진지한 분위기를 띄고 있는 건 아마 M4A1의 특성중 하나일 것이다.

 

"이게 뭔지 아시나요?"

 

그녀가 가리킨 건 빳빳하게 말라 껍질만 남은 매미 유충의 허물. 매미유충으로 알고 있다. 종까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고 대답하자 잠깐이지만 M4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매미는 한 달을 위해 5년 이상을 땅에 있는다고 하니 괜히 동질감이 느껴져서요. 조금 감상적인가요?"

 

말하고 나서도 스스로도 부끄러운지 괜히 이쪽의 눈치를 살피지만 이런 주제라면 오히려 환영이니까. 매미들은 이미 오래전에 모두 죽었을 것이다. 나무에 붙어있는 이 유충의 허물은 언젠가 매미들이 이 곳에서 요란하게 울어댔음을 증명하는 증거로 남아있었다. 등이 갈라져 있는 부분으로 날개를 펼치며 성충으로 되었을테고, 새로운 짝을 만나고, 또 죽었을 것이다. 찾아올 여름에는 그 때의 결실이 된 또다른 유충이 땅 밑에서 기어올라와 새로운 매미가 되겠지.

 

"그러기엔 저희는 유년기가 너무 짧았어요. 정신이 들었을 땐 이미 제겐 총이 쥐어져 있고, 적을 겨눠야한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으니까요. 중간이 생략되버린다는 건 사실 별로 유쾌하진 않은걸요. 동질감이라고 하면...역시 존재하는 목적을 말하시는 건가요?"

 

M4는 대답을 하려다 도로 입을 다물었다. 복잡해 보이는 얼굴로 스쳐지나가는 놀람과 동의, 그리고 미묘한 슬픔. 역시 16 Lab의 신형이라는 감상평이 먼저 생각될 정도로 풍부한 감정센서는 인간과 유사하게 보였다. 인간과 비슷하겠지만 등을 맡겨야하는 인형으로서는 썩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것도.

 

". 잠깐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한 가지 임무만을 위해 만들어진 인형이 임무를 마치게 된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같은. 막연한 생각이라는 것은 알아요. 조금 우습게 들릴 이야기라는 것도 알지만..."

 

잠깐 눈썹을 찡그리다 자신을 보고 역시 별로 유익한 이야기가 아니었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가볍게 웃어보일때서야 이 착해 보이는 인형이 왜 친구가 없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런가요. 사실 저는 미래에 대해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서 잘 모르겠네요. 깊게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미래라는 건 늘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잖아요. 목적이라는건 사실 쉽게 변하거든요. 적을 섬멸하는 것에서 아군을 지키는 것으로 변하는 것처럼."

 

자신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더 무감정하게 들려 스스로도 조금 흠칫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지휘관님이 준 임무와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해주고 싶은 말을 하고 싶었다.

 

"모두에게 목적은 있어요. 그렇지만 누군가의 목적을 누군가의 수단으로 보는 건...그다지 좋아보이진 않아서요. 파파샤는 저의 친구였고, STG44은 유난스럽긴 했지만 좋은 인형이었어요. 그 인형들의 죽음에 책임을 지울 생각은 전혀 없지만 조금은 알아주셨으면 해서요. 혼자서만 싸우고 있는 건 아니니 조금은 다른 환경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매미의 유충은 혼자서 땅바닥을 파고 올라오지만 결실을 맺는 건 다른 매미와 함께니까 말이죠."

 

AR소대를 위해 희생된 인형은 그녀들을 원망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임무였고, 새로운 목적이 된다면 거절 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납득을 했을지도, 싫었지만 억지로 따랐을지도 몰랐지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전술인형의 존재 의의일테니까. 두서없이 늘어낸 말들은 스스로가 생각해도 별로 논리적은 아니었다. 어설픈 비유였다고 속으로 한심하게 웃어냈지만 눈앞의 M4는 뻣뻣하게 굳어있다가 눈을 한 번 깜빡이고는.

 

"그런가요. 생각해주셔서 고마워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무미건조한 대답과 무표정한 얼굴은 처음 지휘부에서 지휘관님을 마주하고 있을 때의 그 모습과 비슷하게 비추어 보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어요. 이기적...으로도 보였을 수도 있었겠군요. 딱히 그런 생각은 없었는데."

 

진지하게 과거를 되짚어보는 듯 잠깐 말을 멈추었던 M4는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지휘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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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소대는 이전보다 더 사교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른 인형들에게 어설프게나마 사적으로 말을 걸어보려는 M4A1의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제법 우스운 모습이었지만 다른 인형들과 웃는 얼굴로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태 쌓여있던 불신과 안 좋은 소문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그 이후로도 AR 소대를 지원하는 임무는 종종 있었고, 작전 중 협력이나, 마주치는 인형들에게 깍듯하게 대해줬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휘관이 내려준 AR소대의 감시 임무의 마지막 보고서를 제출했을 때 지휘관은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목적을 들켰냐는 물음에는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달라진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는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지휘관은 한 동안 말이 없다가 짤막하게 수고했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경례 후에 집무실을 나서고 나서 복도에서 철혈의 부품처럼 보이는 것을 손에 쥐고 기분 좋은 얼굴로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오는 SOPMOD를 만났다. 반갑게 인사해오는 것에 이 쪽도 웃는 얼굴로 받아주는 것으로 끝. 그녀는 자신을 지나 지휘관의 집무실로 노크 후에 들어가는 걸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시킨다는 말을 뒤집으면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 시킨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 이후로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많은 인형들이 AR 소대의 알지도 못하는 특수임무를 지원하기 위해 희생되었고. 그 중요한 임무를 맡은 AR 소대는 소대원 한 명이 자폭을 하면서 안으로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철혈의 함정에서 가까스로 구출된 M4은 마인드맵이 엉망이 되어버려 본래 있던 16Lab으로 수리를 위해 전출되었다. 이후 그 자리에는 RO635라는 SMG가 새로운 소대장으로 부임했다. 모범적으로 보이는 신임 소대장을 이전부터 알고 있던 인형들도 있었고, AR소대의 소대장에 대한 그녀들의 평가는 제법 호의적이었다.

 

"이번에는 잘 됐으면 좋겠네."

 

창 밖에는 정예 제대원들의 출정식이 있었다. 통칭 9지역. 위험한 지역이니 만큼 주력제대가 각 잡힌 모습으로 지휘관의 브리핑을 듣고 있었다. '이번 작전은 고립된 AR소대의 탈출루트 확보와 엄호가 임무의 목표.' 목소리는 잘 안 들리지만 이제는 별로 쓸 일 없는 망원렌즈로 본 지휘관의 입모양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브리핑을 듣는 제대원들의 표정에는 새로움이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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