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아트/팬픽 갤러리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팬픽] (bgm) (스프링필드) 눈가에 이별을 흘리는 그녀는 가장 아름답게 웃고 있었다.

끼유아앙
조회: 862
추천: 3
2018-05-24 22:29:38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wLNTv



나는 지휘관이다. 예전부터 지휘관이었고 아마 먼 미래에서도 지휘관일 것이다. 그리고 이 직업에 종사하는 이상 아마 나는 많은 위협을 받을 것이고 그에 맞설 것이다. 그리고는 익숙해지겠지.


하지만 절대로 익숙해지지도 않고 익숙해져서도 안 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곁에 있는 이의 죽음일 것이다.



* * *



“...커헉!”


사람이 간간히 내쉬던 숨이 갑자기 한꺼번에 몰아쉬게 된다면 급격히 들어오는 공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친 듯이 내뱉게 된다. 나는 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희뿌옇던 시야가 서서히 돌아오자 낯선 천장과 함께 내 옆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깨어났나요?”


상관인 헬리안이었다. 나는 징 하고 울리는 머리를 누르며 몸을 일으켰다.


“여긴.....”

“그리폰 본부입니다. 몸 상태는 괜찮은건가요?”


그녀의 말에 천천히 내 몸을 살핀다. 몸 여기저기 붕대가 감겨있는걸 보아하니 절대로 내 몸 상태는 좋은 게 아닌 듯하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런 상태인거지?


“철혈의 습격이 있었습니다.”


그런 내 의문을 헬리안이 답해주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멍한 정신 탓에 잠시 잊혔던 기억이 일부 되살아나는 게 느껴졌다,


그래. 전투를 마치고 돌아오는 우리 부대로 철혈의 기습이 있었다. 나는 전투를 지휘하다 내 쪽으로 포격이 날아왔고......


그 순간 내 몸이 알아서 움직였다. 그러나 심각한 부상을 당한 탓에 곧 극심한 격통이 느껴져 잠시 머뭇거려야 했고 그런 나를 헬리안이 진정시켰다.


“지금 부상이 심각합니다. 일단 안정을....”

“스프링필드.”

“.....”

“스프링필드는 어떻게 됐나요? 포격이 저에게 날아왔을 때 그녀가 저를 감쌌어요! 그녀는 무사한건가요?”

“......”


헬리안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그녀가 수복실에 있다고만 말해줄 뿐이었다.



* * *



나는 링거와 목발을 집은 채 부상과 피로라는 납덩이를 몸에 매단 채 발걸음을 옮겼다. 당장 쓰러질 정도로 무거운 몸뚱이였지만 내 발걸음은 그런 피로 따윈 모르겠다는 듯 움직였다.


“헉... 헉...”


철혈의 기습은 꽤나 자주 있는 일이기에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이 바닥에 오래 있었던 만큼 철혈 놈들이 매복과 기습을 자주 한다는 사실 자체는 아침에 해가 뜨는 것만큼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상태이니 말이다.


하지만 내 예상을 아득히 초월한 것은 이번 기습에 동원된 철혈의 병력들이었다. 그들은 돌아오던 우리를 완전히 박살내려 했는지 많은 병력을 동원하였고 실제로 자칫했다간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도 있었다.


다행히 전투는 승리하였다. 철혈 인형들은 쓰러뜨렸고 다친 인형들은 많았지만 크게 문제되는 인형들은 거의 없었다.

딱 하나만 빼고 말이다.


“스프링필드의 상태는!?”


내가 서둘러 수복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다양한 인형들이 수복실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대부분은 경상이라서 간단히 치료를 받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틈을 헤쳐, 가장 많은 인형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곳을 다가갈수록 울음소리가 커져가고 있었다.


“...지휘....관.”


수복실 침대에 누워있는 스프링필드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 그녀의 상태는 도저히 좋게 말할 수 없었다. 다리 두 쪽 모두 망가져서 끊어져 있었고 복부 한쪽은 구멍이 나서 각종 기계 부품과 전선들이 내장이 흘러내리는 것 마냥 이어져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부상을 당한 즉시 쇼크사 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지독한 상태였지만 그녀는 다행히 살아있었다. 이런 건 인형이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왜 아직도 수복에 안 들어간 거지? 나는 그녀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는 페르시카에게 물었다.


“얼른 수복 안 하고 뭐하세요?”

“......이거 제법 심각한 상태야.”


딱 보면 알아! 사람으로 치자면 내장 흘러내리는 부상을 입었는데 안 심각하면 그게 이상하지! 데드풀도 이 정도로 다치면 재생하기 힘들어! 나는 다급히 물었다.


“자원과 수복권은 썩을 정도로 많아요! 얼마든지 지원할 테니까 얼른 수복에 들어가야.....”

“그런 문제가 아니야.”

“아니 그럼 뭐가!”

“마인드맵 모듈이 날아갔어.”


그녀의 말이 망치가 되어 머리를 후려쳤다. 어안이 벙벙하였다.


“사람으로 치자면 뇌가 날아간 거랑 같아. 그녀의 내부에 있는 마인드맵의 핵심코어가 약 90% 손상되었어. 정상적이라면 손상된 그 즉시 기능이 정지되었어야 해. 솔직히.....”


지금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페르시카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 수 있었다. 나는 멍하니 스프링필드를 돌아보았다.



* * *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5분 남짓 하다고 한다. 페르시카의 말은 알아듣기 편하도록 천천히 들려왔지만 나는 그것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마인드 맵이 날아갔다고? 사람으로 치자면 뇌가 날아간 거다. 기계니까 그나마 지금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거지 보통 사람이었으면 이미 즉사다. 못해도 식물인간 상태라는 거지. 근데 그게 누구 때문에 일어난 거지?


“젠장! 멍청한 놈!”


스스로에게 너무나 당연한 말을 하면서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멍청하게 포격이 날아올 위치에 있다니! 그런 멍청한 놈 때문에 그녀가 이런 상태로 누워있었다.


“대체 코어는 얼마든지 있어요. 그걸 이용하면 마인드맵을 대체할 수....”

“있기는 해. 하지만 그건 새로운 기억을 씌운 ‘새로운 스프링필드’야. 지금 거기에 누워있는 그녀는..... 지금까지 모든 기억을 잃어야 해.”


그녀의 말이 마치 사형선고처럼 들려온다. 도저히 그녀가 소생할 방법이 보이지 않아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그런 내 고민에 답을 해주는 이가 있었다.


“새로 만들어 주시겠어요?”

“괜찮아?”


뒤에서 들리는 스프링필드의 목소리에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말하였다.


“일단 말하지 말고 쉬어.”

“페르시카씨. 상관없으니 코어를 이용해서 새로 만들어 주시겠어요? 지휘관? 괜찮으시다면...”

“젠장. 쉬라니까. 곧 페르시카씨가.... 그녀가....”


수복할 수 없다. 망할! 수복실도 있고 자원도 충분히 있다. 몇날 며칠이고 수복기계를 돌릴 자원이 넘치도록 있는데...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안해.”


결국 스스로의 한심함에 할 수 있는 건 사과뿐이었다. 스스로의 무능력함에 한숨만 튀어나온다.


“나 때문이야. 그때 나를 감싸지만 않았어도.....”

“아니에요, 지휘관. 이건 당신 탓이 아니에요.”


그녀의 따스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렇기에 더 괴로웠다. 이 일련의 사태가 나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을 알기에, 그래서 그녀가 다친 것을 알기에 그런데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원망하지 않아?"

"원망....인가요?"

"응. 멋대로 총을 쥐어주고 목숨 걸고 전장에 내몬 건 나야. 그런 주제에 멍청하게도 포격 위치에 있다가 네가 죽게 생겼는데...... 죽는 게 안 무서워? 원망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지휘관. 제가 처음 군에 왔을 때 어땠는지 아시나요?”


그녀의 말에 내가 고개를 기울여 의문을 표했다. 나의 행동에 스프링필드는 웃었다.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이내 입을 열었다.


“모든 게 낯설었어요. 단순한 민수용 인형이었다가 갑자기 군수용으로 개조되고서 전장에 내몰렸을 때는 무섭다기보다는 얼떨떨했어요. 그러다 총 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프로그램대로 싸우기 시작하면서 느꼈죠.


아, 이제 한번 잘못 하면 죽겠구나. 명령대로 싸우면서도 계속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까 죽는게 안 무섭냐고 물으셨죠?는데 안 무섭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네. 무서웠어요.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어요. 군에 온지 일주일 후엔 정말 그렇게 하려고 계획까지 짰었죠. 하지만.....


그녀가 잠시 숨을 멈춘다. 말하기 점점 힘들어지는 게 눈에 보였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도망치지 않았던 건 당신이 있었던 덕분이었어요. 인형에 불과한 우리들에게 인간만이 느낄 수 있다던 정이 무엇인지 알려준 당신이 있었기에 저는 도망치지 않았어요. 가끔 엉큼한 짓을 하기도 하고 실수도 해서  화나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녀가 즐겁다는 듯 웃는다. 그녀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인형인 우리를 사람으로 대해주는 자는 얼마 없어요, 그저 인력 대체품으로만 여기지요. 그렇기에 당신께는 감사하고 있었어요. 지휘관. 바보 같을 정도로 상냥한 사람.


당신 같은 사람의 곁에 있었기에 저는 도망치지 않고 싸울 수 있었어요. 우리를 인형이 아닌 사람으로 대해주는 당신이 있었기에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싸울 수 있었어요. 그렇기에 웃으며 지낼 수 있었죠.”


“...난 한 게 아무것도 없어.”


당연한 진실이 씁쓸한 위액이 넘어오는 것 마냥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래. 난 한 게 아무것도 없다. 두려움을 극복한 것은 전적으로 그녀들의 몫이다.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 않아요.”


이윽고 그녀가 몸을 일으킨다. 옆에 있던 페르시카가 무리하지 말라며 말리려 했지만 내가 제지한다. 그녀의 몸에서 스파크가 튀기며 이상 증세를 보였지만 스프링필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휘관....”

“응.”

“지휘관......”

“왜 그래?”

“울지 말아요. 지휘관. 말했잖아요? 당신 덕분에 웃을 수 있었다고, 그런데 당신이 울면 안 되죠.”

“........”


무리한 걸 요구하는 인형이다. 나는 웃으려 했지만 입 근육이 마비된 듯 그녀의 요구에 응답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그녀가 내게 손을 뻗었다.


“입가에 빵가루가 묻었네요. 후후후 가만히 계세요, 제가 떼어드릴 테니.”


그리 말하며 망가진 양손을 들어 올려 내 입가에 가져간다. 그녀의 손가락에 의해 억지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그 모습을 보며 스프링필드가 입을 열었다.


“지..휘...관. 부디... 제가 할....수 있는... 일이... 있다면... 부디 명..령을...”


쉬엄쉬엄 그녀가 말한다. 그것은 그녀와 내가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했던 인사였다. 나는 그것을 기억하고는 말하였다.


“그래. 스프링필드. 너에게 명령하마. 이건 다른 누구도 아닌 너만이 할 수 있고 너만이 완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잘 듣길 바란다.”


나는 숨을 들이킨다. 제대로 말해야 한다. 이윽고 입을 열었다.


“웃어라.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즐거웠다고 한다면 그만큼 환하게 웃어다오. 울지 말고 말이다.”

“.........”


그녀는 답하지 않았다. 뒤에서 고양이 귀를 달고 있는 과학자가 이미 정지됐다는 말을 하는 것 같은데 그런 말은 들리지 않는다. 나는 그저 멍하니 정지된 전술 인형을 볼 뿐이었다.


눈가에 이별을 흘리던 그녀는...... 여태껏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가장 환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이 팬픽을 전춘협에게 바칩니다.


전춘협 회원이냐고요? 그런거 안키웁니다.(엄근진지)


다음엔 어떤 인형으로 감성팔이 해볼까나

Lv49 끼유아앙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갤러리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게임
  • IT
  • 유머
  •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