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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네게브는 아직 그 눈 속에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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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6 23:50:56



매섭게 내리는 눈이었다. 잔뜩 찌푸린 하늘 아래에서 휘도는 눈발이 흰색 거인의 손아귀 같았다. 눈은 내린 지 1시간도 채 안되어 10센티 가량 쌓였다. 해가 저물고 밤이 오면 미터 단위로 쌓일 것이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눈을 맞으면, 인간은 금새 그 거인의 손아귀에 쥐여 뭉개질 것이다. 


한겨울의 소요는 정비를 마치고 공구를 갈무리하며 밖을 바라볼 때 오히려 고요하게 느껴졌다. 눈은 창문에 부딪힐 때 소리를 내지 않았고, 창틀에 쌓인 눈은 소리 없이 건물을 옥죈다. 창문을 열면 정비실의 모든 기계들은 순식간에 얼어붙어 작동불능이 되고 말겠지. 그런 멀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정비장이 내 이름을 불렀다. 그는 기름 묻은 장갑을 이빨로 물어 벗어냈다. 장갑을 문 입이 내는 말소리는 장갑을 씹으며 웅얼거렸고 구역질이 났다. 


“날씨 궂은 와중에 미안한데, 출장 한 건 나가라.”


말은 의례적인 사과와 명령이 뒤엉킨 채로 아무렇지 않게 흘렀다. 나도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들었다. 공구함에 공구를 넣고 한번 들어 무게를 가늠했다. 이대로 방한복만 갖춰 입고 나가면 될 것 같았다. 


“저 혼자 갑니까?”

“14구역에 인형 두 개가 지원 요청 했어. 양심도 없는 것들. 추위도 안타면서 말야.”


정비장은 질문을 듣지 않았고 자신이 할 말을 억지로 쑤셔넣었다.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은 말은 자칫하면 놓치기 일쑤여서, 나는 내 질문과 하등 관련 없는 그의 말을 주워섬겨야 했다. 정비장이 서열을 세우는 방식은 그랬다. 맥아리가 빠져 있는 듯 했지만 무자비했고, 그래서 악다구니 있게 들렸다. 인형 두 개라. 대부분의 그리폰 직원들은 인형을 ‘기’나 ‘명’으로 셈했지만 그는 끝끝내 ‘개’를 고집했다. 과연 그 답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 혼자 갑니까?”

“그럼 내가 같이 가리? 정비 밀렸어 지금.”

“예. 물 한 잔만 마시고 출발하겠습니다.”

“카리나한테 들러서 정비 대상 인형 확인해.”


나는 대답 대신 공구함을 애써 힘주어 들었다. 묵직한 쇳소리가 덜그럭거리면서 출발을 알렸다. 창 밖에서 보는 눈은 얼마나 쌓였는지 쉽게 가늠할 수 없었다. 


--


헬기는 시꺼먼 하늘 속에서 비틀거리며 비행했다. 검은 하늘 속에서 눈은 새하얗게 빛났는데, 흔들림과 추위 사이에서 눈의 발광은 심해 속 호롱아귀의 미끼처럼 보였다. 조종사는 기체가 흔들릴 때 마다 한 마디씩 불평을 내뱉었다. 이놈의 회사는 날씨도 안보고 인형만 나갔다 하면 아주 지랄이야. 그렇지 않소, 형씨?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발 끝이 시렸고 코 끝에 콧물이 맺혔다. 조종사는 그래도 욕지거리를 멈추지 않았다. 


작전지에서 헬기는 랜딩하지 않았다. 눈이 많이 쌓여 착륙할 수 없다고 조종사가 설명했다. 헬기는 눈 위에서 호버링했고, 나는 공구함을 널찍한 가방에 쑤셔 넣어 멘 다음 패스트로프로 하강했다. 세차게 돌아가는 프로펠러에도 안개처럼 겉껍질만 깎이던 눈들은 발이 닿자 그제서야 움푹 패였다. 헬기는 탑승자의 하강을 확인하고 곧바로 기수를 돌려 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눈이 무릎까지 쌓여 있었다. 헬기는 비틀대며 날았다. 


기온이 낮아 눈이 얼어 있었다. 언 눈은 쌓일 때에 바스락거렸지만, 쌓여서 언 눈들은 질기고 뻑뻑했다. 정강이로 눈을 밀어내듯 걸었다. 눈들은 모래가 퍼지는 것처럼 급하게 솟구쳐 올랐지만, 낮고 빠르게 엎어지며 길을 냈다. 땀은 피부를 흐를 때 얼고 녹기를 반복했다가, 코까지 뒤집어 쓴 마스크에 스며들고 나서 얼었다. 입김을 따라 입 주변에 성에가 피어올랐다. 힘이 잔뜩 들어간 걸음 사이로 정비 매뉴얼을 되뇌었지만, 흔들리는 시야와 추위 속에 그 생각들은 쉽사리 날아가버렸다. 머릿속에 네게브와 갈릴이라는 이름만 둥실둥실 떠다녔다. 갈릴이야 구형 모델이니 금새 정비가 끝날 테지만, 네게브는 꽤 까다로울 것이다. 네게브는 귀찮다. 그런 생각만 선명했고, 나머지 생각들은 입김과, 땀김과, 한숨에 섞여 어두운 하늘로 흩어졌다. 쉘터는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지만, 30분을 걸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쉘터는 평수로 60평 남짓 됐고, 방 2개와 화장실 하나가 딸려 있었다. 꽤 큼직한 건물이었지만 난방이 돌지 않아 건물은 눈에 파묻혀 있는 대로 우직하게 차가웠다. 그 건물에 네게브와 갈릴이 앉아 있었다. 그녀들은 어둠 속에서 총부리를 들이밀었고, 내 모자의 그리폰 뱃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총부리를 거뒀다. 두 인형 모두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정비 2팀 정비관입니다. 카리나한테 인계 받은 정비 요청사항 확인해 주세요.”

“…응. 맞아. 이대로 진행해 줘.”


네게브는 짧고 고지식한 말투로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 정비장이 떠올랐다. 비슷해서가 아니라 정 반대라서였다. 네게브의 말은 딱딱하고 경직돼 있었지만 어딘가 위협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폰 정비공의 대부분은 그런 지레짐작으로 네게브에게 높임말을 썼다. 


“탈의해주십시오. 그 사이에 장비 세팅 좀 하겠습니다.”


네게브는 ‘탈의해달라’는 말이 미심쩍었는지 엉기적거리며 천천히 겉옷을 벗었다. 갈릴이 그런 네게브를 보더니 눈썹을 치켜뜨면서 말했다. 입에서 비릿한 단내가 났다. 


“잠시 시선을 좀…”

“…신경 안씁니다. 괜찮습니다. 그냥 제 앞에서 벗으세요.”


인형이 알몸을 보이는 걸 부끄러워한단 말인가. 부끄럼은 인간의 영역이다. 인간의 그 부질없는 부산물을 인형이 따라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신경을 거슬러 좋을 것은 없다. 잡념은 가볍게 흘렀고, 또 빠르게 배설됐다. 내 시선을 고깝게 여기는 것 같으니, 시선을 공구함에 처박고 애써 빈 깡통을 뒤적거렸다. 옷자락이 나풀거리는 소리가 났고, 찬 바람이 얕게 일렁였다. 갈릴이 가슴을 훤히 드러내며 머리를 묶었고, 네게브는 그 옆에 다리를 M자로 놓고 날 등지며 앉았다. 희고 마른 등 너머로 울툭불툭한 척추뼈가 드러나 있었다. 갈릴이 네게브의 등뼈를 바라보는 내 시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게브는 침묵을 감지했는지 머뭇거리며 가슴을 폈다. 조금 굽었던 척추뼈가 보기 좋게 펴졌다.


갈릴은 워낙에 구조가 단순해 손 댈 구석이 적었다. 등판을 열어 속에서 꼬인 전선을 조금 손보고 윤활유를 발랐다. 등판을 덮고 됐습니다, 하자 갈릴은 금새 양 팔을 올리고 좌우로 기지개를 켰다. 네게브는 어느새 내 쪽으로 몸을 돌리고선 꼿꼿이 앉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게브는 귀찮다. 갈릴을 정비하느라 잠시 치워 놓았던 생각이 스며들어 올라왔다. 겨우 녹아 후끈해진 발끝과 손끝이 얼얼했다. 


“…네게브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겁니다. 워낙에 복잡하시니까. 그래도 몇 번 정비 받아 봤지요? 저한테.”

“…알고 있어. 빨리 시작하기나 해.”


무릎걸음으로 네게브에게 다가가자 네게브는 조금 흠칫거리더니 다시 목을 가다듬었다. 등을 꼿꼿이 세운 탓에 탄력 있는 가슴이 조금 더 커 보였다. 그 사이를 손날로 천천히 가다듬으면서 앞판 덮개의 틈을 찾았다. 손끝이 네게브의 목 아래부터 가슴 사이까지 천천히 훑고 지나가자, 네게브는 잠시 동안 앓는 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네게브의 콧김이 조금 사그라들 때, 손 끝에 앞판의 틈이 걸려들었다. 그대로 네게브의 가슴팍을 열었더니 더운 김이 훅 끼친다. 


인형의 안에서 흐르는 기름들은 대부분 묽었고 냄새가 나지 않았다. 다만 기름은 추위를 만나면 서서히 굳어가면서 고약한 냄새를 냈다. 네게브의 안쪽에 전선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다. 큰 톱니 두어 개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았고, 그렇다면 몸 쪽 깊숙한 곳의 톱니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을 터였다. 전선 사이로 맑게 흐르던 기름들은 쉘터 안의 추위와 만나 삽시간에 끈적하게 변했다. 기름에서는 퀴퀴하고 느끼한 냄새가 났다. 손가락을 넣어 여기 저기 헤집었지만 네게브는 금방 손길에 적응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턱을 당겨 내 앞머리 쪽을 바라보면서 심드렁하게 말했다.


“오래 걸려?”

“…네. 좀 걸릴 것 같네요. 등허리 쪽이 뻐근했을텐데, 용케 참았군요.”

“그럼. 난 스페셜리스트니까.”


그새 의기양양하다. 갈릴이 블라우스를 추스려 입은 다음 슬쩍 창 밖을 내다보았다. 사방을 잡아먹을 듯한 어둠 사이에서 아직도 눈발이 희끗거리고 있었다.


“네게브, 오늘은 여기서 보내야 할 것 같아요. 눈이 많이 쌓였는데, 그치지도 않아요. 앞으로 얼마나 더 올 지도 모르고.”

“응, 알았어. 저기, 정비관, 그거 그렇게 하는 거 맞아?”

“…정비 받을 땐 웬만하면 말씀을 삼가 주세요.”

“내가 봤을 땐 그렇게 하는 거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좀 익숙해졌는지, 아니면 눈 밑에 보이니 만만해 보였는지 네게브는 슬슬 빈정대는 투로 내 귓전을 흔들어 놓기 시작했다. 전선들이 기름때에 찌들어 색깔을 구분하기 힘들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네게브의 가슴팍에 머리를 디밀고 있자니 등허리가 쑤셨다. 관자놀이로 땀이 한 방울 흘렀다. 


네게브가 흥얼거리듯 제 몸에 대해 훈수를 두고, 내가 그 훈수를 귓등으로 흘리길 30분 째다. 추위는 어느새 더위로 바뀌어 있었고, 네게브는 비꼬는 말 사이사이로 자신의 작전 성과를 자랑하고 있었다. 공구를 바꿔 쥐느라 가끔 손 끝이 네게브의 가슴에 닿을 때, 네게브는 잠시 소스라쳤다가 다시 목을 가다듬었다.  


한참 애를 먹이던 작은 톱니 바퀴 하나를 마침내 맞춰 끼웠을 때, 갈릴이 조용히 소총을 들었다. 눈 오는 소리만큼이나 조용하게 움직인 그녀는 여전히 창 밖을 주시하고 있었다. 네게브가 그런 갈릴을 보고는, 힘을 뺐던 몸을 다시 굳혔다. 이러면 말짱 꽝이다. 전선이 다시 꼬일 수도 있고, 기껏 맞춰 놨던 톱니가 다시 빠질 수도 있었다. 갈릴이 소총을 장전하고 손가락 몇 개를 쥐었다 폈다. 네게브가 그것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빨리…빨리 끝내. 2분. 아니, 1분 안에 끝내.”

“그러기는 힘들어요. 앞으로 10분은 있어야…”

“그러면 임시 방편이라도 괜찮으니까…!”


네게브의 말을 갈라버리듯이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깨진 창 틈으로 소총의 격발음이 마구잡이로 울려 새어들었다. 상대방을 죽이겠다는 의지로 가득 찬 소리는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웠다. 총성은 들어본 적 있었지만 그때 그 총성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창문이 깨어지는 순간 튕기듯 어깨를 움츠려 땅바닥에 붙었고, 갈릴이 소총을 창문 밖으로 내밀고 마구잡이로 사격했다. 눈 먼 사격이었고, 그저 적이 지척으로 오지 못하게끔 하는 역할만 할 수 있는 사격이었다. 그 사격은 사람도, 인형도 죽일 수 없었다. 


“네게브! 셋이에요! 예거 최소 한 기 이상 있어요! 정비관! 어느 책상이든 숨을 수 있는 곳으로 가요! 죽지 마요! 우리가 죽으면 당신이 살려야 돼!”


갈릴이 몰아치는 눈보라 사이로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총성과 바람 소리와 눈보라와, 박히는 탄두와, 튀어오르는 시멘트로 쉘터 안은 엉망진창 섞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엎드린 채 고개를 들고 어떻게든 기어갔다. ‘죽지 말라’는 말은 ‘살아라’라는 말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죽지 말라니. 당연하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어느 책상 밑으로 기어가 고개를 드니 이제야 상황이 보였다. 정비를 진행하던 거실 옆으로 창문이 하나 나 있었고, 그 쪽으로 새어나간 불빛을 향해 철혈이 발포한 것으로 보였다. 갈릴은 마구잡이 사격을 하면서 네게브를 살폈다. 네게브는 가슴팍을 부여잡고 어쩔 줄 모르는 모양이었다. 열렸던 앞판 덮개는 무사히 닫는 데 성공했으나, 그녀가 총성과 눈보라 사이에서 고민하던 것은 옷을 입을지, 말지에 관한 문제였던 것 같다. 눈 보다는 새하얀 복숭아에 가까운 피부가 그대로 드러났다. 


“네게브!”


잠시간의 소요 뒤에 예거의 날카로운 사격 한 발이 날아들었고, 총알은 공기를 비집고 들어오는 소리를 낸 다음 네게브의 왼 뺨을 스쳐지나갔다. 그제서야 네게브도 정신이 든 모양이었다. 그녀는 흰색 스커트에 까만 스타킹을 신고, 윗도리는 모두 벗은 오묘한 옷차림으로 기관총을 거치했다. 갈릴이 몸을 틀어 밖을 향해 제압사격을 가하는 사이 창틀에 기관총을 올린 네게브가 주욱 방아쇠를 당겼다. 네게브의 기관총은 빠르고, 가볍고, 그래서 경쾌하게 들렸는데 어찌 들어보면 먼발치에서 헬기 프로펠러가 공기를 찢고 있는 소리 같기도 했다. 탄띠 하나가 모두 소진될 때 까지, 네게브는 이를 악물고 어둠을 향해 기관총을 쏴댔다. 꽉 깨문 아랫입술이 피가 나올 듯 달아올라 있었다. 맨살로 기관총의 반동을 억제하던 오른쪽 어깨가 덜덜 떨려 가슴이 심하게 요동쳤다. 셋 이상 있다던 철혈은 네게브가 난사를 멈춘 이후, 그날 밤 더 이상 쉘터를 향해 사격하지 않았다. 


--


한 차례의 난리통이 지나간 후 서둘러 그리폰 HQ에 무전을 쳤지만 그리폰은 응답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세차게 눈이 오고 있었으므로, 어딘가의 통신선이 끊어졌을 수도 있고, 매서운 바람이 통신을 방해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리폰의 무응답은 기약이 없었고, 네게브는 그 틈 사이에서 재빨리 블라우스와 재킷을 걸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네게브의 작은 두 손이 자꾸 떨려서 단추를 꿰는 데만도 한참이 걸렸다. 


“무전 안 터지죠?”

“…예. 난감하네요. 작전지에 출장은 몇 번 와 봤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적 수가 아직 많지 않지만 금방 수를 불려서 올 수도 있어요. 최대한 빨리 이곳을 이탈해야 해요.”


갈릴은 그새 벽에 기대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며 작전을 짜 나가는 듯 했다. 반면, 분명 그녀의 상관이었을 네게브는 시선을 온전히 가라앉히지 못하고 조급증을 드러냈다. 그녀는 일어섰다가, 앉았다가, 천장을 바라 보았다가 창 밖을 내다 보았다. 스페셜리스트라고 자신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깨진 창문 틈으로 우풍이 불어 손끝과 발끝부터 다시 시려오고 있었다. 책상 밑에 웅크려 최대한 몸을 말자 그나마 조금 따듯했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 발가락 사이에서 고린내가 올라왔다. 네게브가 안전장치를 풀었다 조이기를 반복했다.


“…네게브. 이 작전 리더는 당신 아니었나요? 어떻게 해야…”

“…알고 있어…! 시끄러워, 지금 생각 중이니까…”

“그냥 갈릴에게 작전을 맡기는 건 어때요? 그녀가 이런 일에는 좀 더 익숙한 것 같은데.”

“시끄럽다고 했잖아!”


네게브가 눈을 질끈 감으면서 소리쳤다. 무책임하고 대책 없는 고함은 깊은 맛이 없었고 어딘가를 겉도는 듯 들렸다. 두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전술’ 인형도 겁을 먹는가? 전술 인형이 겁을 먹을 필요가 있는가? 나는 네게브를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들을 했다. 네게브는 심하게 불안한 듯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리면서 중얼거렸다.


“철혈은 언제 다시 들이닥칠 지 모르고…아니 분명히, 다시 올 때에는 수가 불어나 있을 텐데…탄은 모자라고…여긴 좁고…아니, 아까 탄을 그렇게 낭비하지 말았어야…갈릴…갈릴은…잘 할테지만…저 인간도 살려서 가야 할 테고…철혈이 이곳을 둘러싸면 어떻게 돌파하지…? 탈출할 수 있을까?”

“저기, 네게브.”

“여길 둘러싼 채로…연막이나…최루탄, 화학탄을 던지면…우리는 돌파할 방법이 있을까…? 아니, 우리는 다 죽을 거야…말라 비틀어 죽고, 눈알이 뽑히고, 고문당해서 죽을 거야…!”

“네게브.”

“왜! 조용히 해! 널 살리려고 하는 거잖아!”

“당신이나 갈릴이 쐈던 총에 철혈 3기가 맞아 죽었을 경우는 없을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좀 더 자신감을 가지세요. 그리고 일단 진정하시고.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거에요. 갈릴하고 같이 전략을 잘 수립해 보세요. 저도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최대한 도울 테니까요. 일단 이번 밤은 넘길 수 있을 것 같으니, 날이 밝으면 좀 더 생각해 보고요.”


나는 살고 싶다. 나는 인형도 아니니까. 네게브가 시선을 가만히 가라앉혔고, 갈릴이 눈을 지긋이 감은 다음 기지개를 켰다. 인형들은 칩만 갈아 끼우면 마치 부활이라도 한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그리폰 복도를 다녔다. 나는 머리에 총알이 박히면 그대로 끝장이다. 넘어온 우풍이 쉘터 안을 얼리고 있었다. 날이 밝아도 눈과 얼음은 녹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스페셜리스트잖아요.”


갈릴이 웃었다. 네게브는 웃지 않고 미간을 좁혔다. 먼발치에서 어스푸름한 주황빛이 돌기 시작했다. 눈발이 약해졌고 기온이 올라갔다. 쉘터에 들이치던 바람이 잦아들자 색색 대던 바람 소리도 낮아져 웅웅거리는 소리로 바뀌었다. 이윽고 바람을 타고 주황빛 아침 햇살이 따듯하게 들이쳤고, 부서진 콘크리트에서 피어오른 먼지들이 그 따듯함을 타고 부유했다. 갈릴과 네게브는 말을 하지 않았다. 네게브는 진정된 듯 하다가도 주먹을 꽉 쥐었고, 그럴 때 눈동자는 흔들렸다.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 좁은 곳에 갇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철혈이 언제, 어느 규모로 들이닥칠 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네게브는 확실히 ‘스페셜리스트’로써 움직여 줘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레짐작이었다. 그러나 그쪽에 희망을 둘 수 밖에 없다. 


--


그리폰과의 무전은 오후 내내 터지지 않았다. 꼬박 하루 동안 밤을 새운 머릿속은 무겁고 몽롱했다. 갈릴과 네게브를 색깔과 목소리로 구분했다. 분홍색은 네게브, 갈색은 갈릴. 


인형들은 잠을 자지 않았고, 네게브와 갈릴은 내게 처음 몸을 맡겼던 때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네게브가 가끔씩 발작했지만 그 때 마다 어깨에 손을 올리고 분홍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었다. 긴장 속에서 지새운 밤은 체력을 빠른 속도로 갉아먹었다. 모든 기억이 술에 취한 것처럼 흐릿하고 불분명했다. 그래서 네게브의 머리를 쓰다듬고, 날뛰는 그녀를 뒤에서 안아 진정시키고, 몇 마디 말을 나눠 그녀를 제자리로 돌려 보낸 기억들은 꾸며낸 기억인 것처럼 느껴졌다. 


“저기, 정비관.”


지난 밤에 내렸던 눈이 붉게 물들 때 쯤 네게브가 나를 불렀다. 겨우 살려 놓은 그리폰과의 무전망에서는 ‘오늘 자정쯤 헬기가 도착할 것’이라는 희미한 약속이 울려왔다. 헬기가 제때 도착한다 해도 꼬박 7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에 철혈이 들이닥칠 확률은 높아 보였고, 내가 살아나갈 확률은 낮아 보였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오히려 잠이 달아나고 있었다. 졸음의 고비를 한 번 넘긴 몸은 찌꺼기 같은 피로를 뱃속 어딘가에 가둬놓은 채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네.”

“오늘 말고, 전에도 날 봤던 적이 있었다 했지?”

“그렇죠.”

“…언제였어? 내가 기억이 잘 안나. 그런데 넌 날 아주 잘 다루는 것 같단 말야.”

“…저도 기억이 잘 나진 않습니다. 그저 당신 몸의 형태와, 부속과, 분홍색 머리칼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에요.”

“…억울해.”

“딱히 제가 당신을 잘 다루는 것도 아녜요.”

“아냐. 잘 다루는 거야. 내 입으로 말하긴 조금 멋쩍지만…갈릴이 저렇게 조용할 수 있는 건 네 덕분이라고.”

“…그런가요? 당장 오늘도 당신과 대화를 많이 나눈 것 같지는 않은데요.”

“오늘 하루의 절반 정도는 너가 날 안고 있었잖아. 무슨 아기 다루는 것처럼.”


내가 저 인형을 그렇게 많이 안아주었던가. 네게브의 달아오른 귓볼과 목덜미, 인형에게서 나는 인공 피부 냄새와 네게브가 뿌린 향수의 냄새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래도 그렇게 많이 안고 있었던가. 그리고 네게브는 왜 이것을 내게 말하는가.


“정비공이니까요. 당신을 안정시켜야 하니까.”

“고마워. 불안했거든. 오늘 하루 종일.”

“…”


네게브는 확실히 전에 비해 안정된 것처럼 보였다. 눈 위에 비친 태양의 잔상이 붉은 색에서 짙푸른 보랏빛으로 변해가는 동안에 네게브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과거에 자신이 수행했던 임무에 대해서, 그 임무에서 당했던 수모에 대해서, 자신 때문에 죽어나갔던 수많은 인형에 대해서. 그녀는 자신의 무능력과 자신의 실력에 대한 과신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 사이 그녀는 여러 명의 팀원을 죽였고, 그러면서 그녀는 작전에 들어가기만 하면 온 몸이 벌벌 떨린다는 것이었다. 


“오늘도 그랬어. 근데 네가 내게 해줬던 이야기들…그 이야기들이 많이 도움이 됐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던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나는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고마워.”

“철혈 반응 확인됩니다. 네게브, 준비하세요. 정비관은 숨어서 그리핀과 무전을 지속해 주세요.”

“응.”


갈릴이 소총을 집었다. 네게브가 기관총에 탄띠를 물리고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지친 웃음이다. 철혈은 결국 들이닥쳤구나. 철혈이 들이닥치지 않고, 요행히 세 명 모두 헬기를 타는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


전투는 네게브의 제압사격으로 시작됐다. 네게브는 첫 날 그랬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 허공에 탄을 쏟아 부었다. 갈릴이 사이 사이 조준사격을 했다. 어두컴컴한 공허에서 어떤 것을 조준하고, 어떤 것을 쏘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들의 전투는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수신기 너머 총성을 들은 그리핀은 다급해 했고, 헬기를 좀 더 서둘러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리폰의 당직 통신병은 앞으로 1시간이면 헬기가 도착할 것이라고 빠르게 말했다. 


네게브는 어깨에 기관총의 개머리판을 대고, 왼손으로 그 개머리판을 누르면서 억세게 쏘아댔다. 기관총이 한 발 한 발 탄환을 토해낼 때 마다 네게브의 흰 얼굴이 떨렸다. 긴 분홍빛 머리가 찰랑거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귀신 같기도 했고, 철없이 누군가를 유혹하는 장난기 많은 어린 여자 같기도 했다. 튀어오른 짤동한 탄피가 가끔씩 달빛을 머금고 떨어지면, 얼핏 눈처럼 보이기도 했다. 네게브는 그렇게 10분 동안 사격했다. 


철혈은 네게브가 장전하는 사이로 조금씩 진군했다. 헬멧과 몸통에 총알이 박혀 몸이 깨어지는 소리가 천천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들은 한참을 사격하지 않았다. 유효 사거리를 계산한 결과에 의한 판단이었겠지만, 우리로써는 그게 천만다행이었다. 눈을 감고 마구잡이로 네게브의 기관총을 향해 쏘아댔다면, 네게브가 그렇게 마음껏 총을 쏘지 못했을 것이다. 


전투가 시작된 지 20여 분 지났을 때, 철혈이 일제히 소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탄환은 균일하게 쉘터의 테두리를 골고루 타격했다. 일제히 건물을 때리는 총알 덕분에 건물이 울렸다. 네게브가 쏘아대는 기관총의 총성과, 철혈이 멀리서 쏘아대는 소총의 총성이 뒤섞여 울렸다. 귀가 삽시간에 먹먹해졌고, 나는 쉘터 안으로 박히는 총알을 피해 책상 밑에 고개를 박았다. 시야가 금새 어두워졌다. 사방을 꽉 채운 천둥 소리 사이로 그리폰의 무전이 들려왔다. 숙인 몸의 가슴을 타고, 씻지 못한 몸의 쉰내가 올라왔다. 그 냄새의 바깥을 네게브와 갈릴이 쏘아댄 화약 냄새가 감싸고 있었다.


어찌 됐든 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몸이 떨렸다. 총성이 공기를 찢으며 생기는 울림을 따라 몸이 떨렸다. 하루 내내 몽롱한 정신으로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철혈의 수는 많았다. 당장 쉘터의 사방이 전부 공격을 받고 있었다. 아직도 네게브가 제압사격을 하고 있었지만, 어느샌가부터 갈릴의 총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네게브는 인형도, 사람도 아닌 것의 소리를 내면서 응사했다. 목소리에 피가 맺힌 듯 갈라졌지만, 그 소리는 기관총과, 소총들과, 그리폰의 무전을 뚫고도 확실히 들릴 정도로 힘이 있었다. 


울부짖는 소리 중간 중간, 그녀는 짧은 단말마를 질렀다. 그래도 방아쇠는 놓지 않았다. 쏘면 쏠수록, 그녀는 더 크게 소리질렀다. 인형은 총에 맞을 때, 철이 찌그러지는 소리와 둔탁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동시에 났다. 네게브에게서 그런 소리가 십수번도 더 들렸지만 그녀는 방아쇠를 놓지 않았다. 나는 기도했다. 그리폰의 헬기 조종사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하길, 그 헬기 뒤를 따라오는 지원 화력 소대가 철혈을 격퇴해 주길. 그리고 나를 어서 구해주길. 네게브 하나로는 철혈의 포위망을 뚫을 수 없다.


철혈이 잠시 사격을 멈추었을 때, 슬그머니 고개를 올려 네게브를 올려다 보았다. 밑에서 본 네게브는 커다래보였고, 그녀 발 밑에 수북이 쌓인 탄피들은 어딘가 솟아있는 동상의 받침대 같았다. 아직 식지 않은 탄피들이 김을 뿜고 있었다. 네게브는 내 쪽을 바라보고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려는 것 같았다. 얼굴이 어스푸름한 달빛을 받아 윤곽을 드러냈다. 왼쪽 눈가가 뭉개져 있었고, 그 주변이 온통 번들번들한 액체로 뒤덮여 있었다. 눈알이 눈 안에서 뭉개진 모양이었다. 주변이 푸르딩딩하게 부어올라 있었다. 그 위쪽 머리는 심하게 헝클어져 있었다. 머리 반 쪽이 통째로 날아가, 머릿속 부품을 내보이고 있었다. 어렴풋이 보이는 분홍빛 머리카락은 평소보다 짙은 색을 띠고 있었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네게브의 몸을 따라 훑었다. 네게브의 옷은 붉었다. 근접전을 하지 않았으니, 모두 제 피일 것이다. 왼쪽 어깨는 총알이 관통했는지 심하게 패여 있었고, 붉은 살덩어리 사이로 푸른 톱니바퀴들이 번뜩였다. 왼쪽 옆구리, 오른쪽 허벅지, 복부 상부와 하부를 중심으로 붉은 기운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저 자그마한 체구 안에 수십 발의 탄환이 박혀있을 것이다. 탄환 하나 하나의 고통을 알 수 없어, 그녀가 얼마나 큰 고통을 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네게브가 짓고 있는 미소가 행복해서 짓는 미소가 아닌 것은 알 수 있다. 침묵 속에서 네게브의 미소는 무거웠고, 피를 한움큼 쏟아냈을 그녀의 몸은 위태롭게 빛났다. 벌어진 입 사이로 차가운 공기와 탄매의 매캐한 냄새가 새어들어왔다. 네게브가 작게 한숨 쉬자, 침묵은 급작스럽게 깨졌다. 그리폰 헬기 조종사의 목소리와 철혈 예거가 소총을 쏘는 소리는 동시에 들렸다.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네게브의 머리가 퍽 소리와 함께 왼쪽으로 고꾸라졌다. 관자놀이에 정통으로 박혔다. 머리에 꽂아 놨던 육망성 핀이 바닥에 떨어졌다. 네게브가 곧바로 다리에 힘을 주어 머리를 일으켰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큰 눈은 얼굴에 스며든 피 사이에서 번뜩였다. 앙 다문 이빨 사이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다시 방아쇠를 쥐는 손에는 붉은 장갑을 쓰고 있다. 갈가리 찢긴 네게브는 방아쇠를 놓지 않았다. 그 처절한 사격은 자신이 죽였던 동료들을 끝까지 붙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눈은 그 이후로 한동안 내리지 않았다. 추운 날씨 탓에, 잔뜩 내렸던 눈은 녹지 않았고 그리폰은 한동안 제설 때문에 애를 먹었다. 그리폰의 모든 인형과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겨울의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연병장의 눈을 치우는 모습을 봤다. 병실의 딱딱한 침대가 좀체 적응이 되지 않았다. 엉덩이가 배겨 몸을 조금 들썩였지만, 곧바로 허리춤이 아파 움직이는 걸 그만두었다. 깊게 한숨 쉬며 침대에 몸을 뉘었을 때 정비장이 병실 문을 열었다. 그는 따듯한 캔커피 하나를 들고 내게 다가왔다.


“고생이 많다. 작전 한번 잘못 걸려가지고.”

“괜찮습니다. 결국 살아 돌아오긴 했으니…”

“그래. 언제까지 있어야 한다냐?”

“한 달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2주 내로 퇴원해. 뼈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총상인데. 금방 아물어.”


정비장이 캔커피를 따고 나서 홀짝였다. 제설을 하다 들어왔는지, 볼이 발그레하다. 작업복 외피를 따라서 한겨울의 냉기가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그의 발갛게 달아오른 볼따귀를 바라봤다. 정비장은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는 나를 바라봤다. 


“그 때, 현장에 있었던 인형은 어떻게 됐습니까?”

“아, 그 돌격소총 인형이랑 기관총 인형 말하는 건가?”

“예. 갈릴하고 네게브.”

“못쓰게 됐지. 완전히 부숴졌어. 개떡이 돼 있더군. 철혈 것들하고 부품이 뒤엉켜서 제대로 확인은 못했는데, 네게브인가 하는 그 인형은 무슨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찢겨져 있었어.”

“…”

“뭐, 메모리는 챙겨 왔으니까. 지금 생산 들어갔을거다. 그게 다시 그리폰으로 입고되면, 너가 또 수리를 맡아야돼. 네게브 수리해 본 사람이 이제 손에 꼽는다.”

“…예, 뭐…그렇죠.”


떨어지던 흰색 머리핀이 생각났다. 새로 입고되는 녀석도 철혈 앞에서 그렇게 벌벌 떨까. 새로 입고되는 네게브도 그렇게 이를 악물고, 죄다 튿어진 몸으로 그런 소리를 지를 수 있을까. 알 수 없었다. 새로운 네게브를 알 수 없었기에 내가 그것을 수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연병장 가장자리로 몰린 눈들이 작은 산을 이루었다. 인형들과 사람들은 거기에 삽을 꽂아놓고 수다를 떨었다. 눈은 그 상태로 천천히 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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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씨에서 네게브 대회를 하길래 가볍게 써봤습니다

이제 소전 인벤에 팬픽 올리시는 분은 거의 없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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