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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그 인형은 지휘관과 서약하지 않았다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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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0 19:59:04








그 인형은 지휘관과 서약하지 않았다

6.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




  여름철의 노을은 고온을 따라서 질고 길게 뻗쳤다. 저물어가는 햇빛은 주황빛으로 늘어진 구름 사이로 억세게 타올랐다. 바람이 그 햇빛을 타고 흘렀지만 시원하지 않았다. 미지근한 바람은 피부에 닿으면서 자신의 습기를 묻히고 흘러 지나갔다. 
  건물은 여름의 해질녘 아래에서 긴 그림자를 늘어뜨렸다. 오래 되어 벽 곳곳이 갈라진 건물이었지만 아직 단단했고 허물어지지 않았다. 정보가 그 건물 안에 있었다. 민수용 인형 한 명이 철혈에 납치되어 있었다. 지휘관은 이번 작전 안으로 인형을 구출하고 그에게서 정보를 캐 오라 지시했다. 내일 즈음이면 철혈은 그 인형을 온전히 해킹하는 데 성공할 것이고 그것은 고스란히 404소대의 실패로 이어질 것이다. 404소대에게는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건물은 넓은 평지에 고집스럽게 우뚝 서 있었는데, 주변에는 어떤 건물도 없었고 어떤 식수(植樹)도 없어서 404소대원들은 그 건물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건물은 느닷없이 땅 위에 솟구친 것처럼 위치해 있었고, 허술해 보이는 철혈의 쉘터 선택에 UMP9는 쾌재를 불렀으나 UMP45는 다르게 생각했다. 그녀는 지도를 따라 머릿속에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치며 소대원에게 브리핑했다.  
  분명 여러 기의 더미를 기용하여 상대를 섬멸해 버리는 화력전에서 그들의 쉘터는 허물없이 무너져 내릴 것이었고, 공격하는 병력의 입장에서는 맛깔스런 먹잇감 같을 것이었다. 병력의 우위를 점했다는 가정 아래에서는 건물을 포위해도 되고, 정면에서 쓸어버려도 되고, 위아래로 동시침투를 감행해도 되었다. 개활지의 건물은 거친 바다에 세워진 가느다란 돌기둥 같아서 거센 파도를 견디지 못하면 속절없이 스러져 갈 운명이었다. 문제는 404소대가 거센 파도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404소대는 파도라기보다 안개처럼 작전했다. 그녀들의 장점은 적이 눈치 채지 못한 새에 스며든다는 점에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건물은 가느다란 돌기둥이 아니라 등대처럼 동작했다. 개활지에서 건물이 은엄폐를 받지 못하는 만큼 404소대원들 또한 은엄폐를 보장받지 못할 것이었다. 수백 미터에 달하는 개활지를 통짜로 달려들어 돌파해야 했다. 건물은 창이 많이 나 있었고 높았다. 예거들은 옥상과 창가에서 소총을 갈겨댈 것이고, 가드는 건물의 유일한 입구를 틀어막을 것이다. 철혈은 화력전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순전히 특작부대를 의식해 쉘터를 선정했다. 그들은 등대에 틀어 앉아 먼 바다를 볼 것이다. 404소대는 속절없이 등대의 눈부신 조명을 받으며 스러져 버릴 지도 모른다.  

  “…오늘 밤 월광은 온전한 0%가 아니야. 저번 작전 했을 때가 0%였으니……우리가 은엄폐에 특화되어 있다고 해도 저렇게 탁 트인 곳에서 예거는 우리를 감지할 수 있을 거야. 지금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작전은 416이 유탄을 쑤셔박으면서 강행돌파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건물에 진입만 하면 건물 안은 우리 무대니까……어떻게 생각해? 416.”

  HK416은 UMP45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UMP45의 이야기를 등진 채 자신의 경험과 지휘관의 경험을 맞대어 비교하고 있었다. 지휘관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단을 내렸을까. 지휘관은 이런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을까? 지휘관이 매번 올랐다는 북한이란 곳의 산에도 이런 곳이 있었을까? 지휘관은 리더였을까, 소대원이었을까. 분명 오랜 기간 부대에서 살아남았으니, 그가 말한 국가가 스러져 갈 즈음에는 그가 소대원들을 지휘했을 것이다. 그는 빠르고 묵직하게 작전했을 것이고, 덜 악착같은 소대원이 죽어나갈 때 그런 그들에게 정을 주지 않은 것에 대해 안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우리가 죽어버렸을 때, 우리에게 깊은 정을 주지 않았던 것에 대해 안도할까? 이미 늙어버린 채 술에 취해 내 눈동자를 아름답다고 말하며 곯아떨어지던 그 지휘관은 안도할 수 있을까?
  HK416의 마인드맵이 소란해질수록 쉘터는 침묵 한가운데로 가라앉고 있었다. UMP45가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UMP9와 G11이 지도에 두었던 시선을 돌려 HK416을 쳐다보았다. HK416은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하지 않고 있었다. 

  “……416. 어떻게 생각해?”
  “미안. 생각 좀 하느라. 그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이 있기는 해?”
  “없지.”
  “……지휘관에게 조언을 구해볼까?”
  “지휘관에게?”

  HK416이 기어들어가듯 목소리를 내밀었고 UMP9가 놀라면서 대답했다. UMP45는 대답하지 않고 눈썹을 들어올려 HK416을 바라보았다. G11이 두 자매와 HK416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초점이 나간 그녀의 눈동자가 수마(睡魔)를 견디지 못하고 잠기어갈 때 UMP45는 미소지었다. HK416의 말은 느닷없었고 또 자신감 있지 못했는데, UMP45는 그 너머 HK416의 어떤 일들을 명확하게 감지해 낼 수 없었지만 그녀는 HK416의 미간이 솟구치는 것을 보았다. 

  “대면보고에 날 보낼 정도로 지휘관을 싫어하던 416이 지휘관에게 조언을 구해 보자고 하는데, 언니?”
  “그러게. 게다가 작전 중에 통신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무시하고 말야. 그런 원칙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지휘관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거야?”
  “…….”
  “어제 그리폰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궁금하지 않아? 9.”

  UMP9가 입을 다물었고 UMP45가 한쪽 입꼬리를 올려 이죽거렸다. UMP45의 비아냥은 두 명의 인형을 향해 있었고, HK416은 목을 가다듬어 비아냥을 받아 넘기면서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녀가 소총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 후 몸을 풀었다.
  
  “……됐어. 강행돌파로 가자. 별 수 있나. 야, 잠탱이, 일어나. 얼굴 뜯어서 시계로 만들어버리기 전에.”

  G11이 화들짝 숨을 들이키며 잠에서 깨었다. 노을의 선명한 자국 뒤로 어스름이 스며들고 있었다.    


***


  HK416은 유탄을 10발 챙겼다. 유탄 탄띠를 소총 어깨끈 반대 방향으로 둘러메었다. 예광탄을 다섯 탄창 곳곳에 골고루 삽탄했고, 예광탄창이 주를 이루었던 마지막 탄창에 일반탄을 삽탄했다. UMP45가 UMP9와 G11의 단독군장을 살폈다. 그녀는 소대원의 탄알집이 덜그럭거리지 않도록 탄띠를 꽉 조였다. 전열에 나서서 침투할 UMP45와 UMP9는 각각 수류탄을 두 발 씩 챙겼다. 4명이서 화력전을 치러야 했다. 몸을 무겁게 할수록 그녀들은 거칠고 단단하게 나아갈 것이다. 
  UMP45는 매일 하던 독백을 중얼거리지 않았다. 404는 오늘 자신의 몸을 전부 드러낸 채 전력으로 철혈에 부딪힐 것이다. 그녀들은 오늘만큼은 없는 존재가 아니었고 바람이 아니었다. 파도가 되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등대에 파고들만 한 물줄기 정도는 되어야 했다.

  철혈은 온 사방에 불빛을 쏘아대며 요란하게 404를 맞이했다. UMP45가 개활지 직전에 멈춰 헤드라이트의 주기를 파악했다. 소대원들이 안전장치를 밀어 점사로 바꾸었다. 불빛이 언젠가 한번은 우리를 비출 것이라고 UMP45가 말했다. 최초로 불빛 아래에서 발각되는 순간에 입구 근처에 유탄 한 발을 쑤셔 넣어. 9는 수류탄을 던지고. 직후에 내가 연막탄 뿌리고 돌입한다. 입구에 가드가 있을 텐데, 416이 유탄 한발 더 쏴. 1층이 뚫리면 진입해서 나와 HK416이 좌측으로 파고들면서 수색하고, UMP9와 G11이 우측으로 파고들어서 수색해. 
  지근거리에서 UMP45의 말은 육성과 송신기 양 쪽에서 울렸다. 그런 목소리는 여름의 풀벌레 소리에 묻혀 외려 희미하게 들렸다. HK416이 유탄 한 발을 장전한 후 총구를 들어올려 대기했다. UMP45가 꿇었던 한쪽 무릎을 들어 자리에서 일어서자 무릎보호대에서 질척한 흙이 딸려 흘렀다. 그녀는 허리를 숙여 전방을 노려보았고, 그녀의 뒤에서 세 명의 소대원들이 출발신호를 기다렸다. 엔진이 세차게 회전하고 있었다. HK416은 긴장감 속에서 지휘관의 회상을 대입했다. 
  지휘관도 작전이 시작되기 직전의 이 긴장감을 알고 있겠지. 이 순간에도 지휘관은 나와 소대원들의 행동을 알 것이고, 그 앎은 지휘관이 내게 말해주었던 그 모든 경험에서 나왔을 것이다. 지휘관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묘한 기분이야. 기분이 나쁜 걸까? 엔진이 과부하 직전까지 치달으면서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다. 지퍼로 잠긴 앞섶에 가슴이 눌려 답답했다. 지휘관은 인간이니, 엔진 대신 심장이 뛰었겠지. 우리 둘이 유일하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은 그런 부분들이구나. 그치만 이런 보답도 받지 못하는 임무를 알아주는 사람은……아니야. 집중하자. UMP45가 슬그머니 손을 올렸다. 메모리와 데이터베이스가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지휘관의 이야기를 마인드맵 안쪽으로 쑤셔넣고 있었다. UMP45의 손이 빠르게 내리쳐 공기를 갈랐고 곧바로 주저 없이 뛰쳐나갔다. HK416은 그 뒤를 따라 뛰면서 그녀의 귀를 스치는 바람 소리에 집중하려 했으나 지휘관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UMP45의 발끝에 불빛이 닿자마자 UMP9가 안전핀을 뽑아들었다. 수류탄은 빗발치는 총성을 타고 건물 안으로 날아들었고, 수류탄의 신관이 다할 즈음에 HK416의 유탄이 건물 벽에 착탄했다. 두 유탄은 터지면서 찢어지는 굉음을 냈고, 먼지는 그 소리만큼 풍성하게 퍼졌다. 입구에서 소총을 쏘던 배스피드 셋이 유탄에 찢겨져 부품을 쏟아내었다. HK416은 발밑으로 절그럭거리며 밟히는 나사들을 느끼면서 두 번째 유탄을 장전했다. 뜀박질 속에서 손은 크게 흔들렸고 소총과 탄은 무거웠다. 그녀는 속도를 유지하면서 유탄을 장전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UMP45가 두 조로 나뉘라고 수신호로 명령했다. HK416이 휘청거리며 UMP45에 따라붙었다. 철혈이 쏘아대는 격발음이 건물을 타고 탁탁 튀기며 뛰쳐나왔다. 총알은 소리 없이 바닥과 귓전을 스쳤고, 소대원들은 이를 악물고 뛰었다. 어떻게든 입구에 도착해야 했다. UMP45가 연막탄의 안전핀을 뽑았다. HK416이 끝내 장전에 성공했지만 연막탄이 터질 때 HK416의 유탄은 착탄하지 못했다. 
  지휘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환각과 착각 속에서 HK416은 비틀거리고 있었다. UMP45가 HK416을 돌아보며 재촉했다. HK416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그녀는 마인드맵 너머로 EILD에게 유탄을 쏘던 지휘관을 생각했다. 조준선은 정렬되지 않았고 유탄은 입구에서 버티고 있던 가드의 왼쪽에 떨어졌다. UMP45가 강행돌파를 명령했다. 흩어졌던 소대원들이 입구에서 뭉쳐 단숨에 파고들었다. 근접전이 시작되었고 총성은 가까이서 터졌다. 
  HK416은 이를 악물고 방아쇠를 당겼다. 점사에 따른 총기의 반동이 제어되지 않았다. 지휘관의 회상 이미지가 자꾸 마인드맵에 스며든다는 사실이 손가락에 실려 있었다. 아귀힘이 풀렸고 개머리판이 어깨에 잘 견착되지 않았다. 그녀는 안전장치를 당겨 단발로 쏘았다. UMP45는 전투 도중 HK416을 자주 흘겨보았다. 건물에는 스카우트와 배스피드가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 가드는 둔하게 움직였고 예거는 가까이 있는 적을 잘 쏘지 못했다. 
  작전 개시 43분 만에 UMP9가 목표 인형을 발견함으로써 작전은 종료되었다. UMP45가 매캐한 화약 냄새 사이에서 인형의 기억을 지우고 정보를 추출하고 있을 때, HK416은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는 달빛을 보면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UMP45는 데이터를 추출하던 단말기와 HK416을 번갈아 보았다.


***


  “………416, 일어나. 네 차례야.”
  “응. 일어났어.”

  UMP45가 푸르스름한 단말기 불빛을 받으면서 HK416을 깨웠다. 인형의 수면은 단번에 단절되었고 HK416은 곧바로 소총을 끌어안은 채 누운 몸을 바로세웠다. UMP45가 눕지 않고 단말기의 버튼을 눌러 가며 작업하고 있었다. 창문이 없는 쉘터였다. 단말기 불빛이 어둠을 머금은 회색 벽에 섞여들어 가면서 우울한 색을 튕겨내고 있었다.  

  “……이제 내가 불침번 서니까 좀 쉬어 두지 그래. 엔진이 많이 과열됐을 텐데.”
  “데이터를 좀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저 인형에 관한 처리도 해야 하고.”
  “…….”
  “당장 날이 밝으면 그리폰에 자료를 넘겨야 하니까.”
  “그렇긴 하네.”

  UMP45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한밤중의 고요는 다물어진 입술 틈새로 스며들어 발성 시스템을 경직시켰다. HK416은 그런 UMP45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천장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콘크리트 벽에 단말기의 이미지가 뭉개진 채 퍼져 있었다.

  “……416, 오늘 집중 못했지?”
  “…….”

  UMP45는 덤덤하게 말했다. 말은 HK416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려 무던히 애쓰고 있었다. 

  “아까 비아냥대긴 했지만 정말로 의외기는 했어. 네가 지휘관의 조언을 듣자는 말을 하는 날이 오다니.”
  “……다른 좋은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 뿐야.”
  “뭐,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 아까의 전투 전 까진 말야.”
  “…….”
  “무슨 일 있었어? 지휘관에게 대면보고 하고 그리폰에서 자고 온 날.”
  “…별 일 없었어.”
  “멍청한 9라면 몰라도 나는 못 속여.”
  “동생한테 말이 너무 과한데.”

  HK416이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대화의 방향을 틀었지만 UMP45는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 푸른 불빛은 일렁거리고 있었다. HK416은 다시금 지휘관을 생각했고 하루 온종일 지휘관을 생각했던 자신을 생각했다. UMP45가 침묵으로 HK416의 대답을 재촉했다. HK416의 입술이 망설임을 머금고 움직였다.

  “……지휘관의 옛날이야기를 들었어.”
  “…….”
  “이제는 없어져 버린 나라의 특수부대 출신이었대. 함께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했는데……지휘관이 점점 술에 절어서 발음은 부정확해지고 자세는 흐트러졌어. 그러면서도 자기 이야기를 있는 대로 내게 다 이야기해 줬어. 같은 인간을 쏘아 죽인 이야기, ELID에 나라가 휩쓸려갈 뻔한 이야기, 지휘관이 작전을 했던 모습, 일부러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이유, 나라가 없어져 자신의 충성이 없던 것이 되었을 때의 허탈함……그런 얘기들이었어.”
  “……그랬구나.”
  “그런 지휘관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마치 내 이야기 같아서……또, 그렇게 바위 같던 사람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그 모습이 마치 내 모습 같이 느껴졌어. 있지, 45. 그렇게 싫었던 사람의 등을 진심으로 토닥여 주고 싶었고, 그 지휘관이 마찬가지로 날 토닥여 주고 싶었을 거란 걸 알게 된 순간……모르겠어. 모든 작전과 모든 행동에서 지휘관이 이야기했던 과거의 이야기가 떠올라. 생각들이 마구잡이로 뻗쳐서 자꾸 지휘관을 마인드맵 안쪽으로 끌고 들어와. 마치 어디서든 지휘관과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하게 돼.”
  “많이 솔직해졌네, 416. 새벽이라 그런가?”
  “……술 냄새가 많이 났고 로맨틱한 분위기도 아니었어. 그치만 지휘관이 곯아떨어지기 직전에 내 눈을 보여 달라고 했을 때……그 목소리는 꽤 다정했어. 그런데 내가 왜 날 부관으로 세웠냐고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어. 정말……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 45.”
  “어떻게 생각해? 9.”

  UMP45는 단말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목소리는 당연하다는 듯 튀어나왔고, UMP9가 덮고 있었던 모포는 그 당연하다는 말투에 찔려 들썩였다. HK416이 UMP9의 누운 등을 바라보았다. UMP9는 한참동안이나 침묵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말, 언니는 내 편인지 416 편인지 모르겠어.”
  “난 누구의 편도 아니야. 리더가 소대원을 편애하면 쓰겠어?”
  “9, 일어나 있었어?”
  “…….”
  “……도둑고양이 같은 년. 남의 이야기나 엿듣고.”
  “둘이 그렇게 떠드는데, 어떻게 자란 말야.”

  UMP9의 목소리를 따라 그녀의 말도 가라앉아 있었다. HK416은 다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416.”
  “…….”
  “나 있지, 원래는 416이 조금 더 솔직해졌음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항상 불안해 보였고 고집불통인 네 마인드맵이 조금은 유해졌으면 했거든.”

  UMP9는 말을 모두 마치지 않고 뜸을 들이다가 몸을 일으켰다. 모포는 검은 외투를 따라 흘러내렸고, 풀어 헤친 갈색 머리카락은 등 위로 쏟아져 흘렀다. 그녀는 뒤돈 채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야. 네가 여전히 솔직하지 못했으면 좋겠어. 지휘관을 뺏길까봐 두려워.”
  “큰일이네, 큰일이야. 이제 지나치게 솔직한 사람이 두 명이나 되어버렸네.”
  “…….”

  벽을 마주보고 흘러나온 UMP9의 목소리는 진하게 울려 쉘터를 훑어나갔다. UMP45가 빙글거리며 이죽거렸다. HK416은 대답하지 않았다. G11이 잠결에 뒤척이며 신음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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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44 X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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