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이슈 갤러리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기타] 기도는 죽지 않는다

안녕난
댓글: 22 개
조회: 5610
2020-02-17 23:37:03

기도는 죽지 않는다

.
.
.
형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OO병원에서 만나자고 했다.

13년 전, 나는 형과 싸우고 집을 나왔다.
서로 연락하지 않고 각자 살았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고,
빚을 갚기 위해 집을 팔았다.

고생하며 떨어져 각자 살다가 함께 살게 된 우리는 사사건건 부딪쳤다. 형은 강한 성격이였고 나는 그런 형과 말다툼을 하다가 심하게 싸웠다.
 

형이 나를 주먹으로 쳤고,
나는 형에게 의자를 집어던졌다.

형제의 싸움이 잦을수록
어머니가 우는 날이 많아졌다.
 

어느 날, 형이 나를 밀어뜨리기에
나도 모르게 주먹질을 했다.
그날, 나는 집을 나왔다.

나는 형이 없는 것처럼 살았다.
누구에게도 형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결혼 후 아내는 형이 어떤 분이냐고 자주 물었다.
나는 대답을 회피했다.
꼭 말해야 할 때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만 했다.
 

아내가 말했다.
“그래도 형님과 화해해야 하지 않아?”

“그건 불가능해. 당신이 형을 몰라서 그래.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야.”

하지만 아내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화목한 시댁이 되도록 자신이 노력하겠다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게도 형을 위해 기도하라고 권했다.

“나도 기도했었어…”

교회에서 용서에 관한 설교를 들을 때마다 형이 생각났다. 그래서 형을 용서한다고 기도했다. 그런데 용서 기도를 아무리 해도 형은 바뀌지 않았다.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가족의 화목을 위해 더 간절히 기도했다.
 

형에게 연락이 온 날,
나는 형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까?’

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기도하려고 했지만, 기도가 되지 않았다. 성경을 펼쳤다. 성경을 읽다가 잠이 오면 자려고 천천히 읽던 중, 마태복음 4장에서 멈추었다.

이때부터 예수께서 비로소 전파하여 이르시되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 하시더라 – 마태복음 4:17


익숙한 구절이었다.
그런데 새롭게 와닿았다.

회개해야 천국이 임한다는 예수님의 말씀.
‘회개’라는 단어가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나는 이 말씀을 여러 번 소리 내어 읽었다.
‘회개해야 천국을 맞이할 수 있다.’

잠이 완전히 달아났다.

‘우리 가정이 천국이 되려면 회개해야 한다.

형과 관계를 회복하려면 내가 회개해야 한다’는 생각이 성령의 음성으로 다가왔다.
 

‘내가 회개할 것이 있나?
형이 잘못하지 않았나?
형을 용서한다고 기도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나는 하나님께 진심으로 질문했다.
‘하나님, 제가 회개할 것이 있습니까?’


즉시 한 장면이 떠올랐다.

형과 함께 살 때였다.
전기요금을 나누어내는 이웃집과
돈계산 문제로 다퉜다.

이웃 어른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는 형에게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 형은 몰라”라고 큰소리쳤다.

노트를 펴고 ‘형을 무시한 죄’라고 썼다.


또 다른 날이 생각났다.

‘우리 가족보다 친척들만 생각한다고 형에게 화를 낸 죄’,

‘형과 싸우면서 형을 때린 죄’ 등등.

그날 밤늦도록 계속 써내려갔다.
노트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

그동안 나는 ‘상처받은 동생’이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서 형을 용서한다는 기도만 했었다.
 

물론 용서는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뜻이다.
나는 형이 잘못했다고 여기고 살아왔다.

그런데 성령께서 내가 회개해야 한다고 성경 말씀으로 가르쳐주셨다.
회개하면 천국이 가까이 온다고 하셨다.
 

회개는 내가 잘못했다고 인정할 때 가능하다.
노트 한 장에 적힌 내 잘못들을 읽는데, 처음으로 형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형을 만날 생각을 하니,
마치 얍복 강의 야곱 같은 심정이었다.

형에게 잘못한 나를 용서해달라고 처음으로 기도했다.
 

다음 날, 병원 로비에서 형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형은 내가 상상한 모습과 많이 달랐다.


나는 형이 병원으로 오라고 한 이유를 몰라서 더 조심스러웠다. 우리는 서로 시선을 피하며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형이 먼저 목이 메는 듯 말했다.
“어머니가… 췌장암 말기시다.”

마음이 먹먹해졌다. 우리는 병실로 갔다.
우리가 함께 들어오는 모습을 어머니가 보셨다.

형제가 화해하고 화목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어머니의 평생 꿈이 병실에서 이루어졌다. 그날부터 우리 형제는 어머니 병간호를 함께했다.

강한 성격이던 형도 놀랍게 달라져 있었다.

약한 몸으로 항암투병을 하시던 어머니는, 그렇게 아파하면서도 “너희들이 화해해서 기쁘다”라는 말씀을 계속했다. 나는 어머니에게 정말 미안했다. 형제의 불화가 어머니에게 그렇게 큰 짐이었구나.
 

어머니의 병이 깊어질수록
가족 간에 의논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항암을 받던 어머니는 2개월만 살수 있다는 의사선생님의 진단에, 항암을 멈추고 호스피스로 옮겨서 남은 가족을 위해 기도하다가 평안하게 하나님 품으로 가고 싶으시다고 했다.

신실한 크리스천인 다른 두 의사 선생님도 내게 그것이 좋겠다며 조심스럽게 조언해주었다. 형과 이런 일들을 의논했어야 했는데, 나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마다 달라진 형의 태도를 보고 놀랐다.

형은 무조건 자기주장을 하지 않고, 우리 부부의 의견을 존중했다. 내가 기억하는 형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나는 완치를 구하는 기도를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묻는 기도를 했다. 며칠 동안 성경을 읽으면서 기도했고, 결국 어머니를 용인 00호스피스로 옮겼다.
 

호스피스는 통증조절을 위한 진통제를 적극 사용한다. 통증이 줄어들자 어머니는 날마다 아침 예배에 참석했다. 그리고 그날의 설교 내용을 우리에게 들려주며 행복해했다.

“죽음은 끝이 아니고 천국으로 이사 가는 것이니
너무 슬퍼하지 마라.

호스피스에 오기를 정말 잘했어.
남아있는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살고 싶구나.”

어머니는 병원 주위의 산책로를 유난히 좋아했다. 하늘과 산이 신비롭고 아름답다며 나무와 꽃과 작은 돌멩이까지 사랑했다. 호스피스에 있는 동안 어머니는 그 무엇보다 기도와 찬양을 가장 많이 했다. 가족을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다음 날, 아내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아내 : 어머니, 아주버님이 아주 좋은 분이네요.
저희가 괜히 걱정을 했어요.

어머니 : 그러니?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아내 : 성격이 강한 분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부드러우세요. 원래 그러셨나요?”

어머니 : 얘가 작년 이맘때부터 갑자기 달라졌어.
나도 신기하게 생각한단다.”

아내 : 네? 작년 여름부터요?

아내가 깜짝 놀랐다.

작년 여름 수련회에서
아내는 더 간절히 우리 가정의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놀랍게도 형이 달라진 시기와 일치했다.
아내는 가정 회복을 위해 기도를 계속하자고 내게 권했다.

.

.

.

출처 - 갓피플


Lv32 안녕난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