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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뻘글] 한 때 반페미 했었던 썰

Yurimi
댓글: 25 개
조회: 12719
추천: 55
2021-05-06 04:53:31





두서없을 수 있는 뻘글주의


페미를 반대하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다만 제목이 왜 "했었던"이냐면 
지금은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아서입니다
전 어느 소속이나 단체에 몸 담고 있지도 않았고
친구도 극소수만 사귀어서 딱히 영향력이 없었습니다
끽해야 페미 외치는 정치인은 안찍어주는 정도?


하지만 제가 하던 sns와 여초 커뮤니티에서 
한 때 페미와 메갈들에 반대하며 열심히 싸웠습니다
자료 모으고 직접 제작도 하고 제보도 하고 퍼뜨리고 퍼나르고... 
초반엔 여초들도 메갈을 경계하고 배척했었습니다
다만 공감이라는 칼라로 연결된 개체들이 많은 여초들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한번 페미쪽으로 기울면 반대 의견은 그냥 무자비하게 짓밟힙니다
게다가 일베는 태생이 유머사이트였지만
메갈은 태생 자체가 혐오와 미러링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악에 받혀서 흉자(흉내자지) 죽으라고 달려드는 미친년들 상대하는게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정상적인 인생 살아야 하는데 광기를 상대하려면 저도 미쳐야 하더라고요
근데 그렇게 약 2년을 매일 공격적인 생각과 분노를 품고 살다보니 
그 피해가 결국 제 남편에게 가덥니다
제 멘탈이 딱 거기까지였나 봅니다
그래서 그냥 sns를 탈퇴하고 그 여초도 손절했습니다
페미 반박용 자료들도 다 없애고 한동안 뉴스도 안봤어요
저와 함께 싸우던 다른 반페미 여성들도 그렇게 하나 둘씩 지쳐서
조용히 본인 생활에만 집중하게 되더군요
지금은 다들 어디서 뭐 하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성과를 낸게 없으니 언젠간 저처럼 한 때 조금이나마 노력했던 사람들도 
다 싸잡혀서 욕 먹는 시기가 올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그게 지금인가보네요
그 당시엔 일반 남성들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도대체 호구를 자처하는 저 인간들이 
페미한테 어디까지 빼앗기고나서야 정신들을 차릴지
남자들에게 도대체 왜 힘을 합쳐 행동하지 않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근데 뭐 다들...시큰둥 하덥니다
군인 처우 개선에도 자기들은 전역했다고 관심 없던걸요
내 일도 아닌데 싸워주는 사람들 있을 때 협조 좀 해주지 그러셨어요
그 땐 다들 어디서 뭐하셨어요...


서운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해가 갔습니다
그 당시에 페미 욕하던건 대체로 일베였고 일베는 여혐도 병행하였기에
페미를 경계하라고 목소리를 내면 일베냐는 의심을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저도 일베충이냐는 소리 들어봤습니다
여자인걸 알면 암베충(암컷베충)이냐고 묻더군요
남성 인권을 외치던 故성재기도 
일베의 화력에 기대어보려고 했던 사실은 다들 아시니까요
그래서 괜히 일베충으로 오해받을까봐 꺼려졌을 수 있겠죠




위에 "내 일도 아닌데 싸워주는 사람들"이라고 적었는데
저를 빗대어 쓴 말이긴 하지만 사실 제 일이었고 저를 위해 싸웠습니다
3남매의 맏이인 저는 어릴 때 동생들에게 잘해주기도 했지만 못되게 굴기도 했습니다
동성인 여동생과 편먹고 남동생을 실컷 놀려먹은 어느 날
엄마가 그러시더군요
"쟤 커서 너희들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세질텐데 보복이 두렵지 않니?"


그 한 마디에 제가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아빠는 평소에 남녀는 평등해야 한다면서 
남동생에겐 여자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근데 사실 남동생에게 누나들은 여자가 아니라 엄마가 낳은 괴생명체일 뿐이죠
그러니 남동생이 여형제와 서로 주먹을 날린다면?
게다가 남녀평등은 남녀가 서로 주먹다짐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근데 남녀가 서로 때리면 신체구조상 누가 더 유리할까?


그 때부터 남동생이 존중의 대상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오는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쳐맞을 수 있다는 공포요
남동생은 제가 어느 날 갑자기 잘해줘서 기뻤다고 합니다
널 위해서가 아니다
나를 위해서다


근데 여동생은 아무래도 남동생과 나이 차이가 적게 나서인지
정말 서로 죽일 듯이 싸우며 커갔습니다
대부분 여동생이 선시비를 걸었죠
그래서 제가 꾸준히 경고했습니다
너 언젠간 쟤(남동생)한테 뒤지게 쳐맞는 날이 올거라고요
그리고 남동생이 고3이 되어 헬창의 길을 걷던 시기에
여동생은 정말로 뒤지게 쳐맞고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이게 제가 반페미를 했던 3가지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 페미라는 인간들 하는 짓을 보니 가관이라서요
남성이 기득권이고 강자라면서 그 강자를 대하는 태도가
마치 살면서 여러번 봤던 "때려봐! 때려봐! 못 때리지? 난 여자니까!"
이거랑 별 반 다를게 없어보여서요
남자가 스스로 여자를 때리면 안된다는 족쇄를 푸는 순간 뒤지게 쳐맞을텐데요
근데 지들만 뒤지게 쳐맞으면 상관 없는데 그게 저한테까지 불똥 튈 각이라서요
저라면 한남 죽으라고 악을 쓰는게 아니라
우리 서로 성차별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가자고
남성들이 당하는 차별도 같이 부각시키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갔을텐데 말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그냥 제가 제 남편과 남동생을 사랑해서요
그러다보니 다른 남자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으로 보여서입니다
마지막으론 그냥 제 성격상 모순된 것을 싫어해서요
제가 피해를 본다 해도 아닌 건 아니라서요
제가 남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고 싶으면 동등한 일을 해야 하니까요
여자라고 약해보이기 싫어서 일부러 힘 쓰는 일에 앞장 섰고
힘든 일은 남자들한테 다 미루면서 입으로는 남녀평등 외치는 사람들 앞에서
진정한 남녀평등이 뭔지 제가 모범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여자도 군대 가야 한다는 말은 진짜 죽어도 하기 싫었습니다
근데 해야죠 뭐 어쩌겠습니까...세상엔 공짜가 없는걸요
내가 무언가를 요구하려면 내가 내 할 일 똑바로 한 후에 하는게 가장 정당한걸요


메갈들은 본인들이 옳고 페미가 이득이라고 생각하겠지요
남자는 남자의 이익이 우선이고 여자는 여자의 이익이 우선인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적당한 선을 크게 넘어버리면 
그 반작용을 감당할 각오도 되어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한편으론 인간사가 전쟁으로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앞으로 나아갔듯
이 또한 인류가 필연적으로 앓아야 할 홍역인가 싶습니다


근데 제가 현재 반페미 안하는 이유는
그냥 제 멘탈이 약하고 먹고 살기 바빠서입니다
적당히 메갈 기업 불매 하면서 대충 살려고요
꾸준히 싸워왔던 여성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긴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이 안와서 새벽 갬성에 지배당해 써내려갔는데 
왠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한 마냥 엄청 후련하네요
일반 여성들 그 동안 어디서 뭐하다가 
이제 와서 페미랑 싸잡지 말라고 하냐는 댓글들 보고
당신들보다 몇 년 앞서 싸웠던 여성들도 있었다는걸 알아주셨으면 했습니다
메갈이 만든 "흉자"라는 단어가 그 존재들을 증명하려나요
욕 먹을 부분이 있어서 욕을 하시려거든 살살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Lv73 Yuri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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