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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기적인 로맨스, 세카이계

아이콘 돌덩어리 | 댓글: 9 개 | 조회: 11777 | 추천: 7 |

 

 

* 깁니다. 꽤 길어요. 옆에 물 한잔 가져다 놓고 읽으세요.

 

 

 

 

 

0. 시작하기 전 간단한 머리말

 

 '치유물 추천해주세요!'

 

 이리보고 저리봐도 애니메이션을 본지 얼마 안 된 뉴비에게 미래일기를 위시한 다양한 '치유물'을 추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디씨인사이드 미연시갤러리 4대명작도 있고 최고의 치유물이라고 언급되는 '쓰르라미 울 적에'가 있고요.

 물론 아리아 시리즈같이 진짜배기 치유물을 추천하는 경우도 없잖아 있지만 최근에 치유물이라는 단어는 역으로 보는 사람의 눈을 찌푸리게 하고 귀를 틀어막게하고 전두엽을 짓누르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이런 종류를 찾아서 보는터라 괜찮지만 처음으로 쓰르라미나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를 본 사람의 느낌이란...

 

 제목에서 보듯 이번에 이야기 할 주제는 '치유물'로 추천되는 일부 작품들이 모인 세카이계 작품입니다.

 

 

 1. 세카이계가 뭔가요?

 

세카이계를 언급할 때, 기본적으로 모두가 언급하는 정석에 가까운 세카이계 작품 <최종병기 그녀>

 

 

이 용어가 생긴지는 오래되었지만 만들어진 공간이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점, 그리고 인터넷의 특성상 용어가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면서 점점 본 뜻을 잃어버리고 세카이계라는 이름만 남아 떠도는 점등..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세카이계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달라요. 저도 세카이계를 가장 처음에 알았을때 단순한 멘탈붕괴시키는 작품들로 알고 있었거든요.

 

 일본의 평론가 마에지마 사토시는 그의 저서 <세카이계란 무엇인가>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했어요. 이 정의와 함께 사토시 씨는 세카이계 작품군을 '포스트 에반게리온 증후군'작품으로 말했어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영향을 받아 90년대 후반부터 00년대에 제작된, 거대 로봇이나 전투 미소녀, 탐정이 등장하는 오타쿠 문화와 매우 가까운 작품군으로 젊은이 (특히 남성)의 자의식을 묘사하는 작품  

 

 

 

 

 

 그리고, 다른 평론가 아즈마 히로키는 <파상언론 미소녀 게임의 임계점>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했어요.

 

 주인공(나)과 히로인(너)을 중심으로 한 작은 관계성(너와 나)의 문제가, 구체적인 중간 부분을 두지 않고, '세계의 위기', '이 세계의 마지막'과 같은 추상적이면서 중대한 문제에 직면하는 스토리를 묘사하는 작품군

 

 

 마지막으로 사사키 아츠시는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세카이계와 같은 의미의 단어로 '너와 나' 계를 말했어요.

 

 세카이계란 '학원 러브 코미디'와 '거대 로봇 SF'의 안이(하기 때문에 강력)한 합체이며, 즉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2대 인기 장르를 조합해 마음껏 순도를 올린 듯한 작품이다.

 

 

 

 저는 세 의견 중에서 히로키 씨의 의견에 동의를 해요.

 

 아무리 '에반게리온'이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 길이남을 걸작이자 명작이라도, 그 이후로 나타난 다양한 재미와 감동을 주는 애니메이션들이 에반게리온으로, 에반게리온과 관련지어 이야기한다면 그건 해당 작품들이 가지는 독특한 개성을 무시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히로키 씨의 정의는 세카이계의 구성요소를 모두 설명하고 있어요. 주인공, 히로인 그리고 세계 종말.

 

 조금 더 보충하자면 여리고 유약하게 생긴 미소녀가 지구를 부숴버리거나 그만한 힘을 가진 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점이나 두 사람의 사랑을 강조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주변 환경을 없애고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모는 것 등이 있어요.

 

 마치 '내가 인기 없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들이 나빠! (와타모테)'에서 작가가 주인공인 토모코를 어디까지 나락으로 굴리는지 보시면 알거에요. 사실 설정만 일상 학교생활이지 토모코의 멘붕은 세카이계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네요. (애니판이 목소리가 더해져 더 처절합니다.) 

 

 

 2. 세카이계 작품들은 어떤 게 있을까?

 

 위에서 말한 <최종병기 그녀>이외에도 다양한 세카이계 작품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위에서 설명한 소재들이 작가의 화풍을 만나고 지구멸망(우주멸망)의 원인들을 만나고 캐릭터들의 성격이 만나서 비슷하지만 다른 작품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간단하게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0년 전 라이트노벨,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입니다. 전투미소녀, 평범하고 현실적인 남주, 지구멸망의 세 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있고요. 하지만 설정 자체가 최종병기 그녀와 너무 겹치는 까닭에 아류작이라는 소리도 듣는 어찌보면 불쌍한 작품입니다. 세카이계가 그런걸요...

 

 

사진은 온갖 심오하고 어둡고 묵직하고 암담한 작품이 모인다는 그 잡지, 월간 애프터눈에서 손 꼽히는 3대 괴작가의

작품들입니다. <기생수>도 여기서 연재되었고요.

 

 사실 월간 애프터눈에도 제가 좋아하기 그지없는 <카페 알파>나 야구만화인 <크게 휘두르며>같은 밝고 활기차고 치유되는 작품들도 있다만 저 중에서 가장 왼쪽의 <나루타루>란 작품은 단행본 기준 6권의 에피소드인 '나의 눈은 피해자의 눈, 나의 손은 가해자의 손'의 충격적인 전개 덕분에 잡지를 전량 회수하는 사건을 일으켰는지라...  

 

 왼쪽부터 키토 모히로의 <나루타루>입니다. 평범한 소녀 '타마이 시이나'가 용의 아이 '호시마루'를 만나면서부터 어디까지 인생이 꼬이고 세상도 꼬이고 관련 사람들도 꼬이는지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만 다 빼고 이야기하면, 1권에서는 방학숙제를 고민하던 전형적인 꼬마 여자아이였지만 마지막 권에서는 모든걸 다 잃은 듯한 퀭한 눈으로 담배를 정말 힘들게 핍니다.

 

  이 작품 다음에 나왔던 <보쿠라노(우리들의)>는 작가의 결혼이 영향을 끼쳤는지 좀 더 밝은 세카이계 애니메이션입니다. 애니메이션 판은 엄청난 퀄리티의 오프닝인 'uninstall'로 유명하죠. 

 

 중앙의 작품은 토미자와 히토시의 <밀크특공대>입니다. 어린이 우주 비밀 결사대들이 '꼬리'라는 능력을 얻게 되면서 외계인들과 싸우는 내용입니다. 평행우주라는 설정을 사용해 어린이 우주와 어른 우주라는 개념을 내세워서 마지막에 등장하는 600개의 우주와 6조개의 생명체를 걸고 두 우주가 맞붙는 내용은..   귀여운 그림체를 통해 한층 더 잔인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은 우에시바 리이치의 <꿈의 사도>인데, 사진을 구하다 보니 옆에 붙어서 그렇지 저건 세카이계 작품은 아니고 그냥 멘탈 붕괴 작품입니다. 배경묘사나 연출이 독특하기 그지 없으니까 한 번 보셔도 괜찮을거 같아요.

 

 

 빛의 마법사. 유포터블이 작화가를 갈아서 페이트 제로를 만들었다면 이건 작화가 가루를 하늘에 뿌려놓은 듯한 신카이 마코토의 <별의 목소리>입니다. 40분짜리 짧은 단편이고 내용은 세카이계의 전형적인 모습인,

 

소년과 소녀는 사랑하는데 세상은 멸망하고 있어. 어머. 어떡하니.

 

입니다. 세계 멸망이 오는데 남친의 문자메세지를 더 소중히 여기는 모습은 명장면으로 불리죠.

 

 

약속된 성공의 제작사 쿄토애니메이션의 숨겨진 작품 <문토> 시리즈입니다. 주로 원작이 있는 작품을 만들고, 몇몇 4컷만화를 그 분기의 최고 판매율의 작품으로 환골탈태 시키는 능력을 가진 쿄토 애니매이션의 거의 '유일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입니다.

 

 2003년 작 OVA 1편, 2005년작 OVA 2편이 있고 2009년의 TVA <하늘을 올려다 본 소녀의 눈동자에 비치는 세계>(...) 이렇게 세 편으로 이루어진 시리즈는 설정상 세카이계의 구성요소인 소녀와 능력, 주변 세계의 멸망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근데 이거 폭망했어요... 진짜 망해서 언급도 안되는 작품인데 제가 기억하는 이유는, 제가 일본으로 수학여행 갔을때 TV로 본 작품 세개가 있었어요. 하나는 <클라나드 애프터 스토리> 우시오 편.. (이거 때문에 제가 최근에 정주행 할때 덜 슬펐습니다), 두 번째는  <마리아 홀릭> 오프닝, 세 번째가 이 작품 홍보영상...

 

 여담이지만 <하늘을~> 이 작품 오프닝 꽤 좋습니다. 유포니어스에요!

 

 이외에도 다양한 세카이계 작품이 있어요. 역시 독특한 그림체를 이겨내지 못해 시청자들이 떨어져 나갔지만 본 사람들은 숨은 명작이라고 평가하는 <노에인> 같은 것도 있구요. 대표적으로 소개하고 싶은 것만 소개했습니다.

 

 

 3. 세카이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저는 이런 작품류를 수소문과 구글링을 통해 찾아서 읽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런 작품군에 대한 나름의 애정도 있구요. 하지만 저는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추천해달라고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세카이계 작품은 되도록 추천하지 않고 있습니다.   

 

 천장 속에 숨은 꿀단지를 혼자 먹는 훈장님처럼 '이건 나 혼자 즐겨야지'라는 것도 아니고 해당하는 사람의 멘탈을 붕괴시키기 싫어서도 아닙니다. 그저 이런 작품들을 보다보니 추천하기가 꺼려졌습니다.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심각하게 마이너하고 설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도 많기 때문입니다. 밑에서 말할 몇 가지 한계를 보면 세카이계 작품들은 '마이너하게 인기는 있겠지만 절대 주류로는 올라오지 못할' 그런 모습입니다.

 

 제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의 히데요시를 발단으로 코믹잡지 <와아이!(わぁい!)>의 <히메고토>  등, 여자같은 남자가 요즘 대세로 올라와서 어느 작품에나 심심하면 나오는 모습과는 정반대이네요.

 

 

 세카이계는 설정적으로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우선 주변 사회적 환경을 의도적으로 소거 한다는 점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나 한 사람의 생각을 최대한 많이 드러내기 위해 위의 작품들읜 주변에 대한 묘사가 없거나 전개에서 언급이 잘 안됩니다.

 

 마치 막간에서 펼쳐지는 인형극처럼 주 이야기는 주변에 천으로 기워서 만들어낸 무대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 처럼요. 인형극 처럼 세카이계 작가들도 이야기의 노선을 한 곳에만 집중하게 합니다.

 

설정을 찾아보는 걸 좋아하는 분들도, 설정은 설정일뿐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도 가끔 '왜 여기서 이러지?'라는 의문점을 되뇌일 수 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세상이 위험하니까'라서 더욱 허무한 점도 있고요. 그저 세계 종말, 전 우주의 위기라는 거대한 스케일로 문제를 제시하는 덕에 읽는 사람들은 그 점에 공감하지 못하고 작품을 포기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등장인물의 개성이 없고 평범한 점도 세카이계가 가진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많은 미소녀 연애시뮬레이션의 남자주인공, 혹은 오직 팥을 만들기 위해 태어난 께임의 남자주인공은 힘세고 건강한 수십억의 올챙이를 보유한   길고 긴 머리로 눈을 가리거나 혹은 거울이 등장하는 씬이 아니고서야 남자 주인공의 모습을 찾기 어려운 편입니다.

 

 그 이유는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미연시 속에 더욱 빠지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의도적으로 감정표현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눈을 가리거나 아예 모습을 감춰 마치 플레이어와 예쁜 여자 주인공 사이에 있던 하나의 장벽인 '남자 주인공'을 없앤 것으로 저는 봅니다.

 

세카이계도 캐릭터들의 개성은 각 작가들의 그림체를 제외하면 '사랑'이외에는 딱히 큰 성격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세상의 종언 속에서 뜨거운 사랑이나 감정을 느끼는 인물의 감정을 독자와 함께 공감할려는 방법으로 인물들의 성격을 마치 유리창처럼 깔끔하게 만든게 오히려 공감에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건 저만 느끼는 건가요.

 

 비슷한 예로 세카이계 작품의 효시로 불리는 <에반게리온>의 '이카리 신지'같은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찌질하다, 바보같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생각보다 정말 현실적으로 그런 정신나간 세계에서 어쩌다 에바에 타게 된 소년의 심리를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라도 에바를 타고 하늘로 낙하하며 떨어지는 사도를 잡으라고 하면 벌벌 떨 것 같네요. 

 

 

 그 이외에도 꼭 여자 주인공 '소녀'가 위험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점과 그런 캐릭터들을 작가들이 억지로 내모는 느낌이 강한 점 등은 세카이계 작품이 언제나 마이너한 위치에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정리하자면 '이기적인 로맨스'에 공감하거나 작품을 볼 때 다른 생각이 없이 작품만을 받아들여야 느낄 수 있는 어려운 작품군이 바로 이 세카이계 같습니다.

 

 

 4. 마무으리

 

 후... 인벤 5장 한계 덕분에 에반게리온 사진도, 노에인 사진도 못 올려서 아쉽습니다..

 

 마지막에 매몰차게 말한 점도 있지만 세카이계 작품들 꽤나 볼만 합니다. 혹시라도 세카이계 작품을 보고싶다고 하시는 분들은 위에서 말한 작품인 <보쿠라노>를 추천드리고 싶네요. 위에서 말한 단점을 거대 로봇을 타는 사람이 여러명인 점, 그 여러 명이 각각 과거를 가지거나 서로 친하거나 사이가 나쁜 등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점등... 보기 쉬우면서 세카이계의 요소를 어느정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카이계에 대한 정의가 너무 다양해서 어려운 점도 많았습니다. 정작 이 글도 그 정의들이 혼재해 있어 작품들 간의 특징이 비슷하지도 않은 점도 있고요.

 

 또 다른 의견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세카이계의 시작이라고 말하는데... 패스.

 

 3시간 동안 썼네요. 콘 사토시 글은 노래도 흥겨워서 신나게 썼는데 이건 뭐, 오프닝이든 엔딩이든 다 새벽 세시 뭔가를 쓰고 싶은 센치한 느낌 한 가득 담은 우울한 노래밖에 없어서 손가락이 굳은 것 같았습니다.

 

 

 다음엔 아마 샤프트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찾아볼 생각입니다. 저번에 재미있는 글도 찾아봐서요.

 

 부족한 글이고 길었지만 여기까지 봐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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