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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벼운 소설, 라이트 노벨의 시작(BGM)

아이콘 돌덩어리 | 댓글: 20 개 | 조회: 7430 | 추천: 19 |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RSyiF

 

 

 

* PC판으로 읽는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 옆에 물 한 잔 두고 읽을 것을 추천합니다.

*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1. 계기

 

 이 글을 쓴 계기는 덕력에 가속이 붙지 않은 2년 전, 서브컬쳐를 다양하게 다루시고 쉬는 시간에는 에반게리온 OST를 틀어주시던 그분은 수업시간에도 저를 '오타쿠'라고 언급해주셔서 관리하지도 않던 이미지였지만 그때부터 '오타쿠'라는 도장이 찍혀서 다닌 (긍정적인 면으로) 교수님의 강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현대 소설의 사조를 모두 둘러본 마지막 강의는 강의계획서에 적혀있듯이 '라이트 노벨'에 관한 것이었어요. 2시간짜리 강의였다보니 전체적으로 다루지는 않았고 소개만 간단히 한 뒤 포스트모더니즘 측면에서 라이트노벨이 가지는 의의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루었죠.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을 <스즈야마 하루히의 우울>로 언급한거 빼고는 좋은 강의였어요. 하지만 강의 자체가 라이트노벨 뿐만 아니라 인터넷 소설, 문자 소설 등 인터넷 매체를 통해 등장한 소설들을 이야기하다보니 비중이 낮아서 뭔가 아쉬웠지만요.

 

그래서, 그 교수님의 강의를 기리며 내용을 보충할려고 합니다.

 

 

2. 라이트노벨 이름은 어디에서 온걸까?

 

 

나도 '라이트' 노벨인가요?  -경계선상의 호라이즌-

 

 

 Light(가벼운) + Novel(소설)

  

 시대는 거슬러 올라가 89년, 일본의 PC통신 한 SF판타지 포럼에서 시작합니다.  다양한 잡지에서 이야기되던 이 커뮤니티의 규모가 커지자 이 포럼은 SF와 판타지, 이렇게 두 포럼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90년, 판타지 게시판에서 너무 다양한 장르의 소설이 언급되어서 게시판이 혼란스럽자 운영자는 <로도스도 전기> 같은 정통 판타지를 다루는 포럼과 그 당시 유행하던 소설부류를 다루는 포럼을 다시 나눠요.

 

수련회에서 학생들끼리 모이면 조 이름을 먼저 정하듯이 판타지 포럼에서 떨어져 나간 이 소설 부류에 대해서 포럼에 있던 사람들은 이름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이름들이 후보로 등장했습니다.

 

 니트 노벨 (니트들이 보는 노벨이니까)    ,  주브나일 노벨(청소년들이 즐겨 읽으니까),  

 영 어덜트 노벨(어른이들이 읽는 노벨이니까),  퍼스트 노벨(순수문학을 읽기 전에 청소년들이 읽는 첫번째 소설이니까)

 

 개인적으로 니트 노벨이 센스 넘치는 이름 같지만 24년 전의 포럼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했는지 다양한 이유를 들어서 저 이름들을 거부했고 이 '청소년들이 즐겨 읽는 글 사이에 삽화가 포함된 소설'의 이름은 '라이트 노벨'로 정해지게 되었습니다.

 

'청소년들이 즐겨읽는 글 사이에 삽화가 포함된 캐릭터 중심의 소설'

 

하지만 이 용어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은 편이고 지금도 비평가마다 자기들의 이론을 뒷받침할만한 이름으로 바꾸어 언급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번 칼럼에 많은 참고를 한 아즈마 히로키는 '캐릭터 소설'이라고 말하더군요.

 

 

 

 

3. 라이트 노벨에 영향을 준 '애니메이션'과 '게임'

 

 3.1. 애니메이션과 '삽화'의 탄생

      

 

구매욕구가 차오르는 표지

(다른 욕구도 함께)

     

 라이트 노벨도 소설이죠. 아니, 당연한 말이죠. 보통 이런 말을 할 때는 해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것도 중요할 때 사용하죠. 라이트 노벨에선 소설만큼 중요한 부분이 바로 삽화에요. 라이트 노벨과 관련된 통설 중에 하나는 이런 걸 잘 이야기해줘요.

 

 "라이트 노벨 1권은 삽화로 팔리고, 라이트 노벨 2권은 이야기로 팔린다."

 

 사실 저건 라이트 노벨 전체적인 특징을 잡기 위해서 과장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만큼 삽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걸 이야기하는거에요. 그래서 소설의 내용만큼 여러 문고들은 이쁜 일러스트레이터나 위의 그림처럼 찰진 상업지 작가들을 데려오는 등 여러 방향으로 좋은 삽화를 위해 노력을 하죠.

 

(호문쿨루스와 하마오만 양지로 나오면 3H의 검은 빛이 온누리에 퍼질지어니...)  

 

 

왼쪽 두 표지는 아무리 찾아도 안 나와서 결국 논문에 있던 걸 캡쳐했다는...

 

 소설의 표지에 일러스트를 넣는거는 예전부터 있어왔어요. 맨 왼쪽 1974년 작품 <우주전함 야마토>의 소설판만 봐도 그렇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과 소설이 교류를 하게 된 건 아니었어요. 그 시작은 77년에 발간된 <크랫셔 죠>라고 볼 수 있어요. 논문에서는 소설판 <우주전함 야마토>의 표지는 강렬한 외곽선을 가진 애니메이션 풍 그림체는 아니고 마치 프라모델 박스에서 볼 수 있을만한 일러스트라고 평하더군요.

 

 

 

"라↘라↗  라!  라라라↗ 라이딘~! 라이딘~!"

 

<크랫셔 죠>의 삽화는 라이딘의 원화 담당이 했어요. 삽화를 담당한 계기는 작가가 TV로 <용자 라이딘>을 시청하다가 저 그림체가 자기의 소설과 정말 어울릴거라 생각하고 부탁을 했다고 하군요. 애니메이션과 소설이 교류하게 된 계기로 보고있고 여기서부터 라이트 노벨의 방향은 거의 정해졌어요.

 

 다음에 이야기할 내용에서도 어느정도 언급되겠지만 현대의 라이트 노벨의 시초라고 불리는 <슬레이어즈>에서 이 애니메이션과 소설의 교류는 완벽한 방향을 정하고 라이트 노벨에서 삽화가 차지하는 위치를 알려주었어요.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의 괴리가 언제나 나타나듯 애니메이션은 움직이는 그림이기 때문에 입체감은 그림자로, 배경과의 구분은 외곽선으로, 채색은 최대한 단색 혹은 2단계로 하는 등 차이점이 있었고 <슬레이어즈>는 이런 애니메이션 풍 삽화를 도입하였어요.

 

동시에 라이트 노벨에 있어 그림의 위치는 단순히 하얀건 종이요 까만건 글씨라서 읽다가 눈이 피로해진 독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두는 것이 아니라

 

해당 상황에 캐릭터가 가지는 심리를 표정이나 행동으로 보여주어서 물 흘러가듯 이해를 돕거나

 

사건의 절정 부분이나 감동적인 부분을 삽화로 표현해 그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하도록 하거나

 

캐릭터가 근간이 되는 라이트 노벨이니 만큼 캐릭터의 매력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신을 제공하는 등

 

라이트 노벨에서 삽화가 가지는 중요성을 소설 본 내용만큼 중요하게 올린 소설이 바로 <슬레이어즈>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게 다른 소설과 달리 라이트 노벨은 '책을 읽는 느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읽는 느낌'을 가지게 해준 것이 바로 이 애니메이션과 소설의 교류 아래서 탄생한 삽화의 위치라고 할 수 있어요. 

 

 

 

3.2. 게임과 '캐릭터'의 탄생

 

 

 

<로도스도 전기>도 시작은 TRPG 였다!

 

게임도 라이트 노벨의 탄생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는데요. 특히 TRPG가 그래요. TRPG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테이블 RPG라는 뜻으로 테이블에 지형을 저렇게 만들어놓고 자신의 캐릭터를 정한 뒤 게임을 전체적으로 진행하는 '마스터'와 게임의 전체적인 규칙을 담고 있는 룰북 그리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주사위'를 가지고 플레이하는 게임이에요.

 

마치 수련회 가면 밤마다 하던 마피아 게임에 저런 테이블이 추가되었다고 생각하면 편해요.

 

던전 앤 드레곤이 이 장르의 대표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던전 앤 드레곤을 플레이하던 걸 글로 풀어적어낸 것이 바로 <로도스도 전기>구요. 그 사이에 작은 설정 변경이나 해당 플레이어의 성격이 캐릭터에 반영이 되었지만 이 작품은 확실히 일본 판타지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죠. 그럼 TRPG가 라이트 노벨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MMORPG, 판타지 소설 등으로 D&D나 톨킨식 세계관에 많이 익숙해져 있으니 예를 들어볼께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전사 '가로쉬 헬스크림'과 사제 '예언자 벨렌"

D&D 미스타라의 그림자의 전사 '크라서스' 와  사제 '그렐던'

 

 판타지에서 전사의 역할은 듀로탄멧돼지 전투의 최전방에서 몬스터의 공격을 받아내는 역할을하죠. 자기보다 몇 십배 큰 몬스터 앞에서도 쫄지 않고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어주어 후방의 공격 담당이 최대한의 공격력을 뽑을 수 있도록 해야하기 때문에 성격은 호탕하거나 용맹해야해요.

 

 반대로 사제나 승려 같은 힐러들의 역할은 최전방과 후방 사이에서 데미지를 입고 힘들어하는 플레이어들의 상태 이상을 정화시켜 주거나 회복을 해주거나 강화 마법을 걸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성격은 선하고 타인을 껴안을 수 있는 유한 성격이 많죠. (D&D의 경우에는 전사와 비슷한 포지션에 있는 이유로 상당히 우락부락하게 표현했네요.)

 

이처럼 우리들은 주변에서 들었거나 무의식적으로 RPG에 나타나는 다양한 직업들에 대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이야기가 되었죠. 각자 정해진 역할을 하고 정해진 행동을 해야 공동의 목표를 해결 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서 '캐릭터'라는 것이 탄생해요. 물론 RPG가 아니니 도닥붕  맨 앞에 서서 탱킹, 주문 시전 차단 후 상태이상 걸기 등은 없지만 정해진 행동양식, 성격의 차이가 만들어져요. 이건 패턴화된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고, 아즈마 히로키는 자기 저서에서 이걸 '데이터베이스'라고 표현했어요.

 

 

예시를 들어보면 현실에서도 먹히는 캐릭터의 요소 중에 '안경' 을 생각해볼까요.

 

안경을 쓴 사람이나 캐릭터를 보면 지성적이라고 생각하죠. 눈을 혹사시켜서 시력이 나빠지다 보니 결국에는 안경을 사용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해당 캐릭터나 사람에 대해서 '지적인 이미지'를 기대하게 되고 그거에 부응하면 안경이 가지던 이미지 속성에 부합하는 것이고

 

안경 캐릭터가 덤벨 프레시를 하거나 1:10 무쌍을 해도 그 점에 웃을 수 있는 것도 자기가 가지고 있던 "안경=지성적"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한 채 그것을 비튼 전개에 대한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봐요.

 

이렇게 TRPG는 캐릭터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나 행동양식을 어느정도 정해주었고 그것이 라이트 노벨에 영향을 끼쳐 라이트 노벨에서 소설의 내용만큼 중요한게 여러 행동양식(모에 요소)를 조합해서 탄생시킨 매력적인 캐릭터에요.

 

 

 

4. 마무으리

 

 

본격적으로 모에요소=캐릭터로 변하기 시작한 <러키☆스타>

 

 저런 행동양식이 발전해서 지금에 다다른게 모에요소라고 봐요. <운수 좋은 날>이나 <오발탄>같은 순수 소설처럼 큰 이야기 속에 캐릭터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와 이야기가 같은 위치에 서있고요.

 

 언젠가부터 엄청나게 발전한 일상물 같은 경우에는 캐릭터가 이야기보다 더 위에 서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점의 장점은 라이트 노벨이 다양한 미디어믹스로의 발전, 특히 그중에서 라이트 노벨에 영향을 주었던 애니메이션화가 자주 된다는 점이 있어요. 그 이외에도 만화판, 라디오, 게임 등등이 있죠. 다양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다양한 매체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에게 있어서도 그걸 만드는 사람에 있어서도 큰 장점이 있죠.

 

단점은 먼 미래일 수도, 아니면 가까운 미래일 수도 있지만 이런 모에요소의 조합에 소비자가 지루함을 느끼는 순간 라이트 노벨이 겪는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닐거에요. 새로운 모에요소가 탄생하고 다른 모에 요소와 조합되면서 탄생한 캐릭터가 라이트 노벨이라는 매체로 소비되어오고 그것이 점점 쌓이면

 

분명 작가도 다르고 작화가도 다른데 이야기와 캐릭터는 비슷한 소설이 등장해버려요. 거기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지루함은 상당하겠죠. 그러면 다시 순수소설이 제공하던 커다란 이야기가 돌아올까요?

 

1999년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이나 2012 지구 종말같은 허황된 이야기지만 만약 이런 모에 요소에 사람들이 지쳤을 때, 그 다음엔 어떤 작품이 탄생할지 정말 궁금하네요.

 

 

 사실 라이트 노벨을 언급하면 꼭 등장하는 아즈마 히로키의 '데이터베이스 소비론'을 추가하려했지만 너무 양이 많아지는 탓에 이번에는 라이트노벨에 영향을 준 두 요소에만 초점을 두었어요. 사실 제가 저 이론을 잘못 이해하고 있어서 쓰다가 지운 건 있지만요.

 

 

관련 자료가 옛날꺼지만 저 아자씨 아니에요! 그냥 고전 덕후일 뿐!

 

네, 지금까지 돌덩어리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Lv79 돌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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