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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2병에 대해서

아이콘 돌덩어리
댓글: 23 개
조회: 10862
추천: 32
2014-12-07 17:11:42

 

1. 글을 쓰게 된 동기  

 

(결정적인 계기)

 

'중2병'

 

 일본에서 건너온 단어지만 익숙한 단어로 이루어져서 그런지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제가 관심이 있는 서브컬처 부분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이 단어의 의미장은 상당히 넓은 편입니다. 정말, 여기저기서 쓰이고 있어요. 이번 칼럼의 주제는 '왜곡된 의미의 중2병'입니다. 

 

 여담이지만 국립국어원에서는 이 단어의 표준 발음을 어떻게 해야할지 골머리를 썩는다는군요. [중;이뼝]과 [중이뼝] 사이에서요. 정서법 부분은 패스해요.

 

 

2. 넓은 의미장을 가진 '중2병'

 

 

 

X재팬 까지마!

 

 

 영상은 잊을만할 때 마다 하나씩 터뜨려주는 SNL에서 방영한 '중2병 학교'입니다. 아마 커뮤니티 상에서든 현실에서든 사용되는 중2병의 용례들을 모두 담았다는 생각이 드는 영상이에요. 부정적으로 말이죠. 단어 자체가 커뮤니티를 통해 현실에서도 사용하다 보니 의미 자체가 커뮤니티의 인식 자체가 크게 박혀있죠.

 

 원래 중2병의 의미는 '중학교 2학년 즈음 되면 누구나 겪는 현상' 정도로 이 단어가 없던 시기에 우리나라에 대응되는 단어는 '질풍노도의 시기'나 매 시기마다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구분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X세대', 'N세대'같은게 있어요.

 

 하지만 이 단어가 전체적으로 허세나 남을 무시하는 행위, 심지어는 자기 기준으로 불쾌한 기분이 드는 모든 것에 중2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부터 중2병은 본연의 의미를 잃어가고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 그 자체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발생하고 사용되다가 본 의미를 잃고 사용되는 단어의 다른 예시는 '열폭'이 있죠.  

 

'-병'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어감이 그랬을까요.  여기서부터 일본 커뮤니티에서 들여올 당시의 '중2병'이란 단어와 지금 '중2병'은 전혀 다른 단어가 되어버립니다.

 

 

 단어라는게 어찌보면 정말 돌덩어리처럼 무겁고 움직이지 않을거 같지만 이런 예시를 봐도 단어는 마치 바다에 떠있는 물풀처럼 자주 변하는 편이에요. 이 글 밖의 이야기지만 XX베스트라는 사이트가 평범한 단어나 영남 방언을 왜곡하는 행위나 '선비질', '설명충'처럼 커뮤니티의 극단적인 성격을 반영한채 그 사이트의 화력을 타고 부정적으로 전파된 단어들도 다양하죠.

 

 

올X냥, 좀X, 째X... 전설의 그 이름들...

 

 

중2병 자가진단서. 인터넷의 영향으로 한 세대를 뜻하는 단어가 얼만큼 왜곡되는지 보여주고 있어요. 위의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중2병'이란 단어가 들어오기 전에 있었던 허세들이 모두 '중2병'이란 단어를 입고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죠.

 

이런 글을 쓴 계기도 한 세대가 가지는 현상 중 하나인 '중2병'을 그저 싫어한다는 이유로, 불쾌하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의미를 덧붙이고 덧붙여 본 의미 자체가 무너진 모습이 싫어서 그렇습니다. 저건 편견이에요. 누가 남들과 같다고 생각할까요. 모든 사람은 각자 각기의 개성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3. 서브컬처에서의 '중2병'

 

 

 

 

제 기준으로 중2병의 어머니인 <월희>의 알퀘이드

 

 아이가 자라나는 성장 과정에서 생각하는 것과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연구하는 인지심리학에서는 중학교 2학년을 '처음으로 현실과 만나는 나이'라고 말하더군요. 현실이라는 매정하고 차가운 것에 대응하기 위해 사람은 다양한 방법을 찾게 되고 그 방법 중 하나가 '중2병'이라는 것으로요. (당신들의 질병, 중2병. 김상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전에 칼럼을 적었던 세카이계 작품과 큰 관련이 있습니다. 서브컬처 평론가 아즈마 히로키의 세카이계에 대한 정의를 다시 보면 다음과 같아요.

 

주인공(나)과 히로인(너)을 중심으로 한 작은 관계성(너와 나)의 문제가, 구체적인 중간 부분을 두지 않고, '세계의 위기', '이 세계의 마지막'과 같은 추상적이면서 중대한 문제에 직면하는 스토리를 묘사하는 작품군

  

 

 정신적인 성숙은 상대적인 것이지만 중학교 2학년 즈음 학생들은 자신의 발이 닿는 밖의 세계인 '현실'이라는 것을 알아가요.

 

하지만 그 현실은 친구들과 공을 차는 것 처럼 자신의 힘으로 해결 할 수 없는 일들이 많고

          현실의 문제를 알아볼려고 노력해도 그 문제는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 수 없도록 복잡한 일들이고

          그런 거대하고 상대 할 수 없는 것이 자신에게 다가와서 공포를 느끼죠.

 

 

왜 내 여친이랑 알콩달콩 즐기고 있는데 세계 전쟁에 데려가는거죠?

 

-남주의 말-

 

 세카이계 작품은 그런 현실의 무서움을 마치 '같지만 다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 처럼 그려내고 모든 이야기를 주인공에 집중시키죠. 현실의 무서움을 더 강조하기 위해 바깥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주의 종말','지구의 멸망' 등의 거대한 이야기를 하면서요.

 

 이런 현실의 무서움에 대응하기 위해 세카이계 작품에서는 위에 보이는 <최종병기> 그녀처럼 주인공 자체가 그런 바깥 세계의 힘 만큼 비정상적인 힘을 가진 모습을 보여줘요. <에반게리온>에서 평범하기 그지없는 남자 주인공 이카리 신지가 까딱하면 지구를 멸망시키는 사도를 막기 위해 그만한 힘을 가진 '에반게리온'에 타는 것 처럼요.

 

 

'중2병'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 것이에요. 처음 만난 발이 닿는 범위 밖의 세계는 착한 사람이 벌 받고, 나쁜 사람이 잘 살고 도덕책으로 배운 내용들이 전혀 쓸모없고, 미래는 언제나 과학자라고 적던 초등학생 시절과 달리 막막하기 그지없는.. 

 

 그렇게 현실을 맛보고 그 현실에 어떻게 대응하기 위해 아이들은 방법을 찾습니다.

 

그 현실에서 살아가는 어른의 행동을 따라하거나 아니면 

그 자체를 거부하고 비슷한 이야기를 하던 매체인 애니메이션을 만나거나요.

 

 전자는 담배, 오토바이, 부조리함을 상징하는 일진 등이고

 후자는 지금 이야기할 서브컬처와 관련된 중2병이에요.

 

 

 여기서 잠시 제 생각을 들려드리자면, 저는 모든 것을 아름답게 생각하는 낙관주의자와 모든 것을 싫어하는 비관주의자 모두 그 생각의 발원은 '자기 자신'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등장한다고 생각해요.

 

 '소중한 자기 자신'을 지키고 싶기 때문에 낙관주의자는 주변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거고 비관주의자는 거부하는 거구요.

 

 이런 '자기 자신'을 위해서 '중2병' 시기의 사람들은 흑화, 광기 등을 통해 남들과 다른 자신을 보여주거나 사륜안, 초능력으로 자기도 하면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요.

 

 서브컬처에서 펼쳐저 있는 중2병의 능력을 보면 독특한 점이 보여요.

 

 눈이 특별한 경우, 손이 특별한 경우, 날개, 광기, 초능력, 시간정지 등을 보면 자신의 외형을 최대한 유지하는 편에서 능력을 발휘해요. 말 그대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괴물로 변하지 않아요. 이것도 아마 '남들과 다른 자신'을 위해서는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해야해서 그런걸까요.

 

 

 
 

시청자의 숨은 가학증을 깨우는 귀여운 학생과 속마음을 같이 말하는 귀여운 중학생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중2병의 내러티브에 가까운 요소들은 점점 발전하고 규격화되기 시작해 위에 나오는 '중2병 캐릭터'를 탄생시켰어요. 아직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된 모에요소라 그런지 정리가 덜 되었지만 이름부터 중2병을 달고 온 작품인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는 중2병에 대해 고민한 요소가 담겨있어요. <슈타인즈: 게이트>의 오카베 린타로도 중2병 행동을 하게 된 이유가 있구요.

 

 예쁜 작화와 함께 중2병 캐릭터가 하나하나 등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전 기분이 뭔가 묘해요.

 그렇게 중2병에 걸린 사람들을 요리요리 끌고 오던 작품들을 만들어내던 서브컬처가 이제는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서

 귀엽고 예쁘게, 하지만 어벙하고 웃기게 그려내니까요.

 

 마치 <트랜스포머>를 생각없이 보고 있었는데 옆에서 범블비가 같이 와서 S-oil을 시원하게 빨아먹고 있는 느낌?

 

 

 '중2병'이란 단어 자체가 애니메이션과 큰 연관이 있는 일본에서 오다보니 애니메이션의 장르 중 하나인 세카이계와 관련이 있고 지금은 중2병도 하나의 모에요소와 캐릭터 속성으로 인정받아 다양한 작품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4. 반항과 '중2병'

 

 

 

크킄... 광기의 D R I V E 해버린다구?

 

-제임스 딘-

 

 

프랑스 철학자 알베르트 카뮈는 그의 저서 <반항하는 인간>에서 '반항'의 존재론적 정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모든 종류의 반항은 가치 판단을 전제로 하고 타인에 의해 억압받던 인간은 어느 정도 까지는 견뎌내려고 하지만 그 억압이 한계를 넘어서 자신의 가치를 침해하는 순간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반항'이라는 행위를 하게 되고 거기서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의식한다고요.

 

 반항은 결코 이기주의의 행동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애착을 가진 사람이 "인간들이 공통으로 가지는 본성" 아래에서 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해요. 간단히 예를 들면 어른들에게 반항을 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하던 '영원한 반항아' 제임스 딘은 반항이지만 인간성을 무시하면서까지 폭압을 펼치며 자신에 대한 애착을 표시하던 독재자는 반항이 아닌 악마로 기억되는 것 처럼요.

 

 '중2병'과 반항의 공통점은 둘 다 반항의 대상이 조금은 다르지만 넓게 보면 부조리한 세계의 위에서 형성된다는 거에요. 이 점이 아마도 반항적인 요소와 '중2병'을 혼동해서 사용하는 이유일 수도 있어요. 밖으로 보기에는 둘 다 반항이니까요.

 

 카뮈는 부조리한 세계에 대해서 1차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을 통해 인간이 인간에게 자행한 가장 잔혹한 범죄행위인 전쟁이 나라의 이데올로기라는 정신 아래에 정당화 되는 세계를 부정적으로 보았어요. 인간의 가치가 극도로 상실된 시대이자 다른 이름은 폭력의 시대, 광기의 시대라고도 해요.

 

 이런 부조리한 세계는 두 가지 결론을 낳아요.

 

 1. 부조리한 세계는 인간으로 하여금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도록 만든다.

 2. 부조리한 세계는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기에 효율적이고 가장 강한 것 만이 규범이다.

 

 첫 번째의 경우는 세카이계 작품들이 가지는 세계관 처럼 일반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소중한 '자기 자신'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그것을 지키기위해 세계 멸망에 걸맞는 힘을 가진 능력을 활용하죠. 세카이계 작품의 바탕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두 번째의 경우는 사회 생활 경험이 전무한 저지만.. 아마 자본주의 일까요..

 

 반항의 개념과 '중2병'은 어느정도 비슷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표현방식이 다른 점에서 구분이 가능할거 같다고 생각해요.

 

 

5. 마 무 리

 

 소크라테스는 자신에게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에게 "요즘 애들은 버릇 없다"고 말했고, 서태지를 향해서 어른들도 "요즘 애들 버릇 없다"고 말하고 그렇게 지금까지 왔죠. 버릇없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그 어른들이 아이들을 버릇없다고 말하고.. 그 무한의 연쇄고리 속에서 지금까지 왔어요.

 

 '중2병'이라는 건 누구나 겪는 반항의 한 현상 중 하나고 거기서 소중한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여기저기 방법을 찾다가 서브컬처를 찾으면서 나오는 거라고 봐요.

 

 이 글의 목적은 '중2병'이라는 의미의 폭을 줄이는 동시에 그 현상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언젠간 지나가고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자는 취지에서 다양한 부분에서 찾아서 적어보았으나 결국에는 두서 없는 글이 또 다시 탄생하고 말았네요.

 

 허세는 허세고, 민폐는 민폐고, 중2병은 중2병이라고 생각해요.

 

중2병에서 벗어나는 그 순간이 소중한 '자기 자신'을 얼만큼 지킬지에 대해 결론을 내린 순간이자 현실에 발을 담근 순간 아닐까요.

 

 가까운 미래에 만날 사람들이 대부분 학생들이다 보니 저는 중2병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때, 제 역할은 그 아이들을 최대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여러가지를 가르쳐주는 점일테니까요.

 

 

언제나 그렇지만

 

이런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Lv79 돌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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