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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자작 라노벨] 겨울나기 - 3

나나나나난알 | 댓글: 1 개 | 조회: 3132 |

(랜덤짤. 이젠 고전 명작이 된 룬의아이들 윈터러 보리스의 일본판 일러스트, 역씌 미소년다운 외모 ㄷㄷ)


이전편들 링크 : 
프롤로그 - : /board/powerbbs.php?come_idx=2652&my=post&iskin=webzine&l=515898
1편 - : /board/powerbbs.php?come_idx=2652&my=post&iskin=webzine&l=516092
2편 - : /board/powerbbs.php?come_idx=2652&my=post&iskin=webzine&l=516589

즐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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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먹거나 먹히거나.


그것은, 돌이켜 보자면 저주와 같았다.
“상냥한 사람이 되어 줘.”
망자가 남기고 간 저주.

머리 위에서부터 석궁 화살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아직 늦은 타이밍은 아니었다. 곧바로 몸을 날렸다면 충분히 피해갈 수 있을 만한 여유였던 것이다.
허나 태진은 본능이 요구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석궁이 겨누어진 곳을 따라 시선을 내렸다. 그리곤 화살이 향한 방향을 알아채자마자 곧장 그쪽으로 몸을 날려 오른팔을 뻗었다.
“큭!”
석궁 화살이 팔 중심부에 날아와 꽂혔다. 태진의 돌발행동에 예린이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아직 그녀는 상황을 다 파악하지 못한 눈치였다.
“도망쳐야 돼!”
“뭔 일이야?”
태진은 팔에 꽂힌 볼트 끝을 붙잡고 힘을 주어 뽑아내더니 곧장 외투 안쪽에서 회복제를 꺼내 마셨다. HP가 돌아오자 상처도 그 즉시 아물었다.
그러나 육체가 회복된다고 해서 방금 전 느꼈던 고통까지 잊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태진은 이마에서 식은땀을 줄줄 흘려대면서 석궁이 날아온 장소를 흘깃 올려 보았다. 남자는 이제 보이지 않았다.
“노려지고 있어.”
“누구한테?”
“사냥꾼을 사냥하는 사냥꾼.”
태진은 예린을 데리고 먼 나무까지 이동했다. 다행히 추가 공격은 곧바로 이어지지 않았다. 무기가 석궁인 게 천만 다행이었다. 크로스 보우 형태의 무기는 활 종류 중에서 재장전이 가장 긴 편에 속한다. 더군다나 상대는 나무 위에 매달린 상태, 양손을 자유로이 쓸 수 없다면 재정비에도 그만큼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나무 위에서 석궁을 정조준 해 쏠 정도면 기술의 보정을 받고 있을 것이고, 관련된 건 파쿠르 정도다. 그리고 그 기술을 배웠다면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이 크지 않은 이런 숲에서는 얼마든지 고공에서의 자유 이동도 가능하다.
아니나 다를까 등 뒤에서부터 화살이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다행히도 빗나갔으나, 이로써 가설은 완벽히 맞아 떨어지는 셈이었다. 이 숲 안은 모두 그의 사정거리 안이다.
“그만... 나, 더는 못 달리겠어.”
예린이 점점 뒤쳐지더니 끝내 멈춰 서고 말았다. 할 수 없이 둘은 근처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나무에 기대어 주저앉은 예린에게 물을 건네면서도 태진은 신경은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이대로 쭉 도망치기만 할 수는 없다. 어디로 가든 결국 숲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은 공격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렇다고 해서 피난처가 있는 곳까지 무작정 뛰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예린의 스태미나가 버텨주지 못해서고, 두 번째는 만약 그러려면 대형 몬스터를 어떻게든 처리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전자 하나만이라면 어떻게든 방법이 있었을지 모르나 후자가 가장 큰 문제였다. 시야 밖에서의 공격과 몬스터의 상대. 둘을 한 번에 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더군다나 상대는 대형 몬스터다. 단순히 서열상으로 따져 본다면 이 설산의 먹이사슬 최상위에 해당하는 개체인 것이다.
태진은 잇따라 자신의 오른팔을 내려 보았다. 아까 전의 상처를 떠올리면 상처가 완전히 아문 지금에도 욱신거림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이제 어떡하게?”
“지금 생각 중이야.”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우린 둘이잖아. 저쪽은 아마도 한 명이고.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어도 머릿수에서 차이가 나면 감당하기 어려울 거야. 그러니까...”
예린이 채 다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태진이 말을 끊었다.
“그건 안 돼.”
그러자 예린이 코웃음을 치더니 비꼬았다.
“왜? 나한테 무기를 주면 냅다 너부터 죽이려 들까봐 겁나기라도 하니?”
“그것도 이유 중 하나. 뭣보다 난 널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 않아.”
태진의 말에 예린은 어이없어 하는 모습이었다.
“그럼 더더욱, 호신용 무기라도 하나 쥐어 주면 안 돼?”
“말했잖아. 난 널 반드시 지켜낼 거지만, 그렇다고 너한테 죽을 생각은 없어.”
애정과 믿음은 별개의 것이었다. 적어도 태진에게는 그러했다. 고로 이번에도 그는 홀로 맞서기를 택했다.
그는 샷건을 다시 등에 매고는 대신에 권총을 뽑아 들었다. 원거리 전에서는 다소 화력에서 차이가 난다고 해도 산탄보다는 저격이 가능한 권총 쪽이 훨씬 더 낫다고 판단해서였다. 태진은 총구를 아래로 하여 격철을 잡아당긴 뒤 예린에게 고개만 돌려 말했다.
“내가 앞으로 나서서 주의를 끌면 넌 최대한 먼 곳까지 도망 가. 일이 모두 끝나면 내가 네 쪽으로 갈 테니까. 참, 그렇다고 숲을 나가지는 마.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눈이 내리기 전에 피난처에 도착하는 거니까. 알겠지?”
예린은 무언가 말하려다가, 이내 그만두더니 표식이 새겨진 손을 내려 보았다.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네 말에 따를게.”
순순히 대답했지만, 태진은 예린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을 계획이 무엇인지 훤히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그녀는 이번 전투에서 그가 죽기를 바라는 것이리라. 그렇게만 된다면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든 나무 위의 사냥꾼을 처리해 소울을 손에 넣거나 영 상황이 개의치 않으면 도망치면 끝이니까.
언제나 미래는 낙관적이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찾아오지 않을 현실을 멋대로 그릴 권리는 있기에 모두가 하나같이 자신에게만 치우친 해피엔딩을 예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국에 역사와 현재가 증명하듯이, 결과는 과정을 배신하지 않는다.
그녀는 죽는다. 내가 없는 한.
태진은 고글을 아래로 내려 쓰고는 돌아섰다.
그러니 살아남는다.
이번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ㅡ.

“젠장, 놓친 건가...”
상현은 나무에 바싹 기댄 채로 지상을 쏘아보았다.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제대로 써먹지를 못했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일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볼트가 날아가 박히는 소리를 듣고 설마 몬스터가 뒤를 쫓았을 줄이야. 하마터면 이쪽의 위치도 들킬 뻔했다. 그나마 석궁을 거두고 쥐 죽은 듯이 있었던 덕에 몬스터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지만, 그 때문에 운 좋게 걸려든 플레이어를 그냥 놓아주고 말았지 않은가.
이내 상현은 고민에 빠졌다. 일종의 딜레마였다. 이대로 몸을 숨긴 채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인가, 아니면 계속 플레이어를 쫓을 것인가. 안전한 쪽은 전자다. 반면 후자는 상당히 위험할 수 있었다. 몬스터는 도망친 플레이어를 쫓아 이동했다. 고로 만약 상현이 뒤를 쫓는다면 몬스터와 플레이어 두 명 간의 삼자대면이 될 터였다.
플레이어를 어떻게든 처리한다고 해도 몬스터 쪽이 문제였다. 남은 볼트의 숫자는 고작 여덟 발. 이전에 대형 몬스터를 처리할 때 쓴 볼트가 6발이었으니 둘 다 해치운다고 가정한다면 플레이어는 단 두 발로 쓰러트려야만 했다. 헤드를 맞추는 게 아닌 이상은 불가능한 일이다.
더군다나 아까 본 바에 의하면 놈은 총기류에다가 회복류 아이템까지 지니고 있다. 결코 이쪽이 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으나, 그렇다고 얕잡아 볼 상대도 아니다.
“플레이어를 빠르게 죽인 다음 소울을 얻은 뒤 탈출한다면?”
문뜩 떠오른 방법에 상현은 그거라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목적은 이 지긋지긋한 세계에서 나가는 것이다. 몬스터 사냥 따윈 아무래도 좋다.
현실에는 그가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적금을 깨 가며 대학교 등록금을 내 준 부모님, 애견 카페에서 분양받은 강아지. 그러고 보면 이 VR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어느 기업 공체에 이력서를 넣었던 게 기억이 난다. 이 안에 갇히는 바람에 붙었는지 확인은 할 수 없지만, 지금 돌아가 봤자 이미 늦었을 건 뻔하겠지.
자신의 인생이 꼬이고 있다. 고작 게임 하나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니 초조함이 들었다. 더욱이 화가 나는 건 이게 스스로 자제심이 부족하거나 게을렀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순전히 자신은 말려든 것 뿐. 아무런 잘못도 없다.
그렇다면 타인은 어떤가. 놀랍게도, 상현은 그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 그의 세계, 그의 사고관 안에서 상현은 철저하게 피해자 역이었다. 그는 순전히 이런 질 나쁜 계획을 꾸민 무리들에 의해 피해를 입고 있을 뿐이며, 따라서 플레이어를 죽여 탈출한다는 방법은 일종의 타개책, 그럴싸한 정당방위, 숫한 매체ㅡ영화나 드라마, 만화나 소설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당연한 권선징악 수순이었다.
뭣보다.
상현은 이 세계의 죽음에 공포를 느끼면서도, 타 플레이어를 살해하는 것을 진짜 살인이라 여기지 않았다.
“꼭 돌아가고야 말겠어. 원래 세계로.”
고로 그는 사냥을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

주변 땅이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울려댔다.
“크르르르....”
태진은 나무 뒤에 바싹 붙어서 몸을 숨긴 채 앞쪽에 어슬렁거리는 몬스터를 곁눈질로 지켜보았다. 싸움 도중에 몬스터가 끼어들 수도 있다는 건 이미 예상한 바였으나, 설령 그렇다 해도 앞서 죽은 몬스터를 모두 먹어치운 뒤에나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허나 그보다 훨씬 더 빨랐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무언가가 몬스터를 자극한 것일까.
볼트 소리.
그것인가.
이 게임에서 석궁의 발사음은 총기 다음으로 높은 편이다. 크게 먼 거리도 아니었으니 청각이 발달한 몬스터라면 충분히 알아듣고 쫓아왔을 만도 하다. 하지만 거기서 의문인 건 어째서 자신을 향해서 왔느냐다. 
문뜩 태진은 이 일을 꾸민 남자가 사냥감을 유혹하기 위해 눈밭에 뿌려 두었던 피를 떠올렸다. 자신도 아까 전 볼트를 맞았을 때 흘린 피가 팔과 속옷 안쪽에 드문드문 묻어있는 상태다.
그렇다는 건.
“설마...”
동시에, 휙 하고 몬스터의 고개가 그가 있는 나무를 향해 돌았다.
들켰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태진은 망설이지 않고 몸을 숨겼던 나무에서부터 뛰쳐나와 권총을 옆구리에 낀 채 샷건을 빼들었다. 거대한 멧돼지의 모습을 한 몬스터는 주둥이 양쪽에 난 뿔을 앞세우며 뒷발로 땅을 박차고 단숨에 달려들었다. 태진은 순간적으로 몸을 옆으로 날리며 샷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꾸웨에에에엑!”
몬스터의 몸체 옆 부분 살가죽이 터지면서 수십 개의 상처들로부터 피가 쏟아져 나왔다. 덩치가 큰 만큼 산탄의 위력은 어마어마하게 작용했다. 허나 그래봤자 전체 HP의 1/3 정도 피해를 입혔을 뿐이다. 앞으로 2발을 더 명중시켜야 한다. 조금이라도 탄이 빗나간다면 3발, 아니 최악의 경우를 따지면 4발까지도 예상해야 될지 모른다.
소지 중인 탄은 넉넉하다. 몇 발이든 상관없다. 문제는 많이 쏠수록 많이 장전해야 된다는 것이다. 2발째에 1번 장전, 4발을 더 쏜다면 3번 장전이다. 과연, 저 성난 몬스터가 그런 여유를 허용해 주기나 할까?
아니, 바라지도 않는다.
태진은 도로 샷건의 총대를 메고는 권총을 한손으로 든 채 물러났다. 몬스터가 샷건에 의해 그로기 상태에 빠져있을 때 최대한 거리를 벌려놓을 생각이었다. 태진은 후퇴하면서 물로 몸과 옷에 묻은 피를 최대한 닦았다. 맨살에 물이 닿자 급속도로 냉기가 옮겨 붙으면서 온몸에 오한이 돌았다.
“큭.”
태진은 옷의 손목 부분을 내려 손을 감싸면서 입김을 불어 최대한 추위를 잊으려 했다.
멀리까지 왔다고 생각해 스태미나를 보충할 겸 잠시 멈춰 선 순간 고공에서부터 볼트가 날아들었다. 긴장을 놓지 않은 탓에 소리가 들리자마자 반대쪽으로 몸을 던져 가까스로 피했으나 그것도 운이 따른 덕이었다. 만약 고개가 그쪽으로 향해있지 않았다면 맞은 뒤에야 반응했으리라.
태진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사각지대의 나무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는 고개만 빼 볼트가 날아온 방향을 노려보았다.
“거기 너! 할 말이 있어.”
태진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이는 도박행위였다. 분명 몬스터도 이 소리를 듣고 쫓아올 것이다.
“우린 단지 이 숲을 지나가려는 것뿐이야. 여기서 자원을 가져가지도 않을 거고, 더는 몬스터를 사냥하지도 않을게. 그러니 부탁이야. 우릴 그냥 보내줘. 네가 알진 모르겠지만, 난 지금 몬스터한테 쫓기고 있는 상태야. 이대로 계속 교전을 하다간 우리 둘 다 몬스터한테 잡아먹히는 신세가 될지도 몰라. 너도 겨우 가상의 인공지능 생물 따위에게 먹혀 죽는 건 바라지 않을 테잖아?”
대답 대신에 돌아온 건 머리를 노리고 발사된 볼트였다. 그러나 좀 옆쪽으로 치우친 탓에 아슬아슬하게 나무에 의해 가로막혔다.
“그렇단 건가...”
뻔한 결과이기도 했다. 태진은 한숨을 내쉰 뒤 나무에서 뛰어나와 볼트가 날아온 방향을 향해 역으로 권총을 쏘았다.
그러나 상대도 쉽게 당해주진 않았다. 이미 그는 반대 방향으로 이동해 그가 이동하는 경로를 향해 석궁을 겨누고 있었다. 사내의 입꼬리가 또 한 번 올라갔다.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적중할 거라 여기는 것일까.
확실히 태진에게 있어 이 상황은 그야말로 절체절명이다. 몸을 숨길 오브젝트도, 아까처럼 상대에게 정조준을 할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석궁의 조준점은 확실히 태진을 향해 있다.
“죽어.”
희미하게, 그런 말이 들려온 듯했다. 잇따라 활시위가 튕겨져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태진은 긴장하면서도, 아까와 같은 짙은 죽음의 향기를 느끼고 있진 않았다. 그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화살이 지상에 다다랐을 때, 그것은 아무것도 꿰뚫지 못한 채 땅바닥에 처박힐 따름이었다.
“...볼트의 투사체 속도는 65m/s. 아까 내가 쏜 탄환이 도착한 시간을 따져봤을 때 너와 나 사이의 거리는 아무리 가깝더라도 60m 이상. 격발장치를 누르고 볼트가 쏘아지기까지 걸리는 시간 약 1초, 볼트가 날아와 닿기까지의 시간을 모두 따져 본다면 2초 남짓한 여유가 생기는 셈이지. 따라서ㅡ.”
남자의 표정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앞쪽으로 굴러 볼트를 피한 태진은 곧바로 몸을 일으키면서 다시 한 번 권총을 정조준했다.
“피하지 못할 이유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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