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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매미의 허물

아이콘 순백의구름 | 댓글: 2 개 | 조회: 2843 |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 모자를 깊게 눌러쓴 친구와 뒷동산에 올라와 나무를 향해 망이 길게 늘어진 잠자리채를 휘둘렀다.
 “뭔가 잡혔어!”
 기대감에 부푼 친구의 들뜬 목소리에 질끈 감은 두 눈을 살며시 떠보았다.
 잠자리채의 초록 망 속에 들어있는 벌레 비스 무리한 게 내 눈에도 들어온다.
 한껏 들뜬 마음으로 망을 코앞까지 가져다 대고 잡은 벌레를 확인해 봤다.
 “에이, 쓰레기잖아.”
 잠자리채에 잡힌 벌레는 매미의 허물. 어디에도 내세울 수 없는 쓸모없고 징그럽기까지 한 갈색 쓰레기였다.
 나는 잠자리채에 잡힌 매미의 허물을 채를 툭툭 털어 바닥에 그대로 버려버렸다.
 “허물은 쓰레기가 아니야.”
 하지만 등 뒤에 있던 친구는 바닥에 버려진 허물을 손으로 집어 들며 밝게 말했다.
 “엄마가 그랬어. 허물은 길고긴 아픔을 이겨낸 보물이라고. 그러니까 쓰레기가 아니라, 보물이야. 허물을 벗어낸 매미는 분명 멋진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다고.”
 그렇게 말하는 친구의 표정은 덧없이 멋있고, 덧없이 밝게 느껴졌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뒷동산에 올라와 나무를 향해 망이 늘어진 잠자리채를 휘둘렀다.
 잠자리채에 뭔가 가벼운 무게감이 느껴진다.
 잠자리채의 망 속에 벌레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망 속에 있는 벌레를 확인하고 손으로 집어봤지만, 덧없이 허무할 정도로 약간의 힘에 벌레는 찌그러지며 부셔지고 만다.
 1년 전에 친구가 옆에 있었으면 오늘도 내게 그렇게 말했을까? 아픔을 견디고 이겨내서 얻어낸 허물은 엄청난 보물일 거라고.
 나는 잡은 벌레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허물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매미조차 버리고 마는 쓰레기야.”
 이제는 흐릿해지고만 친구의 상처투성이 미소가 눈에 아른거린다. 
 잊혀져가는 친구는 허물을 벗겨낸 매미처럼 그저 울고 싶었던 걸까?
 그러나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이제 아무도 알려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1년 전, 친구와 함께 웃으며 올라왔던 뒷동산을 텅비어버린 채집통과 함께 홀로 내려간다.
 등 뒤로 매미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애잔하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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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쓰다가 막혀서 멍때리던 중에 생각나서 이렇게 짧게 끄적여 보네요. 아, 덧없어.........

 흐윽, 여전히 자신의 허접한 필력에 무릎을 탁 치고 말았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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