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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단비(4)

아이콘 순백의구름
댓글: 6 개
조회: 5242
추천: 1
2017-05-31 22:46:53


단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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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하루라는 달콤한 휴일을 보낸 4월 중순의 태양이 시기를 앞선 뜨거운 햇볕으로 돌아온 활력을 증명하고 있다. 역 앞 광장에 아직은 어리숙한 가로수에서 때 이른 매미가 시원하게 울부짖어대고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활력. 하지만, 역 앞 광장에 수많은 인파는 그런 뜨겁게 달궈진 태양을 무색하게 만들만큼 활기찬 모습으로 몰려들기도 하고, 빠져나가기도 하며, 뒤죽박죽 섞여가고 있었다.

 오늘이 주말의 시작이자, 일주일의 끝인 토요일이라서 그런 걸까? 아빠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의 손을 잡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어린 아이나, 뜨거운 햇볕에 대비하여 선크림을 바른 채 바람이 잘 통하는 얇은 셔츠와 핫팬츠를 입고 친구들과 깔깔대며 웃는 젊은 여자. 더운 햇볕이 무색하게 할 정도로 정겹게 손을 붙잡은 채 걷는 젊은 남녀. 쾌활하게 웃고 떠드는 가벼운 차림의 남자애들.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유모차 안의 아기와 얘기하는 젊은 부부.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가벼워 보이는 발걸음으로 힘차게 앞장서며 걷고 있었다.

 하지만, 성공이 있으면 실패가 있고, 끈기가 있으면 체념도 있다고 하던가? 활기찬 인파의 군데군데에는 잘 빠진 양복을 입고, 곰팡이라도 피어 있는 듯한 그늘진 얼굴을 한 채, 축 저진 어깨로 한 손에는 무거워 보이는 서류 가방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햇볕보다도 더 뜨거워 보이는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해대는 광장의 군더더기 같은 사람들이 빛을 받지 못하는 그림자처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런 좍 트이고, 자신의 할일들을 찾아서 북적이는 역 앞 광장이기에 시끄러운 웅성거림에 에워싸인 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는 건 괴로운 일이다. 마치 모든 사람들이 나에 대해 수군거리는 건 아닌가 하는 피해망상증 같은 착각이 스치면서 머쓱해져 버리기도 했고. 더 나아가면 이윽고 그런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껴지며 순간 우울증에 빠진 사람처럼 얼굴 빛이 어두워지기도 했다. 뭐, 솔직히 이런 푹 찌는 땡볕 아래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그 누구 할 것 없이 고문을 받는 것처럼 힘겨울 것이다.

 나는 혼자 약속 장소인 역 앞 광장 한 가운데에서 눈살을 찌푸린 채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약속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10분. 슬슬 약속의 상대인 선배가 보여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다.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선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나가는 무수한 행인을 하나하나 좇으며 선배를 찾아갔다. 역시나일까, 선배의 모습은 보일 생각을 하지 않았고, 결국 지친 마음에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다시 확인해봤다.

 약속까지 남은 시간은 8분. 눈부신 땡볕 아래에서 구슬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려오고, 순례인 듯 당연한 것처럼 눈가로 흘러내려오려는 걸 손으로 훔쳤다.

 이대로 있다가는 선배가 올 때까지 버티는 게 먼저인지, 탈진으로 쓰러져서 구급차에 실려가는 게 먼저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거기다가 선배는 언제 올지도 모르는 상태. 갑작스런 동아리 사전답사 때문에 길거리에서 죽은 행인 A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아직 약속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전화를 걸기도, 문자를 보내기도 난처했다. 선배가 아무리 선한 인상이라지만, 그래도 자칫 잘못하다가는 재촉하는 꼴이 되는 미안한 일이 발생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약속 시간까지 햇볕을 피할만한 마땅한 장소를 찾아야했다.

 나는 마땅히 쉴 만한 곳을 찾아 주변을 살펴보았다. 광장 주변 상가들의 굳게 닫힌 유리문으로 상쾌한 얼굴의 사람들이 보인다. 특히, 쉽게 볼 수 있는 카페가 사막의 신기루처럼 간절하고,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굉장히 시원해 보였는데, 카페 앞의 배치된 하얀색 원형의 테이블에 오순도순 앉아서 가끔씩 부는 홀가분한 바람을 맞으며 파라솔의 그늘 아래에서 활짝 핀 얼굴로 커피를 홀짝이고 애기하는 무리의 사람들은 이따금 지나가는 행인을 유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8분밖에 남지 않은 시간가지고 카페에 들어간다는 건 사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결국 상가에서 눈을 돌리고, 바로 근처에 조그마한 나무들이 하나하나 간격을 두고서 심어진 가로수 길을 봤다. 가로수 아래의 둥글게 나무 기둥을 만 형태의 원형벤치와, 그곳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며 땀에 젖은 채 밝게 웃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하지만 뜨거운 햇볕을 조그마한 나무로 전부 다 가리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당연하게도 뜨거운 햇볕이 나뭇잎 영역 밖에서 가볍게 가로수 벤치 위로 침범하고, 넉살 좋게 얘기하며 휴식하는 사람들 위를 무릎베개라도 하듯 올라타고 있는 게 눈가에 들어왔다.

 다시 다른 곳을 살펴봐야 했다. 그 순간 시야에 인파의 행렬이 자연스럽게 들어오자 창작가의 번뜩임처럼 몸이 굳고, 시선만 옮겨진 채 행렬의 끝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냥 이대로 가로수 길을 따라 역에 먼저 들어가서 기다리자는 생각이 스쳤지만, 에스컬레이터로 빽빽히 올라가는 행렬은 얼핏 봐도 역 안이 사람들로 꽉 들어차서 사우나처럼 펄펄 끓으며 붐빌 거라는 결론으로 다시 한 번 (약속 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했던 똑같은 결론으로)다다르고, 결국 자신의 한심스러운에 한탄만을 얻고 말았다.

 다시 한번 쉼터를 찾아보지만, 이제 마땅한 곳은 한 군데밖에 없었다. 가로수 길 끝에, 마치 나그네의 휴식처처럼 초라하게 있는 역 앞의 버스 정류장. 안이 비치지 않는 속이 텅텅 빈 회색갈의 플라스틱 벽 탓에 버스 정류장의 내부는 보이지 않았지만, 천장도 있었고, 햇빛의 방향으로 보아 그늘도 적당히 졌을 테고, 당연히 쉴 수 있는 의자도 구비되어 있을 것이다.

 쉬기에 제일 안성맞춤인 장소는 제일 허접해 보였던 버스 정류장밖에 없다는 생각에 나는 인파를 뚫으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순간순간 역으로 들어가는 행렬에 밀릴 때는 그냥 역 안으로 들어갈까도 고민 했고, 걷는데 지쳐서 그냥 가로수 밑에서 쉴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조그마한 그늘에 안주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 걸었다. 마지막 고비에서는 그냥 사치건 뭐건 다 포기하고, 카페에 들어가 버릴까도 생각했다. 그래도 제일 힘든 건 뭐니뭐니해도, 사람들 사이에 끼인 열기였다. 햇볕도 더워 죽겠는데, 거기에 사람들의 몸에서 내뿜어지는 별 것 아닌 것 같은 열기까지 합쳐지니 미쳐버리게 하려는 건 줄 알았다.

 그런 갖가지 생각-시련-을 넘어서고 들어선 버스 정류장은 등받이가 있는 벤치와 그늘 외에는 아무도 없이 한적했었다. 수많은 인파가 오고 가는 역 앞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로 조용했지만, 미지근한 공기에 배어있는 사람의 다양한 냄새를 맡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이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갔다는 걸 쉽게 깨달을 수가 있었다.

 나는 버스 정류장의 아무도 없는 벤치에 다가가 앉았다. 처음에는 뜨겁게 달궈진 건 아닌가하고 걱정하며 벤치를 매만져 보았지만, 다행히도 그늘 덕분인지 적당히 미지근한 온돌처럼 딱딱하지만 포근하게 느껴졌었다. 그 감촉에 맞게 벤치 한 가운데에 앉는 순간 사람들의 끈덕진 온기와는 다른 포근함이 등을 지나쳐 몸 전체로 뿜어져 왔다.

 눈앞으로 수많은 자동차가 도로 위를 맹렬히 지나치는 매서운 소리가 버스 정류장의 온 벽을 튕기듯 울리고, 등 뒤로 기차 경적소리가 들려온다. 버스 정류장을 지나치는 무심한 인파가 보인다. 바람이 잔잔하게 불어오며 물에 젖은 수건처럼 이마의 땀을 시원하게 식혀주지만, 또 다시 밖으로 나가야한다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오고 만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뒤, 다시 고달픈 세상으로 눈을 돌리며 조용히 숨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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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이거 소설의 진행 속도가 한참이나 느려지고 있네요. 그래도, 분투하고 있습니다! 변명해보자면, 느려지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아주 명백하죠! 

 첫 번째, 인물들 간의 이름! 젠장, 이름은 굉장히 중요해요. 사람들이 처음에 명함을 주고 받으며 인사하는 게 관례인 것처럼, 인물 간에도 서로 간의 이름이 언급하며 소개할 때가 있죠. 이걸 대체 어떻게 넘겨야하는지 갖가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두 번째! 구성! 원래 요번 글은, 제가 "군더더기의 극치다!" 라고 생각해서 몽땅 지워버리려고 했던 내용 중에 한 개에요.  뭐, 다른 걸로 해버릴까도 생각했는데, 깨달아 버렸죠. "아, 이미 늦었지?" 

 거기다가, 이 단편 소설은 사실 1화에서 끝났어야 했어요. 1화 쓰다가 재미가 동해서 2화 내용 생각하고, 흥미가 돋아서 3화. 돌이킬 수 없는 지점 탓에 고민! 뭐, 지금 이런 상태에 이르자, 정신 착란 증상가 나타나 버리네요. 처음부터 플롯도, 캐릭터도 스토리도 없는 완전 백지 상태에서 썼던 1화에서, 플롯을 만들고, 플롯을 다시 짜보면서 이리저리 꾸며보고, 마음에 안 드니 짤라버리기를 반복하고 있는 중이에요. 스토리는 이미 다 짰어요. 결말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바뀔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허접한 글쟁이가 쓰는 소설이라서 마음에 닿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얘기 해보니까, 진짜 한심한 변명밖에 안 되네요. 하하....... 또 문체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런지, 그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어요. 뭐, 반응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요.

 암튼, 왠지 모르게 내용은 뻔한 클리셰로 향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스토리를 보면서 복선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남겼으나 뻔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어느 책에서 이랬죠. [독자는 바보가 아니다. 작가가 생각하는 걸 독자는 눈치챈다.] 뭐, 알고는 있지만 제 능력이 그걸 이겨내지 못하고 있네요. 

 아, 짧게 나마 올리는 건 6월 달이 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올려두고 싶다는 한심한 마음입니다. ㅜ.ㅜ

 


 아, 참고로, 어제 한국 축구 보러 천안에 다녀와서, 노래 추천글 못 썼어요. 음, 그랬어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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