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게임이건 마찬가지겠지만 직업 관련 밸런스는 유저 논객들의 뜨거운 감자가 되곤 한다.

10개의 능력을 조합해 120개의 직업을 만들 수 있는 아키에이지도 예외는 아닌데, 여러 차례 진행된 CBT에서도 은밀한 한방이 강력한 첩자(격투+사명+의지)나 광역사냥이 뛰어난 흑마법사(죽음+마법+의지), 원거리에서 적을 농락하는 활 계열 직업들이 오버 파워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2주간의 오픈 베타를 끝내고 상용화 초반을 맞은 지금, 직업 밸런스와 관련한 최고의 이슈거리를 꼽자면 격투 능력 ― 그 중에서도 포식자로 대표되는 격투+철벽 조합의 편중현상일 것이다.




▲ 격투+철벽, 특히 사명이 조합된 포식자가 핫이슈가 되는 상황



실제로 상용화 오픈 당시 추가된 이프나 서버의 경우, 20% 이상의 캐릭터가 격투 능력을 선택하고, 포식자 직업이 전체 직업의 13~14%를 차지하는 등 다른 직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선호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유저들 스스로 체감하기에도 좋은 직업이라는 분석을 보이고 있다.

또, 포식자와 같이 격투+철벽 조합을 기본으로 하는 백기사(격투+철벽+사랑)나 전사(격투+철벽+의지)까지 더하면 30% 이상의 유저들이 격투+철벽 조합을 선택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게임 내에서 지나치는 캐릭터 3~4명 중 하나는 포식자나 백기사, 전사라는 현상을 만들고 있다.




▲ 신규 서버의 격투 선호 비율은 24%, 포식자 단일 직업 비율만 자그마치 18%에 달한다.



전체 직업의 2.5%에 해당하는 세 직업이 30%를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
도대체 왜 유저들은 이들 직업을 선호하고 있는 것일까?





■ 아키에이지의 PvP, 격투+철벽이 갖는 의미는?


아키에이지의 PvP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자면 무엇보다도 “선공”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방어보다 공격 쪽이 강하고, 대부분의 연계효과가 기술 순서에 따라 발동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선공을 하는 쪽의 승률이 압도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CBT 당시에는 원거리에서 기절이나 수면 후 강력한 공격을 날릴 수 있는 마법/죽음 계열이나 거리의 이점을 살려서 적을 쓰러트릴 수 있던 야성 계열, 적에게 은신으로 접근해 일격에 몰아치는 사명 계열이 인기 있던 것도 사실이다.




▲ 기존 CBT에서는 전쟁에 유용한 광역기나 돌격 능력을 가진 직업이 선호되었다.



하지만 최근 격투+철벽 조합이 선호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다음의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원거리의 이점을 살릴 수가 없다.



현재 아키에이지의 대부분의 기술은 20m를 넘기는 경우가 없다.

야성이나 마법처럼 지속 기술을 통해 사거리를 늘릴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최대 25m 정도이며, 몬스터를 잡을 때는 충분히 멀더라도 PvP에 있어서는 상당히 짧은 거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근접 계열에게 있어서 이만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일반적으로 원거리 공격을 하는 능력은 적의 이동속도를 느려지게 만들거나 발을 묶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게 대부분이라 거리를 벌리며 싸우면 상대하기 까다롭다.

하지만 격투 능력에 있는 당기기(20미터까지의 적을 포획), 속박해제(이동 방해 관련 효과 해제 및 일정 시간 면역) 등의 기술로 인해 느린 상대를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격투 능력의 폭주(마법 피해의 38% 흡수)와 철벽 능력의 밀착 방어(방패 막기 확률 증가 및 피격 시 이동속도 증가, 밀려남과 넘어짐 면역)로 인해 원거리에서의 공격력을 상당부분 상쇄하는 것이 가능하다.




▲ 20미터 이내의 적을 잡아 당기는 "당기기". LOL의 그랩을 당한 기분이랄까?



이는 선공을 한 것이 반대인 상황에서 더 두드러지는데, 사명의 물러서기(뒤로 10m가량 이동)나 의지의 순간이동(앞으로 15m 이동) 같은 탈출기의 경우 당기기의 범위 안이거나 격투의 돌격(12m 이내의 대상에게 돌진) 같은 추격기와 비슷한 수준을 이동하기 때문에 일단 거리가 좁혀지면 탈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사명 특성이 있는 포식자의 경우에는 은신으로 먼저 적에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선공 싸움 위주가 되는 현재의 PvP에서 상당한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




▲ 적에게 발견 되지 않는 은신 기술은 선공에 있어서 최고의 이점을 가져다 준다.



현존 최강의 군중 제어 효과, 넘어짐



PvP에서 자신이 맞지 않고 안전하게 기술을 넣기 위해서는 이른바 메즈라고 부르는 군중제어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이러한 효과를 풀 수 있는 기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아키에이지의 군중 제어 효과는 발묶임, 느려짐, 띄워짐, 현기증, 염력, 공포, 창에 꽂힘 등 다양한 것들이 있는데, 대부분 특정 기술을 통해 스스로 해제를 할 수 있거나 발동 조건(시전시간, 연계 등)이 까다로운 제약이 있는 편이다.

그러나 “넘어짐” 효과는 일반적인 기절과 동급의 효과인 것에 비해 대부분 즉시 시전 기술의 연계로 발동되며, 일단 넘어진 상태에서는 해제가 불가능하며 현기증이나 발묶임 효과처럼 PvP에서의 50% 점감이 적용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 기절과 거의 동급이면서 PvP 점감이 적용되지 않는 넘어짐



물론 철벽의 밀착 방어 기술을 걸고 있다면 넘어짐에 면역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걸린 후 풀 수 있는 다른 효과와 달리 일단 걸리면 풀 수 없는 넘어짐이 갖는 PvP에서의 이점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리와 마법 모두에 대응 가능한 상성적 우위



격투+철벽 조합이 PvP에서 우위를 점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 모두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격투 그 자체로도 폭주를 통한 마법 피해 감소와 가벼운 손놀림의 무기막기 확률 증가라는 마법과 물리 모두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철벽의 밀착방어로 원거리 공격에 대한 방어 및 추격 능력, 최악의 상황에서 무적을 사용해 살아남을 수도 있다.

공격적인 측면에서도 무기막기 후에 공격 기술이 초기화되는 막고 반격, 치명타 후 적의 물리방어도를 7초간 무시하는 물리 관통, 먼 거리의 적을 무조건 타격할 수 있는 폭풍 가르기 등 현재의 격투는 해당 능력 자체만으로도 공격과 방어, 기동에 있어서 완성도가 높으며 철벽과의 조합을 통해 다소 부족한 측면도 보완이 되는 형태인 것이다.




▲ 전체적으로 격투 능력의 기술들은 공수 밸런스와 자체 연계가 좋고, 물리/마법 모두 카운터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격투+철벽 조합을 선택하고 있으며, 은신과 추가타, 도주까지 보완할 수 있는 사명을 조합한 포식자가 최고 인기직업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물론 대규모 전쟁에서는 근접 계열보다는 먼 곳에서 화력을 집중 시킬 수 있는 원거리/마법 계열 다수가 전투에서 유리하겠지만, 필드에서의 소규모 전투나 무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1:1 상황에서 보다 많은 이점을 갖는 격투+철벽 조합의 인기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자유도가 획일화의 수단이 되지 않기를...


아키에이지에서는 골드만 있다면 누구나 자신의 직업을 바꿀 수 있고, 기술 조합 역시 마음대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직업의 자유도가 그저 좋은 능력 조합이 있다면 너도 나도 선택을 하고, 더 좋은 조합이 나오거나 패치가 되면 우르르 몰려가 바뀌는 획일화의 수단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미약한 던전 보상과 제작 아이템의 강세로 유저들이 필드로 몰리고, PvP에서의 전투가 5~10초 만에 결판나는 현재 상황에서 단순히 격투+철벽 조합을 너프하는 식의 해결은 또 다른 사기직업을 찾아 유저들의 직업 선택이 몰리는 결과만을 낳을 것이다.




▲ 전투 능력이 6가지로 제한된만큼 조합상의 한계는 어쩔 수 없겠지만...



50레벨에서의 데이터를 위해 장비나 직업 간의 밸런스를 조금 더 지켜볼 것이라고 상용화 직전 인터뷰를 통해 밝혔던 아키에이지.

직업 간의 불균형 외에도 쌍수 무기의 불합리한 점이나 방어구 간 밸런스와 관련해 수정이 예고된만큼, 앞으로 아키에이지의 자유도를 보다 넓히면서 많은 유저들에게 만족을 주는 변화가 있을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