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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논리.

양심
댓글: 6 개
조회: 2204
추천: 6
비공감: 4
2016-09-25 17:22:05
위기철 작가의 논리야 놀자 시리즈 때문인지, 

아니면 선무당이 되기 쉬운 인터넷의 특성 때문인지

인터넷에는 '논리'라는 말을 어설프게 배워서 오남용하는 자들이 너무나도 많다.

왜 사람들은 곧 죽어도 자기 말을 논리라는 말로 포장하는 것일까.

그건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기에 살아갈 수 있고

논리라는 게 그나마 사람들이 생각하는 근진리이기 때문에 그 권위에 편하게 기대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논리란 것은 인과적인 추론을 간결하게 압축한, 합의된 형식이요 기호일 뿐이다.

또한 논리도 거슬러 올라가면 존재의 기원과 마찬가지로 '당위', 즉 일종의 공리적인 '믿음'에 불과하게 된다.

예컨대 태양이 왜 빛나는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아무리 설명하려고 해도

그럼 그런 원리는 왜 그렇게 되는 거냐고 계속 되물으면 결국은 '그냥'이 될 수밖에 없다.

논리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논리 또한 당위적인 믿음에 근거한 약속일 뿐이니까.


사실 우리의 말과 글을 엄정하게 논리적으로 따지면 모조리 오류 덩어리에 지나지 않게 된다. 

법원은 법률에 근거해 소가 형식상 성립하느냐에만 관심이 있고 진실 판단을 대신 해주는 건 아닌 것처럼

논리학자는 논리라는 형식 자체의 구성에만 관심이 있지 우리가 생각하는 사건사고의 시비를 가리지는 않는다.

만약 일상에 피장파장의 오류를 엄격하게 따진다면, 순전히 호혜 관계에 대한 믿음으로 형성된 '사회'는 무엇이 되는가?


논리는 우리가 상대를 이겨먹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논리 타령한다고 신빙성이 생기고 이겨먹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주관은 객관적이지 못하다라며 편리하게 공격하면서

정작 자신의 공격 행위 자체가 주관적이고 비논리적임은 알지 못하는 자들이 많다.

심지어 칼럼은 원래 주관적인 것인데도, 칼럼의 의미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칼럼을 논하는 경우 또한 많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는 말을 불필요하게 삽입하여 지레 자기방어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

왜 자신의 말은 막연한 자기 기준과 일천한 경험에 기대면서

남의 말에는 절대적이고 구체적이며 명확한 기준을 요구할까? 


말꼬리를 잡는 것은 편리하다.

상대가 든 비유는 모조리 그거와는 달라!라고 하면 끝이고 

상대의 경험담에는 모조리 나는 안 그런데?라고 하면 끝이며

딱히 할 말이 없으면 분위기 타령이나 중2병이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논파라는 것은 이런 편리하고 비열한 말꼬리 잡기가 아니다.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 강력한 논거? 레토리케?

진실로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토론 상대에 대한 최대한의 이해심이다.

아무리 맘에 안 들더라도 일단은 상대 입장에 서서 상대가 과연 뭘 말하려고 했는지, 생략된 말은 무엇인지,

어떻게든 내가 가능한 모든 사유를 동원해서 상대한테 최대한 유리하게 생각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고도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이 든 경우에 논거를 들어서 논박하고 논파하는 것이 옳다.

이것을 '자비의 원칙'이라고 한다.


우리는 완전무결한 존재도 아니고, 언어 또한 전혀 완벽하지 않은 결함 투성이이다.

언어는 필연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바의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왜곡하게 된다. 

아무리 간단한 말 한 마디더라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이면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수많은 상황이 함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서로 어느 정도는 말이 통한다고 여기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말을 넘겨짚고 배경지식에 근거해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런 배려가 없다면 우리는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고 토론은 영원히 정체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이치를 모른 채로 독선적이고 편협한 마인드가 심화되면 

어떤 분야에 있어서 극단적인, 일종의 근본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논리'를 가치관으로 오용하는 자들은 필연적으로 다수 입맛에 기대어 선동하거나 그런 선동에 휩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것은 한심한 집단 자위 행위일 뿐 논리와는 전혀 무관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괜히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고,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고 할까.

이들은 사실 논리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할 일말의 의지도 없으면서 그저 편의대로 견강부회하는 것 뿐이다.


특히 이런 사람들이 모이면 이상한 국뽕이나 지역 감정에 빠져 차별주의자가 되거나 

빨갱이, 수꼴 같은 약속된 어휘로 편하게 사람을 재단하는 집단의 일원이 되기도 쉽다. 

일단 사람이 집단을 이뤄 소속감을 가지면 개인일 때보다 더 생각이 없어지고 그것을 정당화하기 더 쉬워지기 때문.

그렇게 집단적으로 특정한 단어를 키워드로 하여 편리한 무기로써 휘두르고 집단적으로 우월감을 얻는 것이다.


우리는 편협해지지 않기 위해 일견 실용적이지 못한 지식도 최대한 깊게 배우려 노력하고 지식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

배움은 매우 귀찮고 지난한 일이지만, 그래야만 최소한의 균형 감각을 유지할 수 있고 경도되지 않을 수 있다.


예컨대 미시세계에 적용되는 확률론을 오해해 결정론 자체를 구시대적 미신으로 치부하면서 

정작 자유의지적 영혼의 존재는 철썩 같이 믿는 모순된 자들도 자기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대 과학은 여전히 결정론에 기반하기에 '실험'이란 개념이 존재할 수 있고 

우리는 역사 내내 인과율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준비해왔으며 그렇게 지금도 학문을 쌓아 올리는 중이다.

애초에 논리 개념 자체가 인과율의 표현이니 말이 더 필요할까.


이렇듯 자칭 논리적이라며 당연시하는 일반의 생각을 해부해보면 그다지 논리적이지 못한 경우가 자주 보인다.

어쩌면 이것도 다 정보의 물결에 따른 과도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매일 같이 앵무새와 복제인간을 보면서 이런 부조리한 현실이 너무나도 피곤하고 갑갑한 것도 사실.

물론 나보다 현명한 사람에게는 나 또한 갑갑한 존재일 뿐이겠지..

Lv8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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