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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SKT 무엇이 문제인가?

플라이하
댓글: 22 개
조회: 4021
비공감: 8
2017-03-28 07:53:46

1.

슥에 대해 불편한 얘기를 할 거야.

슥에 대한 불편한 얘기 자체가 불편한 사람들이 있을 텐데. 살포시 백스페이스를 누르면 돼.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얘기를 덧붙이면,

난 SKT #2 라는 촌스런 이름으로 불릴 때부터 슥 게임을 (거의) 전부 봤고

Iris 시절부터 Coach의 빠였던 사람이야.

 

2.

슥의 게임을 보면서 기저귀를 여러번 갈아찼는데,

올 시즌은 한번도 그런 적이 없어.

아, 물론 요새 먹는 한약이 몸에 잘 들어서 요실금이 자연스레 고쳐져서 일지도 몰라.

 

이번 시즌 최고의 명경기라고 꼽히는 KT와의 1차전 3세트도,

'세상에나, 천하의 슥이 상대 본진을 그렇게나 먼저 밀어두고도 질 뻔한 위기에 처해?'

라는 느낌이 강했어.

 

예전의 슥은...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서 한타를 선택하는 기분이었어.

( 당연히 개잘하니까 당연 한타는 이기지)

그리고 목적을 달성하고.

 

그런데 이번 시즌의 슥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가 에이 몰라 한타해! 라는 기분이야.

( 당연히 개잘하니까 당연 한타는 이기지)

그리고 어디보자, 한타를 이겼으니 이득을 좀 봐야지.

아, 이걸 먹자. 혹은 아, 여길 밀자.

 

왜 그런가...생각을 해봤는데,

팀콜에 대한 인터뷰, 오프 더 레코드.

그리고 결정적으로 26일, 아프리카와 롱주의 1경기를 보고 작은 힌트를 찾았어.

 

3.

한타가 붙었어.

 

우리 팀 탑이,

가까이에 상대방의 애쉬와 리신이 나란히 있는데

리신에 궁을 쏟아부으면서 밀고들어간다고 생각해보자.

 

우울하지.

 

심지어 우리 탑은 노틸러스야.

닻줄 견인이야 손가락이 구져서 실수로 리신에 던졌나보다...

할 수 있겠지만

폭뢰를 따악!!! 리신에 갖다 박는다고 생각해봐.

 

한타가 벌어질 때마다 우리 탑이 애쉬를 물 생각을 안하고

냅다 리신만 잡아대는 거야.

리신과 애쉬가 나란히 있는데도!

궁을 리신에다 박아!!

 

원딜이 너무 멀리에 혹은 환상적인 포지션에 있어서 도저히 물 수가 없는 경우가 아닌데도

굳이 원딜을 냅두고 정글을 먼저 무는 탑이라.....

(정글이 씹잘크고 원딜은 개망한 경우도 아니야! 심지어 원딜이 제일 잘 컸어.)

 

그런데 엄청난 예외가 하나 있어.

굳이 잘 큰 원딜을 냅두고 망한 정글을 먼저 무는 탑이 칭찬 받는 경우가.  

 

(드문 경우지만) 우리 팀이 엄청 잘컸어.

(그리고 흔한 경우지만) 근데 상대방이 잘 큰 원딜로 라인클리어만 계속 해대면서 짱박히고 버텨.

풀템전 하자. 이러면서.

 

답이 뭘까. 바론이지.

 

그래서 우리가 바론을 치기 시작해.

그리고 상대방이 부랴부랴 막으러 오고 있어.

근처까지 왔어!!

 

그런데 우리 탑이 ㅠ ㅠ

'모름지기 탑은 원딜을 물어야 하는 법이지!'

이러면서 알짱거리는 리신은 무시하고 바론 둥지너머의 애쉬에다 궁을 박아!

ㅎㅂ 맨날 빗나가던 닻줄 견인도 그땐 또 맞춰!

바론은 리신이 스틸!

 

우울하지.

 

4.

3월 26일 아프리카와 롱주의 1세트는

초반에 망해버린 롱주를 플라이의 아우렐리온 솔이 멱살잡고 캐리를 해주는....가 싶더니

페이스체크 한번으로 날려버린 게임이야.

 

아우렐리온 솔의 페이스 체크를 시작으로

탑이 전부 텔타고 합류하고 싸움이 크게 번져

올라프에게 솔이 뒤지게 맞고 시작한 한타라 당연히 롱주가 질 수밖에 없었어.

 

중요한 건,

아우렐리온 솔을 끊자마자.

마린이 크래쉬의 리신에 폭뢰를 박아.

리신, 애쉬, 카르마가 옹기종기 모여있었는데

리신에 궁을 박았어.

 

애쉬랑 카르마가 부쉬로 숨어들긴 했지만

노틸이 점멸도 있었고, 맘만 먹으면 '제일 뒤에' 있었던 애쉬에게 얼마든지 폭뢰를 박을 수 있었는데

'가장 가까이에' 있던 리신에게 폭뢰를 썼어.

 

답은 2가지야.

마린이 위에 예시를 든 탑이거나,

마린은 솔을 끊는 순간, 바론을 먹을 생각을 했거나.

 

콜은 어떻게 나왔을까?

 

'얘들아, 지금 여기서 제일 뒤의 애쉬에 폭뢰를 쓰면 애쉬와 카르마 2명을 잡을 수 있지만,

리신은 아마 살아나갈거야. 그리고 애쉬까지 스턴이 도달하는 시간도 있으니

피가 빠진 우리 팀원 1명 정도도 같이 죽을지 모르겠어. 어쨌거나, 프릴라잖아?

그런데 리신 살리고, 우리 1명 죽고 한타 이겨봐야. 용먹고 블루 쪽 시야 먹고 끝인데,

지금 리신을 잡으면 3:5 상황이고 상대 정글러 없으니 확실하게 바론을 먹을 수 있어.

그러니까 리신을 잡자.'

 

고 하진 않았겠지. 바빠죽겠는데.

아마 마린은 이런저런 판단을 다 했겠고 궁을 쓰면서

콜은,

'리신 잡아, 리신!' 따위로 간단히 했을 거야. 

그리고 넥스트 플레이로 블루쪽 시야장악을 하러 무빙하는 팀원들을 향해

'가지 말고, 바론. 바론.' 뭐 이정도였겠지. 

 

5.

오더 혹은 콜은,

'지금 상황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넥스트 플레이'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물론 실제 콜은

'누구 봐라.' '누구부터 물어라'의 급박하고 간략한 형태로 이뤄지겠지.

바빠죽겠는데 설명할 시간이 어디있어.

 

그러나 그 오더를 말하는 사람은 

'넥스트 플레이로 우리가 무엇무엇을 할 생각이니까'

혹은

'넥스트 플레이로 우리가 무엇무엇만은 절대로 당하면 안되니까'

란 판단을 근거로 해야한다고 생각해.

 

돌아돌아 슥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보자.

 

인터뷰를 들어보니,

요즈음 슥의 콜은,

각자가 스펠에 대한 정보를 공유를 바탕으로

한타에 대해 '이거 이긴다' '이거 진다'정도만 말한다고 하더라고.

 

능력으로만 치면, 진짜 말도 안되는 살벌한 능력인 거야.

 

1:1에서 이기고 지는 각이야 어느 정도 수준에선 볼 수 있겠지.

그런데 다수가 뭉쳐서 싸우는 상황에서 스펠에 대한 정보 쯔음을 바탕으로

한타의 승패에 대한 각을 낸다?

 

자신의 실력과 상대의 실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야.

그리고

그 판단에 따라 정확히 미션을 수행해내야만 하고.

정말이지....슥 정도 되는 팀이 아니면 불가능하지.

 

그리고 그 정도의 레벨의 선수들이 내리는 '이긴다' '진다' 콜이면 정확할 테니

긴가민가 하지 않고 보다 집중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장점도 있을 테고.

 

그런데

'이거 이겨' '이거 져'는 오더 혹은 콜로서는

아아아아아무런 가치가 없어.

단순히 '내가 보기엔 킬각이다.' 이것 밖엔 아무런 정보가 없잖아.

 

'탈론 잡을 수 있어.'

가 아니라

'탈론 잡아야 돼.'

의 형태로 콜이 나와야 해.

 

싸움이 시작된 후에

'이거 이겨'

가 아니라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지금 싸워야 돼.' (그래야 XXX를 할 수 있어 가 생략된)

 

혹은

 

싸움이 시작된 후에

'이거 져'

가 아니라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지금 싸우면 안 돼' (그래야 xxx를 안당해 가 생략된)

 

라고 콜이 나와야 한다고.

 

오해할까봐 다시 반복하면,

엄청난 능력이야. 닭살돋을 정도로.

그렇지만 그런 류의 정보만 서로 주고 받는다는 얘기는

(그리고 그걸 자랑스레 인터뷰에서 이야기까지 할 정도라면)

 

지금의 슥엔 '전반적인 게임플랜'에 대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없다는 거야.

그리고 그게 결핍되었다는 자각도 없는 상태고.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이다' '이거 이긴다. 진다'에 대한 판단은

슥다운 미친 능력으로

어느 팀보다 잘 내리는 것으로 보여

 

그러나

'지금 우리가 뭘 해야한다'는 판단은 딱히 다른 팀보다 낫지 않은 것 같아.

아니, 살짝 냉정하게 말하면 삼성이나 아프리카보다 떨어지는 것 같아.

(물론 삼성은 판단대로 되고, 아프리카는 아직 판단대로 되는 수준은 아닌 차이가 있지만)

 

그래서 예전과 다르게 목적없이 떠돌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고.

 

6.

여전히 슥은 1위야.

그리고 상당히 높은 확률로 '어우슥'이겠지.

 

슥이 망했다거나,

슥이 못한다는 얘기가 아니야.

 

작년이나, (개인적으로 가장 강했다고 생각하는) 15년의 슥에 비하면

되레 어느 때보다 잘 이기고 있고.

 

이겼으니 된 거 아니냐!

라고 하기엔 슥에 거는 기대라는 게 있는 거지.

 

그리고 롤드컵도 아니고,

그에 가까운 lck 써머도 아니고,

스프링 시즌이야.

결과보단 내용이 훨씬 더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해.

 

결과는 어느 때 보다 화려하지. 겨우 2번 졌으니까.

그러나 내용은... 잘 모르겠어.

 

확실히 예전보다 킬이 많이 나와.

좋은 거 아니냐고?

 

슥 게임 많이 봤으면 알텐데....

얘들은 자주 안 싸워. 필요할 때 크게 이기지.

포커처럼.

 

지금은?

상대방이 싸움을 걸면, 냅다 싸워.

왜냐하면 싸움이 필요하다 필요없다의 판단은 못하지만

이걸 이긴다 진다는 판단이 되니까.

 

자기들이 애매하면 상대방에게 먼저 싸움도 냅다 걸어.

왜냐하면 지금 뭘 해야하는지의 판단은 못하지만

이걸 이긴다 진다는 판단이 되니까.

 

상대방이 라인전에서 살짝만 이득을 본 후

(슥을 상대로 라인전 크게 이득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

철저하게 안 싸워주면서 자기들 플랜대로 하면?

 

합류가 빠른 픽을 뽑고 계속 싸움을 걸면?

(그냥 싸움 당근 슥이 이기니, cc로 도배하고)

 

7.

그래서

천하의 슥을 상대로 만족시키기 어려운 전제조건이지만.

갖추기가 불가능하진 않은 조건 2~3개만 만족시키면

(그것까지 주절거리기엔 이미 아침 8시라)

 

몇몇 팀들은

슥을 상대로 '승리 플랜'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아프리카, 삼성, 크트, 락스 4팀 정도는 자기네가 블루 사이드고, 슥이 레드 사이드면

자기네가 이긴다고 판단하고 전략을 짰을 걸? 혹은 짤 걸?

 

아프리카는 2번 모두 성공, 삼성, 크트는 1번씩만 성공이지만.

 

이번 주 락스 대 슼.

게임 승패는 모르겠어. 그런데 락스가 블루사이드 일땐 확실히 락스가 이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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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20:00 수정.

방금 락스 vs 슥에서 슥 승리. 승리는 둘째치고

 

예상한 바와는 '정반대'로 락스가 '블루'쪽에서 죄다 짐.

 

슥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조건들...이라고 쓰려던 것을 락스가 잘 갖췄다고 봤는데

(그리고 실제로 잘 해냈는데)

져버렸음...

 

슥 (특히나 뱅...)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게임이었음.

 

p.s.

역시나 예상은 (특히나 슥과 관련된) 신중히!

Lv5 플라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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