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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Perkz 시점에서 본 G2의 2017년 - 2부 : 롤드컵과 그 이후

김영광
댓글: 71 개
조회: 38641
추천: 96
2017-10-17 04:32:37
7. 이제 감정적인 부분으로.. - 2017 월드챔피언십
   

올해는 ‘나를 위한 해’ 인 것처럼 보였다. 나는 더 나은 선수, 나아가서 더 나은 주장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매 달 스스로 발전하는 것을 느꼈다. 월드 챔피언십 전까지 고삐를 늦출 순 없었다. 공식 스크림 일정 전에 한국에 따로 가서 솔로랭크를 돌리겠다고 팀에 통보했다. Zven-Mithy가 나를 따라왔다. 나는 행복했다. 모두의 의지가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우리의 스크림은 순탄하게 흘러갔다. 모든 팀을 상대로 60% 이상의 승률을 보였다. 한국 전지훈련 막바지에 스크림의 경기력이 점점 떨어진다고 느꼈다.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팀원들과 다소 감정적인 대화를 나눴다. 내가 우리 팀원들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우리가 얼마나 끈끈한 공동체인지 깨달았다. 몇몇 사람들은 우리가 평생 이런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또한 정말 열심히 솔로랭크를 돌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매 판마다 고의트롤이 한두 명 껴있었고, 따라서 솔로랭크는 포기하다시피 했다. 솔로랭크를 지나치게 많이 한 탓에 동기가 꺾였다고 느꼈고, 그 때부터 팀원들과 서울 곳곳의 먹을거리를 찾아다녔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수많은 팀 컨셉과 챔피언들을 연습했고, 상대가 어떤 패를 꺼내들던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향로 패치로 인해 서포터 챔피언 풀이 확 줄어든 것은 우리에게 악재였다. Mithy가 근접 서포터로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포터가 미드에 끼치는 영향력이 줄어듬에 따라 우리의 플레이스타일도 변화했다.
  

우리 조를 보고 분명 힘들겠지만 8강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위로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보였다.
  

여기서 게임 내용을 깊이 분석하진 않을 것이다. 탈락에 대해 아직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개인적으로 밴픽에 있어 다른 선수들보다 더 큰 아쉬움이 있다. 삼성전 밴픽 과정에서 내가 팀의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삼성과의 두 번째 경기를 진 뒤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성공을 이루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기에 너무나도 절망적이었다.
  

페네르바체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게임이 시작되자 감정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게임하고 있다는 그 사실만이 나에게 다가왔다. 이것은 우리 5명이 함께하는 마지막 게임이었을 수도 있다. 무대에서 Mithy가 그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 줬다. Mithy는 내가 얼마나 롤드컵 무대에서 야스오를 쓰고 싶어하는지 알고 있었고 그저 나를 위해 픽을 박아줬다. 게임은 불리했지만 ‘넥서스가 밀리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G2의 정신적 교훈을 뇌리에 새기며 결국 넥서스만은 밀리지 않았다. 대 역전승을 일궈냈다. 5명이 마지막으로 한 팀에서 플레이한 그 경기는 아마도 내 프로 역사상 가장 힘든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8. 롤드컵 이후


모두들 최고가 되거나, 최고라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올해 나는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면 EU가 다시금 그 명성을 되찾으리라 믿었다. 나는 G2가 사람들에게 ‘최고의 유럽 팀’으로 기억되기를 바랐다. 우리가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며 그 꿈도 같이 무너졌다. 우리가 다전제에 강한 팀으로 알려진 만큼, 적응하고 대비하는 능력만큼은 굉장히 뛰어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C조의 다른 팀들은 우리가 맞서기에 너무 강했고, 우리는 결국 탈락했다.
  

Fnatic과 Misfits가 조별예선에서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이는 것을 보며, 나는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우리는 유럽이라는 지역 자체를 지난 2년간 크게 발전시킨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팀들이 이에 편승해 국제무대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유럽을 대표하지 못 한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나는 Caps가 RNG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또한 SKT를 상대하게 된 PoE에게 행운을 빈다.
  

올해는 뭔가를 배우던 학창시절과 같은 정말 훌륭한 한 해였다. 그러나 프로 선수로 활동한 1년간 나의 성장은 학창시절의 1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다만 이는 내 건강에 약간의 문제를 불러왔다. 난 직업과 일상생활의 균형을 맞출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난 이제 캐나다의 몬트리올로 떠난다. 6년간 보지 못했던 누나와 그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몇 주간 LOL은 쉴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작년에 시작한 시험을 끝마치고, 다음 학년을 준비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개인 방송은 내가 시간이 없을 것 같고 지금 당장은 확정된 바가 없다. 만약 개인 방송을 하게 된다면 여러분들께 미리 말씀드리겠다.
  

나는 프로게이머로써의 삶을 계속하든 다른 길을 찾든 내년 또한 나에게 멋진 한 해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올해 방문한 모든 지역의 팬들께 감사한다.
  

내년에 무슨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 할 수 있다. 난 G2에 머무를 것이고, 난 아직 배가 고프다.
  

나의 올해를 빛내준 G2 게임단과 코치진, 동료 선수들에게 큰 감사를 보낸다.

Lv15 김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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