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AFK아레나', 인기엔 이유가 있다

리뷰 | 정수형 기자 | 댓글: 134개 |




⊙개발사: 릴리스 게임즈 ⊙장르: 방치형 ⊙플랫폼: 모바일 ⊙출시: 2020.02.12


방치형 게임. 말 그대로 방치만 해도 알아서 보상을 획득하는 게임을 통틀어 일컫는 장르입니다. 성장이 자동으로 이뤄진다는 단순한 구조로 만들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재미있게 만들기 까다로운 장르이기도 합니다.

초기에 '탭 타이탄'과 '중년기사 김봉식', '어비스리움' 등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을 보고 이를 카피한 방치형 게임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면서 혼돈의 시기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 "방치형 게임은 그저 클릭만 하면 끝인 노잼 게임 아니야?"라는 편견까지 생겨버렸죠.

2월 12일 출시한 'AFK아레나' 역시 방치형 게임으로 유저가 게임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보상을 획득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카피 게임이냐고요? 아닙니다. 이 게임, 굉장히 잘 만든 게임입니다. 이를 방증하듯 출시 이후 21일 기준, 국내 구글 마켓 매출 순위 5위까지 올라가기도 했죠.

화려한 그래픽의 MMORPG 장르도 아니고 유명 IP를 쓴 것도 아닌, 그저 방치형 게임인데 상위권에 안착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게임의 재미가 어느 정도 보증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점이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요? 방치형 게임이 가지고 있던 편견은 잠시 내려두고 출시 후 지금까지 AFK아레나를 즐기면서 기자가 느낀 부분을 한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구글 마켓 기준 인기 순위 1위와 매출 순위 5위에 등록되어 있다 (이미지 출처 - 모바일인덱스)


기존의 방치형 게임과 무엇이 다른가요?
수집형의 탈을 쓴 방치형 게임

AFK아레나는 방치형 게임이지만 동시에 수집형 게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유저 대전 콘텐츠인 아레나도 있죠. 뭔가 재미있을 것 같은 시스템은 다 집어넣어서 제멋대로 섞은 잡탕 느낌이 나는데, 그 맛이 제법 준수합니다. 각각의 시스템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게임의 재미라는 목적지를 향해 서로 발을 맞춰 나아가는 느낌을 준달까요.

일단 게임의 근본인 방치형 시스템을 살펴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전투는 유저가 건들지 않아도 알아서 이뤄집니다. 게임을 실행하면 화면 중앙에서 몬스터와 치고받고 싸우는 나의 캐릭터들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다른 방치형 게임과 다를 게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보물상자를 터치해 경험치와 재화 등을 수급하고 그걸 계속 반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하게 되죠.



▲ 일해라 나의 노ㅇ...아니 영웅들아

이 게임이 가진 특징은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유저는 1-1, 1-2로 구성된 스테이지를 버튼 조작을 통해 입장할 수 있으며, 5인의 캐릭터를 조합해 정해진 적과 싸울 수 있습니다. 각 스테이지는 일반 몬스터와 보스 몬스터가 있는 구역으로 나뉘며, 보스 스테이지를 깰수록 시간마다 자동으로 획득하는 보상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자동으로 스테이지를 나아가며 몬스터와 보스를 잡고 강해지는 일반적인 방치형 게임과는 조금 다른 방식을 갖추고 있는 것이죠. 성장에 대한 모든 요소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의도를 갖고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방목에 가깝습니다. 이런 방식은 방치형보단 흡사 수집형 게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단, 수집형 게임과 다른 점은 반복적인 스테이지 클리어를 통한 성장 방식이 없다는 점입니다. 내 육성의 한계 스테이지에 부딪혔다면 그냥 기다리면 됩니다. 재화 및 경험치 수급을 위해 같은 스테이지를 계속해서 도는 피곤한 반복 작업은 내 캐릭터들이 알아서 해줄 테니까요. 일반적인 게임이라면 숙제로 다가왔을 지루한 파밍을 이 게임은 방치형 게임이란 장르로 해결을 한 셈입니다.



▲ 일반통행으로 이어지는 모험을 통해 캐릭터는 더욱 빠르게 성장한다




▲ 나는 감독, 내가 포지션을 짜줄테니 너희는 싸워라!

스테이지 외에도 미궁이나 정원 등 다양한 재화 수급 콘텐츠가 있지만, 너무 많기도 하고 다른 게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니 이쯤에서 성장 콘텐츠는 마무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 게임은 최대 5인으로 구성된 파티를 짜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한 명의 주인공을 재화로 육성한 뒤 남은 재화로 주인공을 도와줄 부하들을 소환 및 강화하는 일반적인 방치형 게임의 성장 방식과는 많이 다른 편이죠. 정해진 캐릭터가 아닌 수집한 캐릭터를 육성하는 방식은 수집형 게임에 더욱 가깝습니다.

수집할 수 있는 캐릭터는 총 70여 종으로 노말과 유니크, 신화 등급으로 구분됩니다. 여기에 반신, 악마, 레오프론, 트라이브, 와일더스, 그레이브본, 이계 등 7가지의 종족과 탱/딜/힐로 구분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죠.



▲ 노말 등급 품귀 현상, 참으로 바람직하다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콘텐츠마다 최적화된 조합을 짜내는 것. 캐릭터의 특징을 이해하고 전략을 짜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거나 아레나에서 유저와 대전을 하는 것은 기존의 방치형 게임과 달리 보는 게임에서 하는 게임으로 느낌을 바꿔줍니다.

게임 역시 전략적 플레이를 권장하기 위해 여러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캐릭터의 능력치만 가지고 싸우는 단순 힘 대결이 아닌 것이죠. 먹고 먹히는 가위바위보 같은 종족별 상성 시스템과 동일 종족 버프 시스템, 각종 스킬과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전용 무기 등 전투에 나서기 전에 유저가 생각할 거리가 꽤 많습니다. 실제로 전투에서 졌을 경우, 캐릭터 조합이나 배치를 바꾸면서 이기는 적도 많았고 나보다 전투력이 높았던 유저를 상대로 상성 캐릭터 조합을 꺼내 승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거 다 무시하고 내가 원하는 캐릭터들로 조합을 짜서 게임을 즐겨도 무방합니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캐릭터는 강해지고 많이 버거웠던 스테이지도 힘으로 찍어누를 수 있을 테니까요. 다만, 기존의 방치형 게임이 시간에 모든 것을 맡기는 성장 방식만을 고집했다면 AFK아레나는 전략을 도입해 버거운 적이라도 캐릭터 조합을 통해 깰 수 있는 또 다른 노선을 제공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 그냥 방치형인줄 알았는데 조합짜는 재미가 쏠쏠하다


방치형 게임인데, 롱런 할 수 있을까요?
스토리라는 탄탄한 기본기와 매력적인 캐릭터는 갖췄다

오랫동안 유저에게 사랑받는 게임들을 살펴보면 물론 재미도 있지만, 게임을 파고들게 만드는 요소들이 존재하는데요. 이러한 요소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토리'입니다. 스토리가 있는 게임과 없는 게임은 플레이할 때의 느낌 자체가 다릅니다. 그것이 스토리가 게임 플레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장르라 할지라도 말이죠.

AFK아레나는 방치형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세계관 설정에 꽤 공을 들인 티를 내고 있습니다. 게임 첫 실행 시 인형극 같은 느낌의 컷 씬으로 세계관을 설명해준다던가 월드 맵을 넘어갈 때 해당 지역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짤막하게나마 적어두는 등 유저에게 스토리에 대해서 꾸준하게 어필하려고 하죠.

캐릭터들 또한 각자의 스토리를 한 개씩 가지고 있습니다. 고유의 탄생 배경 스토리는 캐릭터 도감에서 읽어볼 수 있으며, 인연으로 맺어진 캐릭터끼리는 또 다른 스토리를 공유합니다. 처음 획득한 캐릭터라면 캐릭터 스토리 항목에 캐시를 보상으로 넣어둠으로써 어떻게든 한 번쯤은 살펴볼 수 있게 유도하기도 하죠. 분량도 최소 2페이지는 되는지라 찾아서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한 편입니다.



▲ 스토리 덕후로서 읽을거리가 많아서 좋다

스토리도 사실 별 다른 건 없습니다. 빛과 어둠의 신이 싸웠고 세상이 위험하니 이를 막기 위해 싸우자는 게임 좀 해본 사람이라면 익숙하다 못해 진부한 내용을 담고 있죠. 하지만, 진부하게 느껴지는 스토리일지라도 세계관이 확장하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더해지면 게임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말하자면 지반 다지기라고 볼 수 있죠. 스토리로 땅을 탄탄하게 다져야 그 위에 전투를 쌓든 캐릭터를 쌓든 무너지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습니다.

AFK아레나는 기존의 미소녀풍 그래픽이 아닌, 마치 디즈니 2D 애니메이션 뮬란을 연상케 하는 일러스트풍의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켈트 신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호불호를 줄이면서 그래픽 자체로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요소를 가진 좋은 예입니다. 게다가 각 캐릭터의 스킬 모션이나 연출 수준이 높아 의외로 보는 맛도 강조됐습니다. 멍하니 봐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죠. 아쉬운 점이라면 그래픽 대비 사운드에서 오는 타격감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 있겠네요.

보는 맛을 살리는 그래픽과 일러스트. 고유한 탄생 배경 스토리와 그에 맞는 성우의 연기가 합쳐져 유저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합니다. 성우는 현지화를 거쳐 한국어로 더빙되었는데 오랜만에 한국말 나오는 게임을 하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 오늘부터 켈트 신화 팬 되겠습니다




▲ 능력치 버프를 통해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적은 과금 요소도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 나온 대부분의 방치형 게임은 극한의 과금 유저가 아닌 이상, 어지간한 중, 소규모 과금은 티도 안 날 만큼의 과금을 보여줍니다. 이 게임도 마찬가지인데, 엄청난 과금으로 게임에 각종 편의를 지원하는 VIP 레벨 자체를 확 올려버리지 않는 이상 무과금, 혹은 소과금 유저라도 게임플레이에 큰 지장이 없습니다.

과금 요소를 낮추는 것으로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로 이벤트나 보상으로 주는 재화가 상당히 많은 편이고, 꾸준히 플레이만 해도 계정 레벨업에 따라 VIP 등급이 올라간다는 점에 있습니다. 실제로 코어하게 게임을 즐기고자 한다면 VIP 6등급 정도가 일반적으로 추천되는데, 무과금 유저라도 약 3개월 정도 플레이한다면 대부분 VIP 6등급 진입이 가능합니다.

수집할 수 있는 캐릭터 숫자 자체가 적은 것도 과금 요소를 낮추는데 한몫합니다. 실제 AFK는 여타 수집형 게임과 비교해 수집 가능한 영웅 자체가 매우 적은 편입니다. 등급을 올리기 위해선 같은 캐릭터를 합성해야 하지만, 쉽게 수급할 수 있는 재화와 맞물려 수집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덜한 편입니다. 아울러 최고 등급이 아닌 영웅이라도 조합에 따라 중후반까지 사용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편이죠. 요는 어떻게 쓰고 조합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 엄청 착한 느낌의 과금은 아닌데 압박이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할 만한가요?
수집형의 장점과 방치형의 장점을 섞은 수작

이 게임은 포지셔닝을 아주 잘 잡고 있습니다. 사실상 가장 큰 장점이면서 한편으로 보면 한계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게임 자체가 매우 간단한 수집+방치형 게임이라 실질적인 플레이 타임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일 단위로 갱신되는 미션을 다 해도 20~30분 이내면 금방 동나게 됩니다. 익숙해진다면 이보다 더 적게 걸릴 수도 있죠. 이후에는 퀘스트 던전을 돌거나 조금씩 능력치를 강화하는 정도가 끝입니다.

이렇기에 AFK는 하루종일 붙잡을 주력 모바일 게임이 되는 데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애초에 '주력 게임 될 생각 없다, 우리 목표는 서브 게임'이란 생각으로 개발한 게 티가 납니다. 여기서 오는 가장 큰 장점이, '부담감이 덜하기에 취향 맞는다면 게임을 접을 이유가 딱히 없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션 이후 그저 방치하며 자원이 쌓이길 기다리는 상황 외에는 정말 할 콘텐츠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유저들도 분명 있을 것은 사실입니다.

이 게임을 개발한 릴리스 게임즈는 방치형을 메인으로 내세웠으나, 이는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마케팅 요소일 뿐, 실상은 잘 만든 수집형 게임에 가깝습니다. 다만, 수집형에서 오는 반복사냥의 지루함을 방치형으로 돌리면서 게임플레이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낮춘 것입니다. 즉, 방치형과 수집형 RPG를 결합해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한 게임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방치형 장르의 한계인 궁극적인 성장의 목표 의식을 스테이지와 아레나, 캐릭터 수집으로 풀어낸 잘 만든 게임. 몇 일 동안 이 게임을 하면서 느낀 소감을 한 줄로 평가해보면 이렇습니다. 번역의 완성도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게임이 재미있으니 크게 불편하진 않더군요. 국내 시장에서 첫 단추는 아주 훌륭하게 맞췄습니다. 이제 꾸준한 업데이트와 운영으로 롱런할 수 있는 게임이 될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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