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백서2019 ①] 1,000억 원대 규모로 진입한 대한민국 e스포츠 산업

기획기사 | 정재훈 기자 | 댓글: 5개 |



2019년 한 해는, 대한민국 e스포츠 씬에 있어 '골짜기'라 부를 수 있는 해였다. 산업의 성장세 자체는 꺾이지 않았으나, 경제적 성장의 이면에서 여러 사건사고가 이어졌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렀던 e스포츠씬이 성장해가며 제도권 산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성장통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문제가 불거졌다는 건 사실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여러 유관 기관과 관계자들은 e스포츠 산업의 법제화를 위해 연구와 제언을 이어가고 있으며, 관련된 국회 토론회도 진행되고 있다. 바로 지금, 대한민국의 e스포츠 산업은 성장의 갈림길에 섰다.

얼마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9 게임백서'를 발표했다. 무려 730페이지에 이르는 보고서는 게임 산업 전반에 걸친 데이터와 이에 따른 해석을 기록해 두었으며, 이 중에는 대한민국의 e스포츠 씬에 대한 서술도 포함되어 있었다. 2019년 한 해 동안 작성된 자료인 만큼 대부분 데이터는 2018년 말을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현재 대한민국의 e스포츠 산업이 성장과 정체, 그리고 표류의 갈림길에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는 충분히 살펴볼 수 있다.

다만, 방대한 자료를 꼼꼼히 읽어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본 기사에서는, '2019 게임백서'에 수록된 내용을 기반으로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 e스포츠 산업이 걸어온 길과 비전, 그리고 주목할 만한 수치에 대해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정리해보고자 한다.


e스포츠 산업 규모, 1,000억 원대 돌파
'종목사'로 옮겨진 무게추, 산업의 청신호가 될까?

2018년을 기준으로, 국내 e스포츠 산업의 총 규모는 매체 광고 등의 기타 항목을 제외하고 1,138억 6,000만 원을 기록해 최초로 1,000억 원대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되었다. 전년인 2017년과 비교하면 17.0% 증가한 수치이며, 이는 2014년부터 5년간 기록된 연평균 성장률인 17.2%와 거의 유사한 수치이다. 세부적으로는 방송 분야 매출이 453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39.8%를 차지했고, 게임단 예산과 인터넷/스트리밍 매출, 상금 규모가 그 뒤를 이었다.




세부 항목별 성장세를 보면 방송 매출은 약 2천만 원 정도의 적은 상승세를 보였으나, 게임단 예산이 206억 원에서 366억 원으로 77.7% 상승했으며, 인터넷/스트리밍 매출이 205억3천만 원에서 255억 원으로 24.2% 증가했다. 다만, 이 모든 증가세는 '종목사'의 e스포츠 관련 매출 규모를 제외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e스포츠 산업의 무게추는 방송사와 대회 주관사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종목사'로 옮겨가고 있으며, 전반적인 콘텐츠 제작과 대회 유치, 운영 과정에 대한 종목사의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종목사의 투자 및 매출금을 반영할 경우 2018년 기준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약 1,433억 5,000만 원으로 집계된다. 조사에 포함된 종목사는 총 6개사로, 라이엇게임즈, 펍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넥슨, 엔씨소프트, 유니아나이다.



▲ 종목사 투자, 수익을 반영한 확장 산업 규모

산업에서 종목사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수익 비중도 변화의 기미를 보인다. 앞서 2018년을 기준으로 방송 분야 매출이 매우 낮은 성장세를 보였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2019년은 '리그오브레전드' 종목의 모든 대회방송 제작을 종목사인 라이엇게임즈가 총괄했기 때문에 케이블 기반 방송사들의 매출액이 감소하고, 2018년에 24.2%의 성장세를 보인 인터넷/스트리밍 기반 미디어들의 매출액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역대급 투자 유치된 2019년
글로벌 시장의 성장세를 따라갈 수 있을까?

17.0%의 성장률은 대한민국 e스포츠 산업에 국한될 때 매우 평이한 수치이지만, 글로벌 단에서 바라보면 높다고 할 수 없는 수치이다. 2018년 글로벌 e스포츠 산업규모는 총 8억 6,500만 달러로, 지난해인 2017년에 비해 32.0% 성장한 수치이며, 2017년의 6,550만 달러도 전년인 2016년의 4,930만 달러보다 32.8% 성장한 수치이다. 2015년에서 2016년으로 넘어올 때의 성장률은 무려 51.7%로, 최근 몇 년간 글로벌 e스포츠씬은 엄청난 고속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이중, 대한민국 e스포츠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종목사 투자 및 수익까지 포함한 금액 기준으로 글로벌 전체 규모의 15.1%이다. 2017년의 13.1%에 비하면 성장한 수치이지만, 18.9%를 차지하던 2015년, 16.8%를 기록한 2016년을 고려하면 전체 시장에서 국내 e스포츠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묘한 수치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다만, 아직 정확한 산업 규모가 집계되지 않은 2019년은 약간의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한 해, 국내 e스포츠산업에는 엄청난 액수의 투자가 유지되었는데, 작년 4월 젠지e스포츠가 드리머스펀드로부터 유치한 521억 원부터 이미 2018년 총 투자액수를 넘어섰다. 2019년 한 해 국내 e스포츠 산업에 투자된 금액은 총 1,163억 원으로, 2018년의 429억 원보다 약 171% 증가한 수치이다.




반면, 투자 규모만큼 전체적인 대회 수와 상금 규모도 증가했는지는 아직 정확한 수치가 없다. 2018년 한 해를 장악했던 '배틀그라운드' 대회가 2019년에 이르러 큰 폭으로 줄어들었고 시범 종목이었던 '히어로즈오브더스톰'은 아예 리그가 폐지되었다. 투자 규모를 제외한 2019년의 총 산업 규모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집계될 것으로 보인다.


'금액'의 증가가 전부가 아니다
'인프라' 확대 이뤄진 2019년,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까?

수치적 이슈를 제외한 채 2019년을 바라본다면, 국내 e스포츠 산업은 한층 더 성숙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9년 1월엔 정부 차원에서 지방 e스포츠 전용 경기장 건설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부산, 광주, 대전시에 경기장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부산 서면의 종합쇼핑몰 '피에스타'와 광주의 조선대학교 해오름관,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의 첨단과학관에 현재 경기장이 조성되고 있다.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도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을 건설할 예정으로, 2022년을 목표로 성남시와 경기도가 함께 경기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e스포츠 인프라 확대에 대한 투자는 정부 차원이 아닌 민간 부분에서도 함께 이뤄고 있다. 작년 12월에 이르러서는 제주도에 e스포츠 관련 인프라를 마련하고자 하는 정책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2019년 7월에는, 한국e스포츠협회가 대한체육회 인정단체로 지정되었다. 준회원 단체 자격을 잃은 후 반년만의 일로, 올해 이뤄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종목 발표에 따라 국가대표 구성 및 아시안게임 출전, 올림픽 정식종목화에 대비할 초석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경우 내부에 e스포츠 정식 종목화를 위한 워킹그룹이 2019년 초 마련되었던 바 있기에 아직 먼 이야기이긴 하나 현실적 가능성도 어느 정도 품고 있다.

국내 e스포츠 산업에 한정하면, '카트라이더' 리그의 약진이 고무적이다. 2005년 처음 시작된 카트라이더 리그는 2019년까지 총 15년의 역사를 쌓아올렸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e스포츠 리그이다. 종목과 대회가 오래 이어지며 최근 몇 년은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나, 2019년에 이르러 콘텐츠의 파급력이 올라가며 관심도의 역주행을 이뤄냈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 규모도 함께 성장했다.



▲ 2019년에 오히려 산업 규모가 확대된 '카트라이더' 리그

게임백서에는 기술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e스포츠 산업 전반에 대한 법제적 접근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도 호재라 볼 수 있다. 비록 그러한 관심이 생겨난 계기는 썩 좋지 않은 일이었지만, 선수 권익 보호와 불공정 계약 방지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토론이 진행되는 등, 몇몇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e스포츠 산업에 대한 제도적 재정비와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스포츠 관계자들은 이를 언젠가 짚고 넘어갔어야 했던 e스포츠 산업의 미뤄두었던 숙제이며 올해, 그리고 이어질 해에 더 나은 e스포츠 산업의 단면을 보여줄 성장의 과정으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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