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초보 배려와 깊이를 더한 격투게임,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

리뷰 | 양영석 기자 | 댓글: 11개 |


⊙개발사: 사이게임즈, 아크시스템웍스 ⊙장르: 대전 액션 ⊙플랫폼: PS4 ⊙출시: 2020.02.06


비록 국내에 서비스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랑블루 판타지'는 게이머들에게도 꽤 잘 알려진 게임이자 IP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슈가 있고 가챠의 특성상 국내에 서비스가 좀 골치 아픈 상황이긴 해도, 한국 유저들도 글로벌 버전으로 꽤 즐기는 편인 게임이니까.

처음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가 발표됐을 때, 우스갯소리 했던 말이 기억난다. "당신의 가챠, 격투 게임으로 대체되었다"라고. 사이게임즈는 그랑블루 판타지를 비롯해 다양한 모바일 게임들을 서비스 중이었고, 일본에서도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린 바 있어 게이머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랑블루 판타지 페스티벌을 통해 공개된 새로운 게임들에 유저들은 환호했고, 박수를 보냈다. 모바일 게임을 주력으로 삼았던 사이게임즈가, 코어 게이머들이 좋아할 수 있는 '콘솔'로 도전을 한 셈이니까.

개인적으로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는 주목하고 있는 게임 중 하나였다. 사이게임즈가 기획을 맡고 격투 게임의 명가인 아크시스템웍스가 함께 하는 만큼 보는 재미와 깊은 격투 시스템을 구현할 것 같았다.

첫 번째 테스트에 참여했을때, 상당히 놀랐다. 콤보 위주의 기반을 쌓아올렸던 아크시스템웍스가, 정말 다른 모습의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할까. 테스트에서부터 콤보보다는 확실한 수 싸움과 심리전 위주, 그러면서도 깊이 있는 시스템을 연구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다져놓은 것은 정식 출시에 대한 더 큰 기대를 갖게 하기 충분했다.

콤보보다는 수 싸움 위주로 돌아가는 초보 지향적인 성향을 지닌 게임. 그러면서도 깊게 연구할 부분이 있고 보는 재미와 쾌감을 살리는 연출이 있는,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는 팔방미인으로서 갖출 기본은 다 갖춘 격투게임으로 찾아왔다. 오랜만에, 격투 게임에서 '세대 교체'를 노려볼 수 있는 걸출한 강자가 하나 등장한 기분이다.




사실 그동안 아크시스템웍스가 제작을 맡은 게임은 대부분의 인식이 '어렵다'였다. 콤보 지향적인 게임을 하다 보니 한 번에 넣을 수 있는 콤보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하고, 각종 캔슬 시스템과 잡기 및 탈출기 등 여러 가지 시스템을 고려하면서 심리전과 견제를 진행하면서 대전이 흘러가는 방향이 많았으니까. 그래서 대부분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는 이를 완전히 벗어난, 초보 지향적인 대전 격투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커맨드가 아주 간단하고 쉬운 편이라서, 실제로 PS4 듀얼쇼크로도 무난히 즐길 수 있을 정도니까. GBVS의 경우는 콤보보다는 수 싸움이 위주로 게임이 흘러가게 된다. 실질적으로 기본적인 콤보는 어느 정도 정해져있으며 난이도가 어렵지 않은데다가, 공중 콤보의 제약은 꽤 깊게 들어가 있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시스템 자체가 격투게임으로서 있어야 할 시스템의 '필수적인' 요소들만 챙긴 성향이 강하다. 콤보는 어느정도 제약이 있는데다 입력도 쉽고, 대전 템포 자체는 빠르지만 공-방에서의 확실한 이득과 턴을 구분할 수 있어서 초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택틱스 모드'에서 열심히 연습할 수 있도록 만든 친절함은, 아크시스템웍스 격투 게임의 대표적인 배려다.



이보다 조금 어려운 콤보도 듀얼쇼크로 입력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정도.

이렇게 초보 친화적인 시스템을 채용하면서도 GBVS는 격투 게이머들이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요소들도 충분히 만들어 두었다. 이지선다나 기상공방, 잡기 심리전 등 격투 게임으로서 깊게 파고 들면서 연구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대부분 벽 콤보는 캐릭터가 낼 수 있는 최대의 대미지를 뽑아낼 수 있도록 설계된 편.

그리고 이 시스템에 깊이를 더하면서 반대로 초보를 배려한 부분이 바로 '쿨타임'이다. 커맨드를 입력하는 어빌리티들은 쿨타임이 존재해, 다시 쿨타임이 오기 전엔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어빌리티들은 간단한 키 한 번으로도 발동이 가능하지만, 커맨드를 입력하면 쿨타임이 줄어들어서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강공격 어빌리티들은 각자 특수한 효과를 가지는 만큼 쿨타임을 길게 만들어두었다. 한 번의 공격으로 확실한 리턴을 만들 수 있고, 반대로 제약도 확실히 걸리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단순 가드 외에도 '회피'가 추가되어 있어서 공방의 흐름이 매우 다양해진다. 단순히 가드 후 딜레이 캐치를 하는 게 아니라, 회피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카운터를 내며 심도 있는 대전으로 파고들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부분의 캐릭터가 반격기나 무적기가 어느 정도 존재하므로, 공방과 관련된 연구는 앞으로도 더욱 깊게 연구될 것으로 보인다.



트레이닝 모드에서 녹화-재생으로 여러 연습이 가능한건 기본이다.

또 하나 눈여겨 본 점은 바로 '오의'다. 소위, 필살기라고들 하는 오의는 매 라운드마다 0에서 시작하고, 100%가 되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한방기다. 이러한 오의는 대부분 아크시스템웍스의 게임에서 콤보 캔슬용 게이지로 활용되면서 사용빈도가 적은 편이었으나,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는 이러한 오의 사용 빈도가 매우 많은 편이다.

보통 한 대전에서 오의 한 번 정도를 사용할 시간이 지나면 결과가 나와는 경우가 많아서, 대전의 호흡도 매우 빠른 편. 오의를 사용하는 콤보는 아주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높은 대미지를 줄 수 있는 형태가 많아 확실히 '쓴 만큼 돌려준다'고 하는 리턴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물론 최고의 리턴을 원한다면 고난이도 콤보를 넣는 방법도 쓸 수 있다. 계속해서 대전의 시스템은 연구되고 있고, 현재로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패턴들이 연구되는 만큼 앞으로의 대전 발전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할 수 있다.



'택틱스 모드'에서는 여러가지 연습도 가능하다.

보는 연출에 있어서 이미 아크시스템웍스는 거의 보증 수표나 다름없고,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에서도 이런 부분이 잘 드러났다. 대신 이번 작인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에서는 과도한 연출은 조금은 자제한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지나친 연출은 대전의 집중을 흐릴 수 있는데, 이를 최대한 자제한 느낌이다. 카메라 무빙과 연출 자체는 과격할 만큼 강렬하지 않은 편이며, '오의'에는 대부분의 연출이 확실하게 몰려있다.

특히나 HP가 낮은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해방 오의는, 확실한 연출과 함께 극적인 상황에서 승리했다는 기쁨을 강조할 수 있는 승리 연출도 변경되는 등의 모습도 있다. 다만 특정 캐릭터의 경우는 오의 연출이 지나칠 정도로 긴 느낌도 있긴 하다.

하지만 대전의 흐름이 매우 빠르고, 매판의 승부 시간이 길지 않은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의 특성상 이 정도로 마지막이나 극적인 연출은 강조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 출시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기에, 아직 캐릭터들에 대한 밸런스와 랭킹 매칭 시스템은 꾸준히 변화될 수 있어 따로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캐릭터성을 잘 살린 연출은 으뜸. 하지만 지나치지 않다.



오의류 기술에 연출이 몰려있는 편. 너무 길어서 GIF로 만들기도 쉽지 않다.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는 심도 있지만 접근하기 쉬운 시스템과, 수 싸움 위주로 초보를 배려하는 격투의 환경을 마련했다. 또한 실전 테크닉을 연습해볼 수 있는 아크시스템웍스 특유의 튜토리얼도 탑재했고, 본작에서는 추가적으로 리버설 등등 같은 각종 격투게임 용어들을 설명하는 친절함을 갖춘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랑블루 판타지는 모바일 게임이다. 당연히 모바일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야 했고, 이를 격투 시스템에서는 입문이 쉽도록 배려한 부분이 칭찬받을 만하다. 또한 그래도 격투가 싫은 유저들이 게임을 좀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둔 액션 게임 파트인 'RPG'도 제작을 해 둔 부분은 칭찬할만하다. RPG 모드를 플레이하면 여러 가지 특전이나 추가적인 아이템(치장용)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원작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은 선택이라고 보이긴 한다.

RPG 모드는 원작과 상당히 닮아있다. 무기의 획득과 장착, (인게임에서 얻는 티켓으로 할 수 있는)가챠, 캐릭터의 성장 등등. 원작을 플레이한 유저들이라면 아주 익숙할 요소들이고, 실제로 등장하는 캐릭터나 보스 몬스터 등도 원작과 유사하게 구현되어 있다. 추가적으로 원작의 설정이나 캐릭터의 이야기 등 여러 가지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랑블루 판타지'의 IP를 대중적으로 알리고 확장한다는 면에서 의도는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독자적인 스토리와 액션RPG를 즐길 수 있는 RPG모드. 시도는 좋았지만...

의도대로 되면 좋았겠지만, 불행하게도 RPG 모드는 플레이어를 끔찍한 불협화음의 오케스트라로 밀어넣는다. 격투 게임 파트를 베이스로 가져온 탓인지, 생각보다 근거리 공격의 판정이 짜서 경쾌한 액션을 이어가기는 특정 캐릭터를 제외하고 매우 힘들다.

일반 몬스터는 나약해서 콤보를 이어가는 즐거움은 없고, 보스 몬스터는 슈퍼아머로 인해 캐릭터의 콤보를 끊는다. 쓸데없이 맵이 좌우로 긴 탓에 잠깐만 방심해도 체인은 끊기기 일쑤고, 캐릭터의 이동은 란슬롯 정도나 돼야 쓸만하다. 기본적인 액션 게임에서는 너무 당연한 연출인 부분도 있는데, 이 게임의 베이스가 '대전 격투'이기에 불쾌함을 느끼는 걸지도 모른다.

설상가상으로 RPG 모드는 매우 잦은 잔로딩으로 플레이어를 괴롭힌다. PS4 pro, SSD장착 기준으로도 로딩이 매우 잦으며 잔로딩치고는 10초 이상 진행되는 로딩들이 많다. 대전 모드에서는 이러한 로딩을 크게 경험할 일이 적지만, RPG에서는 눈이 찌푸려질 정도로 로딩이 신경 쓰이는 편이다.



스토리도 잔로딩만 없었다면 더 몰입해서 즐겼을 것 같다.

살짝 과장을 보태면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행동 하나하나마다 로딩이 존재하는 수준이다. 메뉴 선택도 로딩, 퀘스트 지역 선택에도 로딩, 컷씬도 로딩, 전투전 대화에도 로딩, 전투 진입도 로딩, 전투가 끝나고 로딩. 잦은 로딩은 플레이 템포를 끊고, 몰입을 막는다. RPG 모드 자체의 경험이 혁신적으로 뛰어난 게 아닌데, 설상가상으로 잦은 로딩에 괴로움만은 더욱 커진다.

그래도 원작의 팬이고 격투 게이머가 아니라면 어느정도 할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드 모드까지 다다르면 어느 정도 팀플레이의 즐거움이나, 액션 게임으로서의 모습이 보여지는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이부분은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정말로 재미있어진 건지, 수 시간 고통받은 인간이 고통에 적응한 건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RPG 모드 클리어 특전으로 제공되는 (향후 추가되는)캐릭터나 캐릭터별 색상, 무기 스킨, 의상 등이 주어진다. 대전 게임 유저들에게 추가 캐릭터는 매우 중요하고, 캐릭터 색상이나 무기 스킨은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커스터마이징 요소이기에 이를 노리고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적지 않을 터다.

이러한 유니크함을 지닌 콘텐츠에서 매우 좋지 않은 경험을 주는 형태는 지양해야 하고,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앞으로도 RPG 모드에 여러 가지 콘텐츠가 더 추가되기 전에, 이러한 문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느껴진다. RPG 모드는 콘텐츠만 놓고 보면 '그냥저냥 별로네'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지나칠 정도의 잔로딩이 부정적인 생각을 더 부정적으로 만드는 악순환에 빠져있는 것 같다. 앞으로 지속적인 개선으로, 격투게임에서 또 다른 '스토리 콘텐츠'로 다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점은 그래도 긍정적으로 다뤄줄 수 있을 것 같다.






캐릭터성을 잘 살려둔 현지화는 훌륭하다. 폰트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의 정체성은 대전 격투 게임이다. 비록 RPG 모드는 불협화음이 있지만, 대전 격투로서의 완성도는 충분하다. 원작이 있는 게임으로서 IP의 특징도 잘 살렸고, 초보를 배려하면서도 깊은 연구를 할 수 있는 격투게임의 기틀 자체는 아주 잘 마련됐다.

추가적으로 유저들이 심심풀이로 읽어볼 읽을거리, 갤러리 등의 모습도 아쉬운 점은 별로 없다. 해당 콘텐츠의 폰트는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정말 기가막히다고 할 정도로 캐릭터성을 잘 살린 현지화의 모습에서 세가, 사이게임즈, 아크시스템웍스 모두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DLC추가 캐릭터가 예고되어있긴 했지만...그래도 적다.

그래도 여전히 가장 큰 아쉬움은 적은 캐릭터 수라고 할 수 있다. 비록 4월까지 DLC로 추가될 캐릭터들 다섯 명이 더 있지만, 이를 다 합쳐도 아쉬운 숫자라는 건 어쩔 수 없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서 새로운 캐릭터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면, 꾸준히 메타는 변화하고 활기를 띨 수 있겠지만 시기가 너무 늦어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격투 게임 대회를 보면서 전통의 아케이드 스틱이 아닌 듀얼쇼크나 다른 패드를 이용하는 선수들을 간혹 보고 매우 큰 흥미를 느꼈다. 조작이 간소화되고 시스템적으로도 아케이드 스틱의 정밀한 조작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형태가 된 게 아닐까 싶었다고 해야 할까. 실제로는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의 조작 체계는 간편한 편이었다. 이는 아주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격투 게임들이 고민을 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첫 날부터 많은 유저들이 매치를 즐겼다. 아크 특유의 로비 시스템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는 출시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 격투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벌써 세 차례의 소규모 대회가 열렸다. 대회의 수준도 매우 높았고, 유저들의 호응도 매우 좋았다. 최근 몇 년간 격투 게임 신작들이 크게 강세를 보이지 못하고 최근 여러가지 이슈가 겹친 가운데, 스팟라이트를 독식할 수 있는 다크호스 하나가 등장한 게 아닐까. EVO 정식 종목으로 채택이 된 만큼, 향후 대회에서는 얼마나 멋진 대전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원작을 모르더라도 격투 시스템 자체의 완성도가 있어서 즐기기 좋고, 격투 게임을 별로 해본 적이 없어도 초보를 충분히 배려한 시스템 덕분에 접근이 쉽다. 최신 격투 게임이 지향해야 할 바를 정확하게 파악했고, IP를 토대로 팬들을 이끌어 새로운 격투 게임 유저들을 만들어낼 기반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격투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고, 그랑블루 판타지의 팬이라면 관심을 둘 가치가 있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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