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핵앤슬래시 액션의 新 기수, '울센'

리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58개 |


⊙개발사: 울센 스튜디오 ⊙장르: 액션 RPG ⊙플랫폼: PC ⊙출시: 2020.02.13


디아블로와 함께 핵앤슬래시 액션 RPG가 태동한 이후, 정말 수도없이 많은 게임이 쏟아졌습니다. 디아블로 시리즈와 국내에서 흥한 '패스오브엑자일(POE)'은 물론이고, 타이탄 퀘스트, 그림 던, 반헬싱의 모험까지 라이트 게이머들은 이름조차 모르는 게임들도 한트럭이죠.

굳이 게이머들에게뿐만 아니라, 게임업계에서도 이 장르는 큰 인기를 누려왔습니다. 어떤 장르는 1~2년 반짝하는 것이 고작인데, 이건 벌써 십수년째 새로운 게임들이 쏟아지고 있으니까요.

오늘 출시되는 '울센: 로드 오브 매이헴(Wolcen: Lords of Mayhem, 이하 울센)' 또한 같은 장르의 게임입니다. 정직한 핵앤슬래시 액션 게임이죠. 흥미로운 점은, 이미 이 게임이 수년 전 스팀에 올라온 게임이라는 겁니다. 프랑스 니스에 위치한 인디 개발사가 개발한 이 게임은, 이미 몇 년 전, '가능성은 있지만 미완성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죠.

하지만 몇 년 사이 각성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현재 '울센'은 스팀 글로벌 판매량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중립적'이었던 평가도 최근 '매우 긍정적'으로 바뀌었죠. 이쯤되면, 과거의 모습을 지우고 게임을 다시 들여다볼 떄입니다. '주류'에서 떨어져 있던 상황에서 순식간에 상승중인 게임. '울센'을 미리 체험해보았습니다.



▲ 최근 '울센'의 평가


이거 그냥 배낀거 아니에요?

먼저, 리뷰 플레이 버전에 대해 짧게 설명드리겠습니다. 현재 플레이 가능한 베타 버전은 총 세 개의 액트 중 하나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오프라인으로만 가능하며, 스킬 또한 정식 출시 사양에 비해서는 갯수가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울센의 출시일자는 2020년 2월 13일. 이 체험기가 게시되는 바로 오늘이니까요.

당연히, 엔드게임 콘텐츠는 체험이 불가능했습니다. 트레일러 영상에서 볼 수 있는 변신이나 다른 화려한 스킬은 플레이할 수 없었죠. 하지만 장르 자체가 여러분에게 모두 친숙한 핵앤슬래시 게임이니만큼, 이번 체험기에서는 '울센'이 다른 게임들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 그리고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 이런 건 저도 못해봤습니다

전체적인 평을 먼저 하자면, '울센'은 동종 장르 유명 게임들의 간판 시스템을 꽤 많이 가져왔습니다. 먼저, 직업이 정해지지 않고 방대한 스킬 트리를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설계하는 부분은 '패스오브엑자일'과 완전히 똑같습니다. 물론 POE의 그것만큼 엄청나게 많은 스킬 노드가 있는 건 아니지만요.

캐릭터를 만들 때 근접, 마법, 원거리로 직업을 설정할 수는 있는데, 이건 프롤로그가 끝난 후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들고 있는 무기와 첫 스킬 하나가 무엇인지의 차이뿐입니다. 마법사로 만들어서 프롤로그를 끝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바로 근접 무기를 착용하고 캐릭터를 바꿔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 별로 의미 없는 직업 선택창

스킬이 레벨업하는 부분 또한 POE를 닮았지만, 단순히 위력만 강해지지 않고 스킬마다 포인트가 쌓여 이 포인트를 기반으로 스킬에 다양한 효과를 붙일 수 있는 건 로스트아크의 '트라이포드'나 디아블로3의 '룬' 시스템을 닮았습니다.

심지어, 세계관 디자인마저도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입니다. 전체적으로는 화약 무기와 냉병기가 혼재된 세계관인데, 갑옷이나 무기 디자인을 보면 '워해머 40K'와 매우 유사한 모양을 보이죠. 한 손에 칼을, 다른 한 손에 피스톨을 들려두면, 아무리 봐도 볼터와 파워소드를 든 스페이스 마린이 됩니다.



▲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 디자인이

전체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이런 저런 게임 시스템을 다 갖다 붙였구나' 하는 느낌이 매우 강하게 오죠. 그만큼 잘 주물러 놓기도 했지만, 조금은 노골적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의 좋은 평가를 이끌어낼 수는 없었을 겁니다.


'울센'의 잠재력은 무엇인가?

'울센'이 다른 게임과 가지는 차이점은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전투 자원'의 디자인이고, 다른 하나는 비주얼과 사운드를 합친 전투 연출이죠. 먼저, 전투 자원 디자인부터 봅시다.

울센의 캐릭터들은 직업이 따로 없는만큼, 모두 같은 전투 자원을 사용합니다. 바로 '의지(Willpower)'와 '분노(Rage)'입니다. 이 두 자원은 서로 공존하지 않습니다. 의지를 소모하는 공격은 분노를 생성하고, 분노를 소모하는 공격은 의지를 생성하죠. 전투 중, 두 자원은 마치 시소처럼 끊임없이 줄고 늘기를 반복합니다.



▲ 의지와 분노, 울센의 전투 자원

때문에, 전투 내내 하나의 기술로 밀어버리는 '원패턴 플레이'가 불가능합니다. 엔드게임 레벨에 이르면 또 모르겠지만, 일단 베타 버전에서는 그러합니다. 이런 부분은 별 것 아닌 특징으로 보이지만, 장르적 특성을 염두하면 꽤 중요하게 다가오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핵앤슬래시 액션 RPG 게임의 '재미 본질'은 몬스터를 싹 다 때려잡는 그 손맛이 아닙니다. 그렇게 착각하기 쉽지만, 재미의 근본은 사실 '캐릭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키워내는 과정'에서 오는 성취 욕구와 이에 따른 성취감입니다. 결국, 이 장르의 모든 게이머들은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기 마련입니다. 하나의 스킬에 집중하는 것이죠. 이 장르의 난이도 조절 방법은 수치 조절뿐인데, 효율이 떨어지면 높은 난이도에 도전할 수가 없거든요.



▲ 보는 순간 '잘못찍어서 망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정상입니다

결국, 이런 플레이 양상이 게임을 '원패턴'으로 만들게 되고, 곧 지루함의 이유가 됩니다. 디아블로3만 졸린게 아닙니다. 이 장르의 게임은 궤도에 오르면 다 졸립니다. 다만, 디아블로3는 오랜 시간 플레이되다 보니 '졸리는 시점'에 이르는 시간이 극도로 짧은 겁니다.

다른 부분인 전투 연출을 봅시다. 스팀 상점에서 사운드트랙을 따로 팔 정도길래 꽤 궁금했는데, 사운드 트랙 자체는 그냥 '꽤 괜찮은 정도'입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효과음'이죠. 울센의 전투 효과음은 매우 훌륭한 편입니다.

특히 적을 타격할 때 들리는 쇠와 쇠의 마찰음이라던가, 몬스터를 완전히 박살 낼 때 들리는 파육음은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부분이죠. 디아블로3에서 무기를 휘두를때 '붕붕' 하는 소리가 난다면, 울센은 '떵', '깡', '터엉' 소리가 납니다.



▲ 스킬 이펙트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전투 페이스 또한 빠른 편이 아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투가 묵직해집니다. 마법이나 원거리 무기도 공격 전 선딜이 꽤 있는 편이라 스킬 한 번 한 번이 묵직하게 들어가죠. 물론, 스킬에 따라 굉장히 빠른 기술도 없지 않지만, 스킬 두어번에 맵을 쓸어담고 이동하는 같은 장르 다른 게임과는 다른 감각의 전투를 지향합니다.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회피'와 '대쉬'또한 울센만의 전투 감각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죠.

이렇듯 묵직한 전투 페이스와 효과음이 한데 묶이면서 굉장한 시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우리가 흔히 '타격감'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울센'이라는 게임 자체를 전체적으로 볼 때 사실 특별한 게임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투 자체의 재미는 같은 장르에서 손에 꼽을 수 있습니다.



▲ 전투 감각은 다른 게임과 꽤 다른 편


걱정은 되지만 '돈값'은 할 게임

문제는, 게임명과 이름이 같은 개발사 '울센 스튜디오'가 어떤 개발사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짐작하시다시피, 개발사는 전작이 없습니다. 울센이 그들의 첫 게임이라는 거죠. 그리고, 울센 스튜디오는 일단 '인디'로 분류되는 소규모 개발사입니다.

물론, 개발사의 규모가 개발력 자체를 상징하지는 않습니다. 개인의 실력만 충분하다면, 적은 인원으로도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죠. 하지만, 열 명이 하는 일을 혼자서 몽땅 할 수 있는건 아닙니다. 더군다나, 이들이 주력으로 내세운 게임인 '울센'의 장르인 핵앤슬래시 액션 RPG는 콘텐츠 소모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편입니다.



▲ 생각보다 게이머들은 빠르게 게임을 정복합니다.

거대 게임사에서 다수의 개발자가 몇 년을 달려들어 개발한 '디아블로3'도 출시 후 거의 곧바로 최종 난이도가 정복되었고, 불과 수개월도 안 되는 시간에 엔드게임 콘텐츠가 몽땅 털렸습니다. 'POE' 또한 오랜 기간 콘텐츠를 쌓았지만, 오늘날 새 시즌이 시작되면 게이머들이 엄청난 속도로 콘텐츠를 소모하죠.

꾸준한 업데이트와 콘텐츠 확보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실력이 아닌, 개발의 양도 늘어날텐데, 소규모 개발사인 울센 스튜디오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상적인 구도는 게임 판매 수익으로 개발자를 충원해나가며 선순환을 반복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한 번만 미끄러져도 물거품이 됩니다. 그걸 해낸 개발사가 'POE'를 개발한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고, 하지 못한 개발사들이 이 장르의 수많은 다른 게임 개발사들이죠.



▲ 유다이의 이야기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요?

정식 출시 버전을 기준으로, 세 개의 액트와 40종의 스킬, 그리고 최종 90레벨과 순환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지만, 게이머들이라면 이걸 모두 정복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겁니다. 저만 해도 캐릭터를 바꿔 가며 액트1을 두 번 클리어하는데 하루로 충분했으니까요. 때문에 이 부분은, 아직 조금은 더 두고 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또 하나의 허들을 꼽자면, '언어'가 있습니다. 과거 공개 시, 울센은 최초 공개 시 한국어를 지원하는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폰트 문제 등으로 제대로 출력이 되지 않았고, 정식 출시 사양이 공개된 지금은 은근슬쩍 한국어 지원이 빠졌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면 모를까, 한국어화를 기대하고 게임을 구매했던 국내 유저들은 충분히 빈정이 상할 일입니다. 스토리나 대사가 어려운 수준은 아니기에 인내한다면 참고 플레이할수 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영어보다는 한국어가 편하지 않겠습니까?



▲ 왜 넣었다 빼서 사람 기분상하게...

하지만, 시선을 살짝 돌리면 울센은 충분히 즐길만한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 게이머에게 매우 친숙한 장르인데다, 게임 완성도도 크게 떨어지는 편이 아니거든요. 풀프라이스를 받는 게임이라면 거품이 끼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현재 가격은 29.99달러. 일반적은 풀프라이스 게임의 절반 가격입니다.

업데이트와 콘텐츠 공급에 대한 우려는 게임의 앞날을 걱정하는 와중 생긴 걱정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베타 버전을 체험해본 결과, 약속된 출시 콘텐츠만으로도 충분히 '돈 값'은 할 만한 게임으로 보이니 말이죠. 연말연시, 도무지 신작이 나오질 않습니다. 무슨 게임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게이머분들에게 '울센'은 꽤 괜찮은 선택이 될 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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