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코드가 아닌 교육코드로 접근해야"

게임뉴스 | 허재민,정재훈 기자 | 댓글: 9개 |



오늘(4일), 한국중독심리학회에서 주관하고 한국심리학회에서 후원하는 ‘게임중독 문제의 다각적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게임장애에 대한 대안적 접근 및 심리 사회적 모델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된 해당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진단 기준과 치료 방안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날 토론회에 자리한 자유한국당의 김세연 의원은 “게임은 이미 삶의 일부가 된 취미지만, 동시에 과몰입을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며,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WHO의 게임중독 질병코드화를 언급했다. 그는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화가 보건의학적으로, 그리고 심리학적으로 바람직한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김 의원은 “물질중독과 행위중독을 똑같은 차원에서 볼 수 있는지, 행위중독이 물질중독과 똑같은 정도의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며, 앞으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패널 토론은 한국심리학회의 조현섭 회장(총신대학교 교수)이 진행했으며,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의 최진영 교수, 동명대학교의 고영삼 교수, 한국문화및사회문제심리학회의 이장주 이사, 그리고 아현산업정보학교의 방승호 교장이 자리했다.



▲한국심리학회 조현섭 회장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한국심리학회 조현섭 회장은 “중독의 영역은 뇌 문제에 있다고 하나, 치료는 심리사회적인 접근법이 정답이다”라며, 게임이용장애가 의료모델로만 치료 가능한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장이 계속해서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게임의 질병코드화가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논의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게임이용장애를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질병화가 효과적인지, 그리고 심리 사회적 모델을 어떻게 국가 차원에서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최진영 교수, "게임장애, 사회의 정신 및 심리학적 문제 해결 시스템까지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진영 교수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의 최진영 교수는 게임중독 문제의 두 가지 논점을 짚었다. 첫 번째는 게임중독이 과연 과학적으로 질병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 두 번째는 치료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가에 대한 것이다.

먼저 최진영 교수는 질병과 장애의 차이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동안 정신장애는 DSM의 기준을 사용해왔으나, 정신 장애를 질환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해왔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정신 장애가 신체 질환과는 다르며, 진단과정에서 생리적 지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와 관련해 최 교수는 게임장애의 근거로 자주 언급되는 뇌의 변화는 개인의 차이가 아니라 게임을 하는 집단과 비게이머 집단의 차이이며, 따라서 개인에 대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국외에서도 게임장애에 대해서 질병, 질환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두번째로 최 교수는 치료 부분에 대해서 약물 처방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의료 모델에서는 약물치료 뿐만 아니라 상담도 함께 이루어지지만, 현재 열악한 국내 정신건강 시스템상, 약물치료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문제는 이러한 약물이 문제가 되는 부분에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뇌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심히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청소년은 다른 뇌에 비해 가소성이 높으므로 더더욱 위험할 수 있다.

최진영 교수는 “중독이 한가지가 아니듯, 게임도 한가지가 아니다”라며, “도파민을 많이 자극하는, 중독에 이를 수 있는 게임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심리 사회적인 치료가 중요함에 동시에, 이에 대한 인지 사회적 프로그램도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독문제는 한국, 중국, 일본 동북아시아권에서 특히 자주 언급되는 부분임을 지적하며 “이는 권위주의적 문화와 자기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문화, 그리고 경쟁사회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임을 게임 장애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사회의 정신 및 심리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시스템까지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 고영삼 교수, "'중독'이라는 단어, 게임 장애에 과하다"



▲동명대학교 고영삼 교수

동명대학교의 고영삼 교수는 중독이라는 단어를 남용하는 현상을 지적했다. 그는 과거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인터넷 중독대응센터에서의 경험을 언급하면서, 과거 언론의 초점을 받기위해 중독이라는 단어를 남발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당시 운영하면서 느꼈던 점은 인터넷 및 게임중독은 물질중독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물질중독은 평생 회복단계를 거친다. 하지만 게임 문제로 센터를 찾은 청소년들은 몇년후 완전히 회복됐다.”며 게임중독과 물질중독의 차이를 언급했다.

또한, 인터넷 및 게임중독은 치료의 접근방식에서도 물질중독과는 다르다. 물질 중독은 치료과정에서 중독물질의 공급을 완전히 단절시키지만, 인터넷 중독은 인터넷을 계속 사용을 하면서 통제력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는 살수 없는 환경이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절제력을 높여주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고영삼 교수는 “이러한 맥락에서 중독이라는 단어는 너무 일찍부터 붙여졌다. 저널리즘과 아카데미에서 사용되는 ‘중독’의 의미는 구분되어야한다.”며, 중독이라는 단어는 게임 장애에 과하다고 설명했다.



■ 이장주 이사, "게임 장애, 그리고 정상 범주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문화및사회문제심리학회 이장주 이사

한국문화및사회문제심리학회의 이장주 이사는 먼저, 게임 이용 장애라는 진단명이 가리키는 것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미 아이들은 게임을 안한다. 늦잠을 자서 지각한 아이가 전날 밤 게임을 했을 확률이 높을지 유튜브를 시청했을 가능성이 높을지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게임이 사회적인 현상으로 부각되면서 문제가 되었던 시기는 이미 지나갔으며, 이제는 어떻게 진단해야 하는가로 초점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장주 이사는 그 이유로 가족 구성의 변화를 꼽았다. 이전까지 일반적으로 한 가구가 4인 가족으로 이루어졌던 것에 비해 이제 가구당 평균구성원수는 2.39명으로 감소했다. 소규모인 만큼 압력의 정도도 달라졌다는 것이 이장주 이사의 설명이다. 부모는 일, 아이는 학업으로 모두 힘들어졌고, 게임은 아이들에게 하나의 숨구멍이 됐다. 따라서 여기서 나타나는 게임의 과몰입 현상은 사회적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게임이용장애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가. 의료계는 게임을 많이 사용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에 지장이 된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장주 이사는 이러한 주장은 합리적이지만, 장애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주로 게임을 해서 나타나는 문제는 학업이나 성과 같은 결과적인 현상이 언급된다. 그는 “그럼 병원을 가서 약을 먹는다고 성과가 높아지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건 마법일 것이다”라며, 문제의 기준이 잘못되어있다고 설명했다.

이장주 이사는 무엇보다도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적으로는 정상의 기준이 정의되고 비정상을 논한다. 하지만 게임은 비정상을 정의하고 나머지가 정상이라고 하는 방식이다.”라며 뒤바뀐 기준에 대해서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장주 이사는 “이는 정신 및 의료법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계도 각성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하면서, 정상 게이머의 스펙트럼에 대해서 논의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학부모들이 게임을 우려하는 이유는 정해져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병이 맞느냐 아니냐를 떠나서 자녀가 게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플레이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평균을 설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연구를 병원뿐만 아니라 심리학 전문가들과 게임계가 함께 연구해야 하며, 병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방승호 교장, "게임, 질병코드가 아닌 교육코드로 접근해야 한다"



▲아현산업정보학교 방승호 교장

아현산업정보학교의 방승호 교장은 게임에 대해 질병코드가 아니라 교육코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현산업정보학교에서 실행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처음 학교에 부임했을 때는 책가방 맨 아이들도 없었고, 머리, 교복도 전부 다르더라. 정말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그때 생각해본 것이 ‘아이들이 언제, 왜 공부를 포기하게 되었나’였다.”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했고, 재미와 놀이로 교육에 접근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방승호 교장은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고 가는 곳은 PC방이었다. 게임이 없었다면 더욱 문제가 됐을 수도 있다.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위로받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상담이 끝나고 아현산업정보학교에는 교내 PC방이 생겼으며, e스포츠에 초점을 맞춘 ‘리그오브레전드 영재 교육반’이 생기기도 했다. 한 가지에 집중한다는 것은 엄청난 힘이며, 중독을 몰입으로 본 순간 아이들은 문제아가 아니라 영재가 되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시작이었지만, 프로그램은 더욱 범위를 넓혀갔다. 간단하게 게임의 챔피언 이름에서 시작된 게임 영어부터, 어떤 전략을 썼는지,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적어보는 게임 글쓰기 수업도 이루어졌다. 롤 등급과 올림픽 등급을 이야기해보는 게임 인문학도 진행됐다. 방승호 교장은 “놀라운 것은 아이들의 자세부터 달라진다는 것이다. 수업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게임을 끈다. 그때 소감을 물어봤을 때 많이 나왔던 단어가 ‘절제력’이었다. 자연스럽게 학부모-자녀 간의 다툼도 줄어들었으며, 생활태도, 성적까지 상향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식물을 직접 키워보며 자존감을 높이고 교감하는 프로그램, 놀이가 언어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방승호 교장은 “아이들과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도 많은 도전을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했을 때, 아이들도 공부에 대한 어른들의 요구를 수용하게 된다”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