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오브 콘발라리아 CBT 체험기

고전 SRPG 감성이 충만한 뉴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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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D가 개발 중인 SRPG 신작,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가 지난 2월 29일부터 3월 8일까지 한국 CBT를 진행했다. 2021년 탭탭 게임발표회에서 최초 공개된 이 작품은 고전 RPG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고전 게임의 감성을 담은 그래픽과 게임플레이로 공개 당시 국내에서도 알음알음 알려진 작품이었다.

이에 지난 2023년 10월 오프라인 이벤트 및 지스타 2023에 인벤 부스의 체험존으로 참가하는 등 활발하게 국내 진출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나 퀄리티 업을 위해 공식 커뮤니티 공지를 통해 2023년 겨울 출시에서 2024년 봄 출시로 일정을 연기했다. 그런 만큼 이번 CBT는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가 그 예고한 대로 이행될지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단계인 셈이었다.


고전 SRPG 감성 살린 그래픽과 게임플레이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특유의 도트 감성을 담아낸 그래픽일 것이다. 최근 다수의 클래식한 스타일의 게임처럼 완전한 도트 그래픽은 아니지만, 그런 게임들이 2D 도트 그래픽과 3D 렌더링 그래픽을 융합한 방식으로 고전의 느낌을 잘 살리지 않았던가. 특히 이러한 방식들은 과거 방식으로 사용하기 어려웠던 광원의 실시간 변화 등 여러 효과를 녹여내기 쉽고, 이를 토대로 이전에 하기 어려웠던 자연스러운 연출을 가능하게 했다.

물론 이 기법을 오래 전부터 깎아왔던 일본 개발사들의 기법과 비교하면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다소 투박함이 느껴졌다. 특히 PC 화면으로 보면 윤곽이 다소 거친 것이 체감됐다. 그럼에도 각 캐릭터의 특징이나 표정 변화 같은 디테일은 놓치지 않았기에 오히려 기법이 발전하기 전 그 옛날의 감성을 담은 듯한 효과를 줬다.









▲ 도트 스타일과 3D를 섞어서 고전적인 느낌을 살린 그래픽이 인상적이다

스킬 연출에서도 CG보다는 인게임 캐릭터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핵심만 담은 간결한 연출로 담백하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초창기 JRPG는 극도로 제한된 용량 안에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리소스는 최대한 절약하고 효과는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에는 사정이 달라졌으니 이펙트 전반은 도트가 아닌 3D나 다른 기법을 활용했지만, 화려한 이펙트 대신 수수하면서 핵심 포인트에만 힘을 싣는 방식으로 조화롭게 풀어낸 게 인상 깊었다.

그 뒤에 마주하게 되는 전장은, 이미 개발진들이 최초 공개 당시에 언급한 것처럼 '오거 배틀 사가' 시리즈의 영향이 짙게 묻어났다. 최근에 리메이크판인 '택틱스 오우거: 리본'을 플레이해보았다면 계단식으로 지형의 고저차가 확실하게 잡혀있는 쿼터뷰 양식의 전장이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그저 겉으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런 구도를 채택한 것이 아니었다. '오거 배틀 사가'에서 그 특유의 쿼터뷰 전장은 전투맵의 지형을 전략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었고, 그 핵심은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에서도 잘 드러나 있었다. 비교적 초반부터 지형의 고저차에 따라 대미지가 감소하거나, 적을 수로나 절벽으로 밀어서 떨어뜨리는 등 지형을 활용한 전략적 요소들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 서로 턴에 공격을 주고 받는 그런 단조로운 구도가 아닌



▲ 바위를 굴려서 적 보스를 저격하거나



▲ 폭약을 터뜨려서 적을 한꺼번에 소탕하는 등 오브젝트를 전술적으로 활용해서 공략하는 맛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단순히 튜토리얼 단계에서 맛보기용으로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의 스테이지 전반을 살펴보면 낙사가 가능한 지형이나 고저차가 심한 지형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타 게임의 도적과 비슷한 클래스인 '침입자' 등 일부 클래스 제외하면 고저차가 심한 지형은 극복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격 경로도 상당히 제한되어있고, 고지를 점령했을 때의 이점도 크다.

더군다나 아군 턴과 적 턴이 페이즈식으로 나뉜 방식을 주로 채택한 최근의 SRPG와 달리,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캐릭터 각각의 속도에 따라서 턴이 오는 순서가 달라지는 방식이었다. 즉 해당 캐릭터를 움직일 때 다음 턴에 누가 움직일지도 생각하면서 둘 필요가 있었다. 특히나 특수 지형이나 고저차, 오브젝트 등 다양한 변수들이 있어서 한 번 수를 잘못 두면 빙 돌아가야 하거나 고립되는 등 전황이 급격히 악화될 여지가 있었다.



▲ 디스 이즈 스파르 읍읍...절벽에서 낙사시키는 것도 가능하니 넉백 있는 캐릭터를 쓸 때는 잘 활용해보자



▲ 오브젝트를 굴릴 때는 친 방향으로 가고, 더 높은 지형으로 거슬러오르지는 못한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반대로 그렇게 다양한 제약과 전략적인 요소가 많은 만큼, 이를 활용해서 적을 효과적으로 쓰러뜨리는 재미도 있었다. 바위를 굴려서 고지 아래에 있는 적을 퇴치하거나, 기름통을 굴려서 진입로에 불을 놔서 적에게 화상 피해를 입히고 폭약을 원거리에서 저격하거나 적쪽으로 밀어내서 일거에 소탕하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오브젝트를 굴리거나 밀어낼 때 역시도 고저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적의 방향과 경로상의 지형지물까지 고려해서 신중하게 노릴 필요가 있었다.



▲ 목책 뒤에 숨은 적은 직사 공격으로는 타격할 수 없고



▲ 곡사 스킬로 노려야 하는 등 지형지물과 오브젝트를 고려한 전략적인 움직임이 요구된다


고전과 현대를 병렬적으로 담아낸 설계



이러한 구성도 잠시,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 역시도 모바일 RPG라는 근본에서는 완전히 탈피하지는 못했다. 스테이지를 들어갔을 때 겪게 되는 전장의 모습은 앞서 말한 것처럼 고전 SRPG의 모습을 최대한 충실히 담아냈지만, 결국 일일퀘스트와 육성 던전 뺑뺑이로 대변되는 루틴은 고스란히 담고 있다.

BM도 유료 상품 전부가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원신'과 '스타레일'이 보여준 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시즌패스는 일일퀘스트 기반의 시즌패스가 아닌 주간 퀘스트 기반의 시즌패스를 채택했으며, 캐릭터 등급이 N등급부터 SSR까지 다양하게 분포한 만큼 캐릭터 뽑기와 장비 뽑기는 분리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비동기식이지만 다른 플레이어와 겨루는 PVP '글로리 전투'까지 있으니, 고전의 느낌을 그리워했던 유저라면 그만큼 배신감을 느낄 여지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유저들을 배려하기 위한 XD의 선택은, 고전적인 방식을 또다른 주요 콘텐츠 '운명의 소용돌이'로 녹여내는 방식이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의 이야기와 세계관을 먼저 풀 필요가 있다.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의 주요 무대는 '일리아 왕국'이라는 소국으로, 최근 그 쓰임새가 부각되고 있는 주요 자원인 '결정석'이 대량으로 매장된 요충지다. 그 이권을 노리고 기사 동맹, 교황령 로디니아 등 여러 세력들이 암암리에서 견제하는 가운데, 서쪽의 주요 항구인 격랑성에서 갑작스럽게 폭동이 일어나고, 그곳에 시찰을 온 이난나 왕녀가 폭도들에게 처형되는 사태가 일어난다. 그로 인해 일리아 왕국은 내전이 발발하고, 일리아의 이권을 노리는 외세들이 개입하면서 대륙 전체가 전란에 휩싸이게 된다.



▲ 눈을 떠보니 감옥이었고 뭔지도 모르지만 일단 죽을 위기에 놓인 상황



▲ 의뢰인을 찾아 온 콘발라리아의 검 용병단의 도움으로 탈출하지만



▲ 전란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휘말리게 된다



▲ 그 혼돈에서 낙원에 떨어진 주인공은 모두를 구하기 위해 시공을 넘는 모험을 하게 된다

그 이야기에서 유저의 분신인 주인공은 기억을 잃고 영문도 모른 채 지하 감옥에 갇힌 상태로 등장한다. 왕실군으로 변장한 의문의 세력들이 증거를 없애기 위해 지하 감옥의 죄수들을 사살하는 와중에, 지하 감옥에 수감된 의뢰인을 찾아 콘발라리아의 검 용병단이 들이닥쳐서 주인공을 구조한 뒤 격랑성을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렇지만 격랑성 전체가 왕실군과 폭도들이 뒤엉킨 전장이 된 상황에서 이들은 결국 탈출에 실패한다.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수수께끼의 고양이가 '낙원'이라는 이공간으로 주인공과 콘발라리아의 검 용병단 일행을 인도하면서 이야기는 다시 흘러간다. 되살아난 그들은 시공을 뛰어넘으면서 그간 대륙에 어떤 일이 있었나 되짚어가는 한편, 평화로운 세계의 운명을 뒤틀어놓은 원흉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떠난다는 것이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의 주요 스토리다.

처음에 일행이 다 모였다가 리셋해서 다시 시작한다는 방식은 그간 모바일 RPG에서 흔히 보였던 스토리 구조인 만큼, 고전 RPG 스타일을 기대했던 유저에게는 이 부분부터가 마음에 썩 들지 않을 수 있다. 더군다나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의 스토리는 전체적인 맥락을 설명하기보다는 각 분기점의 주요 구간만 스테이지 방식으로 비추는 스토리인 만큼, 유저들이 모르는 이야기를 캐릭터들끼리만 공유하는 붕 뜬 전개가 될 여지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마련된 '운명의 소용돌이' 콘텐츠는, 극초반의 분기점 중 '낙원'을 배제하고 콘발라리아의 검 용병단이 격랑성의 난이 그칠 때까지 지하 감옥에 숨어있다가 살아남는 시점 이후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격랑성을 탈출한 콘발라리아의 검 용병단은 주둔지인 콘발라리아 마을로 복귀하게 되고, 그곳에서 다시 용병단을 키워서 마을 주변뿐만 아니라 왕국 그리고 대륙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기나긴 여정을 이어가는 것이 '운명의 소용돌이'의 핵심이다.



▲ 또다른 콘텐츠, '운명의 소용돌이'는



▲ 용병단이 격랑성을 무사히 탈출한 분기점에서 시작



▲ 본거지인 콘발라리아 마을에 복귀해 용병단을 키워가면서 앞으로 닥칠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풀어가게 된다

이러한 방식이 스테이지를 차근차근 클리어하는 것이 아닌, 콘솔 패키지 게임처럼 주 단위로 시간이 흘러가면서 필수 에피소드와 의뢰를 처리해나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또한 마을이 안정화되면서 대장간이나 여관, 훈련장 등 다양한 시설을 확보하고, 의뢰로 얻은 자원들로 장비를 제작하거나 캐릭터를 영입하고 훈련하는 콘솔 패키지 게임식 구성을 선보였다. 게임 내에서 이미 뽑기로 얻은 캐릭터를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운명의 소용돌이를 시작할 때 레벨과 장비가 초기화되기 때문에 다른 영입 캐릭터들처럼 그 안에서 차근차근 육성해야만 했다.

용병단을 운영하는 컨셉을 채택한 만큼, 용병단원들을 관리하는 시뮬레이션 요소도 엿보였다. 우선 전투에 참여했던 단원들은 피로도가 소모되고, 피로도가 전부 소모되면 다음 전투에 투입할 수 없어서 주요 단원들의 피로도 관리도 중요하다. 스킬 훈련도 바로 완료하는 것이 아닌, 최소 1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주 내에 한 단원이 여러 행동을 동시에 진행할 수 없다. 따라서 각 단원들의 컨디션이나 육성 상태, 에피소드 난이도를 확인하고 그에 맞춰서 일정을 배분하는 것이 중요했다.



▲ 최초 입장할 때 자기 캐릭터 중 일부를 보유하고 입장하지만









▲ 장비 및 육성은 처음부터 진행해야 하고



▲ 휴식 및 장비 제작도 슬롯이 제한된 만큼 적절한 배분이 필요하다


CBT 단계에서도 뉴 클래식의 단면 보여준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CBT 단계에서도 그때 그 시절 SRPG의 감성을 충실하게 담아낸 작품이라 말하기엔 충분했다. 그래픽이나 전투 방식뿐만 아니라, 콘텐츠도 현대의 모바일 RPG의 문법과 싱글플레이 패키지 게임의 방식을 병렬적으로 구성해서 그 고전적인 맛을 살리는 것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물론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아쉬움이 없던 건 아니었다. 최근 중국발 게임들이 매번 겪고 있는 어설픈 로컬라이징이 가장 먼저 눈에 밟힌다. 초반부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중후반부터는 존댓말과 반말이 섞인 건 기본이고 스크립트와 더빙된 대사가 안 맞는 일도 자주 발생해서 괴리감이 들었다. 특히 각 세력의 대립 구도를 어떻게 그려내느냐가 중요한 고전적인 SRPG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니, 그 티끌이 더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모바일 RPG와 싱글 RPG의 병렬 구도는 좋았지만, 스토리에서 큰 그림에만 치중하다보니 주요 캐릭터의 빌드업이 다소 갑작스럽다는 느낌이었다. 중간중간 연극처럼 화면을 연출하고 독백으로 캐릭터의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했지만, 그것에 상당히 의존한 나머지 그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훑어보고 교감하는 느낌은 타 수집형 RPG에 비해 조금 모호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런 디테일을 제외하고, 고전적인 SRPG를 현대에 맞게 풀어냈다는 관점에서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확실한 저력을 보여준 작품임은 분명하다. 수집형 RPG 신작으로 보자면 현대의 템포와 다소 어긋난 부분도 있지만, 그런 부분을 고전적인 그래픽에 이어 그런 분위기에 맞춘 콘텐츠로 덧입히면서 '뉴 클래식'으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다져나갔기 때문이다. 올해 봄 출시를 예고한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가 이번 CBT 이후, 피드백을 거쳐서 모바일과 PC에서 고전 SRPG팬의 기대치를 채워줄 수 있을지, 그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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