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마존의 반쪽짜리 블록버스터 '크루서블'

리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19개 |

아마존이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이하 아마존 게임즈)를 설립하고 게임 산업에 뛰어든 지 올해로 8년째다. 하지만 여전히 아마존이 게임 산업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는 어딘지 낯설게만 느껴진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까지 모바일 플랫폼 위주로 사업을 전개했을뿐더러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킬 게임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세간의 인식을 아마존 게임즈도 인지하고 있던 것 같다. 지난 2018년, 아마존 게임즈가 돌연 자사의 신작 2종을 공개한 것이다. MMORPG '뉴 월드'와 팀 기반 TPS '크루서블'. 당시 게임에 대해 알려진 점은 거의 없었다. 장르와 AAA급 게임이란 것 정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게이머들의 시선은 아마존 게임즈에 쏠렸다. 그 아마존 게임즈가 본격적으로 플래그쉽 게임 시장 진출을 타진한 타이틀이니 뭔가 다를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그 중요한 역할의 선봉장을 '크루서블'이 맡았다. 다만,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맡은 타이틀임에도 '뉴 월드'와 마찬가지로 '크루서블' 역시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팀 기반 TPS로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며 3가지 핵심 모드로 무장했다는 게 전부다. 그 흔한 인게임 플레이 영상도 출시를 앞둔 최근에야 하나둘 공개됐을 정도.

과연 '크루서블'은 아마존 게임즈가 염원하는 대로 플래그쉽 게임 시장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을까? 지난 21일 정식 출시한 '크루서블'에 관한 이야기를 이제부터 해볼까 한다.


후발주자인 아마존의 선택은?
팀 기반 슈팅 + MOBA + 하이퍼 FPS

시장에서 1등이 되는 방법은 단순하다. 남들과는 아예 다른 길을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거나 그 퍼스트 무버를 보고 재빠르게 벤치마킹해서 2인자가 된 후 1인자를 제치는 패스트 팔로워가 되면 된다. 다시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장르의 혁신을 일으킨 게임을 퍼스트 무버로, 장르의 완성형을 패스트 팔로워라고 할 수 있겠다.

게임 업계 후발주자인 아마존의 선택은 패스트 팔로워였다. 어찌 보면 당연했으리라. 완성된 틀이 있으니 그걸 따른 것이다. 그렇기에 아마존은 '팀 포트리스'와 '오버워치'로 대표되는 팀 기반 슈팅의 근간에 '크루서블'만의 개성을 더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했다.


▲ '크루서블'은 팀 기반 TPS의 문법을 착실히 따른 모습이다

실제로 '크루서블'은 팀 기반 슈팅, MOBA, 하이퍼 FPS의 특징을 모두 하나씩 가져온 모습이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다양한 스킬로 무장했다. 여기에 크립이 존재하기에 게임 도중 레벨을 올림으로써 캐릭터들을 성장시킬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TPS MOBA인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레벨과 성장 시스템을 가져왔을 뿐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크루서블'에서는 극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 보통 MOBA에서 6레벨이 되면 궁극기를 배우고 한타 싸움이 가능해지지만, '크루서블'에서는 그렇지 않다. 궁극기도 없을뿐더러, 800이었던 체력이 1000이 되거나 15초였던 스킬 쿨타임을 12.5초로 줄이는 정도다.






▲ '크루서블'의 레벨, 성장 시스템은 '히어로즈 오브 스톰'의 그것과 유사하다

물론, 그렇다고 '크루서블'의 레벨 시스템이 있으나 마나 한 시스템이란 건 아니다. 나름 절묘한 점도 있다. 십시일반이라고 해야 할까. 초반에는 레벨에 따른 성장 폭이 작기에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지만, 5레벨이 되면 이러한 작은 차이들이 모여 큰 차이를 만든다. 극적인 한타가 가능해진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레벨이 오름에 따라 전투의 속도감 또한 올라 더욱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가능케 한다.

다만 '크루서블'이 그저 다른 게임들의 특징을 따오기만 한 건 아니다. 언급한 것처럼 패스트 팔로워로 1등이 되기 위해선 그저 잘 따라 하기만 해선 안 된다. 압도적인 완성도를 보이거나 자기만의 개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크루서블'은 다양한 모드를 선택했다.


'크루서블'이 준비한 차별화, 모드
분명 다르지만, 비장의 한 수로 보긴 아쉬워

'크루서블'은 다른 팀 기반 슈팅 게임들과의 차별화로 출시 시점에서 하트 오브 하이브, 알파 헌터스 2개의 모드를 들고 왔다. 일반적인 슈팅 게임이라고 하면 상대팀과 직접 싸우는 방식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점령전, 데스매치, 방식은 다양하지만 큰 틀은 유사하다.

하지만 '크루서블'은 이러한 기존의 방식을 비틀었다. 하트 오브 하이브는 하이브 보스라고 불리는 거대 적 3마리를 잡는 게 목표인 '크루서블'의 메인 모드다. 단, 단순한 PvE 모드로 봐선 곤란하다. 하이브 보스를 잡으면서 동시에 상대팀도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 하이브 보스가 등장하기 전까진 크립을 잡으면서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


▲ 하이브 보스 근처에선 격전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크립과 하이브 보스를 잡으면서 동시에 상대팀도 상대해야 하기에 하트 오브 하이브 모드에선 다양한 전략이 펼쳐진다. 단순히 상대팀이 거의 잡은 하이브 보스를 노리는 것부터 처음에는 하이브 보스를 놔두고 크립을 사냥해 레벨업을 한 후 상대팀을 제압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트 오브 하이브가 PvPvE 모드라면, 알파 헌터스는 이제는 슈팅 장르하면 빠질 수 없는 배틀로얄에 가까운 모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역시 기존의 배틀로얄과는 좀 다른 면이 있다. 맵 자체가 그렇게 넓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인지 한 번에 싸우는 유저 역시 최대 16명으로 매우 적은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배틀로얄의 느낌이 덜하단 건 아니다. 맵이 좁기에 금세 적과 마주치고 파밍 대신 크립을 사냥해야 하기에 언제 어느 때고 긴장을 놓아선 안 된다.





▲ 방심하면 메디킷을 사용하는 사이 크립에게 공격받을 수도 있다

다른 배틀로얄 장르와 다른 건 맵과 참여하는 유저 수만이 아니다. 알파 헌터스는 명확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임시 동맹(Temporary Alliance) 시스템을 추가했다. 다른 배틀로얄 게임들이 아군을 부활시키는 등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설계된 데 반해, 살아남은 쪽이 더 다양한 전략을 펼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기에 알파 헌터스 모드에서는 자신이 죽여 혼자 남은 상대팀과 즉석에서 임시 동맹을 맺는 독특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라는 걸 알아야 한다. 최후의 3명이 되는 순간 동맹이 풀리는 만큼, 언제까지 동맹을 유지할지 전략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 임시 동맹이라는 이름의 불편한 동거도 가능하다

이처럼 다양한 모드로 차별화를 꾀하고자 하는 '크루서블'이지만, 자세히 파헤쳐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3개의 모드를 들고 왔지만, 색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출시 시점에서 빠진 하베스터 커맨드는 결국 흔한 점령전이고 알파 헌터스 역시 배틀로얄의 성격이 가미된 팀전에 가깝다. 결국, '크루서블'만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모드라고는 하트 오브 하이브 뿐이지만, 이 역시 비장의 한 수로 보긴 어렵다. 이마저도 다른 게임이 분명 먼저 선보였기 때문이다.


최악의 게임은 아니다. 그러나 최고의 게임도 아니다
왜 '크루서블'을 해야 하는가?

정리하자면 '크루서블'은 분명 엄청나게 못 만든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명확한 차별점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 단적으로 말해서 수많은 게임 가운데 굳이 '크루서블'을 해야 할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여러 게임들의 특징을 하나씩 가져오고 이를 나름대로 잘 다듬은 건 칭찬해주고 싶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 이상의 뭔가가 없다.



▲ 개성 넘치는 캐릭터, 스킨. 있을 건 다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를 방증하듯 '크루서블'의 현재 스팀 평가는 복합적이다. 전체 유저 중 42%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것. 이 애매한 평가가 바로 '크루서블'의 현주소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자그마치 6년의 개발 기간을 가진 AAA급 게임의 평가로 보자면 처참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아마존 게임즈의 플래그쉽 게임 진출 선봉장치곤 다소 실망스러운 시작을 알린 '크루서블'이다. 정식 출시했기에 여기서 극적인 변화를 기대할 순 없으리라. 그러니, 이제는 더 다듬어보자. 배틀로얄이 인기라고 하니 배틀로얄을 넣는 그런 식이 아닌, '크루서블'에서만 즐길 수 있는 그런 모드들을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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