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기업협회 "질병코드 도입하면 매출 3조, 일자리 3만 개 잃는다"

게임뉴스 | 윤홍만 기자 | 댓글: 38개 |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금일(28일), 오전 10시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A에서 '게임이용 장애 질병 분류(ICD-11)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이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연구는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가 게임이용 장애(Gaming Disorder)의 질병 분류가 게임 이용자를 비롯해 게임 및 연관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직간접적 효과를 추정하기 위해 조사했다. 유사 산업 및 유사 사례를 분석하는 기법을 활용했으며, 발표는 책임연구자인 유병준 교수가 맡았다.



▲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본격적인 연구 발표에 앞서 유병준 교수는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셧다운제와 마찬가지로 게임이용 장애의 질병 분류 역시 취지 이외의 다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웹보드 게임의 규제로 인해 축소된 산업 및 일자리를 예를 들면서 현재의 게임 산업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병준 교수를 비롯한 조사팀은 다차원적으로 질병 코드 등재 효과를 검토하기 위해 질병 분류의 직접 효과, 질병 분류의 간접 효과, 질병 분류로 인한 산업간 파급 효과 세 가지를 구분해 조사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유사 산업을 선정하는 거였다.

조사팀은 게임이용 장애 질병 코드의 경우 과몰입이 핵심적인 특징이므로, 과몰입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례들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결과 담배 산업, 사행 산업, 만화 산업 세 가지 사업을 도출할 수 있었다.




담배 산업의 사례를 통해서는 질병 코드 등록과 간접 비용 증가로 인한 영향을 알아볼 수 있었다. 담배 산업은 80년대 미국에서 흡연 중독의 질병 코드가 등록된 후 매출이 급감했다. 조사팀은 회귀분석을 통해 질병 코드 등록 전후의 회귀식을 각각 도출해 이를 한국 게임산업 매출에 적용한 결과 질병 코드 도입 1년 후인 2023년부터 매출이 급감할 것으로 추정했다.

질병 코드 등록에 따른 간접 비용의 증가로 인한 악영향 역시 담배 산업을 통해 추정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2004년 말, 2015년 초 두 차례에 걸쳐 담뱃값을 인상했고 그 결과 판매량이 급감했다. 물론, 해당 추이를 그대로 게임산업에 대입할 수는 없었기에 조사팀은 담뱃값 인상 전후를 구분하는 더미 변수를 넣음으로써 2회의 인상에 따른 영향의 크기를 각각 분석, 질병 코드 도입 5년 이후 산업이 큰 폭으로 축소될 것으로 판단했다.




질병 코드 등록의 실효성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졌다. 국내 게임 산업 규제로는 셧다운제가 가장 유명하다.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16세 미만의 청소년의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금지하는 법이다.

셧다운제에 대한 실효성은 PC방 이용률로 추정했는데 조사 결과 유의미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셧다운제 시행 이후 전국 PC방의 게임 사용시간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셧다운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는 게임이용 질병 코드가 등록된다고 해서 과몰입군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한편, 질병 코드 등록이 국내 게임 산업 기반을 파괴하는 자충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결과도 나왔다. 국내 만화 산업은 97년 검열 얘기가 나오면서 산업 기반이 철저하게 무너졌다. 하지만 만화 산업 전체가 줄어들진 않았다. 오히려 국내 만화들이 사라진 자리에 해외 만화가 들어오는 결과를 낳았다. 국산 만화 매출은 줄고 해외 만화 매출이 느는 부정적인 효과를 본 것이다. 이에 대한 사례를 설명하며, 유병준 교수는 "질병 코드 등록으로 국내 게임 업계가 타격을 받는 사이 해외 게임 유입이 늘어나 무려 8,648억 원에 달하는 국가적 손실이 날 것으로 판단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게임 산업 전반에 걸친 매출 저하와 관련된 직접 효과 외에도 간접 효과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졌다. 질병 코드 도입된다면 발생할 의무 부담금과 새로운 의료에 대한 수요가 그것이다.

현재 국내 담배 산업은 담배 가격의 18.7% 정도가 의무 부담금으로 정해져 있다. 아울러 사행 산업은 연간 순매출액의 0.5%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에 해당하는 중독예방치유부담금을 부과, 징수될 수 있다. 지금은 폐기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과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손인춘 법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질병 코드가 도입된다면 폐기된 손인춘 법이 부활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손인춘 법의 5%에 근거하여 게임산업의 연간 매출이 14조 원일 경우 무려 연간 7천억 원의 부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문제로 유병준 교수는 인터넷 산업 전반에 대한 추가 제재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글 트렌드를 통해 2016년 1월 이후 사람들의 관심도를 보면 게임보다 인터넷 그 자체나 SNS에 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즉, 게임이용 장애 질병 코드가 도입된다면 인터넷이나 SNS 중독 역시 새로운 질병 코드화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는 결국 인터넷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료 관련 예산, 치유 부담금, 타 인터넷 산업으로의 질병 분류 확대에 따른 부담금을 포함하면 무려 1조 원에 달하는 부담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질병 코드 등록에 대한 실효성은 설문 조사를 통해 파악했다. 2월 26일부터 3월 3일까지 20~59세 성인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 전체 이용자의 86.5%가 게임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이용자들은 월 평균 게임에 13,825원을 썼으며, 그외 여가비용에는 141,192원을 썼다. 일반적으로 여가비의 10%를 게임에 쓰는 셈이다.

문제가 되는 건 잠재적 문제이용집단(과몰입 예상군)과 잠재적 정상집단의 이후 결과다. 잠재적 정상집단은 질병 코드가 등록돼 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거나 비용이 증가하면 게임을 줄이거나 하는 등의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한 반면, 잠재적 문제이용집단은 그럼에도 게임을 계속할 것 같다고 한 것이다. 정작 문제가 없는 쪽이 게임을 줄이고 개선해야 할 집단은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으로 해당 결과를 얘기하며 유병준 교수는 그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끝으로 산업간 파급 효과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파급 효과는 유발계수와 종사자가 받는 영향을 고려했다. 게임 산업의 생산계수는 1.4로 부동산, 공공행정, 국방 등과 유사해 유사 사례를 토대로 게임 산업이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28%의 매출 감소가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이는 연간 5조 2천억 원의 생산 감소가 일어나는 것으며, 이 때문에 3만 4천여 명의 취업감소 효과를 낳을 것으로 분석되어, 게임 산업의 위축은 청년 실업 문제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 현장 토론회




Q. 질병 코드가 등록되면 게임 업계 취업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실장 : 연구 발표에도 나와 있듯이 게임 업계는 청년층이 많은 젊은 업계다. 그런데 질병 코드가 등재되고 부정적인 확산하면 먼저 기업의 채용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싶다. 그 결과 산업의 성장이 저해되고 위기 국면이 되면 구조조정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고용 안정성이 떨어질뿐더러, 게임 업계에서 일하는 청년층에 부정적인 여파가 집중될 것 같다.

공급 측면에서는 산업 자체가 부정적이 되기에 인력 양성에 악영향을 끼치리라 본다. 직업 훈련이 축소되고 그러면 질적 저하를 불러와 악영향의 연쇄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Q. 산업은 물론이고 파급 효과까지 연구했는데, 이번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이형민 교수 : 학계에서도 옳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굉장히 정교하게 연구 설계를 하셨다. 개인적으로 직접적인 여파를 거시적, 미시적으로 나누고 이를 간접, 파급 효과까지 치밀하게 연구하신 게 인상적이었다.

그 결과 이를 바탕으로 질병 코드 등록에 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됐으리라 본다. 현재 질병 코드 등록 담론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도입해야 한다는 쪽 의견이 우세하다.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연구 결과도 축적되었다. 하지만 오늘 발표처럼, 반대 연구 결과는 적었다. 그런 면에서 참 반가웠다.

앞으로도 이런 연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아직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쉽사리 예측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질병 코드에 대해서 꼭 따라다니는 게 치료에 대한 얘기가 있는데 의사인 지인한테 물어보니까 만약 이 경우 어떻게 치료하느냐니까 약물밖에 없다고 하더라. 근데 약물은 부작용이 심할뿐더러, 명확한 해결법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예를 들어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게임에 더 과몰입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우울증을 치료해야지 게임 장애를 치료해선 안 되지 않나.

이뿐만이 아니다. 인권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누구든 자유롭게 게임을 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중독 물질인 게임을 한다는 낙인효과를 받고 행동에 제약을 받는 등의 인권 침해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


Q. 코로나 때문에 이뤄지진 못했지만, FMRI 촬영도 고려 중이라고 했는데 어떤 식으로 연구할 생각인가.

유병준 교수 : 게임 이용이 정확히 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인체 반응을 조사하는 것이다. 조만간 연구가 진행되면 더 자세한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Q. 경제적 손실 때문에 게임이용 장애라는 질병을 놔두는 게 옳은지에 대한 반론도 있다.

유병준 교수 : 이해한다. 다만, 게임 업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다. 치유 재단도 있고 이를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서 규제한다니 문제가 되고 있는 거다. 발표한 것처럼 정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게임을 안 줄이고 오히려 산업은 축소하는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웹보드 게임 때도 그랬다. 산업을 깨끗하게 만들면 알아서 커질 거라고 했는데 웹보드 산업은 반 토막이 났고 음지화됐다.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산업만 죽였는데 또다시 이런 결과를 내지 않을지 걱정이다. 규제하면 무조건 잘될 거로 생각하는데 오히려 산업을 죽인 사례가 많았다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Q. 질병 코드 등록을 예고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어떤 부작용들이 발생했나.

최승우 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 아직은 심각한 부작용이 없지만, 지금도 게임이 범죄의 원인이나 결과로 지목되고 있지 않나. 만약 질병 코드로 등록되면 더 많은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노시보 효과라는 게 있지 않나. 부정적인 생각이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처럼 게임산업도 그렇게 될 것 같다.

한편, 정말 게임이 여러 사회 현상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반문하고 싶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게임 트레픽이 급증했다. 만약 게임이 범죄의 원인이라면 지금이야말로 범죄가 증가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지 않나.


Q. 최근 문체부에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질병 코드 등록이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까.

박혁태 한콘진 팀장 : 질병 코드가 등재된다고 해도 직접적인 영향은 없으리라 본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과 질병 코드를 묶어서 보곤 하는데 서로 별개의 정책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은 질병 코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 그렇기에 질병 코드 등재를 막기 위한 별도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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