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로게이머 소재 연극 '플레이어', '프로젝트 이삭' 4인방을 만나다

인터뷰 | 김홍제, 유희은 기자 |


▲ 왼쪽부터 유상혁, 박드니샘, 조명환, 민광준


어린 시절, 누구나 나의 미래, 장래 희망에 대해 여러 꿈을 꿉니다. 대통령, 과학자부터 아이돌, 연예인 등등 정말 다양하죠. 한 사람의 인생이 뒤바뀔 수 있는 중요한 문제기에 쉽사리 조언하기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고민이기도 하죠.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꿈이나 도전이라는 키워드는 우리 모두에게 통용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프로게이머'라는 주제로 풀어낸 연극이 있습니다. 바로 '플레이어'라는 연극인데요, 극의 연출을 전 스타2 프로게이머 조명환이 맡았고, 서울예대 뮤지컬 동아리 '뮤트'에서 만난 그룹 '프로젝트 이삭'이 9월 21, 22일 대학로 R&J씨어터에서 공연합니다.

'프로게이머'를 주제로 한 연극, 일단 연극으로서 소재 자체가 굉장히 독특해 관심이 갔습니다. 조명환은 프로게이머의 그동안 미디어에 노출된 화려한 모습뿐만 아니라 고충, 일상 등 '진짜 프로게이머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내가 가야 할 길, 진로에 대한 고민을 현실적으로 풀어냈다는 '플레이어', 기자이기 전에 e스포츠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조명환 : 전 스타2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다 은퇴 후 서울예대에 진학해 공연 관련 전공을 공부 중인 조명환이라고 합니다. 프로게이머를 주제로 한 연극 '플레이어'의 연출을 맡고 있습니다.

민광준 : 서울예대 뮤지컬 동아리에서 알게 된 친구들과 '플레이어' 라는 연극의 주인공을 맡은 민광준이라고 합니다. 작년에 졸업해 현재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고, 명환이의 권유로 이번 연극에 참여하게 됐어요.

박드니샘 : 서울예대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있고, 현재 2학년이에요. 명환 오빠와는 지난 학기에 연출자와 배우로 만난 게 인연이 돼서 이번 연극에 함께하게 됐습니다.

유상혁 : 저도 마찬가지로 서울예대 학생인데, 전공은 디자인이에요. 하지만 연기자가 꿈은 배우 지망생입니다.



▲ 프로게이머 시절 조명환


Q. 서울예대는 끼가 많은 사람들이 많기로 소문이 자자해요. 학교 자랑 좀 해주세요.

박드니샘 : 우리나라에서 예술대학으로는 한예종과 서울예대가 많이 알려져 있어요. 일반 종합 대학과 달리 예술학교다 보니까 다른 학과랑도 함께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아요. 디자인, 무대, 영상 등등 세부화되어 있죠. 전공과는 별개로 어떤 수업을 듣느냐에 따라 친해지는 학생들도 다 다르고, 전혀 상관없는 전공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일반 종합 대학을 다니다가 서울예대로 학교를 옮겼는데, 교내에서 학생들이 어떤 수업을 듣든, 인식이나 편견이 없고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유상혁 : 끼가 많고, 재밌는 학생들이 진짜 많아요. 저는 예체능을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미술, 운동 등 다양한 걸 많이 해봤어요. 하지만 진짜 하고 싶은 건 배우였죠. 어릴 때는 누구나 한 번쯤 '아이돌이 되고 싶다, TV에 나오고 싶다'는 상상을 하잖아요? 그게 어려서 그랬던 건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헷갈렸는데, 서울예대에 오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확신이 들었어요. 현재는 배우 지망생입니다.





Q. 서로 동아리를 통해 알게 된 사이인데, 어떤 동아리인가요?

유상혁 : 저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공연 계열 학생이 아니라 전공이 디자인이에요. 그런데 '뮤트'라는 창작 뮤지컬 동아리에서 회장을 맡은 적이 있어요. 서울예대에는 동아리가 정말 많은데, '뮤트'의 경우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입지를 다졌어요. 졸업생들도 현재 외부에서 뮤지컬 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도 많고, 저처럼 전공과 무관해도 연기를 해보고 싶다거나, 연극, 뮤지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많고, 전공자 같은 경우에는 경험을 쌓으러 들어오는 학생들이 많아요.

조명환 : 저는 연기보단 연출을 하고 싶었어요. 예전에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던 이유도 다른 프로게이머랑 조금 달랐어요. 대부분이 게임이 좋아서, 잘해서 시작한 경우가 많은데, 저는 스타리그 결승 무대를 보면서 '저 무대에 올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거든요.

프로게이머는 무대에 오르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였어요. 은퇴 이후에도 무대에 대한 갈증은 계속 생겼는데, 그게 방송에 대한 열정인지 뭔지 스스로도 정확히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서울예대를 다니면서 나는 무대를 사랑하는 사람이란 걸 확실히 알았죠. 이제는 내가 무대에 설 수 없다면 멋있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겨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이번에 함께하게 된 민광준, 유상혁과는 작년에 진행했던 '기발한 자살여행'이라는 작품을 통해서였어요. 기존에 있는 연극인데, 총 2시간 30분 정도 되는 길이의 연극이거든요. 그래서 학생들 수준에 맞게 리메이크해서 공연을 했고, 당시 광준이가 주인공, 상혁이는 기획 및 배우를 겸했어요.





Q. (민광준, 박드니샘에게) 두 분은 어릴 때부터 꿈이 배우였다고 들었어요. 배우의 꿈을 가지게 된 계기가 뭔가요?

민광준 : 어렸을 때 무작정 '무대에 서고 싶다. TV에 나오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어요. 중학교 축제 때 노래를 부른 적이 있는데, 당시 담임 선생님이 뮤지컬을 해보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한마디가 제 마음을 울렸던 것 같아요.

박드니샘 : 저는 다른 배우 지망생들보다 늦게 연기를 시작한 편이에요. 헤드윅이라는 뮤지컬을 고등학교 때 처음 봤는데, 정말 전율을 느꼈어요. 긴 망토를 입고 천천히 내려오는 게 헤드윅의 첫 장면인데, 가슴이 뛰면서 갑자기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어떤 감정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 공연을 보기만 하면 공연 시작 때 떨림과 희열이 너무 좋았어요. 고등학교 때는 부모님 반대도 심했는데, 지금은 저를 믿어주세요.

Q. (조명환에게) 은퇴 이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대게 프로게이머 경력은 다른 분야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본인 생각은 어떠신가요?

조명환 : 선수 시절에도 은퇴한 선수들이 가끔 숙소에 놀러 왔을 때 하는 말이 '게임은 나중에 사회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였어요. 평범한 회사에 면접을 보더라도 '프로게이머 하다 왔습니다'가 이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죠.

하지만, 저는 얻은 게 있다고 생각해요. 감사하게도 해외에서 활동할 기회가 주어져서 독일과 미국에서 1년씩 생활했는데, 어린 나이에 쉽게 경험하지 못할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와 다른 문화체험, 영어도 많이 배웠어요. 미국에 가기 전에는 abcd만 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일상 대화를 영어로 할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본인이 얼마나 노력하느냐 여부에 따라 영어 실력은 다르겠지만요.





Q. '프로게이머'를 주제로 하는 연극, '플레이어' 소개 좀 해주세요.

조명환 : 학교에 다니기 전에는 연극이나 예술 분야를 접했던 적이 거의 없어요. 단순히 예술은 재미를 위한 것인 줄 알았죠. 그런데 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게 연극이나 예술은 재미만을 위한 게 아니라 사회에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매개체가 본질이란 걸 알았어요.

모든 연출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뚜렷한 경우가 꽤 있어요. 그래서 나는 나만이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게 바로 프로게이머에요. 결정적인 계기는 WHO(세계보건기구)에서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했다는 기사를 보고 나서였어요. 물론 우리나라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편견이나 부정적 인식이 많다는 걸 느끼기도 했고요.

그런 분들에게 '플레이어'라는 연극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선수들의 화려함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암적인 면, 내가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며 겪었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Q. (민광준, 박드니샘, 유상혁에게)'플레이어'를 준비하기 전 e스포츠와 프로게이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민광준 : 저는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학생 때는 스타1이 인기가 많아서 이영호, 홍진호, 박성준 등의 팬이기도 했어요. 지금도 취미로 롤이나 피파 온라인4를 즐겨하고요.

박니드샘 : 저는 게임과는 인연이 없었어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았죠(웃음). 일단 못하니까 안 하게 되더라고요. 프로게이머도 잘 몰랐어요. 명환 오빠를 통해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해 조금 자세히 알게 됐고, 프로게이머나 e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생겼죠.

일단 프로게이머 출신인 명환 오빠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신뢰감을 많이 주고,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어요. 머리가 좋은 사람 같기도 했고, 그래서 프로게이머에 대한 첫 인식이 되게 좋았어요.

유상혁 : 대부분 남학생들이 게임을 좋아하듯 저도 마찬가지인데, 정말 못해요. 실제로 처음 본 프로게이머가 명환이인데, 첫인상이나 분위기부터 뭔가 달랐어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무한 경쟁이잖아요? 그래서 뭔가 첫인상은 다가가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명환이는 모든 일에 있어서 계획적이고, 항상 준비되어 있어요. 철두철미하고, 그만큼 믿음이 간다고 할까요?

조명환 : 프로게이머를 잘 모르는 친구들에게는 내가 곧 프로게이머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거잖아요. 사명감까진 아니지만, 최소한 나쁜 인식을 주고 싶진 않았어요.





Q. 많은 사람들이 '프로게이머'라는 주제의 연극을 공감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꽤 리스크가 있는 도전일 수 있잖아요?

조명환 : 공감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프로게이머들은 많이 공감할 거에요(웃음). 그런데, 꼭 프로게이머가 아니더라도 경쟁이라는 키워드는 모두에게 통용되잖아요?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모든 분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봐요.

민광준 : 대본을 처음 봤을 때, 프로게이머의 삶에 대한 이야기지만, 나의 이야기 같다고 느꼈어요. 프로게이머로서의 경쟁, 삶, 연애 등등 직업의 차이만 있을 뿐, 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에요.

박드니샘 : 오빠들 말처럼, 사실 누군가 꿈을 향해 도전하고, 좌절하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정말 공감 가는 내용이에요. 그리고 연극으로 처음 접하는 분야의 이야기라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이자 도전이 될 연극 같아요.

유상혁 : 연출을 맡고 있는 명환이도 가장 큰 고민이 관객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였거든요. 그런데 보시면 정말 많이 공감할 우리들의 이야기에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생소하고 조금 다를 뿐이죠. 그리고 우리 연극을 통해 프로게이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다면 좋겠고요.

일반적인 기업에 취업할 때 '프로게이머 하다 왔습니다'라고 하면 아직은 물음표가 훨씬 많은 게 현실이잖아요. 직업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에 대한 메시지도 담고 있으니 많은 분들이 오셔서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그렇다면 연극 '플레이어'에서 각자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조명환 : 저는 연출가이자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현실과 무대를 이어주는 역할이에요. 대본 자체가 픽션이 아니라 실화임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랄까요.

민광준 : 저는 남자 주인공 조명환 역을 맡고 있어요.

박드니샘 : 주인공의 삶에서 나오는 모든 여성 역할을 맡고 있는데, 여자친구, 동창생, 선생님, 일반인 등 1인 다역이에요!

유상혁 : 저도 드니샘처럼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남성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Q. 그동안 공연하면서 정말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아요. 특히 연극이나 뮤지컬은 생방송과 같다 보니, 어떻게 보면 그게 또 묘미기도 하고요.

민광준 : 게임과 똑같아요. 계획처럼 진행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연습을 하지만, 100% 계획대로 되는 경우는 흔치 않죠. 그만큼 임기응변이 중요해요. 무대에서 가장 자주 있는 변수는 아무래도 생리현상과 관련된 것들이죠. 그 외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제가 뺨을 맞는 장면이 있는데, 갑자기 코피가 흘렀어요. 관객들은 '와 메소드 연기'라면서 호평을 해주셨는데, 사실 엄청 아팠거든요(웃음). 저보다 상대 배역이 더 당황했어요.

유상혁 : 제가 기억나는 건, 뮤지컬에서 책상 앞 의자에 앉아서 이어지는 장면인데, 의자 다리 한 곳이 부러졌어요. 꽤 오랜 시간을 앉아서 극을 이어가야 하는데, 앉아는 척 다리 힘으로 버티며 해낸 경우가 정말 황당했죠.

박드니샘 : 저는 가장 흔한 생리현상에 관한 에피소드인데, 상대 배우가 등장할 타이밍인데,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등장 타이밍이 한참 지나도 안 나왔어요. 뭔가 분위기도 무르익을 때 '짠'하고 등장하는 장면인데, 나머지 배우들끼리 합심해서 애드리브로 잘 넘어간 기억이 나요.





Q. 인터뷰 즐거웠습니다. '프로게이머'라는 주제의 연극이 생소하지만 굉장히 재밌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유상혁 : 이번 공연 자체가 준비하는 과정부터 모두가 행복하고, 즐겁게 하자는 취지에요. 처음에는 생소한 주제기도 하고, 뜻대로 잘 될까 싶었는데, 이미 행복한 것 같아요. '플레이어'라는 연극을 통해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좀 없어졌으면 좋겠고,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잖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 꿈, 장래 희망 등에 대한 메시지도 담고 있으니 우리 연극을 통해 관객분들 자신만의 길을 찾길 바랍니다.

박드니샘 : 즐겁고,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것 하나로 모인 24명이 만들어가는 작품이에요. 생각보다 신선하고, 재밌는 이야기에 새로운 연출 방식도 들어가니 많은 분들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민광준 : 관객분들이 충분히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내용도 참신하고, 표현 방식도 색달라서 재밌게 볼 수 있는 연극입니다. 자신의 꿈, 프로게이머나 게임에 대한 인식 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연극이에요.

조명환 : e스포츠 업계 관계자분들도 많이 보러 와주시면 좋겠어요. 정말 많이 공감하실 거거든요.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게 쉽진 않았지만, 저의 도전을 봐주시고 다른 은퇴 선수들에게도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가 학생들이 제작하다 보니까 텀블벅에서 연극 '플레이어' 크라우드 펀딩을 이번주 주말까지 하는데, 최소금액이라도 티켓과 스티커가 들어가 있고, 금액이 클수록 티켓 양도 많으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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