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무근본부터 시작하는 게임 방송 세팅(2) - 콘솔 방송? 캡쳐보드로 Go

기획기사 | 윤서호 기자 | 댓글: 5개 |



말이 씨가 되고, 스노우볼은 굴러가기 마련입니다. "설마 이 기획, 추가 승인이 나겠어? 그렇게 재미없게 찍었는데?"라고 생각했지만, 요는 '재미'보다는 '세팅'을 해나가는 과정을 조명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이 기획으로 방송 세팅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하면서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문외한도 하다보면 조금씩 뭔가를 채워갈 수 있다는 걸 점차 느끼고 있고, 그걸 풀어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본론으로 넘어가서 게임 방송을 보다보면, PC 게임만 스트리밍하는 경우도 있지만 방송하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서 콘솔 게임을 스트리밍하기도 합니다. PC야 프로그램으로 다이렉트로 접속해서 송출해준다고 하지만, 콘솔은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캡쳐보드라는 보조 장비가 필요합니다. 캡쳐보드란 말 그대로 연결된 외부화면을 캡쳐해서 PC로 데이터를 보내주는 장비죠.

사실 캡쳐보드는 직업상 필요한 물건이긴 했습니다. 실시간 스트리밍이 아니라 영상만 찍어서 올린다고 가정하면 콘솔만으로도 가능은 합니다. 닌텐도 스위치만 빼고 말이죠. 닌텐도 스위치는 기기의 한계로 30초밖에 녹화가 안 되다보니, 본체만 갖고는 gif 작업 정도나 짤방에 가까운 짧은 영상 정도만 찍을 수 있었습니다. 자연히 리뷰를 쓸 때 제약이 심할 수밖에 없죠.



▲ 마침 필요했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하나 구매 갑니다

그렇지만 캡쳐보드를 연결하면 게임 화면을 그대로 PC 프로그램에 전송할 수 있고, 이를 실시간 스트리밍하는 것뿐만 아니라 녹화도 가능하니 리뷰 작업에도 한결 더 편해지긴 했죠. 리뷰 쓸 것만 보고 사기엔 조금 부담이 가는 가격이라 여태까지 차일피일 미뤄왔지만, 어쨌든 이불킥각이라도 쓸 곳이 생겼으니 사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나름대로 야심차게 준비하기는 했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았던 기획을 한 번 이걸 사용해서 어떻게든 개편(?)해보기로 말이죠.



▲ 장비가 없어서 대충 핸드폰으로 찍었던 기획을, 다른 각도에서 해봤습니다


■ 게임 방송 세팅 도전기 모음
[기획] 무근본부터 시작하는 게임 방송 세팅 도전기



■ 캡쳐보드, 어떻게 골랐나요?

캡쳐보드는 크게 외장형과 내장형, 두 종류로 나뉩니다. 컴퓨터 메인보드에 장착해서 사용하는 게 내장형이고, USB 등 외부 연결 단자로 연결해서 사용하는 게 외장형이죠. 내장형은 아무래도 직접 메인보드에 연결된 만큼, 외장형보다는 퍼포먼스가 좀 더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 메인보드에서 지원을 하는지 확인해봐야 하고, 휴대하기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죠.

반대로 외장형은 외부 연결 단자를 사용하는 만큼 퍼포먼스는 내장형보다는 좀 떨어지고 관리하기에 따라서 접촉불량 등 이슈가 일어날 수 있지만, 연결하기 편하고 휴대하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가격도 대체로 내장형보다 좀 싼 편이고요. 언제 어떻게 다른 곳에서 쓸지도 모르니, 일단은 외장형으로 구매했습니다.

만약 내장형을 쓴다고 하면, 우선 메인보드 슬롯을 확인해야 합니다. 일단 제가 쓰고 있는 메인보드인 MSI A320-A PRO MAX를 예로 들면 그래픽카드를 연결하는 PCIe3.0 x16 슬롯 외에도 PCIe x1이 하나 있습니다. x 뒤에 붙은 숫자는 배속을 의미하는데, 배속이 클수록 슬롯도 커집니다. 뒤에 숫자는 1부터 2, 4, 8, 16까지 붙고, 숫자가 큰 단자를 작은 슬롯에 연결할 순 없지만 크기가 작은 단자를 좀 더 큰 슬롯에 연결할 수는 있습니다. 제 걸로 보면, 이론상 PCIe x1 슬롯을 사용할 수는 있죠. 물론 그래픽 카드 크기 때문에 실제로는 장착이 어렵지만요. 이런 걸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지금 사용하고 있는 메인보드로는 이론상 PCIe x1을 쓰는 내장형 캡쳐보드를 쓸 수 있지만



▲ 그래픽카드 등 여러 가지가 더해지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주의!

캡쳐보드 종류를 외장형/내장형 둘 중 하나로 골랐다면, 그 다음에는 어느 정도 해상도와 퍼포먼스로 방송을 할지,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만약 4K 60fps으로 방송하고 싶다면, 그만한 해상도와 프레임을 지원하는 캡쳐보드를 구매해야겠죠. 여기에 게임을 돌릴 PC가 4K 60fps으로 충분히 구동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합니다.

PC 사양을 살펴보면 일부 게임은 4K에 60fps도 가능은 하겠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플랫폼이 1080p에 60fps, 즉 HD 화질까지 지원하는 만큼 4K 지원은 단순 개인 스트리밍 단계에서는 크게 의미는 없는 편입니다. 물론 초고해상도, 초고스펙으로 빵빵하게 방송을 하고 싶다고 하면 캡쳐보드의 4K 지원 여부를 확인해야 하죠. 그게 아니라고 해도 최소 1080p, 60fps 지원을 하는지는 체크해야 합니다.



▲ 가성비는 뛰어나긴 하지만, 4K 60fps의 영역으로 가려면 조금 타협이 필요합니다



▲ 다만 아직까진 모바일 시청자까지 고려했을 때 FHD에 60fps가 가장 대중적이고 무난한 설정입니다

캡쳐보드는 연결된 기기의 화면을 녹화하거나 송출하는 것 이외에도 소프트웨어와 연동해서 여러 기능을 제공하는데, 그 중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요소입니다. 이번에는 편집에 대해서 아예 생각을 안 해서 당시엔 고려 안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마이크에 있는 음성을 따로 남겨서 코멘터리식으로 저장하는 라이브 코멘터리 기능은 상당히 구미가 당기긴 하더군요. 저는 아예 무근본부터 시작하는 상황이라 현 단계에서 편집까지 생각하기엔 좀 거리가 있긴 하지만, 그 방면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하면 이러한 기능들을 한 번쯤 살펴보는 것도 좋을 법합니다.



■ 몸을 쓰는 방송은 또다른 세팅이 필요하다




캡쳐보드를 사서 연결한 뒤, 화면을 송출하기 위해서는 OBS 스튜디오 기준으로는 비디오 캡처 소스를 추가한 뒤 해당 기기를 등록해야 합니다. 그러면 캡쳐보드에 연결한 콘솔 화면이 캡쳐되면서 오디오 믹서창에 오디오가 새로 뜨는데, 이걸 새로 세팅해주거나 아니면 기존 오디오의 기기 설정을 바꿔주는 식으로 세팅하면 됩니다.

통상적인 콘솔 게임 방송이라면 이렇게 연결한 뒤에 게임을 하면서 방송을 진행하면 되지만, 이번엔 조금 사정이 달랐습니다. 피트니스 복싱이나 링 피트 어드벤처 같은 건 그냥 앉아서 하는 게 아니라, 온 몸을 내던져가면서(?) 해야 하는 게임이었기 때문이죠.



▲ 하체가 불타오를 정도로 쭈그려 앉은 뒤 버텨줘야만 인정해주는 건 덤이죠

게임 방송 전문 스트리머들이 어떤 식으로 했나 대강 생각해보면, 기존의 방송과 사실 세팅이 아주 크게 차이가 나진 않았습니다.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상반신만 보이게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캠 화면의 레이아웃을 키워서 전신이 보이게끔 했다는 것 정도겠죠. 그것만 생각하고 레이아웃을 대강 짜봤지만, 크로마 키를 생각 안 했던 터라 그 느낌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전신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뭐하는지 딱히 잘 보이지도 않아서 무얼 전달하려고 하는지 모호해졌죠. 그렇다고 캠 레이아웃을 확장하니, 크로마 키가 없어서 게임 화면을 상당히 심하게 가렸습니다. 해상도를 조절하는 걸로는 레이아웃을 만족스럽게 꾸미기가 어려웠고요.



또 한 가지 문제는 오디오와 마이크 세팅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평소보다 캠에서 떨어져서 말해야 하다보니 마이크 음향을 평소보다 더 키워야 했죠. 그런데 게임 소리가 나는 모니터쪽이 더 가깝다보니까 저번과 달리 음향이 섞이는 현상이 저번보다 좀 더 뚜렷하게 남았습니다. 일단은 임시방편으로 피트니스 복싱은 웹캠을 조금 더 당겨서 상반신만 클로즈업해서 찍는 방식으로 해보긴 했는데, 그것도 썩 느낌이 살지는 않았죠.



■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도구가 없으면 세팅으로 떼우자



▲ 이런 게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이 문제의 해결책은 크게 1) 크로마 키를 적용하게끔 스크린이나 전지를 사거나, 이런 효과를 내는 프로그램 혹은 기능을 써본다 2) 다른 구도를 생각해본다 이렇게 나뉠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전지나 스크린을 구매하는 건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거 같습니다. 진짜로 방송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서투자한다면 해볼만 하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죠.

아마 나중에 좀 더 심화 단계로 넘어가게 되거나 다음 단계의 이야기를 다루게 된다면 작게 꾸려볼 순 있을 텐데, 현 단계에서는 그 정도까지? 싶은 생각이죠. 그보다는 어떻게 해야 최대한 가성비 좋게, 그러면서도 그럴싸하게 보일까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는 게 정답일 겁니다. 집 누수도 제대로 못 고치고 있는 마당인데 또 무슨 일을 저지르는 거냐고 등짝 스매싱당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고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크로마 키 기능을 사용해보기로 했습니다. OBS 스튜디오에서는 비디오 캡쳐-속성-효과 필터에 보면 크로마 키를 제공하고 있고, 그걸 활용하는 방법도 이미 소개가 되어있어서 적용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왜 굳이 크로마 키용 스크린이 녹색으로 쓰는가, 그 해답을 찾았죠. 집 커튼이 노란색이라서 어쩔 수 없이 노란색으로 잡았는데, 그러다보니 제 피부까지도 없어져서 마치 투명인간처럼 티셔츠만 둥실 뜨는 모양새가 되어버렸거든요.



▲ 커튼색에 맞췄더니 유령이 되어버렸습니다...역시 크로마 키는 녹색으로 잡아야 제맛

그 다음 대안으로는 아예 구도를 다르게 잡았습니다. 다른 게임과 달리 피트니스 복싱과 링 피트 어드벤처는 통상적인 게임과 달리 '운동' 쪽에도 초점이 맞춰져있는 터라, 헬스 및 기타 운동 방송쪽을 참고한 거죠. 마침 링 피트 어드벤처는 출시 당시에 헬스 유튜버들도 관심을 보인 타이틀이라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도 있었습니다.



▲ 이 분 같은 운동능력은 없지만, 크로마 키 없이 촬영한 사례라서 참고했습니다(출처: 피지컬 갤러리)

개인적으로 운동을 하긴 했어도 그들 같은 운동 수행 능력이 없으니, 그런 '맛'이 살까는 좀 의문이긴 하지만, 크로마 키 없이 한 번 해본다는 취지로 그런 레이아웃과 구도를 짜보기로 했습니다. 앵글을 디테일하게 잡기 위한 도구들은 당장 없으니, 집에 있는 물건들을 어찌저찌 활용해서 만들어보기로 한 거죠.



▲ 삼각대가 없으니 의자로 대신합니다



▲ 여러 번 하면서 베스트 각도를 찾는 과정.gif




■ 완벽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갖춰가는 장비 세팅, 그 다음은?

무슨 일이든 100% 완벽하게 마음에 들기란 어렵습니다. 특히나 자신이 손에 안 익은 일이나, 처음 하는 일이면 더더욱 그렇죠. 더군다나 남한테 보여줘야만 하는 일이라면, 조그만 것에도 괜히 신경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소위 아카이브 따이기 좋은 세상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죠.

하지만 그렇게 화자될만큼 뜨기란 쉽지 않고,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보던 방송 외에는 스쳐가는 눈으로 방송을 훑다가 아니다 싶으면 바로 나가고는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방송은 말을 하다가도 제가 스스로 민망해져서 묵묵히 게임만 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더군다나 방음 설비도 안 되어있는 방에다가 강아지 때문에 문도 못 닫고 진행하다보니 어머니가 "너 혼잣말하니?"라고 물어보니까 더더욱 제한되더라고요.



▲ 문을 닫고 싶지만 닫는 순간에 난리가 나기 때문에 문을 열고 삽니다

그나마 정말 아주 드물게, 한 번씩 피드백을 주는 분이 있었고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어찌저찌 일반적인 PC 게임 방송 세팅은, 눈쌀 찌푸려지지 않을 정도로는 할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방송'이라는 걸 시작한다고 할 정도의 수준은 된 셈이죠. 지금 캡쳐보드를 써서 방송한 것도 오디오 세팅이 조금 이상하다는 걸 알고서 고쳐가고 있는 중이니, 몇 번 더 하다보면 완벽하진 않더라도 눈에 거슬리진 않을 정도가 될 순 있을 겁니다. 오디오 믹서 보면서 세팅하고, 그걸 보면서 고치는 반복 작업이니까요.

그 다음 단계라고 한다면, 아마 콘텐츠를 어떻게 채워나가느냐의 몫일 겁니다. 어쨌거나 사람들이 방송을 계속 보게 만들려면, 그만한 무언가를 만들어나가야 할 테니까요. 그리고 스트리밍하면 으레 떠오르는 것들이 하나도 안 만들어졌으니, 그것도 이제 서서히 구축해나갈 필요도 있겠죠. 마치 게임 개발에서 세세한 것 하나하나, 유저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하나하나도 모두 개발자가 다 구축하거나, 설계해나가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첫 기획이 나간 뒤, 회사에서 밥을 먹다가 제 기획 기사를 보고 "인터넷 방송 보면 실시간 채팅창 외에도 게임하는 화면 위에 채팅창까지 옆에 두잖아요. 그런 건 어떻게 하는 걸까요?" 등 다양한 문의를 받았습니다. 그걸 하나하나, 몸으로(?) 떼워가면서 어찌저찌 그럴 듯한 모양새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 분야가 영상 쪽이나 채널 관리가 아니다보니 이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스트리머를 지향한다거나 한 번쯤 개인 방송을 생각해보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급해서 임시방편으로 떼워버린 레이아웃 설정부터



▲ 아무도 봐주지 않아 비어있지만(눈물) 대다수 방송에서 채팅이 올라오는 이 칸을 어떻게 만드는지,
방송이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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