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의 30만과 한국의 24만, 숫자 이상의 간극

칼럼 | 강승진 기자 | 댓글: 17개 |
중국 30만 - 한국 24만

2019년. 중국의 게임 행사와 지스타를 보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게임 팬의 수다. 광활한 중국 전역에서 모인 게임 행사와 몇 차이 나지 않는다니. 숫자는 마치 지스타가 얼마나 대단한 컨퍼런스였는지 착각하게 한다. 하지만 30만이 찾은 게임 행사는 중국 최대 컨퍼런스로 꼽히는 차이나조이가 아니다. 이 게임 행사는 텐센트가 단독으로 여는 게임 행사 TGC다.




'단일 개발사'가 진행하는 행사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텐센트니 좀 다르다. 텐센트가 어떤 회사인가. 매출로만 따지면 단연 세계 최고의 게임회사다. 라이엇 게임즈, 슈퍼셀, 펀콤 등 내로라하는 세계 개발사들을 재력으로 품었다. 닌텐도 스위치 게임에 매년 기록적인 매출을 내는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왕자영요도 서비스 중이다. 여기에 매년 대충 너덧 명분의 손가락이 있어야 나온 게임 수를 꼽아 헤아릴 수 있을 정도의 신작도 내놓는다.

이러니 텐센트 게임들로만 행사를 꾸려도 충분했다. 실제로 대형 개발사들의 참가와 불참이 번갈아가며 이어지자 스트리머, e스포츠로 대변되는 현장의 볼거리로 뱃머리를 튼 지스타와 비교하면 오롯이 게임 하나만으로 승부해왔다.

여기까지라면 자본과 거대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이 중국했다'로 끝날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2019년 텐센트는 새로운 움직임을 보였다. 단순히 텐센트 게임을 홍보하고 LoL 대회를 여는 정도였던 TGC는 e스포츠와 영화, 애니메이션 등 게임과 관련된 IP를 함께 내걸고 거대한 축제로 변화했다.

효과도 톡톡히 봤다. 청두, 상하이, 하이커우 3개 도시에서 14일 동안 열린 행사는 30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했다. 35만여 명이 찾았던 차이나조이 다음이다. 그중 6일 동안 열린 첫 TGC는 온라인으로 무려 22억 명이 참여했다. 그야말로 어나더 레벨이다.

그리고 TGC의 이런 변화 물결은 게임 산업 진화라는 텐센트의 미래와 완벽히 궤를 함께한다.



▲ 쇼케이스를 진행한 스티븐 마 부총재

지난 27일, 장장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텐센트의 온라인 컨퍼런스 Spark More에서 스티븐 마 부총재는 대형 신작 대신 텐센트의 미래 전략을 이야기했다. 핵심은 게임 산업의 무한한 가능성이었지만 내용은 다분히 가치 중심적인 적으로 보일만 한 연설이었다.

우선 시장 경쟁이 치열한 게임 업계에서 게임의 핵심을 기술의 우위를 예고했다. 이를 위해 스토리텔링을 통한 게임 플레이 혁신, 그리고 게임 개발의 주역인 개발자 육성까지 언급했다. 이 모두 텐센트가 시장 우위를 지키려는 핵심 목표다.

재밌는 점은 텐센트의 목표가 게임의 진화와 함께 사회적 가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게임플레이의 혁신은 시장 세분화 전략으로 대표된다. 배그 모바일이나 QQ Speed 등 서비스 중인 주류 게임의 강화는 이어가지만, 잘게 쪼깬 서브 카테고리 게임 개발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그 결과가 메인스트림, 비주류 가릴 것 없이 쏟아지는 신작이다. 당장 손익에 집중해 사업성이 뚜렷하지 않은 프로젝트가 언제 잘려나갈지 모르는 국내와 달리 서브컬처 게임과 연애 시뮬레이션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개발되고 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보다 다양한 게임을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스토리 텔링을 게임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IP의 가치 향상에도 힘쓴다. 이번 쇼케이스만 해도 스트리트 파이터, 진삼국무쌍, 메탈 슬러그 등 일본 내 IP와 직접 협력한 신작을 다수 공개했다. 캐주얼 게임 위주로 사업을 전개해나가던 포켓몬 주식회사도 IP 확장의 파트너로 텐센트를 낙점하고 포켓몬 유나이트 개발을 맡긴 것도 탄탄한 개발력과 함께하는 IP 강화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왕자영요처럼 든든한 팬심을 등에 업은 자사 IP로 게임 플레이에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가 강화된다.

인재 육성은 인큐베이션 프로그램 텐센트 게임 아카데미로 재탄생됐다. 중국 주요 대학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통해 텐센트는 청년들의 게임 개발, 교육 및 연구를 지원한다. 젊고 장래 유망한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창의성을 자유롭게 발현하고 텐센트는 참신한 인디 게임과 미래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

목표는 기업 경쟁력의 강화지만, 그 결과 플레이어와 젊은 개발자도 실리를 보는 구조다. 이런 텐센트 시장 역량 성장 플랜의 마지막은 사회적 역할의 강화다. 마 부총재는 시장을 이끌고 다수의 플레이어를 즐겁게 만드는 게임, 커다란 수익을 내는 게임이 사회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그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미 가시적인 결과물도 나왔다. 교육부와 함께 비표준어 사용자들에 게임으로 언어의 가치를 설명하는 보통화소전,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이들을 위해 과학 지식을 게임 형태로 전달하는 건강보위전 등 빈곤층을 위한 게임이 제작됐다. 또 학생들을 위한 코딩 교육 지원에 전통문화 보존을 위한 게임도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텐센트의 미래 전략 근간은 시장 경쟁력 강화에 있지만, 정부 각 부처와 손을 잡고 콘텐츠 개발자로서의 책임을 강조했다. 11월 열리는 2020 TGC 역시 이런 기류에 편승한다. 여러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한데 모으며 성장한 2019년 행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게임과 예술을 엮은 종합 커뮤니케이션 행사로 거듭나 지역 사회 성장을 돕는다는 목표도 세웠다.



▲ 종합 문화 행사로 성장하는 2020 TGC

뒤늦게 게임 시장에 뛰어들어 꽁지를 쫓던 중국이다. 하지만 텐센트의 잘 만들고, 다양하게 만들자는 욕심은 통했고 우리나라보다 먼저 문화로서의 게임을 인정받은 모양새다. 여기에 플레이어와 젊은 개발자 역시 회사를 지지하도록 하는 전략이 줄이어 나오니 같은 게이머로서 텐센트의 성장이 부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대 자본과 개발 규모, 탄탄한 내수 시장으로 중국이 우리나라 게임 시장을 앞지르리라는 예측은 일찌감치 나왔고 실제로도 그렇게 됐다. 하지만 우리가 '게임은 문화'라는 표어를 내걸고 게임의 정당성만을 주장하던 사이 중국이 게임과 문화의 융합을 먼저 끌어낸 것도 자본과 규모 탓만으로 돌릴 수 있을까?

텐센트의 30만 명과 지스타의 24만 명.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 6만 명의 간극은 생각보다 더 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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