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이 터트린 대리 충전 문제, 검은 게임 시장 수면 위로 떠오르나

기획기사 | 김병호 기자 | 댓글: 42개 |



라이엇이 대리 충전 문제에 불을 지폈다. 게임사로는 처음으로 대리 충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용자 제재에 나선 것이다.

라이엇은 6일, 공지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RP를 충전한 계정(소위 '대리 충전'을 한 계정)에 대해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올해 2월 29일까지 비정상적으로 RP를 충전한 계정을 오는 9월 1일부터 '잠금' 조치하며 잠금 조치된 계정은 라이엇 게임즈가 서비스하는 모든 게임을 이용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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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충전이란, 게임 이용자가 게임사가 제공하는 게임 내 재화 충전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시세보다 값싼 비율로 게임 내 재화를 제공하는 대리인, 혹은 사이트를 찾아가 이를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용자는 게임 내 재화를 기존보다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나 대리인이 충전을 대신하는 과정에서 타인 명의 핸드폰, 카드 사용 등 각종 불법적인 방식을 동원할 경우 문제가 된다.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대리인이 게임 이용자의 현금을 수령한 뒤 타인 명의의 핸드폰을 사용해 게임 내 재화를 충전하고 충전된 요금을 납부하지 않는 방식이 사용됐다. 이 과정에서 미납된 요금은 해당 계정의 ID/비밀번호를 제공하여 대리 충전을 요청한 게임 이용자에게 부과됐다.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대리 충전으로 의심되는 결제 건이 늘어나, 10만여 건에 가깝다고 전했다.






▲대리 충전을 유도하는 홍보글과 배너

대리인들은 대리 충전 사이트를 개설하거나 인기 BJ, 스트리머 방송을 통한 광고, 게임 관련 사이트 내 게시글 게재 등을 통해 대리 충전을 유도했다. 특히, 해당 게임으로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BJ 및 스트리머들에 대한 윤리의식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대리 충전을 광고한 BJ 및 스트리머가 이러한 문제를 알고도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광고를 게재하였는가'가 핵심 논점이다. 이를 광고한 개인 방송인 중에는 현재 프로 선수로 활동하는 DRX의 '표식' 홍창현도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는 중이다.

해당 광고를 게재한 몇몇 개인 방송인들은 먼저 사과에 나섰다. 아프리카TV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저라뎃' 정해성은 아프리카TV 배너에 RP 충전 업체 광고를 진행한 바 있다고 인정하며 "그동안 리그 오브 레전드 BJ들 사이에 성행하던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 재화 충전 업체 광고를 보고 많은 많은 시청자께서 해당 업체를 이용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저의 방송에 걸린 배너를 보고 해당 업체를 이용하신 분들이 피해를 보셨다면, 해당 업체 배상과 관계없이 피해를 보신 금액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아프리카TV에서 개인 방송을 해오며 불법 대리 충전 광고를 게재한 BJ 김민교 역시 "피해를 본 시청자께 죄송하다. 대리 충전 사이트 관련 직원과 연락이 닿았는데, 이 직원도 돈을 못 받고 사장이 도주했다고 하더라. 다행히 그 직원이 피해자 명단을 어느 정도 정리해줘서 피해를 본 이들에게 보상하겠다. 돈과 관련된 예민한 문제이니 빠르게 보상해드리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IGS와 그리핀에서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아프리카TV BJ '땅우양' 한상우도 6일, 공지를 통해 대리 충전 광고에 대해 사과했다. 한상우는 "몇 개월 전 대리 충전 사이트의 배너를 달았던 적이 있다. 나를 믿고 여기서 구매를 하고 피해를 본 이용자께 죄송하다. 미납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며 피해 이용자가 져야 하는 35%의 금액에 대해 대신 환불하겠다고 밝혔다.

'표식' 홍창현의 소속팀 DRX는 "해당 이슈를 어제 확인하고 선수와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본인도 잘 몰라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며 해당 사실과 피해 규모를 파악하여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대리 충전 관련 광고를 게재한 파트너들의 대한 입장도 밝혔다. 라이엇 게임즈는 "올해 3월과 8월, 콘텐츠 파트너에게 공지를 통해 대리 충전 관련 광고에 문제가 있음을 알렸고, 광고를 게재한 파트너들에게는 개별로 연락을 취했다. 문제를 제기한 이후에는 관련 광고를 모두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며 이후에도 대리 충전 광고를 게재한 파트너에 대해서는 파트너 자격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리 충전은 비단,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게임 내 재화를 판매하는 거의 모든 인기 게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리 충전 문제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게임은 모바일 MMORPG 계열로 '리니지M', '바람의 나라:연' 등 국내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게임사들의 대표작 등에서 거래되는 중이다.

MMORPG 게임에서 대리 충전은 대부분 대리인이 게임 플레이를 통해 획득한 아이템을 게임 내 재화로 바꾼 뒤, 이용자에게 현금을 받고 게임사가 판매하는 재화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형태를 띤다. 예를 들어, 대리인A는 다수의 계정을 돌려 이를 통해 아이템을 획득하고, 획득한 아이템을 거래소에서 재화로 바꾼 뒤, 이용자에게 현금을 받고 바꾼 재화를 이용자에게 게임사보다 싸게 제공한다. 이 밖에 구글 플레이 쿠폰을 활용해 재화를 대신 충전해주는 방법도 있고,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문제가 된 방식인 '휴대폰 결제를 활용한 충전' 역시 가능하다.

MMORPG 게임에서 주된 대리 충전 형태가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문제가 된 '타인 명의 휴대폰을 사용한 재화 구매' 형태가 아니기에 문제의 소지가 적지 않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첫 번째 경우 역시 피해 사례가 존재한다. 2017년 6월 출시된 모바일 MMORPG '리니지M'에서는 대리 충전으로 인해 최소 8억 원, 최대 15억 원의 사기 사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대리 충전 업체도 BJ를 통해 홍보를 한 뒤, 다른 대리 업체와 비교해 5~10% 높은 할인율로 이용자를 유도했다. 이후, 15% 결제 할인 이벤트를 통해 대규모 결제를 유도한 뒤 자취를 감춰 많은 피해자가 나왔다.

대리 충전은 게임의 인기가 높을수록 더욱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뉴스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발매되어 인기를 끌고 있는 '바람의 나라:연'의 경우에는 게임 내 재화인 붉은 보석 관련 거래 건이 90만 건이 넘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대리 충전 서비스로 이를 이용하는 이용자들로 역시 위와 같은 사기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각 게임별 인기 BJ들 역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대리 충전 광고를 게재하고 있어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 특히, 개인 방송 중 배너 노출이 활성화되어 있는 아프리카TV의 경우에는 인기 BJ 방송에서 대리 충전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의 BJ들처럼 대리 충전으로 인한 사기 사건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 개인이 자신의 얼굴을 브랜드로 방송을 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금전적 이득도 취하는 만큼,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에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게임사들은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게임 클라이언트 내에 거래가 아닌, 외부 플랫폼을 활용한 거래이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제재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리 충전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란 법률 10장 제72조에 의거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게임 이용 시 동의해야 하는 약관에도 관련 조항이 존재하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이를 제재할 수 있다.

서울지방 변호사회 이스포츠 동호회 부회장 박대영 변호사는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 RP 불법 대리 충전이나 MMORPG 게임 대리 충전 등과 관련된 광고가 급속히 늘었다. 충전업자들은 미납이 있으면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로 하여금 신분증 등을 받아 게임내 재화 등을 구매한 후 50% 정도 금액만 지급하고 70~80%정도 가격으로 일반 유저들에게 팔아 이익을 남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업자들의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72조등을 위반한 위법한 행위고, 유저들의 경우에는 이를 처벌할 규정이 당장은 없다 해도 게임 내 약관 규정 위반일 가능성이 높아 향후 게임사 측에서 부당이득 반환 청구 등을 할 가능성도 높다. 유저들 또한 저렴하게 포인트를 판매하는 업자들의 불법성을 알고 절대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대리 충전 유저를 찾아내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는 반문도, 게임 내 유저의 정보와 결제 정보를 대조하는 형태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해보는 게 가능하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번 사건을 통해 대리 충전을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용자들을 찾아냈고, 유저가 자신의 계정이 이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해두었다.

대리 충전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라도 보다 싼 가격에 게임 재화를 구매하고자 하는 게임 이용자와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현금을 얻으려는 대리인, 이를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않고 방관한 게임사가 함께 천문학적으로 키워낸 검은 시장이다.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게임 재화를 구매하기에 언제든 위와 같은 사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라이엇의 이번 제재는 게임 산업에 만연하고 거부감 없이 커버린 불법 대리 충전 시장에 문제를 제기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게임산업 매출액은 연간 14조 2천9백억 원에 달한다. 산업이 커지는 만큼, 문제가 발생할 때 생기는 피해액도 커지고 있는 중이다. 비인가 대리 충전이 성행하지 않도록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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